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리듬 때문이었어 - 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김성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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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 초창기에는 내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쭈뼛거려서 생기는 문제들이 다반사였다. 그때의 나처럼 자존감 낮고 자신감 없는 사람과의 소통은 정말 어렵다. 조금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매사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독일어가 조금 된다 싶은 순간부터는 기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었다. 결국 사회가 잘못된 것도, 상대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내 리듬의 문제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삶은 리듬이다

 

책의 저자 김성은은 음악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특별히 '리듬'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우리 일상이 모두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음악을 가까이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한다. 그녀는 세상만사 모든 일을 리듬으로 해석한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던 해 결혼

 

스물두 살의 철부지 아줌마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독일이었다. 무려 10년을 독일인들과 싸우며 살다가 귀국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던 독일여자가 문제가 되어 자꾸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마치 싸움닭처럼 좌충우돌했다. 그녀는 지금껏 원인을 알수 없던 실패의 경험, 설명이 안 되는 성공의 비법이 모두 리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30년이 걸렸다면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리듬의 본질, 리듬의 중요성, 리듬 활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소망을 밝힌다.

 

사람들은 각자 독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 리듬으로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과 교제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관계를 이끌어가는 리듬은 따로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직의 팀워크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리듬 활용법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맞는 리듬은 무엇일까?

 

최근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발달음악가 김성은 원장의 '삶은 리듬이다'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호응에 힘입어 강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어, 자신의 리듬을 파악하는 법부터 대인관계의 리듬 법칙, 음악적 리듬의 일상생활 활용법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리듬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제, 나만의 리듬을 찾는 법,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이끄는 리듬 사용법을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소통하려면 상대의 리듬을 읽어라

 

개개인의 타고난 신체 조건에 따른 리듬이 고정적인 반면, 기분과 건강 상태에 따른 리듬은 매일매일 다를 수밖에 없다. 정서적, 육체적 컨디션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면 꼼짝도 안 하고 싶고, 못마땅한 상대와 일해야 하는 상황은 내내 짜증이 난다. 또 어떤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아침부터 괜히 우울하고 기운이 없는 날이 있다. 반대로 사소한 행운들이 함께하는 아주 기분 좋은 날도 있다.

 

이런 리듬은 어떻게 결정될까? 선천적 신체 조건에 따른 리듬은 노력에 의해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반면 컨디션에 따른 리듬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리듬 오퍼레이션Rhythm Operation, 즉 리듬작동이다. 스스로의 리듬을 작동하는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컨디션 곡선을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리듬 오퍼레이션이 가능하려면 먼저 우리의 감정과 우리가 가진 조건을 잘 파악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거울을 보지 않고선 자신의 표정을 알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리듬을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자신은 활짝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얼굴은 입꼬리만 겨우 올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있다.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내 속도는 내가 정한다

 

공포 영화가 무서운 이유가 뭘까? 이는 괴기스러운 분장이나 세트 장치보다는 소름끼치는 음악 때문이다. 특히 부적절한 템포는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갑자기 빨라지는 배경음악과 갑자기 멈추는 소음,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소리, 또는 긴박한 극의 전개와는 맞지 않는 느린 음악 등 정상적인 리듬을 깨트리는 자극이 부자연스러움을 넘어 불안으로 마침내 공포로 연결된다.

 

템포가 서서히, 자연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는 원리를 이해하면 의도적으로 템포를 변화시키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활용 지침이 생긴다. 예를 들면 우울증으로 만사 귀찮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리듬의 변화를 줘서 활기 넘치게 해주겠다며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클럽에 갔다고 치자. 그곳의 크고 빠른 음악이 친구에게는 소음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본래 갖고 있는 리듬보다 조금 빠른 음악, 혹은 템포는 거의 같지만 그저 약간의 생기가 도는 음악을 들려주면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식욕도 생긴다. 그래서 우울할 때 산책을 하라는 거다. 우울감에 몸이 처져 있을 때는 조깅보다 가벼운 산책이 맞다. 집 앞을 15분 정도 산책하는 정도의 리듬환기면 충분하다.

 

 

시대와 세대의 리듬을 잇는 배려의 소통법

 

"무척 곤란하군"

"퍽 난감하군"

 

광풍이 몰아치듯 한바탕 휩쓸고 간 드라마 <도깨비>, 사실 지금도 난 재방을 시청하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예스러운 말투가 유행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 말투가 가진 유머러스한 리듬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부분을 완성한 것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언어리듬의 변형이다.

 

만약 "무척 곤란하군"이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가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한다면 이미 우리들이 많이 보아 온 전형적인 사극물의 대사가 되므로 평범한 옛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때 들은 체 만 체하는 귀여운 여자가 "아저씨, 이리 와봐요", "그쪽은 말투가 왜 그래요?"라고 하면 참 희한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시대차를 이용해 조금씩 변주된 리듬이 인물에 활력을 넣어준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정감이 나겠는가 말이다.

 

"서방님, 퇴청하셨사옵니까?"

 

 

반전의 리듬, 의외성이 주는 매력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예외와 의외성은 유머를 유발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 리듬에 매료된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등장하는 어른들은 바보스럽고 철부지 같아서 웃기고, 또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어른스러워서 웃긴다. 이렇게 고정된 관념을 벗어난 의외의 리듬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시종일관 즐겁다고 느끼게 된다. 

 

리듬의 고정관념은 규칙적인 4분음표의 진행이라 할 수 있다. 리듬이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상황을 싱코페이션(Synchpation, 당김음)에서 찾을 수 있다. 액센트가 들어가는 부분이 당겨지거나 밀려서 그 의외성으로 인해 리듬이 생동감을 갖게 된다. 유머는 바로 리듬의 싱코페이션과 같다.

 

 

 

나의 리듬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

주변 환경의 리듬을 정리하면 놀랍게도 기분도 환기된다. 이는 이미 우리들이 경험한 바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엔 유독 자신의 방이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창틀의 뽀얀 먼지가 시선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목이 간질거려 신경이 쓰인디. 책꽂이도 그렇다. 책이 왜 그리 정리정돈되지 않고 너저분해 보일까? 당장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는 공부를 안하려고 꼼수 부리는 도피 행각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평소의 나의 리듬과 공간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나의 감정과 행동, 생각, 나 자신의 리듬을 정리해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의 재미를 아는 사람은 다소 과격하게 해석해서 리듬의 규칙을 찾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듬은 삶을 바꾼다

 

딸의 졸업식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언니들에게 송사를 읽은 후 졸업생 대표가 후배들과 선생님들에게 답사를 읽으면서 울먹인다. 이를 듣던 학생 한 명이 끝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다가 울음을 떠트린다. 그러자 이 울음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진다. 잠시후 강당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한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평소 코믹한 몸짓과 유머러스한 말투로 주변을 웃기는 부서장이 오늘은 다소 심각한 용어를 사용하며 부서원들에게 야단을 친다. 그런데, 평소의 코믹한 모습들이 오버랩되기에 무게감이 떨어진다. 마침 대머리 부서장의 머리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았다. 이를 손으로 쫓아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웃음 폭발 직전이다. 마침 누군가가 '픽'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모두 파안대소를 하고 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리듬이다. 우리들의 일상은 리듬의 점철이다. 슬픈 영화를 볼 때 누군가 눈물을 훌쩍이면 앞서의 여학교 졸업식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처럼 주변 사람들도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불가의 가르침처럼 결국 내가 만드는 리듬 때문에 삶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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