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스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온몸이 찢어질 것만 같은 슬픔을 느꼈다. 이걸 극복하며 살고 싶을까. 알려줘야 하니까 말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난 말했다.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했다. 알려줘야 했다. 이제까지 소리 내어 말한 것보다 더 많이, 계속해서, 거듭 말했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애도 자기 역시 사랑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이 말해 누가 누구에게 대답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엇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 애의 형인 트레이가 내 손을 잡고 이제 갈 시간이라고 말할 때까지. - '프롤로그' 중에서

 

 

러브 스토리에 반전이 숨어 있다

 

작가 콜린 후버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 아마존에서 자비출판으로 낸 책 <Slammed>('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로 국내에 출간)가 크게 히트 치며 그해 아마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발간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권에 수출되면서 미국에서 유럽까지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남녀 간의 로맨스를 절묘하게 그려내기로 유명해, "사탕처럼 달콤해서 계속 음미하고 싶은 문장", "이해할 수 없는 설정도 이해하게 만드는 필력", "설레게 했다가 가슴 아프게 했다가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가" 라는 호평을 들으

 

작가는 이 소설에서 첫 만남으로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져들지만 그것도 잠시, 각자의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이별해야만 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흔하디 흔한 게 로맨스 소설인데, 이 작품에 대해 독자들은 왜 호평 일색일까?라는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이 소설은 몇 가지 장치로 독자들이 딴 곳으로 눈을 팔지 못하도록 만든다. 남자 주인공 오언은 남들의 고백을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컨페스 갤러리의 주인장이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인 오번에게 말하지 못하는 컨페스, 즉 고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스토리의 전개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다 그 비밀을 추적하는 서스펜스 미스테리가 공존하고 있어서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컨페스, 즉 고백은 영화 또는 소설 제목으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는 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숨기고 있는 것을 토로吐露하는 것이 고백인데, 여기엔 왜 숨길까라는 궁금증을 이미 내포하고 있어서다. 이 작품에서의 컨페스는 고백이라는 의미와 함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의 고유명사이기도 하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지금도 최순실 사태와 관련된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서의 초점도 바로 혐의자 또는 피의자의 입을 통해 마음 속에 숨기고 있는 진실을 토설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지키려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이든. 또는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그래서 이를 지키려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종종 생기는 것이다.

 

 

 

 

소설은 17살의 여주인공 오번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첫사랑 애덤 대신에 죽어도 좋을 사람을 생각하며 한없이 우는 소녀다. 첫사랑에 빠져 어린 나이에 임신까지 했다. 하지만 애덤은 중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셈이다. 이에 아들을 보살피려고 텍사스로 데려가려 할 때 애덤은 오번도 함께 가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고 버틴다.

 

"변호사를 쓰는 일은 결혼식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돈을 내는 만큼 결과가 좋은 법이죠"

 

애덤과의 짧은 사랑과 영원한 이별을 경험한 오번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용사가 된다. 포틀랜드를 떠나 댈러스의 한 미용실에서 일을 한다. 이곳으로 이사올 때 비용을 마련하느라 차도 팔았다. 태어난 아들을 첫사랑의 어머니 리디아가 키운다며 텍사스로 데려가 버렸는데, 그녀는 이 아들의 양욱권을 되찾고자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변호사 비용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 부업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었다. 걸어서 귀가하던 도중에 한 빌딩의 유리창에 시선이 쏠리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사람 구함'이라는 광고 문구였다. 출퇴근길에 늘 지나다니던 빌딩이었지만 한 번도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돈이 절실했기에 이런 것도 보였나 보다. 빌딩의 간판은 'CONFESS(고백)'였다.

 

"날 구해주러 온 거예요?"

 

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오언 젠트리라고 신분을 밝혔다. 지난주에 여자 친구와 이별하는 바람에 급히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특별한 일도 아니고 계산기를 두드릴 줄 알면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페이 조건을 제시한다. 2시간 근무에 200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당일에. 그의 직업은 화가, 이곳은 일종의 작업실인 셈이다. 아무튼 오번은 이 남자의 가운데 이름이 자기와 동일하다는 것에 묘한 끌림을 느낀다. 오번의 풀네임은 오번 메이슨 리드, 이 남자는 오언 메이슨 젠트리다. 불과 23살의 남자가 이토록 성공이라니 그녀는 살짝 시기심이 일었다.

 

스튜디오는 온통 그림이었다. 그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녀는 카운터에 서서 판매한 그림의 대금을 정리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림 옆에는 누군가의 고백이 담긴 종잇조각이 붙어 있었다. 익명으로 작성한 고백의 글을 소재로 삼아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는 근사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고장난 삶을 살고 있었다. 가족들과 교류가 별로 없고 연인과도 금방 이별한다. 알고보니 그에겐 아픈 사연이 있었는데, 몇 년 전 어머니와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것이다. 당시 핸들을 잡은 이가 바로 그였다. 혼수상태였던 그의 아버지는 간신히 깨어나 현재 변호사로 살고 있지만 사생활은 엉망이다. 그날의 사고는 한 가족을 해체시켰으며, 그를 외톨이로 만들고 말았다.

 

사실 오번 역시 외톨이인 셈이다. 어린 나이에 첫사랑을 잃고 미성년 상태에서 임신까지 했지만 그녀의 부모는 지원해 줄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첫사랑의 어머니 리디아가 양육권을 가져갔다. 이제 성년이 되어 아들의 양육권을 되찾고 싶지만 그게 쉽진 않다. 한편 오번을 좋아했던 첫사랑의 형은 경찰 신분임을 내세워 자신과 교제하는 것이 아들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꼬드긴다. 여하튼 그녀는 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고 일터는 바로 오언의 갤러리이다.

 

 

"그녀가 여기 있다. 바로 여기, 내 스튜디오에 서서 내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언은 오번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직감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둘은 금방 서로에게 끌리고 키스를 미루면서 다음 날 다시 데이트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날 늦은 밤 오언이 마약소지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오번에겐 행운이 찾아온 셈이었다. 일자리 제공에다가 한참 잊고 지냈던 웃음을 되찾게 해주었으며, 살짝 설레는 마음까지 만들어주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행운의 유효기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이후 오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결국 좌절하고 만다. 오언은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아는 걸까, 그리고 왜 숨기는 걸까, 그는 마약중독자에다 거짓말쟁이에 불과한 나쁜 남자인 걸까.

 

오번과 오언, 마치 오누이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가로 놓인 비밀의 문이 봉인 해제되는 순간, 스토리의 전개는 달달한 로맨스물에서 스릴이 넘치는 탐정추리물로 모드가 바뀐다. 당연히 독자들은 스토리의 전개에 몰입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약 작가'인가 보다.

 

 

 

 

영원히 사랑할게, 그럴 수 없다 하더라도


사랑은 이기적인 것일까? 욕심과 욕망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오직 상대를 위한 사랑. 상대가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이타적인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때이다. 추운 겨울, 난로 같은 사랑 이야기의 재미를 느껴보지 않으시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