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최신 개정 8판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외 옮김 / 풀빛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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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의 차원에서 합리화, 즉 맥도날드화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맥도날드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안한다. 이러한 사항들의 일부는 전 지구적 차원의 거창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면

 

책의 저자 조지 리처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석좌교수로, 이 대학교에서 올해의 석학교수로 선정되었고 명강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미국사회학회에서 교육공로상을 수상하였고, 미 동부사회학회에서 2012-2013년 로빈 M. 윌리엄스 기념 올해의 교수로 선정되었으며, 호주의 라트로브 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초기에는 현대사회이론의 체계적 정리에 집중하다가, 이후에는 세계화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이 책은 합리화와 이로 인해 초래되는 불합리성에 대한 막스 베버의 이론을 인용, 미국 사회의 여러 측면을 분석하고 있다. 즉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의료, 교육, 여가, 스포츠, 영화, 기업, 노동, 쇼핑, 마케팅, 출생, 죽음 등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합리화 현상과 이와 연관해 발생하는 불합리성을 다룬다.

 

초판본은 이미 1993년에 출간되었는데, 이번 책은 최신 개정 8판이다. 출간 당시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이 책은 미국에서만도 200여 개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될 정도였고, 한국에서도 사회학은 물론이고 기타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심지어 책의 지문이 대입 논술시험에도 몇 차례 출제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효율성과 합리성이라는 명분하에 합리화가 진전되어 왔다. 앞으로도 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맹위를 떨치던 신자유주의가 합리화를 더욱 부추겼음을 우린 알고 있다. IMF 사태를 겪은 우리 사회는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이는 등의 조치로 인간소외라는 새로운 현상을 맛보게 되었다.

 

 

 

 

맥도날드화의 의미

 

이 책의 주제는 맥도날드나 패스트푸드 산업이 아니다. 성공한 기업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매장을 거느리며 햄버거 등을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맥도날드 매장이 주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이미 맥도날드의 햄버거와 맥카페의 커피를 이용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맥도날드화는 종교와 국경을 넘어 오래된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까지 잠식했다. 아침 식사 시장과 24시간 영업까지 도입하면서, 맥도날드의 영업 방식은 시공간時空間을 지배하게 되었다.

 

미국 밖 다른 나라에 들어선 맥도날드 매장은 미국 문화의 상징이었다.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매년 '빅맥 지수'를 공표한다. 이는 전 세계 통화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와같이 맥도날드는 이미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감자 생산과 가공, 목축과 양계, 그리고 육류 가공업에까지 맥도날드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수많은 일자리에 커다란 변동을 초래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맥도날드화의 특징

 

효율성~ 배부른 상태로 만드는 가장 편한 방법

계산가능성~ 양적 측면을 강조

예측가능성~ 제품과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다

통제(무인 테크놀로지)~ 고객과 노동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합리적인 시스템은 불합리성을 낳는다

 

패스트푸드점의 게산대에는 사람들이, 드라이브스루 통로에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흔하다. 사실 효율적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 방법이 오히려 비효율적임을 노출하는 셈이다.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2005년 패스트푸드 체인 중 맥도날드는 최하위를 기록했었다. 적어도 한 가지는 잘못 나온다는데, 이 오류를 잡는 데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마치 고객들이 일하러 가는 식당과 같다.

 

우리들이 흔히 이용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도 한번 생각해보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리 되면 결국 고객인 우리들이 모보수로 일하는 은행출납원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양과 속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이미 살펴본 것처럼 정확도와 품질에 있어서 당연히 뒤처지게 될 수밖에 없다.

 

소위 '합리성의 비합리성'이 낳는 폐해는 바로 '비인간화'이다. 맥도날드화된 영역에선 접촉이 최소화되고 사람 간의 교류가 사라진다. 의사는 규정대로 환자를 대하므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 심지어 무인 테크놀로지나 단순 조립 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 시스템에선 사람들이 강력하게 통제받는다. 또 동일한 브랜드가 확산됨에 따라 지역 고유의 특성과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건강과 생명까지도 위협받는다. 왜냐하면 패스트푸드에 함유된 지방, 콜레스테롤, 소금, 설탕 등은 건강을 해치고, 이는 나쁜 식습관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환경에 끼친 악영향은 더욱 심하다. 육류 생산의 증가에 따른 토지의 황폐화, 기후변화, 수질 및 대기오염, 물 부족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속도가 빠르고 이동이 잦고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맥도날드화는 생태계에 암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탈脫맥도날드화를 해야 하는가?

 

저자는 책을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슬로푸드 운동은 1980년대 중반 로마에 맥도날드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면서 조직된 풀뿌리 운동에 기원을 둔다. 획일화된 음식에 반발하며 먹거리 생산, 요리 방식, 재료에까지 지역의 고유성을 담아내려는 운동이다. 관련해 도시 보존이 목적인 슬로시티 운동은 음식을 넘어서 예술, 건축, 생활양식, 문화를 맥도날드화에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사상은 '느린 여행과 관광' 등 다른 영역에까지 퍼져나갔다. 맥도날드화된 모텔 체인에 질렸다면 가정집 분위기인 방과 주인이 직접 만든 조식을 제공하고 손님 각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민박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개인 소유 숙소를 빌릴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으로서, 아파트나 공공 주택단지에 살지 말고 정형적이지 않은 환경을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가능한 한 반복적인 일과를 피하되 매일 같은 일이라도 다양한 다른 방식으로 하고, 할 수 있는 한 어떤 일이든 직접 하라고 권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맥도날드가 아니라 동네 음식점을 애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를 권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사회학적 통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에 저자는 미래에 바탕을 두고 맥도날드화를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의 구속에서 벗어나되 그 체계 덕분에 가능했던 기술적 진보를 활용한다면, 우리는 더 창조적이고 다재다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화가 둔화한다면 사람들은 잠재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 덕분에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으나, 한편 많은 것들을 잃기도 했다. 맥도날드화는 현대 우리 사회를 가르고 나누는 '양날의 검'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특히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임을 우리들은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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