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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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찾아올 다음 위기의 형태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를 정치가 막으려다 재정 파탄을 일으키는 악순환적 위기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경제생태계, 정치생태계, 사회생태계, 이 3개의 생태계가 긴밀한 교호 관계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가 복합 생태계의 연쇄 작용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 위기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 처방은 간단하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생태계를 긴 안목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생태계를 진단한다

책의 저자인 NEAR재단은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2007년 초에 설립된 순수 민간 씽크 탱크이다. 지난 10년간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역학 구도 연구에 주력해왔고 특히 팽창하는 중국과의 보완적 생존 관계 형성을 위한 극중(克中) 연구에 집중해왔다. 또 이 재단은 점차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화되어 가는 한중일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NEAR한중일SEOUL PROCESS'를 창립하여 동북아시아의 화해, 공존, 공영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번에 재단이 한국의 경제생태계 연구에 착수한 것은 주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생존과 통일의 길을 닦아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회생이 중요한 기초 여건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재단이 발간한 주요 저서로는 <미, 중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국의 외교, 안보>, <양극화 고령화 속의 한국, 제2의 일본 되나>, <신삼국지, 중국화 파고 속의 한국>,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기로에 선 북중관계>, <한국의 외교안보 퍼즐>, <한국경제, 벽을 넘어서>, <한일관계, 이렇게 풀어라> 등이 있다.

 

경제는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생성, 성정,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거치거나 소명 대산에 진화나 혁신의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 도는 정체되기도 한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 교육 등 다른 부문의 생태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작동하며 경제생태계 내에서도 스스로의 순환 체계 속에서 투자, 소비, 생산,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만약에 생태계 간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이탈, 정체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경제 내부에서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통상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치유되지도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정부는 금리, 환율, 조세,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단기에 그치고 만다. 결국엔 구조조정이라는 외과수술을 통해 병든 세포와 죽은 세포를 잘라내고 경제의 순환을 정상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런 수술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경제 체질적, 생태적 문제에 직면, 마침내 경제는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생태계 접근 필요성

 

자연생태계의 특성은 성장 과정을 거쳐 소멸하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변화되고 진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연생태계에 인위적인 간섭이 발생하면 순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경제 주체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에 의한 산림개발이나 공해 유발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나 대기 오염 등을 통해 그 피해가 되돌아온다. 물론 인위적인 간섭으로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생태계가 불균형에 처했을 때 인위적 간섭을 통해 균형 상태를 회복한다면 자연생태계는 다시 복원되어 진화할 수 있다.

 

경제도 자연생태계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하지 못하면 소멸한다. 생성, 성장, 소멸 혹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개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입이 올바르다면 진화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개입이 잘못되면 소멸을 지연시켜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생태계에 대한 경고


한국의 경제생태계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성, 다양성, 상호 연계성, 역동성과 유연성 등 다섯 가지 특성 모두 한국 경제생태계에서 약화되거나 둔화되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는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저성장의 장기화, 구조조정 부진, 양극화 등 다양한 경고와 맥락을 같이한다.

 

생태계적 접근이 한국 경제의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보거나 완벽한 대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특히 기술 혁신 등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경제 상황 등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념화된 경제학적 지식이나 이론 또는 관행화된 경제 정책 등이 제공하지 못하는 시각과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의 한계

 

선진국의 노동 개혁 과정을 살펴보면 노동 시장 유연성의 제고가 수반되지 않은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은 장기적이고 구조적 관점에서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해 보이며, 기업의 노동 비용을 상승시키고 일자리 창출의 의욕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노동 시장에 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노동 시장의 생태계가 복원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한 기업생태계와 대기업의 역할

우리 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대기업의 협력적 성장 의지와 부품업체의 역량 강화로 집약된다. 한 기업생태계에 역량 수준이 낮은 행위자들이 과도하게 많으면, 과도한 경쟁 판도가 만들어져 부품에 대한 진정한 경쟁력 평가가 어려워진다. 가격보다는 품질 혁신 쪽으로 생태계 원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조립업체에게 원가 절감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기업에게나 원가 절감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원가 절감보다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조건적인 가격 경쟁을 탈피하여 혁신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적 접근의 필요성 

기업은 창업하여 중소 벤처기업이나 소상공인으로 성장하거나 일부는 생존에 실패하는 기업이 되기도 한다.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여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경영을 잘못하여 한계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한계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되거나 좀비기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 또 실패한 기업은 재도전을 통해 성공기업이 될 수도 있다.

 

성공기업이 되는 관건은 1차적으로는 중소기업의 혁신 경영에 있다. 혁신 경영은 인력, 기술, 자금, 판로의 혁신과 이를 아우르는 경영자 리더십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기업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 경영과 이들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경쟁과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이질적 파트너와의 협업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지금까지 잘 자리 잡지 못한 점이 바로 '이질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는 협업 정신일 것이다. 이질적인 파트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기업일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문화에서 생겨난 다른 나라 기업일 수도 있다. 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재능 있는 이질적 파트너를 맞아들이는 데 열심이며, 이런 협업을 성정 전략의 핵심으로까지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함께할 파트너들을 가능한 한 자기 기업 내로 들여오려고만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잘 통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런 닫힌 기업 문화를 유지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미래의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크고 작은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일하려는 개방형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급선무라고 느껴진다.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구축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공유해야 할 것은 혁신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다.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는 경제 발전과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로 제시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사회의 모습은 글로벌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 조화로운 사회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혁신 정책이 지향하는 기본 방향은 글로벌 사회를 위한 개방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유연성,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균형성이라 할 수 있다.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순환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장경제 체제 속의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서 치유하고 경쟁력을 길러 다시 시장경제 체제 속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불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억울함을 치유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이 없거나 생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이와 같은 복지생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가정이 불안정해지고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어 경제생태계마저 위협하게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지역 공동체, 가정과 사회단체 등 여러 단위들이 복지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참여하고 나누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인구생태계의 영향 

가정생태계는 노동시장 등 다른 생태계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생태계는 가정생태계를 매개로 다른 생태계들과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결국 인구생태계는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면 그 균형 상태가 파괴되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과 개인에게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킬 것이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초저출산 현상은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한 결과로도 간주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인구생태계에 순환상 불균형이 발생하면 다른 사회·경제 부문의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혁신적인 학습생태계 구축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하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과정, 수업 방법, 평가 방법, 교육 지원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가 이런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밖의 학습이나 경험이 필요할 경우에는 학교와 지역 사회의 협력에 기반을 둔 학습생태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가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협력해서 혁신적 학습생태계의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 운영생태계 

한국의 국정 운영생태계는 국가-사회 관계에서의 국가 중심, 중앙-지방 관계에서의 중앙 집권, 삼권 관계에서의 제왕적 대통령과 행정부 주도, 행정부 내부에서의 핵심 행정부 집중, 행정 관료제의 피라미드형 계층제 조직, 다단계 계급제의 인사 체계, '검사 동일체 원칙'에서 보듯이 강력한 상하 관계와 명령 통일의 조직 문화 등의 특성이 배태胚胎돼 있다.

 

이들은 모두 목적국가로서의 국정 운영 체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특성들이다. 향후 한국 국정 운영생태계의 개혁 방향은 일반 이익으로서의 공익 관념과 목적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개인 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 관념 및 시민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간에 조화로운 절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희망,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책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에 침몰하고 있는 본질적 원인을 찾기 위해 종래의 기능적인·분야별 접근 방식을 탈피하여 각 분야의 핵심 주체와 생태 환경 간 관계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원인이 기존의 대증對症적인 정책과 예산 투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생태계 악화에 있음을 제시했으며, 경제생태계에 만연해 있는 증상으로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지적했다.

 

따라서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여 한국 경제가 희망을 찾는 길은 경제생태계의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혁신하는 것이다. 침체와 악화 일로의 길을 걷고 있는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의 해법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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