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
박종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주가는 선행지표이고, 금리는 동행 또는 후행지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주가는 모멘텀의 변화 가능성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금리는 실제 펀더멘털의 변화가 나타나야 움직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대부분 경기 상황에 후행해 금리 인하나 금리 인상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금리는 경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금리는 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지표이다.책의 저자 박종연은 각종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채권 부문에서 총 25회가 넘는 수상 기록을 가진 채권 애널리스트이다. 책은 여러 종류의 금리와 각 금리 간의 스프레드에 담긴 중요한 정보들의 설명을 통해 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6년 현재의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와 있기 때문에 미래의 경제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금리가 말하는 미래 역시 고정불변이 아니다. 단지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예상되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미래경제에 희망적인 신호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금리에도 반영되므로 우리들은 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모습을 제대로 예상하고 있어야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또는 바꿀 수 없다면 철저한 준비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알고 있었다)에서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금리가 미래의 경제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장(금리가 미래를 반영할 수 있는 이유)에서는 조삼모사를 통해 화폐의 시간가치에 대해 다룬다. 이를 살펴본 뒤에는 구체적으로 금리란 무엇이며,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3장(금리 스프레드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에서는 다양한 금리에 대해 알아보고, 장단기 스프레드와 신용 스프레드로 알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살펴본다. 4장(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실체와 전망)에서는 17세기 튤립 버블 이야기로 시작하며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대해 다룬다. 경쟁적인 통화완화의 부산물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함께 다루었다.

5장(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Q&A)에서는 미국이 언제 다시 금리를 올릴지, 미국의 장기 균형금리는 얼마일지, 그리고 한국의 유효 금리 하단은 어디까지인지 살펴본다. 6장(금리가 말하는 미래_ 세계경제)에서는 둔화국면이 다가오는 미국경제를 들여다보면서 시작한다. 둔화가 지속되는 중국경제, 붕괴 우려가 커지는 유로존을 살펴본다. 7장(금리가 말하는 미래_ 한국경제)에서는 이제 시간 문제인 0%대 금리, 1%대 성장률 시대, 앞으로 보기 어려운 2%대 물가에 대해 조명한다. 8장(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장기 대출시 유리한 변동금리와 전세 대책, 그리고 향후 10년 뒤 자산가격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내용이다.

 

 

 

 

금리는 미래 경제의 프리즘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의 금리는 채무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채권의  금리보다는 높게 형성된다. 즉 만기가 10년인 미국채 10년 금리가 하루짜리에 불과한 기준금리보다는 높은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미국채 10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에서도 장기 채권에 대한 거래가 계속 이루어졌다.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06년 6월 29일 이후 미연준은 2007년 9월부터 다시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주택담보 대출의 연체율과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연준이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을 때는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서브프라임의 부실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의 축소는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호다.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장단기 스프레드의 역전은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시사한다. 지금 당장은 경기가 좋더라도 향후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장기 금리를 단기 금리보다도 낮게 형성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동행 또는 후행변수로 인식되는 금리가 사실은 미래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최악으로 평가받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장단기 스프레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장을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그 당시 금리의 움직임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였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니 지금이라도 금리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귀를 기울여보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훨씬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화폐의 시간가치란 무엇인가

만약 일하는 회사에서 월급을 한 달에 2번으로 나누어주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첫 번째 옵션은 월 중반에 월급의 40%를 주고, 월 말에 60%를 주는 조건이다. 두 번째는 월 중반에 월급의 60%를 주고, 월 말에 40%를 주는 조건이다. 사람들은 어느 조건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두 번째를 택한다. 본능적으로 초반에 돈을 많이 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이를 '화폐의 시간가치'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미래의 현금보다는 현재의 현금을 더 선호한다. 이는 크게 다음의 4가지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미래의 소비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크다. 따라서 현재의 소비를 당장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현재의 현금흐름이 당연히 미래의 현금흐름보다 선호된다.

 

둘째, 새로운 투자를 통해 현재의 현금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물론 투자손실의 위험도 있지만, 투자할 기회 자체를 준다는 점에 가치를 부여할 만하다.

 

셋째, 미래의 현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즉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동일한 현금이더라도 미래의 현금은 현재와 동일한 구매력을 지니지 못한다.

 

넷째, 미래의 현금흐름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즉 1년 뒤에 받기로 한 돈을 떼일 수도 있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돈을 돌려받는 시점이 늦추어질 수도 있다.

 

 

금리 결정엔 정해진 공식이 없다

 

금리와 관련해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시장 에서는 항상 금리 상승 요인과 금리 하락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수학 공식처럼 A가 발생하면 상승 요인, B가 나타나면 하락 요인으로 결론을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며, 결국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국내 경기가 좋아져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다면 일반적으로는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 이 국내 경제를 보고 원화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자 국내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면 오히려 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물가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공급측 요인에 기인한다면 오히려 경기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민간의 자금 수요가 줄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다.

 

또한 금리에도 종류가 많고, 모든 금리가 동일한 방향이나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개별 금리가 서로 다른 방향성과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금리라고 다 같은 금리가 아니다

 

금리가 결정되는 채권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금리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보면 '잔존 만기''발행자의 신용도'가 있다. 먼저 잔존 만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발행자가 같더라도 잔존 만기에 따라 금리 수준은 달라진다. 현재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의 만기는 3년, 5년, 10년, 20년, 30년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수준의 금리를 보인다.

 

 

잔존 만기가 다른 채권의 금리를 선으로 이어보면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우상향 형태가 나타난다. 이를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라고 부르며, 만기가 긴 채권금리에서 만기가 짧은 채권금리를 뺀 스프레드를 '장단기 스프레드'라고 한다. 실무에서 주로 장단기 스프레드는 '국고채 3년-기준금리 스프레드' 또는 '국고채 10년-국고채 3년 스프레드'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발행자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채권의 잔존 만기가 동일하더라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 수준은 달라진다. 예를 들면 같은 3년 만기 채권이더라도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금리 수준은 다르게 형성된다. 이때 신용위험이 높은 회사채에서 신용위험이 없는 국고채의 금리를 뺀 스프레드를 '신용 스프레드'라고 하며, 실무에선 주로 '회사채(AA마이너스)3년-국고채3년 스프레드'를 사용한다.

 

 

신용 스프레드는 신용 상태의 체온계다

 

신용 스프레드란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채권금리에서 무위험채권의 금리를 빼준 스프레드'다. 국내에서는 신용위험의 정도에 따라 AAA, AA, A, BBB, BB, B, CCC, CC, C와 같은 순으로 신용채권의 등급을 매긴다. 이 중에서도 BBB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투자등급 채권이라 하고, 그 이하는 투기등급 채권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신용 스프레드라고 하면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국고채 3년 금리 스프레드'를 의미하며, 각 신용등급별 금리에서 동일 만기의 국고채금리를 빼면 해당 등급의 신용 스프레드가 된다. 장단기 스프레드에 비해서는 미래 예지력이 떨어지지만, 신용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훌륭한 척도가 된다. 즉 어느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진다면 신용 스프레드 역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동일한 기업에 대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는 종종 주가와 금리가 서로 상반되는 모습일 때가 있다. 즉 기업의 어떠한 투자결정에 대해 주가는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상승하는 반면, 신용 스프레드는 미래의 신용위험을 고려해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주주와 채권자 간의 이해상충 문제 때문으로,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주가의 흐름뿐 아니라 신용 스프레드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제2의 튤립 버블인가?

 

마이너스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채에 투자하고 국채를 보유하려는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는 크게 투기적인 수요, 환차익 수요, 담보 및 규제에 따른 의무보유 수요, 디플레이션 헷지 수요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마이너스 금리 폭이 커지면 이익을 낼 수 있다. 채 권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이자 수익'과 '자본 손익'으로 나눌 수 있다. 만약 -0.1% 금리의 채권을 살 경우 이자는 -0.1%로 손해지만, 나중에 채권을 -0.2%로 매도할 수 있다면 0.1%p만큼의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마이너스 금리 하락 폭이 커진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면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살 유인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통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앞에서 언급한 이자 수익과 자본 손익 외에도 환차익이 추가된다.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마이너스 금리부의 채권이라도 여전히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적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표면적인 목적은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독려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시중은행이 중앙은 행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더 많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고 신용 리스크가 크다 보니 은행권 입장에서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벌칙금리를 내면서도 여전히 대출활동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ECB는 TLTRO2(목표 장기 대출 프로그램)를 통해 은행권이 비금융기관에 대출을 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금융의 성격으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마이너스 금리로 공급해주고 있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제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화전쟁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토록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나, 실제로는 그 돈이 다시 중앙은행에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바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초과로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벌칙성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매겨서 실물경제에 좀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압박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인가? 시중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쌓아놓은 예치금을 다시 시중에 공급하게 된다면, 그동안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키는 공급과잉의 해소와 새로운 수요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의 공급과잉이 조정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야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급과잉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글로벌 총수요 역시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에 기인한 구조적 수요 둔화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인가?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고성장과 원자재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으나, 이후로는 투자비중을 줄이고 소비비중을 늘리는 구조변화를 진행하면서 경제성장률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유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중국이 안정적인 성장모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블 붕괴 위험이 있는 투자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경제의 구조변화에 따른 수요 둔화를 메워줄 수 있는 다른 성장 모멘텀이 당장 나타나기는 어렵고,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경제가 투자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성장 모멘텀의 간극 때문에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결국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과잉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국경제와 금융시장이 언제 다시 불안해질지 알 수 없으며,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연준은 계속 신중한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둔화 국면이 다가온다

 

최근 중국이 G2로서 세계경제에서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지금은 예전보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미국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장단기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미국 경제가 정점 부근에 도달해 이제는 둔화 국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향후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장단기 스프레드를 보면 2014년 초를 기점으로 축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채 10년과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난 2015년 12월 미연준이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장단기 스프레드의 축소 폭이 매우 컸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과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의 장단기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크게 확대되었다가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엔 첫 번째 금리 인상 직전에도 장기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다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루어진 이후부터는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화 가치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미연준은 2015년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앞서 2014년에는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2014년 상반기부터 미국의 달러화는 미연준의 통화긴축 스탠스로의 변화를 반영해 가파른 강세를 보였다. 주요 교역국과의 통화가치와 대비해 상대적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한때 100에 육박했으며, 대부분의 전망은 향후 달러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미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환경으로 흘러가자 미 달러화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되었음에도 달러화 강세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었겠지만, 오히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의 강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미연준이 당초 계획했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며,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카니즘과 더불어 미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대만큼 빠르거나 강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달러화도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원 환율은 다시 떨어진다

 

지난 2015년 12월 미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향후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달러-원 환율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모 증권사에서는 아예 대놓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선전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달러화는 당시보다 훨씬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도 1,100원대 전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가결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향후 EU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원 환율도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공개된 당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하루만에 30원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으며, 오히려 원화강세가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외환시장이 보여준 움직임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이다.

 

 

5년 후 아파트 전세가율은 80%에 달한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전세제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미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전환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전세가격이 매매 가격을 넘어서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추세가 일부 지역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을 만한 유인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전세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수익은 매우 낮으며, 전세금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다른 집을 사기에는 집값 하락의 리스크가 부담스럽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시적으로 집주인이 소유와 거주가 분리되어야 하는 경우이거나, 또는 재건축 지역과 같이 향후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에서만 전세 공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월세보다는 전세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월세로 살 경우 매달월세비가지출되고, 이로 인해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라면 아무리 높은 금액이라도 저금리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떼일 염려가 없는 전세금은 일종의 저축 형태로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항이 강하지 않다.

 

 

 

전세로 살 바에야 내 집을 사자

 

향후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또한 저금리는 수급적으로도 전세의 품귀현상을 만들면서 전세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 즉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 만에 돌아오는 재계약 시점마다 많게는 수천만 원의 전세금을 올려주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게 되면, 일부는 더 낮은 가격의 전세를 찾기 위해 이주를 반복하는 전세난민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뒤늦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만약 집값이 폭락한다면 깡통주택이 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예전에는 집이 투자수단이었다면, 지금은 ‘의식주’라는 기본 생활의 일부분이다. 필요에 의해 시기에 따라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안정적인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18년까지 전국적으로 주택공급과 일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니 이때 기회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대한 우리의 자세

 

금리가 말하는 미래가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침이면 태양은 떠오르고 우리들은 생업의 일터로 향할 것이다. 미래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위 3저인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기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하는 삶의 패턴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이다. 장기 대출시엔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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