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거짓말 - 지금까지 몰랐던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
김형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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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와 도산 안창호의 <민족개조론>, 삼백 년의 시공을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두 위인이 모두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OECD 사기 범죄 1위 국가(2013년 WHO 조사)다. 누군가는 이를 근거로 '한국인의 혈관에는 피 대신 거짓말이 흐른다'고까지 한다. 2016년 6월에는 일본의 한 경제잡지에 게재된 어떤 기사가 한국에서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햇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하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사기 대국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정말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 하는가?

 

일본 경제잡지의 지적은 소위 '혐한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왜곡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일본의 상술이라고만 하기엔 뭔가 찝찝하다. 한국의 사기 범죄율이 두드러진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못한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한국의 20대 가치관을 조사한 자료를 봐도 보편적인 신뢰도는 32.9%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 5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이에 따르면 우리 스스로 한국인을 의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로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만 조심하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책의 저자 김형희신체 언어 및 행동 심리 연구가로 삼성전자 연구소와 개발실 등을 거쳐 비언어 의사소통 수단에 관심을 가진 다음부터는 한국인들의 거짓말과 신체 언어에 대해 연구했다. 지금은 경찰교육원에서 외래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의 몸짓과 한국인의 심리 외에 트리즈 전문가로서 창의적문제해결기법에 대해서도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바디랭귀지 사용설명서> 등이 있다.

 

그는 한국인은 실제로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강조하면서 3년 여의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결과를 정리한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바탕으로 어떻게 한국인은 거짓말을 하는지, 왜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하는지 등을 책에서 밝히고 있다. 나아가 거짓말을 간파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물론 한국인들에게 거짓말은 어떤 의미인지를 고찰하고 있다.

 

 


  

 

한국인의 거짓말은 다르다

 


한국인은 해외 여성잡지들에서 자주 소개하는 것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술잔을 묘하게 만지작거리지도 않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을 해명할 때처럼 거짓말을 할 때 특별히 코를 만지작거리지도 않는다. 거짓말이 아닌 ‘한국인의 거짓말’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거짓말에 대해 실험한 결과가 필요하다.

 

그렇게 저자는 도서관과 연구실을 나와 일상으로 들어갔다. 한국인이 어떻게, 그리고 왜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우리 이웃들을 만나 실험을 해가며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야 했다. 그 결과 한국인들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기에 앞서 이렇게 중간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정말 거짓말을 잘한다"

 

 

거짓말로 살아남은 한국인들


한국인에게 현대사란 그 자체로 거대한 거짓말과 같았던 시기였고, 수많은 거짓말들에 위협을 받았던 시대였으며, 거짓말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고 아직도 생존해 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거짓말을 배우고, 누군가를 의심할 것을 배운 자녀들이 지금 한국 인구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장년층이 되었다.

 

적자생존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우리는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동시에 속여서 살아남았던 거짓말쟁이들의 후손인 셈이다.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속은 놈이 바보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세태에는 이와 같은 거짓말에 대한 우리의 역사 속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욕심에 취약한 한국인

"여러분 부자 되세요!"

 

IMF의 충격에 어느 정도 적응한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어느 카드사의 광고 카피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부자가 되기를 대놓고 권유하는 광고가 공중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지자 여러 우려 섞인 비판들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거북함을 표현했다. 그러나 광고는 대성공이었다.

 

듣는 사람들이 얼굴을 붉혔던 "부자 되세요"라는 외침이야말로 한국을 지배하는 두 가지 급소를 제대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바로 부에 대한 욕심과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하는 이유는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잘 속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잘 속는 까닭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길게 말하는 남성 짧게 말하는 여성


여성의 거짓말 480개 가운데 단답형은 154개였다. 짧게 끊듯이 대답하는 비율이 남성은 11.4%인데 반해 여성은 32.1%로 남성보다 세 배가 많았다. 여기서 단답형으로 사용된 말은 예, 아니올를 비롯, 사람, 가족, 일, 소설, 선물, 정직, 결혼, 사랑, 보통, 생각 등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는 명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리하자면 남성의 거짓말 10개 중 1개가 단답형이고, 여성은 10개 중 3개가 단답형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왜 말이 많아질까? 그리고 한국 여성은 거짓말을 할 때 왜 짧게 대답하는 것일까? 남성은 상대를 속이기 위해 설득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설득에서 중요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정보에서 나온다. 남성은 상대방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거짓말을 진실 안에 숨기려고 한다. 즉 한국인 남성이 많은 사실 속에 거짓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면, 한국인 여성들은 정보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의심받을 여지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거짓말은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는다


눈물은 동정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눈물은 슬픔과 연관된 감정이다.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기도 하다. 대니얼 맥닐의 연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남성은 1.4회 우는 데 비해, 여성은 5.3회 운다.

 

그러나 능숙한 거짓말쟁이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 눈물을 쉽게 보일 줄 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공적인 자리에서, 또는 엄밀한 판단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전혀 의심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오히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20대 남성 참가자 B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20대 남성 참가자 B씨는 특별한 방식으로 거짓말의 단서를 드러냈다. 말을 할 때 드러난 단서는 발화와 안면비대칭뿐이다. 질문을 듣고 난 후 대답하기까지 4.6초라는 긴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의 단서라고 분류하지 않은 까닭은 질문의 내용 자체가 오랜 시간의 고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B씨는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질문을 듣고 대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없었다. (중략) 상대방을 관찰할 때에도 거짓말 단서들을 기계적으로 대화 상황에 대입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특성이나 마주한 자리에 맞춰 융통성 있게 조절해야 한다. B씨는 말을 하기 전 2.3초 동안 반복해서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였으며, 말을 하고 난 후 거짓 미소와 침 삼키기를 통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단서를 드러냈다.

 

 

거짓말을 찾아내는 4가지 방법

 

먼저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라

거짓말의 신호들을 통합하고 분석하라

'불'과 '얼음'을 함께 활용하라

의심이 들면 시험하라

 

 

거짓말 신호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라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할 때 유형 2번 '목소리+바디랭귀지' 조합을 통해 가장 많은 단서를 드러낸다. '목소리+바디랭귀지' 조합은 전체 거짓말 1,083개에서 476개가 나타났으며, 43.9%의 비율을 차지했다. 즉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목소리 단서로 발화, 목소리 톤의 상승, 긴 침묵이 나타났고, 바디랭귀지 단서로 안면비대칭, 눈 깜박임 증가, 입술에 침 바르기, 눈동자 좌우 이동, 미세표정(경멸), 거짓 미소, 입술 꽉 다물기, 미소,무표정, 몸 앞뒤로 움직이기, 아래턱 위로 올리기, 침 삼키기 등이 드러났다.

 

 

 

거짓말을 잘하는 5가지 방법

 

마음을 비워라

남을 속이려면 스스로부터 속여라

거짓말도 연습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라

신뢰를 구축하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

언제부터인가 '사이코패스'가 널리 퍼지면서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현대판 괴물로 받아들여지며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사이코패스를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자면 어떤 병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바로 타인에게는 혹독하고 스스로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 될 때다.

 

 

거짓말에 관대한 사회

한국인의 거짓말을 분석하면서 우려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우리가 거짓말을 많이 하거나 또는 쉽게 속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거짓말을 지적받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모욕이다. 그리고 모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을 시도할 때 사회에서의 신용과 관련된 모든 자격이 상실될 수 있음을 각오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속였다가 들키는 사람의 회복보다 속은 사람의 회복이 훨씬 어렵다.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고유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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