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마시는 카페
최지운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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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는 사랑의 여신으로 신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한다. 그녀를노리는 자들이 많아서, 신들에게 있어 그녀를 지키는 것은 곧 아스가르드를 지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이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아 세계를 헤매고 다니면서 그리움의 눈물늘 흘렸다. ㄱ그것이 바위에 스며들어 황금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서 황금을 '프레이야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카페 아스가르드에서 프레이야는 아침 인기 메뉴인 베이글의 이름이다. 그리고 손님들이 내 미모를 칭찬하며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 '애피타이저' 중에서

 

 

카페 아스가르드에서의 이상한 체험

 

카페 아스가르드를 자주 찾는 인기 소설가 강훈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을 '오딘의 장난'이라고 불렀다. 역시 단골손님인 아이돌 가수 유하는 이를 타임슬립이라고 말했으며, 칼럼니스트 김혜연은 모 잡지 기사에서 운이 좋으면 겪게 되는 기분이 좋아지는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프로야구 시즌 홈런왕 최성혁 선수도, 대종상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 감독도, 현재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강태호 작곡가도 이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도대체 그 영문을 몰라 이곳 카페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단지 손님의 아름다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만을 바라볼 수 있기를, 하고 말했을 뿐인걸요"

 

 

 

 

 

강북 최대의 고시촌, 회험동. 시험이 모여있다는 뜻을 지닌 동네다. 인근에는 고급스러운 카페가 있었다. 왕십리와 회험동을 잇는 도로 중간에 위치한 어느 버스 정류장의 바로 뒤편에. 아이돌 가수 유하는 너무나도 빽빽한 스케줄에 지쳐 소속 연예기획사의 밴이 잠시 멈춘 사이에 탈출을 감행했다. 그녀는 회험동 표지판을 보고 삼 년 전에 죽은 선호 오빠가 떠올랐다.

 

당시 오빠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을 꿈꾸었다. 처음 만나던 날, 그는 공무원 시험 합격증을 보여주며 마침내 고시촌을 탈출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마구 표출했었다. 그녀는 갑자기 오빠와의 추억을 떠오리고 싶은 충동에 못이겨 카페로 향하는 삼거리 왼쪽 길로 향했다.

 

카페 '아스가르드', 유럽풍의 2층 목조건물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음료와 술 그리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왔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트리스는 용케 그녀를 알아보고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음료를 주문할 돈이 없다니까 대신 사인을 요청했다.

 

카운터 옆 벽면에는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최성혁 선수, 인기 작곡가 강태호 선생, 베스트셀러 소설가 강훈,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 감독 등의 사인들이 보였다. 특히, 강태호 작곡가는 그녀가 발표하는 싱글 수록곡을 모두 작곡한 분이다. 손님이 들어온 모양이다. 웨이트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스가르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서는 손님의 아름다운 과거와 밝은 미래만을 볼 수 있기를. 무엇을 드릴까요?"

 

그녀의 테이블 바로 뒤편에서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는 왠지 익숙했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몇 년 전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때도 카페에는 그녀 혼자 있었고 이후 손님이 들어왔었다. 맞아! 그 사람이 바로 삼 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죽은 선호오빠였다.

 

"웬 미친년이 황당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래도 꼭 기억해야 해. 오빠는 2013년 4월에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어. 그러니까 절대 제주도에 가면 안 돼"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이런 얘기를 듣고 혹시 점술가냐고 묻는다.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면 유하는 교제한지 일년 기념으로 선호와 제주여행을 갔다. 오빠가 그곳에서 이벤트를 할 계획이었다. 한 달 후, 그녀는 다시 아스가르드를 찾아갔다. 선호를 다시 만나기를 염원하면서. 웨이트리스는 주문도 하지 않은 애플주스와 함께 쪽지를 건넸다. 오빠임이 느겨졌다.

 

'무대를 바라봐줄래?'

 

무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은 오빠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일 년을 진심으로 축하해"라는 말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적의 <다행이다>였다. 그는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 두 장을 내보이면서 "피하지 말고 한번 맞서보기로 결심했어. 그러니까..... 도와줄 거지?"라고 말했다. 유하는 오빠의 손에 이글려 카페 문밖으로 나섰다. 웨이트리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두 분의 사랑, 이 애플주스처럼 언제나 싱그럽기를"

 

 

칼럼리스트 김혜연은 대학시절 학점을 짜게 준 교수를 찾아 시간여행이 가능한 카페로 간다. 학점을 올려달라 부탁하는데, 놀랍게도 이 교수는 인기있는 소설가 강훈이었다. 김혜연의 과거와 강훈의 미래가 만나는 시간의 장난질이다. 강훈은 이 현상을 '오딘의 장난'이라고 부른다. 가수 유하는 이미 죽은 선호 오빠를 다시 만남으로써 지난 3년간의 고통을 치유받는다. 가난한 강사였던 남자는 후에 인기있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는 가난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칵테일 한 잔을 대접한다.

 

이곳은 매일 새로 개업한 후 내일이면 폐업하는 이상야릇한 카페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신비한 경험을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일들이 누구에게나 한둘은 있을 법하다. 나도 이런 카페가 있다면 이곳을 찾아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 있다. 이루지못한 첫사랑이 종종 그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스토리는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만하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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