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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에밀 ㅣ 스푼북 창작 그림책 6
뱅상 퀴브리에 지음, 로낭 바델 그림, 이정주 옮김 / 스푼북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에밀은 투명 인간이에요. 에밀은
그러기로 결심했어요. 12시가 되면 아무도 에밀을 보지 못할 거예요. 왜 12시냐고요? 엄마가 치커리 요리를 준비했기 때문이에요. 치커리요!
에밀은 치커리를 정말 싫어해요! 에밀은 치커리가 정말 싫어요. 에밀은 오래전부터 투명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투명 인간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 '본문' 중에서
투명 인간이 되려고 발가벗은
아이
저자 뱅상
퀴브리에는 1969년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 판매원, 기자, 전화 교환원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재미난 이야기를 쓰는
동화 작가가 되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쏙 들여다 본 것처럼 솔직하게 잘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1987년<3번째의 삶>으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으로는 <가출>, <바다로 간 스쿨버스>, <나의 아홉 살의 밤>, <있잖아,
샤를!> 등이 있다.
그림을 그린 로낭
바델은 1972년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태어낫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어린이를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파리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그림책 장식에 몰두하여 지금까지 32권의 책을 출간, 그린 책으로는 <아빠가 평생 할
말>, <엄마가 절대로 하지 않을 말>, <선생님이 절대로 하지 않을 말> 등이
있다.
어릴 적 나는 공부가 하기 싫어
어머니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숨는 것이었다. 다락방에 숨거나 아니면 옷장 속에 숨어 있곤 했다. 어떨 때는 숨는
정도가 지나쳐 아예 그곳에서 잠을 자는 통에 저녁 식사를 거르게 되자 어머니가 나를 찾아 동네 골목과 이웃 동네로 나를 찾아 다니곤 했을
정도였다. 사실 하도 개구장이였던 나였기에 우리 동네나 이웃 동네에선 모두 나를 피하는 편이었다.
이렇게 숨는 방법이 요즈음 아이들에겐
투명 인간 놀이인 듯하다. 동화 책이나 SF영화 탓이긴 하겠지만 망토를 둘러 입거나 요상한 주문을 외치면 투명 인간으로 변하니 말이다. 아무튼
창작 동화인 이 책의 주인공격인 꼬마 에밀은 투명 인간이 되려면 자신의 몸에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치지 않아야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다.
엄마는 왜 먹기 싫은
음식을 권할까?
나는 식사자리에서 아내가 어린 딸에게
야채 요리를 먹이려고 애를 쓰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먹기 싫다는 걸 왜 억지로 먹이려 하느냐고 핀잔을 주곤 했지만 아내의 자세는
확고했다. 아내는 균형 잡힌 식단에서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고 딸을 적당하게 구슬리면서 끝내 야채 등을 먹게
했다.
마찬가지로 나도 어릴 적엔 이런
경험이 있었다. 당시 나의 전략은 "좀 있다 먹을게"였다. 내 입에 맞는 반찬만 쏙쏙 먹고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며 식사자리에서
도망치곤 했다. 동화 속의 에밀 엄마도 치즈와 햄이 듬뿍 든 치커리 요리라고 한껏 분위기를 띄운다. 하지만 에밀은 12시 정각이 되면 투명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이유는 치커리가 먹기 싫어서다. 좋아하는 초콜릿 무스를 먹는데, 엄마가 어떻게 자신을
본걸까?
"에밀! 초콜릿 무스가 먹고 싶으면 치커리부터 먹어!"
분명 에밀은 투명 인간이 되었는데
엄마가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초콜릿이 코 밑에 붙어 마치 콧수염이 생긴 탓이라고 여겨져 재빨리 수도를
틀어 깨끗이 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그래, 잘했어. 에밀,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지"라고 말하는 거다. 도대체 엄마는 초능력자인가?
또다시 에밀은 엄마가 어떻게 자신을
볼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하! 에밀은 엄마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에밀은 입은 옷을 홀랑 다
벗고 이젠 결코 자신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줄리가 집에 찾아왔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투명 인간인 에밀은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슬그머니 줄리 옆에 앉았다.
"아니, 에밀! 왜 옷을 홀딱 벗은 거야?"
아이들은 슈퍼맨이나
투명 인간을 꿈꾼다
아이들이 커면서 제일 싫은 것이
뭘까? 아마도 간섭 받기 아닐까 싶다. 난 어릴 적에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었다. 당시 어른이 되면 뭐든 혼자서 실컷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책임감이나 경제적인 문제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주인공인 꼬마 에밀도 그렇다. 먹기
싫은 치커리를 강요하는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를 고민한 것이다. 에밀이 내린 결론은 바로 투명 인간이었다. 어느 누구도
자기를 볼 수 없을테니까 실컷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상 속의 일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에밀의 모습은
바로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처럼 발가벗은 꼬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