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일 서운한 감정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라. 그래도 관계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다. 타인에게 기대하고 지치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상처가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혼자만의 노력을 멈추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제 당신은,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상처를 주는 관계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라

 

책의 저자 유은정은 정신과 전문의로 대한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 대한기독정신과의사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또 MBC, KBS, MBN 등 다수의 방송에서 활동 중이며 <렛미인Let美人>을 통해 성형만큼 중요한 게 자존감 성형이라며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저서로는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 등이 있다.

 

많은 사람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에게 상처받는다. 이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 탓이다. 남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 애쓰다 보니 자신이 노력한 만큼 타인에게도 기대하게 되고, 돌려받지 못하면 결국 혼자 상처받게 된다. 심할 경우 자존감 하락과 함께 폭식증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신체적 불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상담자들을

 

 

 

 

 

 

 

 

기대심리의 덫에서 벗어나라

 

밭 매러 나가는 농부는 어떤 소를 데리고 나가고 싶을까? 얼핏 힘 좋고 일 잘하는 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농부는 이런 소보다는 오히려 일은 좀 느리더라도 묵묵히 말을 잘 듣고서 따르는 소를 택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소와 씨름하면서 진을 빼기 보다는 편하게 쟁기를 매는 게 좋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대와의 분란이나 갈등이 두려워 상대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댄다. 단 칼에 거절하면 버릇없다고 보일 것 같아서, 미움받을 것 같아서 등등 이유를 대며 자기 자신은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매몰차게 얘기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럴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늘 상대에게 이용당하고 중요한 순간엔 소외된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일을 자처해놓고, 혼자 모든 것을 안고 가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막상 일이 닥치면 혼자 상처받는 일은 그만 할 때도 됐다. '나는 상대를 이만큼 생각하고 배려하는데, 왜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거지?', '왜 나의 친절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거지?'라는 생각에 혼자 절망과 좌절, 분노와 소외감에 잠식당하는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내가 이 정도 했으니 상대도 저 정도는 해주겠지'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대했던 상대로로부터 외면 받을 때 분노, 외로움, 소외감, 배신감 등의 감정에 휩싸이는 법이다. 사람의 관계에도 패턴이 있다. 한 번 취取하는 사람은 계속 취하고 빼앗기는 사람은 계속 실失하게 된다.

 

그래도 거절이 어려운가? 한 가지만 명심하자. 자기 자신의 거절은 상대방의 인격 내지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앞에 다가온 '부당한 상황''어쩔 수 없는 현실'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당당하게 관계 단절로 이끌지 못하면 아래와 같은 그런 사건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2016년 8월, 20년 동안 고교 동창을 사기쳐 노예처럼 부리면서 호화 아파트에 백화점 VIP 회원으로 호화생활을 누렸던 40대 사기녀의 추악한 범행이 들통났다. 무려 2,300여 차례에 걸쳐 8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정작 희생 당한 순진녀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6살 때, 고향 충청남도 시골 마을에서 부산으로 유학 온 순진녀(현 나이 44세)는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근로학생으로 고교를 졸업, 대학까지 마친 후 중소기업체에 취직하여 자신의 꿈을 준비하고 있었다. 1994년 여름, 이 순진녀에게 고교 동창이 접근했다. 당시 22살, 풋풋한 청춘이었다.

 

순진녀가 오랜 객지 생활로 외로움에 쩔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사기녀는 수시로 순진녀에게 연락하며 환심을 산 후 1997년 7월에 고교 친구가 교통사고를 내 사망 합의금이 필요한 딱한 처지라고 속여 3백만 원을 갈취하면서부터 기나 긴 사기행각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이때에도 순진녀는 자신의 처지가 남을 도울 정도가 안 된다고 냉정하게 거절했다면 더 이상의 희생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1998년, 순진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 간 이후부터 끈질지게 들어붙은 사기녀의 마수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사기녀는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순진녀의 가족에게 해가 미친다며 제사비용 명목으로 이틀에 한번꼴로 송금을 받고, 심지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수금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10년간 안마사와 게임장 종업원 생활을 하며 순진녀는 수억원을 갈취당했다.

 

2009년 한국으로 귀국하자, 더욱 극성을 부렸다. 순진녀를 부산으로 유인해 주점 종업원으로 근무하게 한 후 성관계 동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사채를 빌렸다며 6년 동안 매일 고리의 이자를 챙겼다. 최근에는 이 사채 때문에 자신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고 속이고 출감을 위해 목돈이 필요하다고 사기쳤다. 이에 순진녀는 자신 때문에 동창이 옥살이를 한다고 생각해 부산구치소를 3번이나 방문했다가 결국 이를 의심한 교도관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심리적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우정에도 짝사랑이 존재한다. 더 좋아하는 쪽과 덜 좋아하는 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크면 더 좋아하는 쪽에서 집착하게 되기도 한다. 부족한 마음을 채우고 싶으니 마음을 달라고 자꾸 보채는 것이다. 상대방의 SNS에 들어가 다른 친구들과는 주로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먹는지 등 사소한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많으니 집착이 심해지고, 친구와 만나도 서운한 마음에 억지를 부리기 일쑤 다. 이때가 바로 적신호다.

 

"혼자서 온갖 생각을 하느라 우정이 흔들림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10대부터 함께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는 경희 씨의 집착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워 절교를 선언했다. 이에 경희 씨는 반년이나 넋 놓고 살았다. 사실 경희 씨는 모든 이에게 집착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경희 씨는 왜 그 친구에게만 매달렸을까? 그 친구에게만 유달리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음의 민낯을 말이다.

 

민낯을 들키고 싶은 여성은 없다. 화장실 가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준다는 강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민낯을 보여주는 게 불가능하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은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한 것이다. 민낯은 여자에게 또 하나의 생리적 욕구인 셈이다.

 

남자 친구에게도 민낯보다 화장한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는 데,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보여주었던 단짝 친구가 소중한 것은 어쩌면 심리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인물인데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소중하니까 집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편하게 만날 대상에 대한 균형감을 잡지 못한다면 경희 씨처럼 커다란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상처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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