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
다나카 마루코 지음, 마츠이 유우코 그림, 장현주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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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나라는,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세상을 떠난 강아지도 살아 있는 강아지도 강아지라면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강아지만의 낙원, 강아지 나라 피타완. 이곳이 탄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의 일. 현재, 인터넷상의 강아지 나라 피타완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강아지들이 살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여섯 편의 강아지 이야기

 

다나카 마루코마츠이 유우코는 각각 도쿄 출생의 작가와 화가이다. 1998년부터 <강아지 나라 피타완>의 세계를 삽화나 디오라마 등으로 발표했다. 2003년부터 인터넷상에서 <강아지 나라 피타완>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 <강아지 나라 피타완>에서 모티프를 얻은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가 일본의 소녀만화잡지 <차오>에서 만화화되었다. 이 잡지에 제공한 원화는 <강아지 나라 시리즈>로 출판되고 있다. 현재 300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이 <강아지 나라 피타완>에서 살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강아지 나라''강아지가 보내는 편지'는 당연히 픽션이다. 하지만, 여섯 편의 강아지 사연들은 주인과 강아지 간에 벌어진 실화라고 한다. 이처럼 픽션과 실화가 묘하게 조합을 이루며 지금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에게 감동적인 동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특히, 책의 첫머리 부분에 도입된 강아지 그림들은 무척 인상적이다.

 

개에 관해서 대체로 우리들은 '프란다스의 개' 또는 '하치 이야기' 등의 좋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에 어미 개에 물려 크게 고생을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어미 개는 광견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워낙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린 두 딸이 학습지 선생님의 애완견 새끼를 분양받아 키우는 통에 서서히 나쁜 기억이 묻혀 버리고 지금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교시절, 영어 공부를 할 때 자주 만나는 문귀가 바로 'a dog is faithful animal'이다. 그렇다. 개를 키워보면 알지만 주인을 잘 알아보는 충직함이 돋보인다. 그래서 주인을 배신하는 사람에겐 '개만도 못하다'라고 혹평을 한다. 그래서인지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사람들은 보통 반려동물로 개를 키운다.

 

 

 

 

여섯 편 이야기 속의 강아지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외로운 할아버지의 손자 토실이, 암 투병 중인 엄마에게 기력을 선물한 리리, 떠돌이였던 자신을 보살펴 준 아빠를 잊지 못하는 시끌이, 강아지 나라와 현시 세계를 오가는 몽키키, 건포도를 좋아하는 흰둥이, 가게 할머니의 작은 강아지 피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영원히 잠든 강아지들은 무지갯빛 다리를 건너 강아지 나라에 도착한다. 거기에서는 마치 사람인 것처럼 두 발로 걷고, 마음에 드는 마을을 골라 그곳에서 산다. 또 멋진 옷을 입고, 각자의 직업을 가진다. 한 마디로 강아지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즐겁게 사는 나라, 이곳이 바로 강아지 나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편지를 보낸다.

 

강아지 토실이와 할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해본다. 다나카 시게오, 그는 상처喪妻를 하고 둘째 딸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잡종견 토실이를 맡아 기르라는 딸의 부탁이 있었다. 8년 전 여름 때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자를 만드는 장인이었기에 위생 관념이 철저해서 당시 이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지금껏 그의 집엔 애완동물 금지 구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딸도 물러설 처지가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곧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딸은 혼자 남을 아버지가 염려되어 강아지를 돌보며 외로움을 이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강아지의 원래 주인이 심하게 강아지를 학대해서 이웃 주민이 강아지 자원봉사 단체에 신고해 겨우 구출된 아픈 사연을 가진 녀석임을 알려 주었다.

 

결국 그는 맡아 키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집에 온 강아지는 겁에 질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손을 내밀어도 뒷걸음질하며 구석으로 피해 버렸다. 이렇게 3주 정도 계속되던 어느 날, 반주를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그에게 강아지가 조금씩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살짝 안아 올리자 강아지는 그의 얼굴을 핥았다.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지저분한 강아지의 몸을 목욕시킨 후,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자 토실토실하고 멋진 꼬리가 제 모습을 비로소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강아지에게 '토실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입이 짧았던 토실이는 집에 온 지 7년째 되는 늦여름 밤에 갑자기 거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벌러덩 드러누워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그는 동물병원으로 급히 데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는 저를 구해 주셨어요. 할아버지 덕분에 행복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할아버지를 도와 드릴 수 없어요.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릴 수 없어요. 그것이, 가장, 괴로워요. 할아버지께 부탁이 있어요. 부디 저처럼 학대 받고 있는 강아지를 한 마리 더 구해 주세요. 할아버지, 도 만나요. 할아버지의 손자 토실이 올림 -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1' 중에서

 

 

 

 

우리집 애완견을 생각하며

 

간난쟁이로 우리 집에 온지 만 10년이 넘은 애완견은 수컷인 노견이다. 이름은 '보리', 불제자인 아내가 깨달음을 얻어 내세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바람을 담아 그렇게 지어 주었다. 요즈음은 예전에 비해 기력이 떨어진 듯하다. 잠이 많음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지쳤을지라도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하면 큰 소리로 짖어 댄다. 내가 만져주기 전에는 소리를 그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여섯 편 사연을 읽고 나니, 더욱 정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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