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문관이다 - 검찰, 변해야 한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2
임수빈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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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남용을 통제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검찰권이 남용되면서 많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형사 사법의 정의가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몸을 담았을 때는 전체 사건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정치적 사건의 처리에만 문제가 있어 이런 비판을 받는다고 치부했다. 그러나 검찰을 떠난 뒤에 비로소 깨달았다. 검찰권은 검찰 업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남용되고 있었다. - '서문' 중에서

 

 

검찰권의 남용을 통제해야 합니다

 

책의 저자 임수빈은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0년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찰청 공안1, 2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를 지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다.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혐의 의견을 주장하다가 이듬해 1월 검찰을 떠났다. 2017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동인에서 일하고 있다.

 

작금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검찰은 마치 '악의 축'으로 불려도 무방할 듯싶다. 그정도로 검찰은 법을 수호하고 범죄 행위에는 가차 없이 형벌을 가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사리사욕을 위해 적당히 눈 감고 넘기거나 심지어 증거를 조작해 엉뚱한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이러는 사이 국민의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 개혁을 해야 할 1순위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시적 관점에서 검찰권 남용 통제 방안을 다룬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선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이를 제외하고 있다. 이 문제들에 관해선 이미 충분히 논의된 사안으로 사실상 정치적 결단만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세상은 변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변화를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권한의 통제는 검찰이 스스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털면 먼지 난다

 

범죄 혐의나 고소, 고발이 있어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 무슨 혐의가 없는지 수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표적 수사'라고 한다. 검찰은 표적이 된 사람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기 전까지 수사를 종결하지 않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한다. 검찰권의 남용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표적 수사의 분류(원인에 따른)

 

독자적 표적 수사

하명 수사

청탁 수사

 

 

사람 죽이는 살인적 수사

타건 압박 수사는 수사 과정에서 벼랑 끝에 몰린 피의자가 최악의 선택으로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 타건 압박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사람을 죽게 만드는 '살인적' 수사 방법이며, 법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도 18시간 조사를 받고 새벽 4시에 귀가했다.

심야조사 내지 철야조사는 피의자의 인격을 무시하고 헌법상 피의자에게 보장된 방어권을 침해하는 수사다. 외부와 차단된 수사기관의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으면 피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여기에 강력한 추궁이 한밤중까지 이어지면 피의자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 피의자는 심야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게 되고, 지친 피의자에게 검사가 자백을 유혹, 강요하게 될 위험성도 커진다.

 

 

피의 사실 공표는 재판 전에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다

 

피의 사실 공표의 가장 큰 문제는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일종의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한번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제대로 자신을 변명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언론을 이용해 아직 재판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범죄 혐의를 기정사실화하고 상대방을 무력화한다. 피의자는 그야말로 손쓸 틈 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잘못했다'는 자기반성을 절대 하지 않는다

 

'검찰은 오류가 없다'는 신화가 있다. 이를 무오류 신화라고 한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냐하면 검찰 집단은 이런 신화를 신봉하기 때문에 잘못 처리된 과거사를 개선 또는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999년 2월 6일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3명이 진범(부산 3인조)이 잡힌 후에 무죄가 입증되었음에도 부산 3인조 사건을 '억울한 3명'을 당시 기소했던 검사에게 배당하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이때 이 검사는 부산 3인조에게 '혐의 없음'이란 처분을 내렸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말이다.   

 

검찰은 더 이상 판사를 대신해 피의자 구속, 불구속 여부를 결정하거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존엄한 존재'가 아니다. 검찰에 무오류의 신화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 변한 이상 신화는 이제 폐기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날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문화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검찰은 역사의 흐름을 거부한 채 아직도 자신들은 무오류라는 신념 아닌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무죄가 선고될 것이 명백한데도 공소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의자, 피고인의 괴로운 심리를 악용해 처음부터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검찰권을 남용할 때 최악의 인권 유린이 생겨난다. 정치 검찰의 경우 무죄 판결도 개의치 아니하는 것은 반대편을 괴롭히자는 목적을 이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은 무리한 기소의 폐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검사는 피의자가 검찰수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하는 대가로 기소유예 처분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피의자로 입건하는 것 자체를 유예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보복차원의 공소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타건 압박 수사에 있어 본건 수사협조의 대가로 타건의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내세워 피의자를 회유하기도 한다. 정말 치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피의자 조사 절차의 명문화

 

어떻게 수사해야 인권도 보장하고 절차의 적법성도 준수 할 수 있을까? 수사란 옳지 아니함을 '올바름'으로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수사하는 과정이 바르지 않다면 결코 정당하고 온당한 수사라고 할 수 없다. 수사의 효율성이나 실체적 진실보다 인권의 보장과 절차의 적법성이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인권의 보장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보다 상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피의자를 소환할 때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 연락을 취해 피의자가 어느 정도 검찰 조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의자가 출석 일시의 변경을 요구하면 수사 기관은 적어도 한 번은 반드시 응하도록 해야 한다. 피의자는 편하게 조사받을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검찰이 원하는 시기에 반드시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건이든 최대 5회 정도 소환하는 것으로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검사가 피의자를 5회 이상 초과해 소환한다면 조사 이상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외적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이 소환을 받아 수사 기관에 출석하면 조서 작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진행 경과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조사가 없었다면 조사 장소에 도착하고 떠난 시각과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유까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를 수사 기록에 첨부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피의자 면담이 실제로는 피의자 신문과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검찰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권과 참여권을 침해하는 셈이다. 피의자 면담이라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굳이 해야 한다면 면담할 때도 변호인의 조력권과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조문으로 "피의자 면담 시에도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자정까지의 수사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늦은 밤에 피의자는 심리적, 정신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진술을 강요받을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통 저녁 8∼9시면 피로가 몰려와 제대로 조사받기 힘들어지므로 저녁 7시까지만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 7시 이후에는 조서를 열람하게 해서 저녁 9시 이전까지 모든 조사 절차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저녁 9시를 넘겨 조사하면 이를 심야조사로 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되, 자정까지만 허용해야 한다.

 

 

기소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는 범죄의 죄질, 피의자의 책임 정도를 반영해야 한다.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사회 복귀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기소 기준을 정하는 '기소기준위원회'를 대검찰청에 두고 이를 관리, 담당토록 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 기준표는 양형의 범위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공소 제기 또는 기소 유예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기소기준제를 도입해야 한다. 기소 기준표는 범죄별로 그 죄질 및 중대성 등을 감안하여 각각의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이 기본점수에 가중 또는 감경되는 사유에 따라 각각 어떤 점수를 더하거나 빼서 최종적인 점수를 산출한 다음, 최종점수를 공소제기 여부의 기준이 되는 점수(이 기준점수는 언제나 일정)와 비교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피의자 신문 조서의 특혜 폐지

 

피의자 신문 조서는 작성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공판 중심주의의 측면에서도 조서의 증거능력은 가능한 한 제한하는 편이 옳다. 공판 중심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말고 법정에 나와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직접 문답을 하면 된다.(/ p.91)

 

 

검찰시민위원회 제도의 법제화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시민위원회의 민주적 구성이다. 지금처럼 검찰에서 위원회 구성을 최종 결정하면 민주적인 구성으로 볼 수 없고 한계도 명확하다. 미국의 대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마찬가지로 선거인단 중에서 임의로, 무작위로 추출해 검찰시민위원을 선발하면 위원들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개혁은 이슈였지만

 

왜 매번 실패를 할까? 우선적으로는 검찰 집단의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에도 이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지금껏 변하지 않고 있다. 또 통치권자도 말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검찰 권력을 자기 편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이다.

 

사실 검찰의 권한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임에도 이들은 특권을 가진 집단으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는 공무원의 수를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 난 이에 반대한다. 지금도 공무원의 수가 적지 않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들이 집단적으로 국민 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려는 작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봉사자인가, 권력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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