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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깨닫고 말았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까지, 지금 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이과인人이다. 그리고 미래를 바꾸는 것도 분명 그들일
것이다. 이 책은 이과 콤플렉스를 짊어진 문과 남자가 2년에 걸쳐 이과의 선두주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몇 번이나 깨달음을 얻고 시야를 크게
넓혀 온 기록이다. - '머리말' 중에서
이과와 문과가 융합하고 있다
책의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조치대학 문학부 신문학과를 졸업한 후 도호 영화사에서 <전차남>, <고백>, <악인>,
<모테키>, <늑대아이>, <기생수>, <괴물의 아이>, <바쿠만> 등의 영화를 제작했다.
2010년에 미국 잡지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아시아'로 선정되었고, 2011년에는 우수 영화 제작자에게
수여하는 '후지모토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2012년에 발표한 첫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서점 대상 후보로 오르며, 12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6년에는 사토
타케루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에 미야자키 하야오 등 총 12명의 문화계
인사들과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 <일>을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두 번째 소설 <억남>역시 서점
대상 후보에 올랐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6년에는 할리우드 거장들과의 공상 기획회의를 수록한 <초기획회의>를
발표했다.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곤충연구가 요로 다케시를 시작으로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인공지능 연구 선구자 마쓰오 유타카, 라인의 최고잔략마케팅책임자 마스다 준, MIT 미디어랩 소장 이토 조이치까지 모두 15명의
유명인사들과 저자가 대화를 나눈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요로 다케시~
곤충연구가
"세상일 중 20퍼센트 정도는 틀렸을지도 모른다"
요로
다케시는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해부학 교실에 들어갔다. 1995년 도쿄대 교수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명예교수인데, 저서로는
<바보의 벽>, <신체순례> 등이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해부학뿐만 아니라 과학철학부터 사회비평까지 아루르는 다양한
저서들을 출간했다.
어린 시절 메이지유신을 겪은 그는
메이지 시대에 활동한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와 노구치 히데요 등 수많은 선배 과학자들은 19세기 유럽의 과학자와 거의 어깨를 견주며 연구했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제파였음을 거론하면서 메이지유신이나 제2차 세계대전 등, 기존의 상식과 규칙이 한순간에 무너졌던 상황을 경험했던 특유의
인생철학이 있음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한다.
기타사토 시바사부로~페스트균, 파상풍균 등의 연구로 유명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 황열병, 매독 등의 연구로 유명한 세균학자
"하지만 요즘은 다들 규칙을 지나치게
신뢰해서 문제입니다. 규칙상 안 된다면 검증조차 하지 않잖아요. 예컨대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고들 하잖아요. 어쩌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어째서 그런 것을 확인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가와카미 노부오~
도완고 대표이사 회장
"부전승이야말로 최고의 승리법이며, 우유부단함은 현명함의 상징이다"
가와카미
노부오는 교토대 공학부를 졸업, 소프트웨어 회사의 근무를 거쳐 1997년 PC통신을 이용한 게임 시스템 개발회사 '도완고'를
설립했다. 이후에 휴대전화 벨소리 사업으로 회사 실적을 대폭 키워서 2003년 도쿄증권거래소에 회사를 상장시킨 인물이다. 저서로는
<콘텐츠의 비밀: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이 있다.
그는 경쟁에는 흥미가 없는 성격임을
알리면서 성공할 때만은 부전승을 거두고 싶다고 한다. 즉 경쟁상대가 있더라도 절대로 정정당당하게 맞서지 않고 경쟁 없이 압승할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습이 최고임을 강조한다. 나아가 경쟁은 학력 사회의 병폐라고 힘주어 말하며 '경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커다란 착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요즘엔 짧은 시간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게임만 유행하지만, 옛날에 명장이라 불렸던 사람들은 꽤 우유부단해서 장시간 이것저것 생각한 후에 답을 내놓았음을 상기시키며 장기 같은
게임이 그런 훈련엔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우유부단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유부단함은 현명함의 상징입니다. 확고한 답을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당장 조치부터 취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이사
"조금씩 쌓아 올려서, 불안정하지만
간신히 균형이 잡히도록 만드는 편이 더 재미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 공업디자인과를 졸업, 게임회사 닌텐도에 입사햇다. 그는 게임 프로듀서로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985년), <젤다의 전설>(1986년) 등 게임사에 기록될 수많은 걸작들을 제작했다. 2007년에는 미국
<타임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비디오게임계의 스필버그"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인이었던 그는 가히 천재적인
발상으로 이과와 문과가 서로 교차하는 게임 업계에서 프로그램을 배우고 기술자를 설득하면서 게임 제작을 진두 지휘해왔다. 때로는 모든 기획을
뒤집어버리는 결단도 서슴치 않았기에 '재미있고 기분 좋은 게임'을 만들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꼼꼼하게 계획해서 만들기보다는,
조금씩 쌓아 올려서 불안정하지만 간신히 균형이 잡히도록 만드는 편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거든요"
마쓰오 유타카~ 인공지능 연구 선구자
"영어와 프로그래밍은 이제 됐으니 인간다움을 길러라"
마쓰오 유타카는 도쿄대 공학부
전자정보학과를 졸업, 도쿄대 대학원을 거쳐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 도쿄대 대학원
준교수에 취임, 2014년부터 도쿄대 글로벌 소비 인텔리전스 기부강좌를 주최했다. 저서로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인공지능이 불러올 산업
구조의 변화와 혁신> 등이 있다.
이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적인 바둑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의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의 세계는 인공지능이 지배할 것이라는 섯부른
예측까지 초래했으니 가히 쇼킹한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은 거부할 수 없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마쓰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생존과 번식의 욕구를
지닌 '생명'과, 주어진 목적에 맞게 최적의 행동을 하는 '인공지능'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인공지능은 만들기 쉽지만 생명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다른
나라가 군사적으로 이용하려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이를 저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올바른 판단력과
상상력입니다"
아마노 아쓰시~
준텐도대학 심장혈관외과 교수
"이때다! 싶을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좋은 흐름이 오는 순간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
아마노
아쓰시는 고교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심장판막증
환자임을 알게되어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니혼대학 의학부를 졸업, 가메다종합병원과 신도쿄병원 등을 거쳐 2002년부터 준텐도대학 심장혈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공심폐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심장 수술의 권위자로 그의 성공률은 98퍼센트나
된다.
그는 젊은 시절 파친코에 빠져 대학도 삼수만에 겨우 입학했고, 수술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기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선 온갖 상황을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있으며, 기억이란 자신에게 딱 맞는 형태로 저장되어야 나중에 이를 잘 활용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할 일을 미리
대충 준비해 놓는다는 개념입니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바로 과거의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일을 여러 번 해봤다는 기억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요"
다카하시 도모타카~
로봇 제작자
"힘들고 어려운 일은
외주에 맡기지 말고 반드시 자기 자신이 해야 한다"
다카하시 도모타카는
교토대 공학부를 졸업, 로보개러지를 창업하여 교토대 학내 입주 벤처기업 1호가 된 로봇 제작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커뮤니케이션 로봇
키로보를 우주로 보냈으며, 2016년 샤프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형 스마트폰
로보혼을 출시했다. 세계로봇월드컵에서 5년 연속 우승하면서 <파퓰러 사이언스> '미래를 바꿀 33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로보개러지 대표이사 사장이자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만화 <철완
아톰>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덴마 박사가 죽은 이들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을 만드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다카하시도
설계도를 미리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손으로 디자인을 그린 다음 나무로 거푸집을 만들어 플라스틱 부품을 만든는 작업을 진행한다면서 그는
절대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작업하는 셈인데, 이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결국에는 개인이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고민을 거듭하고 스스로 땀 흘리며 일해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런 부분을 외주로 맡겨 버리면 정작 자기 자신은 경험을 쌓지 못하니 남는 것이 없습니다. 역시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화이트칼라는 그냥 컴퓨터만 만지작거리고 실제 작업은 중국에 외주를 주는 식으로 일하다가는 언젠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중국에게
역전당하고 말 것입니다"
마스다 준~ 라인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
"조령모개朝令暮改가
최고다"
마스다
준은 2008년 네이버 재팬에 입사, 사업전략실장과 최고전략책임자가 되었다. 2013년 라인으로
상호가 변경된 후 2015년 4월부터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로 취임했다. 과거엔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한우물을 파라'라고 교육시켰다. 즉 외길
인생을 강조했다. 하지만 요즈음 처럼 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시대엔 한길만 고수하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마스다는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에게 늘
"조령모개가 최고다"라고 말합니다. 입력되는 정보가 바뀌면 결과도 당연히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옛날부터
사업계획도 세우지 않는 편인데, 경직된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기도 합니다. 계획을 세운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는 '계획에 없는 일'이 전부 장애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꼭 귀담아들어야 하는 충고도 잡음처럼 무시해 버릴 수 있고요. 따라서
언제든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해야 가장 위험성이 적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과 출신이여, 그대를
응원합니다
영화 <고백>을 프로듀싱한
책의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소위 '성공한 문과 남자'이다. 시대가 변하여 이과 출신이 대접받는 때에 그는 문과에는 없지만 이과에는 있는 것을
찾고자 이과 출신의 유명 인사 15명을 직접 만나 대담하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똑같은 산을 오르지만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은 서로 다른
길로 오른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은 수학, 공학, 의학, 생물학 들을 이용해 정상을 향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서평을 작성 중인 나도 당시엔
대접받던 문과 출신이다. 임원으로서 기업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고, 창업해서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저자의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창의력과
시사점을 깨우쳐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비록 문과 출신일지라도 융합형 인재의 시대에 걸맞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과 출신들에게 한없는
응원을 보내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