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 - 메이저리그에서 194년 저주를 깨트린
신호종 지음 / 넥서스BIZ / 2017년 5월
평점 :
이 책은 필자가 2015년 8월에
출간한 <이솝우화에서 배우는 33역량>의 연작이다. <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에서는 테오 엡스타인이 3번의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 시리즈, 월드 시리즈라는 3단계를 모두 우승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33역량이라고 명명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테오 엡스타인, 194년 밤비노 저주를 깨트리다
책의 저자 신호종은 제35회 행정고시(검찰사무직)에 합격해
검찰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수사사무관으로 첫발을 내딛은 그는 부하들과 함께 현장 수사를 진행하면서 늘 위기 또는 갈등 상황이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이때 현장 책임자로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다 보니 상황의 핵심 파악, 성과 달성, 직원들의 인화단결을 도모하는 일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지검 강력과, 외사수사과에서
수사사무관, 검찰총장 비서관, 서울중앙지검 집행제1과장,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전주지검, 수원지검, 서울서부지검, 대구고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서울시인재개발원, 지방행정연수원, 충청남도공무원교육원 등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역량 지도 교수(FT)로도 활동했다.
2007년 고위 공무원 역량 평가를 준비하면서
'역량'에 관심을 갖게 된 후,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역량 근육'이라는 용어를
창안해 상표권 등록했다. 또한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진단하는 'HFBW 역량진단시스템'을 앱형태로 개발해 역량 진단과 코칭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아세아미래인재개발연구소 소장, 아이소포스 솔루션(AISOPOS Solution) 대표로
재직중이다.
저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시청하기를 매우 좋아한다. 주야가 정반대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게임을 즐긴다고 밤잠을 설치기 일수다. 그가 이렇게 야구 경기의 매력에 푹 빠진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경쟁력
있는 역량'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상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역량 평가야말로 야구 경기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선수들의 개별 능력과 많이 닮아 있어서다.
왜 테오 엡스타인에게서
배우는가?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7차전, 시카고 컵스와 클리브랜드 인디언스 간에
세기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7차전이라는 점도 흥미를 끌지에 충분했지만, 경기 외적으로 우승컵을 다투는 두 팀은 장기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기에 수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소위 '염소의 저주'와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했던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은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저주에서 벗어나고 지는 팀은 계속 그
늪에 빠지는 셈이다.
두 팀의 선수들도 장기간의 저주를 깨트리는 게 얼마나 버거웠던지 경기는 9회까지
6-6으로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전에 돌입해야 했다. 마침내 경기는 연장 10회에서 승패가 결정났다. 컵스가 인디언스를 8-7로 꺾고
1908년의 우승 이후 장장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림으로써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승리의 쾌감은
더욱 더 했다.
시카고 컵스의 우승 주역은 바로 사십대 초반의 운영 부문 사장 테오
엡스타인이다. 그는 이미 젊은 나이인 28살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을 맡아 2년 만에 86년 동안 지속되었던
'밤비노의 저주'를 깨트리고 레드삭스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전력이 있다. 사실 그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로
야구 선수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메이저리그의 4대 저주를 두 차례나 해결한 '저주
파괴자'였다.
메이저리그 4대
저주
1. 블랙삭스 스캔들의
저주
2. 밤비노의
저주
3. 염소의
저주
4. 와후 추장의
저주
1919년의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88년 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에 빠졌는데, 이를 '블랙삭스 스캔들의 저주'라 한다. 1988년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쥠으로써 지루하던 악연을 끊었다. 이때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코치로
참여했었다.
1920년 보스턴 레드삭스는 '밤비노'라는 애칭을 가진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함으로써 이후 무려 86년간(1918~2016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를 '밤비노의
저주'라 불렀다. 반면 양키스는 27차례 월드시리즈에 우숭하면서 최고 명문팀으로
등극했다.
1945년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당시 열렬팬인 빌리는 애완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필드에 입장했다가 염소의 악취를 이유로 그만 퇴장 조치를 당하고 말았다. 이때 빌리는 컵스는 월드시리즈에서 결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를 '염소의 저주'라고 하는데, 컵스는 1908년 우승한 이래 2016년까지 장장 108년
동안 저주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빅초이' 최희섭 선수가 활약했던 팀이다.
1951년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는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캐릭터 피부색을 노란색에서
발간색으로 교체하고 표정도 우스광스럽게 변경함으로써 인디언 차별이라는 논쟁을 초래했으며, 팀은 1948년부터 2016년까지 68년간 소위
'와후 추장의 저주'에 시달렸다. '추추트레인'으로 불렸던 추신수 선수가 활약한 적이 있는
팀이다.
33 역량이란
무엇인가?
저비용 고효율의 결과를 만들어 낸 메이저리그의 단장이 있었다. 그는 바로
<머니볼>이라는 책과 영화의 주인공 빌리 빈이다. 200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그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단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최고 유망주였지만 타자로서의 자제력과
평정심이 부족해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1998년, 그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으로 선임된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구를 펼쳐 하위 팀을
단숨에 지구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그는 철저하게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 활용해 타 구단이 주목하지 않는 유망주를 스카우트
또는 트레이드했다. 싼 값으로 확보한 유망주들이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면 타 구단에 비싸게 팔거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들을 대거 발국해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강한 승부욕과 승리에 대한 열정을 앞세워 단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감독의 권한을 축소했으며, 선수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엡스타인도 영입할 선수를 평가할 때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
데이터에만 근거했다. 이를 세이버메트릭션이라고 한다. 그는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부임해 선수들의 평가를 통계치에다
'인성'을 함께 고려했다. 인성도 그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동료 선수나 이전 감독들의 평판을 객관적으로
반영했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본다. 최고의 타자도 열에 일곱은 실패한다는 말처럼 야구는 실패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
엡스타인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로 나뉘는데, 각 리그의 서부, 중부, 동부 지구별
정규시즌 성적 1위 6개 팀과 와일드카드 2개 팀 등 총 8개 팀이 리그별로 디비전 시리즈를 치른 후 리그별 챔피언팀을 결정하고 양대 리그
챔피언팀 간에 월드시리즈가 열린다. 따라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려면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 시리즈, 월드 시리즈로 이어지는 3단계에서 모두
승리해야 가능하다.
앱스타인은 내셔널리그인 시카고 컵스와 아메리칸리그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각각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켜 우승컵을 들어올린 단장이다. 반드시 3단계를 거쳐야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점과 그가 맡은 팀이 3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는 점을 감안, 이를 33역량이라고 명명했다.
테오 엡스타인의 7가지 전략과 15가지
역량
'역량'이라는 용어는 1973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맥클랜드가 맨 처음 사용했다. 그는 미
국무성으로부터 해외 공보관 선발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연구 의뢰 받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주요한 인재 선발 기준에는 인종, 학력, 성적,
IQ, 성장 환경 등의 요소가 선발을 좌우했다. 하지만 그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먼저 상사나 동료, 고객 등이 인정하는 고성과자 그룹 50명과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평범한 50명을 비교 집단으로 나눈 후, 개인별로 중요한 상황 또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했는지를 파악하고자 끊임없이
질문했다. 이런 면접 기법을 '행동 사건 면접기법'이라고 한다. 심층 인터뷰 결과 고성과를 낸 해외 공보관들에게는 3가지 행동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첫째,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둘째,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
셋째, 정치적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맥클랜드 교수는 독특한 이런 특성을 '역량'이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이후 공직이나 민간
기업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역량'이라는 기준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는 선발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승진 평가 기준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앱스타인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기존의 선발 방식과 달리 야구 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력'을 선발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삼았던 것이다.
여기서 책은 앱스타인의 행동 특성을 'OECD 핵심
역량'을 적용해 분석했다. OECD는 39개 회원국의 경제 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인데, OECD 핵심 역량은 2,500여
명의 직원을 선발하고 승진시키는 기준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OECD와
비슷하다.
테오 앱스타인의 7가지
전략
저주는 허상이고 패배주의의 그림자일
뿐이다
야구의 속성과 승리 방식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조직 내부에 '소통의 실크로드'를
구축한다
유망주 육성과 열린 경쟁구조로 지속성장을
모색한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패에서 크게
배운다
고객의 요구를 우선시한다
용기 있게 포기하고 아름답게
이별하라
저주를 푼 열쇠는 바로
'역량'이다
이 책은 단순한 메이저리그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2번이나 장기간 이어져온 메이저리그
저주를 해결한 테오 엡스타인의 리더십과 경영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의 경영 핵심인 역량 있는 인재의 선발과 육성이라는 테마는 모든
경영에 접목시켜야 하는 이 시대의 화두가 아닐까. 지금 우리 정치판에는 인사청문회로 몸살을 겪고 있다. 과연 청와대는 '역량'이라는 가늠자를
활용하고 있는지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