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 - 경제 멘토 KBS 박종훈 기자의 생존 재테크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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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가 1200조 원을 넘어 1인당 평균 24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빚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생존 기술이 되었다. 또한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 그리고 장기 불황의 우울힌 전망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최우선 대비책이자 최선의 재테크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제는 빚을 관리해야 할 때다

 

책의 저자 박종훈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냈다. 한국은행에 입행했다가 1998년 KBS 경제부에 입사하여 대표적인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설립과 함께 긴박하게 진행됐던 외환위기 극복 과정과 9.11테러를 뉴욕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고, 2002년 신용카드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이슈들을 담당해왔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제·금융 관련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를 통해 2007년 제34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보도기자

 

 

 이미 우리들이 맛을 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빚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가술이 바로 '빚테크'다. 이는 우리들의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어 있는 빚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고 상환할 수 있는 빚은 무방하다. 이처럼 우리들의 삶이 위협받지 않을 수준, 즉 갚을 수 있는 정도로 적절히 통제하자는 것이 빚테크의 목적이자 핵심이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1부(무엇이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에서는 왜 쉽게 빚의 유혹에 빠지는지를 살펴보고, 2부(빚 정리의 기술 5단계)에선 기존의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3부(똑똑하게 대출받는 법)에선 불가피한 차입에 대해선 좀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며, 4부(저절로 돈이 모이는 빚테크 시스템)에선 빚을 지지 않는 자동 메카니즘을 만들어 삶에 정착시키는 방법을 얘기한다.

 

5부(금리 1% 시대의 재테크 전략)에서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현 경제 상황 속에서 빚테크로 조성한 시드 머니(종자돈)를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를 논의하며, 마지막으로 6부(빚지게 만드는 재테크의 유혹을 뿌리쳐라)에서는 경제 대전환기를 맞은 우리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지 그 방법을 소개한다.

 

 

집 살 때 빌린 돈은 투자인가, 비용인가?

 

그동안 은 거주할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즉, 소비와 동시에 투자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고성장 하에서 인구가 급증할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과 저출산율의 시대이다. 이제 임대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자기 자신이 거주하는 형태로 집을 사는 것은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지금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3월, KBS가 서울 포구에 신규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를 샘플로 전수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전용면적 84평방미터(34평형)의 경우 평균 3억 85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빌려 연 4%의 금리로 30년 균등상환을 할 경우 월 평균 143만 원을 갚아야 한다. 30년 동안 갚아야 하는 이자 총액은 무려 2억 1500만 원에 달한다. 웬만한 월급쟁이가 목돈으로 만지기 힘든 액수임에 틀림없다. 채무 노예로 전락한 평범한 가장들은 할 수 없이 이자를 물면서 살아갈 뿐이다. 당신의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두려운 노후에 보험회사의 함정이 다가온다

 

노후 걱정이 요즘의 화두다. 은퇴를 코 앞에 둔 사오십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이삼십대조차도 앞질러 노후를 걱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의 건강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면에 이에 대한 대비는 턱없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현실 회피일 것이다.

 

2014년 저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십대 여성은 대학생 때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돈을 모아 노후 준비를 미리 한다는 심정으로 보험사를 찾았다. 여기서 만난 보험설계사는 그녀에게 고수익률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연금 상품의 가입을 권했다. 월 108만원을 납부하는 상품이었다. 이는 일반 연금 보험이 아니라 '종신 보험'이었다. 가입자 자신이 사망해야 6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권했던 것이다.

 

나중에 이를 알고 보험을 해지하려 했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불입한 돈의 절반에도 미달했다. 한 마디로 설계사의 농간에 재산을 강탈당한 셈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여윳돈을 장기 저축성 보험에 몽땅 몰아넣고, 당장 쓸 생활 자금이 부족해 보험사에서 약관대출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내가 맡긴 돈을 담보로 이자를지불하면 돈을 빌려쓴다는 아이로니한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노후 대비용으로 시작한 장기 저축성 보험이 오히려 빚더미에다가 억울한 이자까지 물린 것이다. 어리석다고 욕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들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부채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빚을 감당하기에 벅차다면 어떤 자산을 먼저 정리해야 할까? 당연히 장기 금융 상품을 해지해 이 돈으로 빚부터 갚아야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채무 위기에 몰려 쪼들려 살면서도 고액 보험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보험을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적어 손해가 크고 아울러 갑작스런 재정난에 대비하기 위해선 보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에 쪼들리면 자신이 납부한 돈을 담보로 제공하고 약관대출을 받음으로써 제 살을 갉아먹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무리하게 보험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최악수다. 왜 자기 돈에다 이자를 주면서까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가 말이다. 계속 이렇게 빌려 쓰면 결국엔 '깡통 보험'이 되고 마는 것이다.     

 

만약 위험 보장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불안하다면 보험료가 싼 상품으로 갈아타는 다운사이징도 하나의 좋은 해결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만기 환급금이 있는 보험을 순수 보장형으로 갈아타면 같은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다. 또 종신 보험을 정기 보험으로 바꾸면 한창 일할 나이에 비슷한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야무지게 대출받는 방법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무주택자, 서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고령자 등을 위한 정부 지원 대출이 있다. 저금리 대출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라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이나 전세 자금을 대출 받기 전에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기금 사이트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내 집 마련 대출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왜냐하면 일반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싸다.

 

대출을 받으려 할 때는 정부 지원 대출 외에 반드시 시중 은행 대출 상품도 살펴보자. 우대 고객이거나 급여 통장이 있는 경우, 또는 일정 거래 실적을 충족할 경우에는 정부 지원 대출보다 대출 금리가 낮을 수 있고, 대출 한도는 은행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에 공표된 자료에 의하면 시티은행의 경우 대출 금리가 가장 저렴하다.

수많은 대출 상품들을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통합비교공시 사이트(finlife.fss.or.kr)를 활용해보자.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금리와 최저 금리는 물론 평균금리까지 조건별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빚테크의 기적

 

남아프카 공화국에서는 콜레라, 장티푸스 등 전염병에 감염되어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감염병은 손만 제대로 씻어도 어느 정도 예방되는 병이다. 물론 사회적 인프라나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남아프리카에서 손을 자주 씻도록 교육하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남아프리카의 비영리단체인 블리키스도프 포 호프에서 재미난 아이디어를 냇다. 비누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남감을 넣은 '희망 비누'를 배포했던 것이다. 이를 받아 든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난감을 꺼내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발병률이 70%나 감소했다. 

 

우리는 빚과 관련해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때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를 유혹하는 온갖 상술과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기법이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해온 반면, 이와 맞서 싸우는 방법은 제대로 배운 적도, 연구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빚을 다룰 때는 이들의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에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저절로 작동되는 '빚테크 시스템'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첫째, 지출은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라

둘째, 저축은 쉽고 편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예적금 전략

 

예적금은 가장 쉽고 친숙한 저축 방법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 특히 금리 하락기냐 인상기냐에 따라 예적금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금리 하락기에는 고정 금리를 보장하는 적금 중에 만기가 긴 자유적립식 상품에 충분히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일단 가입만 해두면 불입 여부는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장기 적금 상품보다 비교적 짧은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을 매달 또는 매분기마다 연속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하면 금리가 인상되는 것에 맞추어 점차 고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므로 금리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아파트 대량 입주의 영향

 

2018년을 전후해서 아파트 시장의 수급 자체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입주 물량이 쏟아져나올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200만 호 건설'을 내세우며 신도시를 조성했던 1990년대 이후 최대 입주 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쏟아져나올 때마다 집값이 요동치며 하락세를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입주가 절정에 이를 때쯤에는 주택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더구나 과거엔 주택 보급률이 70%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를 훨신 넘어섰다. 따라서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공급이 조금만 초과되어도 집값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인 예측으로는 2018년 이후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수요 측면에서도 집값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향후 대대적인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이 뒤따르지 못하면 집값의 상승은 공염불일 가능성이 크다.

 

 

빚내서 굴려볼까?

 

최근에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너도나도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말 그대로 ‘돈값’이 싸졌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빚을 지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부추기는 재테크 책들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돈값'이 싸졌다는 생각만으로 무턱대고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초저금리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은행 대출 금리가 2012년부터 연1%이하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은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20년의 장기불황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도 수익을 낼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돈을 빌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미처 예상하지 않았던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느냐이다. 나이가 젊다면 앞으로 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겠지만 고령의 은퇴자라면 손실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 

 

 

빚 관리가 진정한 재테크이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단순히 빚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나중에 그 데미지가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소위 '빚 권하는 부양책'으로 일관한다면 향후 한국 경제에는 IMF보다 몇 배 더 무서운 공포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도 야도 모두 정치가 이렇게 엉터리인데, 얼마나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는가? 우리 스스로 장기 불황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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