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피하기 기술 - 영리하게 인생을 움직이는 52가지 비밀
롤프 도벨리 지음, 엘 보초 그림, 유영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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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바람직하게 살 수 있을까? 운명은 어떤 역할을 할까? 돈은 어떤 역할을 할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을까, 불행을 피해가는 것이 나을까? 모든 세대는 새롭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대답은 기본적으로 언제나 실망스럽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원칙, 한 가지 법칙, 한 가지 규칙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삶에 도달하기 위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원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가지 개념 혹은 몇 안 되는 원칙으로 파악하기에는 세상이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사고방식이 담긴 도구 상자가 필요하며, 실생활에도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상자가 필요하다. 이제 어떤 분야에서든 든든한 생각 도구로 무장 하지 않으면 삶에서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책의 저자 롤프 도벨리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식경영인으로, 대학 및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취득자다. 스위스항공 그룹 산하 여러 계열사에서 CEO를 역임했고 과학.철학.예술.경제 분야 대표 지식인으로 구성된 취리히마인즈를 설립, 왕성한 강연 및 토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쿠르트 뷔트리히, 매트 리들리,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대니얼 데넷 등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능력 있는 투자자, 냉철한 기업가로 손꼽히며 미국, 오스트리아, 홍콩, 스위스, 독일 등지에서 거주하면서 각국의 여러 학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처럼 지식 또한 한곳에 고여 있을 때 생각의 오류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을 교류하는 일에 앞장서오고 있다.

 

독일 블룸버그 TV에서 경제와 책을 주제로 한 '도벨리 쇼'를 진행했고, 독일과 스위스의 유수 신문에 인간의 심리적 오류에 대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국내에도 출간되었던 <스마트한 생각들>은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를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72주동안 아마존,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간 행동과 의사 결정에 관한 최신 이론을 대중들과 가장 비슷한 눈높이에서 전파하는 지식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얼마전,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의 대화 이슈는 주로 자녀들의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은 안정적인 직업이나 직장을 갖고 있는 경우 가급적 결혼 문제를 후순위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함께했던 친구들이 아버지로서 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항이라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결론을 내렸다. 과연 이런 풍조가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는 없지만 신생아 출산이 급속히 줄어들고 초고령화 사회로 변한 대한만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자리에서 한 친구가 정말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사실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면 혼자 사는 게 제일 좋은 것이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편안함과 행복함의 차이는 책임과 구속 여부로 귀결된다는 보충적인 설명과 함께. 결혼이 매우 늦었던 나도 막상 결혼하서는 늦게 한 것을 매우 후회했다. 이미 친구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 자식을 두고 있는데 이에 비하면 나는 한참 뒤쳐진 기분이 들어서다. 나중에 초등학생이 된 딸이 아빠는 학교에 오지 말라고까지 하면서 그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반 친구들이 아빠를 할아버지로 오인해서 창피하다면서 말이다.

 

 

 

 

52개의 생각 도구들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동안 철학자, 종교지도자, 심리학자 등 무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후손들인 우리들은 정작 왜 그런 의견에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을까? 책의 저자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진정 좋은 삶이라고 규정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인지를 우리들에게 제시한다.

 

"좋은 삶이란 돈이나 재능, 주변의 사람들과는 관계 없다. 인생을 살면서 오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생각뿐이다. 그러니 어떻게 머리를 잘 쓰느냐에 행복이 달려 있다" - 롤프 도벨리

 

 

타협 없는 전략의 반전

 

에르난 코르테스는 중남미 지역에 진출해 수많은 원주민들을 살상하고 그 땅을 스페인의 식민지로 삼은 소위 악명높은 '정복자'이다. 1519년, 그는 멕시코만을 통해 진입한 후 멕시코를 식민지로 삼고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신의 부하들이 딴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타고왔던 배들을 모두 침몰시켰던 것이다. 초한지에도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고사성어 '파부침주破釜沈舟'가 바로 그것인데, 초의 항우가 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장강長江을 건너자마자 타고왔던 배를 모두 침몰시키고 밥짓는 솥도 깨부숨으로써 병사들에게 결사항전을 독려한 용병술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코르테스의 행동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현명치 못한 행동으로 비난한다. 즉 경제학의 기본원칙 중 하나가 바로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인데, 선택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어느 다국적 기업의 CEO는 몇 년 전부터 디저트를 먹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면서, 무엇이 나오든 디저트를 거절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최근까지 그런 행동이 비논리적이고 욕망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왔다. 달콤한 선택지를 왜 원칙적으로 배제해버릴까?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융통성을 발휘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쉽다고 판단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융통성이 유익한 게 아니라 오히려 함정이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불굴의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수시로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일의 수행을 자주 미룬다면 어찌 될까? 융통성은 우리를 불행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목표에서 이탈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타협하지 말자. 지키기로 한 서약은 100퍼센트 이행하는 게 99퍼센트의 이행보다 더 쉽다.

 

 

다운사이드를 피하라

 

워렌 버핏이나 찰리 멍거 등 장기적으로 성공한 투자가들이 알려주는 사고 습관이나 멘탈 트릭, 정신적 도구는 우리의 삶에도 탁월하게 적용된다. 이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다운사이드를 피하는 것이다. 업사이드를 주시하기 전에, 우선 무엇을 피해야 할지, 즉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주의한다.

 

"우리는 사업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걸 배우지 않았다. 우리가 배운 건 그런 문제들을 피하는 것이다" - 워렌 버핏 

 

그러므로 좋은 삶은 대단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멍청하고 어리석음이나 유행 따르기를 피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 절제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다운사이드를 제거하는 데 집중하면 현실적으로 좋은 삶을 얻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유머 감각이 뛰어난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무엇보다 내가 어디서 죽을지 알고 싶다. 그러면 그 장소에 결코 가지 않으면 되니까"

 

 

'5초 거절'을 배우라

 

저자는 어떤 부탁을 받으면 5초간 생각하고 나서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거절한다. 모두에게서 사랑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고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그 반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몰인정한 사람으로 치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관성 있는 태도에 감탄할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매우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매우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모든 것에 '아니오'라고 선언하는 데 있다" - 워렌 버핏

 

 

감정을 따라다니면 오히려 수렁에 빠진다

 

좋은 삶은 자기관찰로 얻어지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삶의 목표, 삶의 의미, 행복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자기관찰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많은 시인들이 우리의 감정 세계를 깊은 숲에 비유했듯이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깊은 숲에서처럼 길을 잃고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 감정적 자극들로 가득한 수렁에 빠지게 될 뿐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관찰하는 것은 신뢰성이 없다. 그 이유는 첫째로 자신의 감정을 읽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둘째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들의 감정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그러하다. 감정은 잠시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그런 존재라고 이해하면 더 이상 감정이 자기 자신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의 능력 한계를 알고 멈추어라

 

'능력의 범위'라는 개념이 있다. 능력 안에 놓인 것은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의 범위 밖의 것은 잘 모르거나, 일부분밖에 모른다. 따라서 스스로의 능력 범위를 잘 이해하고, 그 범위 안에 머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범위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범위의 경계를 스스로 알아채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위 자기계발서는 능력의 범위를 넓히라는 매우 유혹적인 부추김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기존의 범위에서 꽤 잘하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칠 때 이런 유혹에 더욱 혹 빠진다. 그러나 자신의 범위를 확장하지 말라. 능력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그리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체스선수가 사업에서도 좋은 전략가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실력 있는 심장외과 의사라고 병원경영도 잘한다는 법 또한 없다. 하물며 부동산 투기꾼으로 덩치를 키운 사람이 진정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영리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문제를 피해간다" - 아인슈타인

 

 

후드티 입는다고 저커버그가 되는가?

 

내용 없는 허례허식은 생각보다 흔하다. 좋은 삶을 원한다면 허례허식을 허례허식으로 폭로하고 삶에서 몰아내어 버려라. 형식주의는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카고 컬트에 빠진 사람이나 조직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 폼 잡는 것과 입에 발린 말로 한몫하려는 기업도 피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의 요인이 진정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을 흉내 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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