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의 부동산 투자 원칙
박원갑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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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부동산은 무조건적인 배척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사랑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섣부른 부동산 투자는 당신을 언제든지 배반할 수 있어서다. 하우스 푸어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부동산이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진 않는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채권은 안전한가. 테마주나 작전주 같은 주식에 잘못 투자했다가 자산을 날린 사람이 주위에 어디 한둘인가. 안전한 고수익을 안겨주는 마법의 상품은 지구 상에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노후에 적합한 부동산 투자

 

저자 박원갑은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시장 분석가이자 명강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균형 잡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문가로 <세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등에서 오랫동안 부동산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스피드뱅크 부사장 겸 부동산연구소장, 부동산1번지 대표를 거쳐 현재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다. 저서로는 <10년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성공 법칙>,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금융자산에 비해 수익이 적고 효율성이 뒤떨어지지만 마음은 편한다. 왜냐하면 주가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만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태풍이 불어와도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마음이 수시로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비환금성 자신인 부동산은 재산을 지키는 데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부동산은 노후에 어떤 존재일까. 과연 언덕일까, 짐일까.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를 맞은 만큼 부동산은 과거처럼 무차별적 상승은 힘들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일본형 부동산버블 붕괴를 떠올리며 무조건 부동산을 배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이므로 이를 빼고서는 노후 자산 재설계를 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저자는 그동안 은퇴 세대를 많이 만나보면서 그들의 생생한 투자 성공담과 실패담을 들으면서 이를 통해 느낀 점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투자의 황금룰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자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이에 그가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세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급증에 빠지지 마라

둘째,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바꿔라

셋째,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자신만의 자산 재설계 전략을 짜라

넷째,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이분법적 구분을 지양하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중장년이 되면 누구나 인생 후반부인 노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낯선 길에 대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스스로를 짓누른다. 그럼에도 걱정만 할 뿐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투자 방식은 공격적이든 안전추구적이든 나이별로 다르다. 하지만 노후에는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왜냐하면 은퇴 세대가 투자에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후의 자산 재설계시 금융자산과 부동산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금융자산 재설계는 최대한 서두르는 게 좋다. 종신보험이나 연금저축 등은 미리 가입할 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부동산 재설계는 늦추는 게 좋다. 젊은 시절 회사생활에 올인하기에도 벅찬데 이때 여러 채의 부동산을 사들여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 투잘를 추구하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월세 중심의 재설계는 퇴직 이후에 본격적으로 하는 게 능률적이다.    

 

 

현실적인 대안에 집중하라

 

평범한 사람이 인구 쇼크에서 나 홀로 탈출할 방법이 있겠는가.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인구 쇼크를 피하기 위해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민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대부분 이런저런 걱정을 하면서 지금 거주지에서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역사의 큰 물결 앞에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음을 접는 게 속이 편하다.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연한 이상론보다는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도 좋다.

 

부동산 문제로 좁혀보자. 인구 쇼크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구 쇼크의 무풍지대는 없다. 절대적 안전지대보다는 상대적 안전지대를 찾는 게 지혜로운 해법이다. 부동산을 교외보다는 도심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도심이 인구 쇼크의 영향을 덜 받기때문이고, 손해를 보더라도 덜 보기 때문이다. 

 

 

투자 공식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라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라는 시조로 유명한 남구만남구만은 조선 숙종 10년 째 우의정을 지낸 문장가이다. 그는 당시 암깅왕만 뽑게 되는 과거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즉, "구송구송으로만 문과 고시를 치르게 하니, 글의 뜻을 전혀 깨치지 못합니다"라고 역설하면서 제도의 개혁을 주장했다. 

 

문제가 된 식년식년 문과는 3년마다 매회 33명을 선발하는 정기 시험으로 조선의 유생들이 출세할 수 있는 엘리트 코스였다. 남구만에 따르면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지만 막상 서찰이 와도 한문으로 답장 한 줄 쓰지 못한는 유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수험생들은 한문 원전에 한글 토를 달아 달아 외우기만 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선 공식이나 격언을 외우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암기왕이 투자왕이 되지는 않는다. 셈법보다 생각법이 더 중요하다. 맹목적인 투자공식 따라 하기는 필패를 부른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판단하고 응용하는 힘은 스스로 사유하기에서 나온다. 사유는 창의성의 인큐베이터이자 부의 원천이다.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워라

 

세종시에서 상업용지를 분양받아 대박을 터트린 사람의 이야기다. 2010년 당시 세종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용지를 분양받았던 건설업체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땅을 반납할 만큼 세종시의 미래가 비관적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업용지들이 줄줄이 유찰되어 헐값 수준으로 3개 필지를 분양받았는데, 이는 그의 통찰력과 역발상적인 결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종시가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개발되든 원안인 행정 중심 복합도시로 개발되든 정부가 대규모 공공용지를 황무지로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투자할 수 있었다. 당시 평당 1천만 원 안팎인던 시세가 요즘은 평당 3천만 원 이상이라니 성공적인 투자임에 틀림없다.

 

태풍이 불어와도 바위처럼 흔들림 없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은 무엇인가. 투자철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은 바로 사유와 사색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색' 보다는 '검색' 을 선호한다. 즉각적인 지식을 얻는 것은 잠시 활용할 수 있으나 사유의 힘을 기르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다.

 

만약 아직도 확실한 투자철학을 정립하지 않았다면 투자수익을 통해서는 부를 늘리기 어렵다. 오히려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날릴 가능성이 크므로 함부로 투자하지 않는 데 상책이다. 이런 경우라면 투자보다 오히려 월급이나 사업수익 같은 원금을 늘려 부자가 되는 길이 더 빠르다. 

 

 

대체로 우리는 생각보다 충동적이다

 

성공 투자를 위해서는 높은 지능지수나 지식 및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는 의사결정을 내라는 건전하고 지적인 사고체계와 이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모든 투자는 심리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자신만은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반면에 성공한 투자자들은 과연 그렇다. 그야말로 '강철 멘탈'이다.

 

충동적인 사람들의 경우 자산 재설계의 출발은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과신을 버리는 것이다.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의 실패 이유는 대부분 계획은 이성적으로 짜지만 행동을 감정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이 작동하기 마련인 위기 때도 이성과 합리성이 작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흔들리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성과 합리성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 먹었던 생각들이 끝까지 지탱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의 방파제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스스로 이성과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자산관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투자도 자신의 성격에 맞추지 않으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노후 자산 재설계에도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환금성의 역설

자산관리의 3대 원칙으로 흔히 안전성, 수익성, 유동성(환금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유동성은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어야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예금과 적금 같은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부동산의 가장 큰 약점은 비환금성이다. 그런 반면에 진득하지 못하고 촐랑대는 사람에게는 부동산이 오히려 자산관리에 득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비환금성의 역설'이다.

 

'소쿠리에서 물 빠지듯이 돈이 없어지더라'는 말이 있다. 호주머니에 현금을 많이 지니고 다니면 이런 경험을 맛보게 된다. 휴지 모아, 빈병 팔아 모은 돈으로 수억 원을 모아 이를 서울대에 기부한 할머니 이야기가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이처럼 푼돈을 모아 부자가 되려면 악착스럽거나 비아냥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돈을 쉽게 써버리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예 쉽게 찾지 못하는 곳에 묻어두는 것도 좋다. 그게 바로 부동산이다. 역설적이지만 찾지 못하니까 그나마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단기간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부동산은 충동적인 사람에게는 괜찮은 강제 저축 수단이 된다. 부동산을 산다는 것이 일종의 '콘크리트 저축 행위' 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매 타이밍의 세 가지 조건 

 

부동산의 매매타이밍을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 여기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여유자금이다.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타이밍 맞추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타이밍이란 현금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부자들만의 언어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IMF가 오면 집을 사겠다고 말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때에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큰 위기로 폭락 장세가 오더라도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살 때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행동을 뒷받침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많은 사람이 마치 자신이 현금부자인 것처럼 매매타이밍을 잰다. 만약 부동산 대폭락설을 믿는다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조용히 실탄을 만들어라.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덮칠 뿐"이라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의 말을 가슴에 담아라. 결정적인 순간에 실행하려면 그만큼 평소에 소리 없이 착실하게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상품 자체의 표준화이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표준화된 상품은 타이밍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비표준화된 부동산의 타이밍을 논하는 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앞서 세종시에서 대박을 터트린 투자자처럼 타이밍을 따지기보다는 '가치'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거래가 빈번해야 타이밍을 잴 수 있다. 거래가 거의 없는 시골의 땅은 많아봐야 2~3년에 한 번 매수자가 나타난다. 굳이 매도 타이밍을 따진다면 이때가 바로 팔 수 잇는 적기인 셈이다. 나 홀로 아파트 단지, 초대형아파트, 고가 빌나나 콘도 등도 마찬가지로 타이밍을 재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자신에게 제출하는 답안지를 만들어라

 

부동산 재설계의 첫 출발은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일이다. 목표가 없다면 나침반 없이 떠도는 항해나 다음없다. 목표가 명확해야 우왕좌왕하지 않고 또한 중도하차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부동산을 사야 자신에게 맞는 노후 재설계 방안이 될까. 상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답안 찾기는 녹록지 않다. 부동산 나름대로 장단점이 다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1년간은 부동산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조사하면서 느껴보라. 시기를 좀 늦춘다고 부동산이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조사한 뒤 자신에게 제출하는 답안지를 만들어라. 누가 "왜 하필 그 부동산으로 노후 설계를 하려는 건가?" 라고 물으면 금세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도는 논리적 무장이 되어야 부동산 재설계 방안을 제대로 수립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고 현금흐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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