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과 그 측근 권력자들에 의해 헌법질서가 침해되는데도 헌법을 지켜야 할 권력기관 등이 방관하자 마침내 이 땅의 주인이 나섰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세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저항권 행사의 모범이었습니다. 마침내 국민은 가장 큰 심부름꾼(대통령)을 바로 내치는 대신 그 잘잘못을 문서로 남기기 위하여 마지막 헌법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심판대(탄핵심판)로 올렸습니다. - '서문' 중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책의 저자 이석연 변호사는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 에서 1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그 사이 육군정훈장교로 3년간 전방 철책부대 등에서 군 복무를 했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제대군인 가산점, 행정수도이전법, 가정의례법,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촛불집회는 혁명도, 헌정 중단도 아닌 헌법에 근거를 둔 정당한 국민행위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조문은 더 이상 정치적 장식물이 아니라 언제라도 주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과 문제가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뒤엉켜버린 복잡한 현안도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듯 해결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역사 문제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연대 시비도 헌법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이를 해결하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실에 비유할 수 있다.

 

 

 

 

헌법은 국민 통합을 지향한다

 

대한만국 헌법의 기본 이념은 정치, 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이와같은 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치주의 또는 적법한 절차를 핵심으로 한다. 나아가 헌법은 이런 이념과 수단으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질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 구현 및 행복추구권의 보장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공동체적 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념 편향적이고 극단적 주장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거리고 개인 간의 최소한의 연대 끈도 점점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나 사회 속에 마치 자기만의 성을 쌓고 성문을 굳게 닫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폄훼하는 경우도 있고, 헌법마저도 이념 투쟁의 대상으로 삼기도 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젠 헌법에 기초한 공동체 정신을 시급히 회복해야 할 때이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가 바로 헌법임을 깨달아야 한다. 즉 헌법은 국민통합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헌법상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된 것으로 인식하는가?

 

헌법 전문前文은 헌법의 기본이념, 또는 정신을 표출한 헌법의 근본 규범으로서 헌법 본문 마찬가지로 규범적 효력이 있다. 제헌헌법 전문에서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대한민국 건립은 곧 건국을 의미한다)했다고 규정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년이 1919년임을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의해서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1987년 10월 29일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 서두에서 제헌헌법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으며 현 대한민국이 바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연장선상임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3.1운동(저자는 이를 혁명으로 인식)으로 1919년 4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같은 해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헌법'으로 개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하고 국토 회복 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하도록 하여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헌법적 차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1919년 3.1혁명에 의해서 건국되었기에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되었다는 주장은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이자 최고법규이며 국민주권과 통치권 행사의 연원이므로 이제 건국절을 둘러싼 논쟁은 끝내야 할 때라고 한발 앞서 간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수립이 과연 국민의 총의였는지, 어떤 절차에 의거 수립된 것인지, 국가의 실체가 있었는지(당시는 일제식민국가였음) 등에 대한 논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개헌改憲을 말하다

 

헌법은 제2조 및 제130조에서 모든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의 장전인 헌법의 개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강화하고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공고하게 하는 차원에서, 또한 우리 사회의 병폐인 지역, 세대, 계층, 이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치적 흥정과 편의를 떠나 헌법 개정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향후 개헌 과정은 국민 중심의 개헌,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하는 개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국민통합의 개헌, 모든 국민이 더 나은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국민 축제의 장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개헌안에 꼭 담아야 할 10가지 핵심을 아래와 같이 열거한다.

수도, 국기, 국가, 국어에 관한 조항 신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의 정체성 조항과 저항권 조항 신설
기본권의 신설, 확충
권력 구조, 또는 정부 형태의 손질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면책특권 제한
정당의 헌법적 특권 폐지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제 도입
교육 자치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확대와 보완

 

 

수도이전법 위헌결정

 

수도이전법 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의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부각시켰고, 헌정사적으로도 중요성을 갖는 판례였다.무엇보다도 불문헌법으로서의 관습헌법의 존재와 그 요건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관습헌법으로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외국의 헌법 사례 연구 대상에 오르고 있기도 한다.


저자는 이 헌법소원을 진행하면서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였으나 일관되게 밀고 나간 것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사항은 헌법이 정한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지키고자 함에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수도 이전 예정지로 정한 바로 그 자리에 정부 부처의 대부분을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른바 행복도시법, 지금의 세종시법)을 제정하여 수도를 사실상 분할하였다. 현재 세종시로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전됨으로써 국민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겪는 불편함과 국가적 낭비(고비용, 저효율, 비능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당시 대통령은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세금 낭비, 휴대전화 요금 헌법소원을 고려 중

 

저자는 세금 낭비 내지 예산 낭비에 관한 것은 공익소송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시민운동으로도 전개하려고 한다. 입법운동으로서 세금이나 예산 분배와 집행 과정에 국민이 참여해서 감시하는 절차에 관한 법, 예산을 낭비한 공직자에 대한, 특히 정치적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필요한 경우는 환수소송을 하는 등 세금 제대로 쓰기에 관련된 공익소송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을 줄이기 위해 잘못된 정책, 법령,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강구하고자 한다.


현재 휴대전화 요금 체계에 따르면, 통신회사가 지나치게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 휴대전화 구입 과정에서부터 통신 요금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통신사가 금융사까지 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면 판매회사와 금융회사가 각각 따로 있는데 휴대폰은 판매사가 두 가지를 겸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고치는 식으로 국가가 어느 정도 관여해서 가격을 낮추거나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공론화시켜서 지금 국민이 부담하는 통신요금, 즉 휴대전화 요금을 3분의1에서 2분의1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가계 부담 항목 중에서 휴대폰 요금이 세 번째로 높다고 밝혀진 이상 이를 헌법소원으로 공론화하려고 저자는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있다. 통신회사가 커다란 이득을 얻고 있는데 이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문제 삼고, 그런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만들려는 것이다. 헌법소원이나 공익소송과 더불어 시민운동으로서 전개하고 싶은 꿈을 가졌다고 포부를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헌법은 놀랍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헌법에 힘을 부여한 것은 국민의 참여와 국민 스스로가 만든 선택에 의해서입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이 헌법의식에 관한 한 정치인이나 지식인보다 고양되어 있다. 헌법을 살아있는 규범으로 만드는 국민들의 의지가 이제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고 주도해야 할 때이다. 모두에게 헌법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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