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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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치, 경제계에서 나르시시즘적 지도층이 사용하는 유혹 전략을 비롯해 나르시시즘의 부정적인 측면, 권력 남용, 해악, 독재 및 통제와 조작에 대한 집착을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그에게서 나르시시즘적 요소들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특유의 유혹 능력을 발휘해 우리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며, 우리는 이에 쉽게 놀아나고 만다. - '이 책의 주제에 관해' 중에서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우리들을 조종한다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현재 뮌헨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대인관계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심리학자로서 세계 곳곳에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한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독일 공영방송 ARD, ZDF, NDR, 독일문화방송 등을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심리 상담을 해 주고 있다. <따귀 맞은 영혼>, <여자의 심리학>,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등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계속해 왔고,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는 심리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 마흔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문제적 조직이나 리더가 탄생하는 배경을 파헤치고, 이들이 대중을 유혹하고 선동하고 통제하는 다양한 심리 전략을 살펴본다. 소위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우리들이 지닌 내면의 나르시시즘적 취약성과 의존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들의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독재나 포퓰리즘, 과격주의의 마수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저자는 개개인의 내면, 조직과 사회를 심리학적으로 집중 분석하며 우리 안팎의 나르시시즘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나르시시즘이란 용어를 자기사랑, 즉 자기애自己愛로 설명하는데, 우리들은 이와 관련해 신화 속의 인물인 나르키소스와 수선화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잘생긴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호수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결국엔 물에 빠져 죽어서 수선화로 태어났다고 전한다.

 

이렇듯 나르시시즘이란 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많은 이들은 '나르시시스트'란 말을 멋있다고까지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는 나르시시즘이란 용어가 성공, 권력, 그리고 부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는 개개인의 믿음에 머물지 않고 사회나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우린 주목해야 한다. 즉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에게 타인을 종속시켜 지배할 목적으로 유혹의 기술을 활용, 자기 자신이 바라는대로 조종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과 정치인들이 이런 전략을 줄겨 사용한다니 우매한 우리들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회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과 '더 훌륭해지는 일'에 중점을 두는 나르시시즘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본질과 겉모습이라는 상호모순의 특징을 보인다. 물질적 성장과 풍요로움이라는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 상대적으로 부족함과 불만족에 허덕이는 공허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박탈감을 위로받고자 나르시시즘이라는 전염병에 쉽게 감염되고 만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미디어, 인터넷상에서의 자기과시 풍조, 항시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머니인 신용카드 등은 나르시시즘적 행동 방식이 만들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현실과 구별되지 않는 허상의 세계에 빠진다. 채무, 패배감, 지나치게 높은 기준, 자기착각 등은 모두 나르시시즘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물이다. 

 

 

'나르시시스트'의 유혹

 

2015년 초, 무자비한 테러집단인 IS에 한국인이 가입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세인들의 이목이 이 소식에 집중되었던 적이 있다. 18세의 김군으로 알려진 그는 터키로 여행을 간 뒤 현지에서 소식이 두절되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실상은 연결책과의 사전 만남을 통해 IS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알려진 바로는 군미필자인 이 젊은이는 돈과 미모의 여성을 제공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마치 용병들의 행동처럼 불법 단체인 IS에 가입, 현지에서 군사 훈련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이후 김군의 동생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한다는 글을 남겼다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2015년 9월에 이루어진 미국과 요르단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는 너를 내 광휘 속으로 끌어들여 네 자아존중감을 드높이고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행복을 선사하겠다. 대신에 너는 자주성과 차별성, 생기, 독립성을 포기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도취적 성향과 맞물린 유혹에는 위와 같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한다. 즉, 유혹하는 사람이 사랑, 안전, 인정, 존중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포기하라는 것이므로 이는 바로 맹목적인 굴종屈從과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삶을 살라는 요구인 셈이다. 위에서 살펴본 김군의 케이스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또 다른 유혹의 기술로 칭찬과 모욕을 교묘하게 혼합하는 방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보기관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힐난하고 모욕하고 배척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추켜세운다. 이러다 보면 상대방은 '어느 쪽이 진짜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지만, 이 의문에 정해진 대답은 없다. 답이 주어질 경우, 이 전략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는 카드 게임에서 으뜸가는 패를 손에 쥐고 상황을 지배하면서 게임의 룰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모든 부분에서 안전을 다지는 것이다. 어떤 이슈를 다룰 때 적이 나타날 경우, 상대방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동안 그는 새로운 이슈나 주장을 내세워 주의를 돌린다. 그의 반응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해서 상대방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시킨다. 북핵 위기에 대처했던 그의 행동을 보면 우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제 공격과 대화라는 두 카드를 두서 없이 내밀었으니까.

 

 

스트롱맨을 향한 갈망

 

스트롱맨, 즉 강력한 지도자를 향한 열망에는 누군가의 계도를 받고 그에게 의존하려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이런 욕구는 강한 아버지를 향한 퇴행적, 소아적 갈망에 의해 강화된다. 또한 이런 욕구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인간 존재의 특성을 보여준다. 마치 아버지를 만능 재주꾼이자 만물박사로 여기며 언제까지고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 믿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독일에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정권을 잡기를 희망하는 유권자가 11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강력한 지도자가 책임을 넘겨받고 집단 전체에 이익이 되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케이스에만 해당될 뿐이다. 이런 민물은 대개 집단에서 잠재적 구원자로 간주되며, 계도받는 층은 자신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에 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곤층 출신이다. 한때 축구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하기도 햇던 그는 대중들에게 신뢰할 만한 이미지로 비춰졌다.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은 그는 임기 초엔 성공적인 개혁으로 민중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도 했지만, 권력은 그를 결국 오염시키고 말았다. 점점 더 권위적으로 변해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했다.

 

나아가 반대자는 모조리 구속시킴으로써 대중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그는 대통령궁 내부를 마치 군대 벙커처럼 요새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그의 신뢰도가 변질되었음에도 민중들은 여전히 그를 추종하고 있다.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이 얼마나 아이로니한가 말이다.

 

 

책임 전가와 경멸

 

자기도취적인 이들에게 최고의 방어 메커니즘은 책임 전가경멸이다. 이는 특히 갈등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나르시시스트'는 당면한 갈등을 분석하고 논의하고 해결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상대방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든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행위가 아니라 회피하는 행위다. 이들이 내놓는, 얼핏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희생자, 추격자(가해자), 구원자라는 세 가지 심리적 역할(법적 역할이 아닌)이 있는 심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게임의 목적은 책임질 대상을 만들어내 배척하고 비난하고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타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므로 자기 자신은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는다. 이런 소통 방식은 이른바 '드라마 삼각형'이라 불리는 가해자, 희생자, 구원자 도식에 따라 전개된다(아래 사진 참조).

 

 

에르도안(희생자)는 독일 코미디언 얀 뵈머만(가해자)의 풍자에 격분, 즉각 법적 대응(구원자)에 나서 뵈머만을 고발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모욕감에 대한 응분을 표현했다. 이로써 그는 가해자로, 뵈머만은 피해자로 역전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희생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할 경우 두 사람 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어 서로가 물고 뜯는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엔 둘 다 파괴되기에 이르게 된다. 

 

 

긍정적인 나르시시즘

 

많은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발산한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안정된 자아존중감의 형태로 발현되며, 그 당사자는 화려한 조명을 즐기고 권력을 추구하되 그것을 행사하는 데 있어 이해와 책임감을 잃지 않는다. 인간성 및 관계 능력을 유지하며, 나르시시즘적 술책에 빠져 삶의 기쁨을 상실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우월한 입지를 이용해 유익함을 전파할 줄도 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다. 그녀는 특유의 웃음과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태도, 넘치는 에너지, 지성, 건전한 자신감을 발산하며 주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자신감은 오만함이나 우월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얼굴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운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새롭게 영부인이 된 멜라니아 트럼프와 비교할 때 몸가짐과 표정에서 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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