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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 제일기획 최초 공채 출신 CEO가 인문고전과 비즈니스에서 찾아낸 7가지 결단의 원칙
김낙회 지음 / 시그니처 / 2017년 1월
평점 :
대체 왜 확신을 갖지 못할까? 다른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그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결단을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더 이득일지 따지는 '영악한 머리'가 아니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용감한 심장'이 아닐까? - '여는 글'
중에서
고전과 비즈니스에서 결단의 원칙을 찾다
저자 김낙회는 공채 출신 최초로 제일기획 CEO를 역임하면서 실무자의 경험과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를
경영에 접목하고자 노력했다. 광고도 경영도 사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유효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의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라는 신념으로, 재임 기간 동안 아이디어 경영에 힘을
쏟았다.
전 직원의 직급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는 등 평등한 소통 문화를 정착시켰으며, 세계 시장 진출 및
차세대 사업 분야 개척을 위해 분투했다. 이러한 노력은 제일기획이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라이언스' 국제광고제 그랑프리의 수상과 세계 5대 광고제(칸, 뉴욕, 런던, 클리오, 원쇼) 최다 수상기록을 세우는 성과로
이어졌다.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무엇을 얻어 내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등등 처럼 우리의 삶은 크든 작든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와같은 수많은 결단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현직에서 물러난 저자도 역시 "문제는 언제나 결단력이었다"라고
돌이켜본다.
자기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결단의 순간 앞에서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칼로써 문제해결을 위한 디시전 메이킹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치열한 비즈니스의 현장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들이 튀어 나오므로 말처럼 그렇게 결단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책의 내용을 자신의 지난 업적과 성공담이 아니라, '고민'과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결단을 앞둔 리더로서의 고민과 함께 삶에서 부딪혔던 크고 작은 고민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인문고전 속 이야기들을 이용해 질문하고 답하고 있다. 이런 질문과 답이 추후 누구나 비슷한 결단의 순간을 맞이할 경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일곱 가지 결단력
원칙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인가, 자부심을 지키는 것인가
원칙 있는 융통성인가, 원칙 없는 방종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
정보만 보는가,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가
아이디어일 뿐인가, 실현 가능한 솔루션인가
말뿐인 솔직함인가, 투박한
진정성인가
위계를 위한 문화인가, 사람을 위한 문화인가
자존심을 내세우는가, 자부심을
지키는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란 말이 있다. 이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인데, 누구나 살면서 첫 번째 화살인 희노애락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지만 여기에다 자신만의 망상을 덧붙여 스스로 번뇌를 쌓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업무상의 실수에 대해 상사가 이를 지적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화가
난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화살이다. 현명한 직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엔 확실한 업무 처리를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퇴근 후
소주 한 잔으로 가볍게 자신의 화를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이처럼 발생한 상황에 더욱 분노하고 집착하면서 상사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문제를 비약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상사는 단순히 업무상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향후엔 잘하라고 주의환기를
했을 뿐인데, 스스로 여기에다 실제 상황 이상으로 원망을 가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말이다.
저자는 광고회사의
CEO였지만 갑을관계에서 항상 '을'이었다. 그래서 그는 갑인
광고주의 요구사항에 합당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했다. 따라서, 그는 경험상 리더에게 두 번째 화살을 초래하는 가장 큰 화근은 바로 자존심일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비록 광고주일지라도 전문가 그룹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직장 경험을 되돌아보면 그는 오히려 '을의
자부심'을 더 자주 느꼈다고
말한다. 갑의 욕망이 드디어 만족되었을 때, 승리의
쾌감은 갑이 아니라 오히려 을이라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 싸움에서 회사는 결국 실력 하나만으로 갑을 넘어오게 만든 것이다. 이는 리더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보상이자 특권이다.
이해관계에 있어서 분명
불리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곪아터지지 않고 건강하게 지켜내는
것은 분명 자존심을 버리고 얻어낸 자부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자존심만 가득한 리더는 속이 썩어가지만, 자부심을
내세우는 리더는 오히려 속부터 강해진다. 그래서 두 번째 화살을 충분히 피해간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저자의 투쟁사는 입사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는 책을 읽든, 자료를 찾든, 어학공부를 하든, 어쨌든 하루 한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했다. 그렇게 30여 년 지속했으니, 꽉 채워 1년 3개월을 남들보다 더 공부한 셈이다. 남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하기 위해 그는 매일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났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해도 성실함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의 자부심 속에는 이런 성실함이 든든한 후원자였던
셈이다.
클라이언트가 카운터 펀치를 휘두를지라도 사장은 충분히 버틸 힘이 있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샌드백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클라이언트가 화를 내먄
이를 받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리더를 때려야 속이 더 후련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식당에서도 손님이 화가 많이 나면 "사장 나와!"라고 외치는
것처럼.
원칙인가,
융통성인가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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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평소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면 크게 망설일 일이 없다. 지금 내릴 결정이 원칙에
어긋나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 받아들이고, 어긋난다면 물리치면 그만이다. 물론 모든 결정이 무우
자르듯 쉽게 내려질 리 없지만, 적어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원칙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뜻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된다고 지레 쳐내버리지 말고 '정말 안 될까?'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요리가 이러하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내면 좀 더 새로운 맛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인 것이다.
저자는 아직도
매일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휘트니스 센터로 향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대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새벽길을 나서려는 것일까? 귀찮은
새벽운동을 거르지 않고 지속하겠다는 그 결심을 실행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넘어서겠다는 테제these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침운동이란
마치 아침 예불이나 새벽 기도와 같은 의식인 셈이다. 요점은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계상황에 도전하는 것이라 생각하자는 것이다. 즉 습관을 넘어
자기 자신을 극복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고민 중인가, 회피하고
있는가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짊어지고 있기에 리더의 자리는 참 외롭다. 결단 이후의 공과에 대해서도 공은 가능한 많은 직원들에게 돌리고, 과는 온전히 자신만이 짊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이 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리더가 있다면 이는
사실상 직무유기인 셈이다.
리더에게 있어 잘못된
결단을 내리는 것보다 나쁜 것이 아예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결단은 타이밍이다. 이것이 최선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최고의 차선'을 뽑아 들고
당면한 문제와 당당하게 맞서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을 보라. "생즉사 사죽생"이라고 했다.
정보만 보는가, 그 이상을
통찰하는가
인문학은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인문학은 우리들의 내공을 키워준다.
우리는 '인문학'에서 '학'이 아닌 '인人'과 '문文'에 집중해보자. 사람과 문화. 그러니까 인문학이란 사람의 문화, 그 오래된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는 일, 다시 말해 켜켜이 쌓여진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적 성찰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 내면에 소소하나마 어떤
돌풍을 몰고 와서, 자신의 행동을 미세하게나마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인문학적 경험이 된다. 반면 별다른 지적 성찰 없이 표면적인 것만 접하고 말았다면, 아무리 대단한 인문학 고전을 읽었다 해도
가벼운 잡지책 한 권 읽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보 그 이상의 통찰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인가, 팔릴 수 있는
솔루션인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탈당한
쥐들이 고양이를 방어하고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로 결정하지만, 쥐들의 활발한 논의는 결국 헛된 공론으로 끝나고 만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이들의 총론엔 이상이 없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누가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회사에서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위치가 정확히 이와 같다. 누구나 독특하고 참신한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생각이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
제조업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리더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솔루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말 뿐인 솔직함인가, 투박한
진정성인가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솔직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다. 솔직함은 분명한 매력이다.
하지만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라면 단순히 솔직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리더라면 감춰야 할 부분과 보여 줘도 될 부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의 솔직함이 자칫 경솔함으로 흐르면 때로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앞날이 위태위태할지라도 이 상황을 솔직하게 밝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리더라면 "곧 개선된다"라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비록 자신의 속이 썩어들어갈지라도 직원들에게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줘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 힘이 넘칠 것이다. 이는 솔직함의 문제가 아니다.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은
솔직함보다는 오히려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솔직함이 말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면, 진정성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다. 물론 말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말이 아니어도 전해질 수
있는 진짜 실체, 즉 '가치'가 들어 있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변화라면 값진
아이디어이다
2005년 말 성프란치스코 복지관을 후원하고, 후원금 영수증을 받고서 문득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승진이나 생일 등 축하할 일이 생길 때 화분을 보내는
대신 그 사람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그대로 실천되어 이젠 언론과 기업들의 호평 덕분에 '뷰티풀 도네이션'이라는 하나의 기부 문화로 자리잡았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칭송을 들어도 내 스스로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느끼면 별로 기쁘지 않았다. 그 알맹이란 내 아이디어가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변화시킨다는 믿음이다. 그 변화가 나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비루한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축복이 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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