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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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회계사가 스스로 '3D 전문직' 내지 '저소득 전문직'이라고 자조한 지는 꽤 됐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전문직이라고 별세계에 있지는 않다. 사무실 임차료도 못 버는 변호사, 의료기기를 사느라 진 빚에 허덕이는 의사는 이제 기사거리조차 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껏 전문직에 위기를 가져온 요인은 대체로 제도 변화, 또는 이에 따른 전문가 공급 확대였다. 바꿔 말하면 비전문가가 노력해도 메우기 힘든 지식 격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전문직의 존재 의의 자체는 건재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젠 영원한 전문직이 없다

 

책의 저자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부자父子는 각각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자문단 회장으로, 영국 정부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며 기술혁신이 전문직에 가져올 변화와 대응책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특히 아버지인 리처드는 법조계에서 30여 년간 인공지능을 비롯한 법률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전문가 기업과 정부의 기술 도입 자문역을 맡으며 기술이 전문직에 가져오는 변화의 흐름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이들의 관찰에 따르면, 다른 산업계와 비교해볼 때 '기술 근시안적'인 태도를 고수하거나 기술 도입에 대한 저항이 가장 큰 직종이 바로 의사, 변호사, 경영컨설턴트 등의 전문직이었다. 일례로 이들은 1990년대 중반에 '이메일이 고객과 변호사 간의 주요 소통 수단이 될 것' 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가 당시 영국 법률학회 고위직들은 법률 전문직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박박을 받았던 경험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제 기술혁신은 단순히 전문가 업무의 편의를 돕는 수준을 넘어 전문가의 일, 정체성, 업무환경, 전문가 서비스의 본질 등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대대적인 변혁의 프레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변화의 물결)에서는 전문직의 변화를, 즉 전문직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전문직에 나타난 일련의 패턴과 추세를 짚어본다. 2부(변화를 뒤받침하는 이론)에서는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 나타나고 예측되는 변화를 보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3부(변화가 미치는 영향)에서는 저자들의 연구에 담긴 의미를 논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있나?

 

전문직 일자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아닐까? 전문가가 스스로 규제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전문가만이 전문직을 개혁하거나 변혁시킬 수 있다는 시각에 대중은 점점 깊은 의혹을 품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멋지게 표현했다. "잔치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요리사가 아니라 손님이다" 전문직의 미래는 전문직 구성원에게만 맡겨놓기에는 지나치게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 서비스 수요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미래를 논하는 데 참여할 자격이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예상되면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후 약속 날짜에 직접 방문해서 담당 전문가 즉 의사와 상담 및 진료를 받고 또한 약 처방전까지 손에 쥐고 병원문을 나선다. 이런 방식의 접근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증상의 완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일 수도 있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은 암 진단을 돕고 치료 계획을 제시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을 고안하는 데도 쓰인다. 의사 한 명이 2014년 새로 출간된 의학서적 중 2%만 읽으려 해도 매일 2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의학 관련 논문은 평균 41초마다 하나씩 출간된다. 왓슨은 이 같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탐색해 새로운 출판물의 흐름을 계속 따라잡을 수 있다. 왓슨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단 지연, 누락, 오진율이 10~20%에 이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온라인 교육의 발생

 

수 세기 동안 교육의 기본적 방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즉 오프라인 방식이었다. 일정한 공간에 모여서 교사로부터 생방송으로 학문을 배웠다. 교실에서 학생은 교사의 강의를 모두 이해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습의 진척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또 어떤 학생이 먼저 내용을 이해했다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진도를 나갈 수도 없었다. 교사가 가르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앵무새가 아닌 이상 항상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없고 또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가도 했다.

 

이제껏 독점적 권한을 누려온 교사, 가정교사, 강사 들이 앞에서 든 모든 사례를 통해 도전받고 있다. 소위 '무대에 선 현자賢者'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이를 대신해 전문성 원천을 찾아가도록 학생을 돕는 '옆에 선 안내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적응적' 학습 시스템을 만드는 교육 소프트웨어 설계자, 온라인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자료집합을 대량 수집하고 해석하는 '학습 분석학'을 개발하는 데이터과학자 등 여러 가지 역할과 분야가 새로 등장했다.

 

하버드대학 총장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다가올 25년 동안 고등교육 분야에 일어날 변화는 지난 75년 동안 일아난 변화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영국 정부의 고문을 지냈던 마이클 바버는 <눈사태가 몰려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교육에서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론사의 작업 처리 방식이 변했다

 

점점 더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더 이상 사람에 의존하는 작업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2014년 AP통신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로 작성한 기업 수익보고서는 수백 건에 이르는데, 이는 과거에 수작업으로 작성한 보고서의 수보다 15배나 많은 양이다.

 

<포브스> 역시 수익 보고서와 스포츠 기사를 작성할 때 내러티브 사이언스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국 지질조사연구소가 지진 경보를 발령하는지 관찰하고, 경보가 발령되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과거 사람이 직접 쓰던 기사와 컴퓨터를 이용한 기사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좀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경영 컨설팅도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담당한다

 

IBM의 왓슨은 '최고위 임원 조언자' 역할을 하도록 개조됐다. 전략문서를 탐색하고, 회의에서 나눈 대화를 듣고 요약하며, "어떤 회사에 투자할 만한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자체 통찰에 기초를 두고 분석해 조언한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시스템인 켄쇼(Kensho)는 쉬운 말로 재무 관련 질문을 하면(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 우려가 높아지면 기술 회사 주식은 어떻게 되지?") 전산처리를 통해 답을 내놓는다. 켄쇼 없이 이런 문제의 답을 얻으려면 사람이 직접 폭넓게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과 경비가 엄청 많이 소요될 것이다.

 

 

전문직은 삐걱거리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전문성을 조직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점진적 변혁'이 일어나 전통적 전문가가 비틀거리며 부침을 겪다 사라져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겠지만 결국 모든 곳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문직, 이들은 점점 비싸지고, 이용하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문제점도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주류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서 자기 분야만은 예외라는 식으로 자기 변호에 나선다. 하지만 기술이 더욱 널리 사용됨으로써 인간을 대체하고 전문가 수준의 결과를 낼 때 나타날 영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물론 특정 전문직의 경우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우려에서다.

 

1. 신뢰할 만한 제도가 없다면 사기꾼에게 이용당하지 않을까?

2. 전문직의 도덕적 특성이 사라진다

3. 기존 업무 방식이 사라진다

4. 개인적 소통의 상실

5. 공감 문제

6. 인간에게 남을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7. 새로운 모형이 전문가 공급을 차단한다는 반박

8. 미래 전문가의 역할은?

 

 

전통적 기술의 상실

 

전문직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과 서비스에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전문직이 제공하는 실용적 전문성에 접근하기 위한 비용과 용이성은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렇듯 부적절한 두 가지 이유를 합하면 전문직의 수작업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압도한다. 이런 인간의 기술에 가치를 부여할 순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당할 만한 비용을 내고 법률적 조언, 적절한 교육, 기본적 의료조치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하며 수작업 기술을 선호할 수만은 없다. 결과 개선이라는 필요를 따라야 한다.

 

 

전문가의 미래 역할 부재

 

오늘날 경험 많은 전문가의 손재주가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을 미래에 수행할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전문직 종사자 계층, 즉 '준전문가'일 것이다. 이들은 표준 절차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나 낼 만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준전문가' 모형이다. 준전문가란 해당 전문직을 거쳐 가는 똑똑한 젊은이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기 싶지만, 이는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준전문가의 기술과 재능을 폄하하고 다음 세대의 영향력을 잘못 해석한 사고방식이다.

전문가 및 기타 공급자는 전문 분야에서 지식을 계속 새롭게 유지할 뿐만 아니라 실용적 전문성을 전달할 새로운 방식을 예측하기 위해 새로운 능력, 기법,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연구개발자'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 전통적 전문가가 되려고 훈련받는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지식공학자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들 새로운 전문가는 특정한 온라인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특화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지식공학' 모형이라고 부른다.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길게 보면 점점 더 유능해지는 기계의 역할이 전문가의 업무를 변혁하고, 실용적 전문성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이 출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강조하려는 메세지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혁명이 결코 아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변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에서 향후 없어질 전문직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화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직업과 전문직의 지형도는 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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