한국이 소멸한다 - 인구 충격에 내몰린 한국 경제의 미래 시나리오
전영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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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인구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출산율은 인구 유지를 위한 최소선인 2.1명을 하락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위기선인 1.3명 아래에서 20년 넘게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청년세대들의 연애와 결혼 포기는 가십거리를 넘어 시대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의 책임은 그대로인데 이른 은퇴로 생활 곤란에 빠진 중년세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장수하게 되었지만 빈곤한 처지 탓에 장수가 고통이 된 노년세대들의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한국의 인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책의 저자 전영수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사회 변화를 읽어내고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경제학자로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금융과 일본경제를 전공했으며 주요 관심사는 고령사회의 변화를 둘러싼 제반양상과 대응체계, 복지환경 등이다. 한국 사회의 건강한 발전경로를 찾기 위해 사회적 경제와 사회혁신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안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기 전 <한경비즈니스>의 기자였는데 현재도 경제 및 금융평론가,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취재 전담 분야였던 금융과 자산운용에서 시각을 넓혀 시대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KBS의 '명견만리', '아침마당', '지식콘서트 내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한국일보〉, 〈브릿지경제〉,  <한경 비즈니스>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 <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세대전쟁>,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카페라테 효과>, <오랜 생각과 새로운 메스>,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누구든 인덱스 펀드는 사둬라>, <한국경제 프리즘> 등 30여 권이 있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됐는데, 제1장한국 경제가 멈추는 날)은 인구 변화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인구 변화의 참된 의미를 살펴본다. 2장~4장에선 청, 중, 노년의 인구 그룹별 인구 변화에 따른 해법을 밝힌다. 즉 2장(2018년 일하는 사람이 사라진다)에선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을, 3장(2020년 사상 최대의 인구 변동)에선 중년세대가 맞이할 심각한 변화를, 4장(2030년 1,700만 인구를 부양하라)에선 2030년 이후의 노년세대에게 다가올 변화를 각각 설명하면서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 경제, 인구 변화에 따른 해법은 있는가?

 

지금껏 경험한 바가 없는 사상 초유의 변화에 지금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데, 바로 세 가지인 저성장, 재정난, 인구병이다. 이 세 가지 중 압권은 바로 인구문제다. 인구 변화가 국가 경제의 성장을 지체시키고 재정을 악화하기 때문에 이야말로 시대 변화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인구, 성장, 재정, 이 세 가지 변수는 2인3각의 연결고리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제반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유독 인구 변화만 잘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워낙 긴 시간에 걸쳐서 발생하는 변화이기 때문에 마치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인구 통계에 지나칠 정도로 무디게 반응한다.

 

인구 오너스onus 시대란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늘어나는 시기를 말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반면에 부양해야 할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경제 성장이 지체되므로 구조적으로 소비 부진에 연결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들 수밖에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고령화, 한국 경제가 멈추는 시기

 

은행, 웨딩홀, 산부인과를 예로 들어보자. 고령화가 도래하기 전에는 이들 업종은 건물주가 가장 선호하는 임대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피하는 업종으로 손꼽힌다. 임차인이 폐업을 하면 건물주 입장에선 공실의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같은 저성장과 불경기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런 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임대를 잘 하려하지 않는 경향까지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울 강남 지역의 웨딩홀은 2016년 6월 152개에서 1년도 안 된 2017년 4월에는 34퍼센트나 감소, 100개만 생존했다. 산부인과는 2010~2015년에 걸쳐 신규 개업한 곳이 296개인 데 반해 폐업한 곳은 무려 520개에 달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산부인과는 2012년 900곳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740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는 TV 속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청자인 청년인구의 유출을 막기보다는 고령인구를 유입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드라마 제목에 엄마, 아빠가 자주 등장하고, 주인공도 부모세대로 집중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현역세대의 1인 생활 풍경을 전하는 방송에 실버세대 방송인이 등장해 주목을 받는 등 '고령화'는 이미 유망한 콘텐츠로 부상했다.

 

 

지금 일본 청년에게는 취업 천국이 도래했다 

일본 청년의 취업환경은 취업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선됐다. 일본은 경제 공황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는데, 그중 1997년은 취업빙하기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취업률은 거의 100퍼센트에 달하는데,
일본의 문무과학성에 따르면 2017년 봄에 졸업한 이들의 취업률은 대졸과 고졸 각각 97.6퍼센트, 99.2퍼센트를 자랑한다. 한국 청년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취업시장에 온기가 확산되면서 신新풍속도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 구직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의 구애求愛 작전이 대표적이다. 구직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었기에 기업체 인사팀은 얼마나 많은 청년 사원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입사 혜택은 갈수록 좋아진다. 기숙사 무료 제공, 교툥비 전액 지원 등은 기본이고 각종 부가적 복리후생이 뒤따른다.

 

구조적 불황으로 인한 고질병이엇던 취업 환경이 이렇게 변화하게 된 원인으로 크게는 노동공급과 노동수요의 변화로 압축된다. 인구 감소로 노동공급은 줄어든 반면 경기 회복으로 노동수요가 증가한 게 주효햇던 것이다. 그 덕분에 구직난은 사라지고 구인난이 발생햇다. 일본이 취업 천국으로 바뀐 핵심에는 인구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1995년 정점(8,717만 명)을 찍고 현재 7,728만 명까지 줄어듬으로써 무려 1,000만 명의 노동력이 사라졌던 셈이다. 이는 한국에도 조만간 취업 천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희망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중년인구가 맞게되는 트릴레마

 

과거엔 중년세대가 은퇴를 맞게 될 때면 이미 자녀가 독립하고, 모시고 있던 부모가 사망하는 시점이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가족구성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이유로는 첫째 자녀들의 독립이 늦춰지거나 또는 아예 독립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고, 둘째로 수명 연장으로 인해 부모를 모시는데 필요한 필요한 금전 부담이 훨씬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족들을 위한 부양 부담은 크게 증가한 반면 평생 직장과 정년 퇴직이 사라진 지금 한창 일할 중년기에 오히려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부부들 본인을 위한 노후 설계는 당초부터 무리인 것이다. '자녀부양, 부모봉양, 본인 노후'로 이어지는 삼중고(트릴레마)가 첫 단계부터 꼬인 것이다. 여기에다 부모 간병을 위해 툇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실제 부모의 치매로 인해 퇴사를 택하는 중년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노후 준비는 오히려 사치이다. 중년 위기를 넘길 수 있어야 비로소 노후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

 

최근까지만 해도 노년층의 도시 거주는 궁합이 맞지 않다고 여겨졌다. 은퇴 이후엔 물 맑고 공기 좋은 농촌에서 사는 것이 웰빙 노년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노년의 문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노인 빈곤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은퇴를 미뤄야하고, 일자리를 확보하려면 도시 생활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다.

 

빈곤뿐 아니라 병 치료의 문제에 대응하려면 도시 거주가 분명히 유리하다. 늙어 아플 때 농촌생활은 감옥이나 다름없다. 도시에 비해 농촌의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병원에 다니는 게 엄청 불편하다. 일시적인 병이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만성적이고 완치가 어려운 질병은 사실상 농촌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노년인구에게도 도시 거주는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향후 서울의 인구구성은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여력을 갖춘 경우에만 서울 체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서울의 집값도 이들의 주도로 급락 없는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규모가 크고 소비 여력이 풍부한 이들은 서울이 제공하는 의료와 간병 서비스를 받고자 각종 대가를 치르며 서울에 진입한다. 서울로 진입한 노년인구의 거주지를 보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정부는 서울의 집값 잡기에만 급급하니 너무도 미래를 읽는 눈이 부족해 보인다.

 

 

 

소걸음 걷듯 끈기있는 정책을 펼치자

 

인구라는 문제의 연구는 결코 쉽지 않다. 일습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년의 세대 정책을 전제로 끈기있게 추진해야 그 성과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지나친 비관보다는 우직하게 소걸음 걷듯,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일관성 있는 인구 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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