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 프레임
책의 저자 최인철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며
동 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입학 후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원리를 파헤치는 심리학에 매료되어
심리학과에 재입학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프레임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재미와 의미를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소박한 동기에서 비롯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근거 없는 주장이나 추측,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남들을 가르치려는 오만을 경계하면서 연구 결과에 충실한 책을 집필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어
'개정판'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초판이 발간된 지 10년이 지나 출간된 이번 개정판은 초판의 내용에다 새로운 3개장을
추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친절하게도 저자는 초판을 읽은 사람이라면 개정판에서는 1장, 5장, 6장만 읽어도 무방하다고 독서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1장(프레임에 관한 프레임)과 6장('내가 상황이다'의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읽어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초판의 내용 중 시대에 맞지
않거나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에 대한 것들은 삭제 내지는 수정했다.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 벤저민 바버, 사회학자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서양 동화 <핑크대왕 퍼시>라는
작품을 읽어 보았는가? 그 내용이 매우 재미있다. 대왕은 핑크색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옷은 물론이고 모든 소유물은 핑크색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성 밖에는 다른 색들이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백성들의 모든 소유물을 핑크색으로
바꾸라는 악법을 공표했고, 나라의 모든 자연과 동물들의 다채로운 색도 군대를 풀어서 핑크색으로 염색하는 촌극을 벌였다. 하지만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게 있었다. 그렇다. 하늘이다. 그는 스승에게 묘책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준비한
안경을 끼고 하늘을 보라"
며칠을 고민해도 대책이 나오지 않자 스승은 색안경을 묘수 풀이로 내놓았던
것이다. 대왕은 크게 기뻐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의 삶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굳이 핑크색에 집착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대왕의 안경은 항상 핑크색으로 사물을 보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각자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은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프레임이 '선택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가졌냐에 따라 애시당초 전혀 보지 못하는 대상과 고려조차 못하는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의 역할이다.
프레임은
욕망이다
욕망은 프레임의 강력한 원천이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풀어 스면 '욕망이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보게 하는 프레임을 만들어낸다'가 된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망 중 하나가 바로
'식욕'이다. 종합검진 때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당일 오전까지 금식하는 것조차 어려워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의 TV는 요즈음 요리와 먹방이 대세이다.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먹는 장면이 많이 노출된다. 그러니 잠간 동안의 금식이 얼마나 어렵나 말이다. 심지어 검사 당일 길거리에는 토스트, 컵밥, 샌드위치
등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과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수많은 식당들이 늘어 서 있다. 특별히 이런 장면이나 식당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 사람은 배가 너무 고파서 세상을 온통 음식 프레임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미국의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32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미국의 식품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 조사를 했다. TV에 등장하는 음식 광고가 10년 전보다 감소했는지, 아니면 증가했는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조사가 종료된 후 설문에 참가한 여대생들에게 다이어트 여부를 물었다. 식사량에 신경 쓰는지, 지장이 많은
음식을 피하려 노력하는지 등등.
최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다이어트에 신경 쓰고 있는 여대생들이,
그렇지 않은 여대생보다 TV의 식품 광고가 더 늘었다고 보고했다. 이들이 서로 다른 TV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대생들도 내시경 준비를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음식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고정관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 경기 관람차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버지의 차가 기차선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 버렸다.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를 보며 아버지는 황급히
자동차 시동 키를 돌려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기차는 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아버지는 즉사했고 아들도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다. 급히 달려온 외과 의사가 차트를 보더니 "난 수술을 할 수가 없어. 얘는 내 아들이야!"라며 절규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추리를
위해 두뇌의 회전력을 높여 보자. 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뒤 즉사하지 않았던가? 혹시 의사가 친아버지고, 야구장에 같이 간 아버지는
양아버지였을까?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제 의사가 아들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읽어보라.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왜 그렇게 헷갈려 했을까? 이는 우리들이 '외과
의사=남자'라는 전통적인 프레임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종, 나이, 성, 국가, 사회적 지위, 옷차림, 외모, 학력 등이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 휘몰아치는
고정관념의 유혹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고정관념이라는 폭력적인 프레임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과 만나는 일은 진정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계획표의
함정
초등학교 시절 방학과 동시에 만들었던 것이 바로 동그라미
모양의 계획표였다. 지금에사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비현실적인 계획이었지만, 만드는 그 순간만큼은 진지했고, 뭐든지 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누구나 다 그랬듯이 기상 시간은 으레 아침 6시 또는 6시 반이었다. 거기에다 평소에도 전혀 하지 않던 '아침
운동' 시간을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포함시켰다. 정말 웃기지 않는가? 누가 방학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한단 말인가. 당연히 이는 작심삼일로
마감되고 단지 방학 숙제 제출용에 그치고 만다.
계획 오류는 대학생이 되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한국 대학가를 강타했던 영어 어휘 학습교재 <Vocabulary 22000>,
<Vocabulary 33000>가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라면 통과의례처럼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22000을 마스터하고 33000에 진입하면 영어를 깨나 하는 학생으로 추앙받을 정도였다. 사실 22000을 완독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당시 대학생들은 방학만 돌아오면 초등학교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의욕과
희망을 가득 안고서 <Vocabulary 22000>을 완독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곤 했는데, 거의
예외 없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갔다. 우선 22000을 사면 맨 먼저 책의 페이지 수를 센다. 그리고 방학 일수로 나눈다. 그러면 하루에
공부해야 할 페이지 수가 나온다. 마음속에서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하하하.
"하루에
겨우 2~3페이지, 그 까짓 것…"
시간은 훌쩍 건너뛰어 방학한 지 일주일이 지나게 된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또다시 페이지 수를 세고, 남은 일수로 나누고, 여전히 몇 장 안 되는 하루 분량에 안도한다. 며칠 그렇게
실천하지만 점점 계획했던 분량에서 멀어지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방학은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다음 방학이 돌아오면 '이번만은 꼭 해내고 말
거야.'라며 다시 도전하지만 여전히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이 모든 상황이 의지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애초부터 미래에 대한 우리의
계획이 현재의 의지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지에만 집착하여 미래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관심이 자신의 내면으로만
집중하게 된다. 불타는 의지, 각오, 지난 번 실수에 대한 깨달음, 이번만은 다르다는 자신감 등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몸살, 여행, 친척의 죽음, 장마, 이성 친구와의 갈등 등 실천을 방해할 수 있는 미래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지혜로운 소비를
방해하는 '이름 프레임'
오래전에 친구에게 빌려준 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나중에 돌려받은 돈,
옷장을 정리하다가 오래 전에 입던 옷의 호주머니에서 발견한 돈, 휴면 계좌에서 돈을 찾아가라고 연락받은 돈, 길을 걷다가 주운 돈, 연말
정산으로 반환받은 돈,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 상여금 등 이런 돈들은 마치 횡재한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오래가진
못한다. 여기엔 '공돈'이란 이름이 붙기 때문이다.
"공돈을
은행에다 2주간만 저축을 해놓아라"
지혜로운
경제생활의 출발은 돈에다 이름을 붙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나 공돈이라는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미 공돈이라는
습관이 배어 있다면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의 조언대로 해보라.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동안 그 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돈이라는 이름에서
'예금'이라는 이름으로 심리적 돈세탁이 이루어질 것이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후불제의 위력
부모1~ 수입, 건강 상태, 업무량, 아이와의 관계, 사회생활 수준 등이
보통
부모2~ 평균 이상 수입, 사소한 건강 문제, 잦은 출장,
아이와 친밀함. 활발한 사회생활
가정불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느 부부가 이혼을 결정했는데, 하나뿐인
아들의 양육권을 놓고 팽팽한 대립 끝에 결국 법원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우리가 배심원이라면 이 중 어떤 부모에게 양육권을 주겠는가?
프린스턴 대학교의 엘다 샤피어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약 64%가 부모2에게 맡겨야 한다고 결정했다.
여기서 질문을 반대로 '어느 부모에게 양육권을 주면 안 되는가?'라고
해보자. 위의 통계치를 감안하면 당연히 36%의 사람들이 부모2에게 주면 안 된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결과에서는 무려 55%의 사람들이
부모2에게 양육권을 주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어떻게 이런 모순적인 결과가 나왔을까? 배심원의 입장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맡겨서는 안
되는가?'라고 질문하면 장점보다 단점을 찾는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러니 당연히 부모2가 눈에 띈다.
이런 교묘한 프레임의 효과가 후불제
마케팅에도 작용하고 있다. 선불제로 물건을 살 경우에 소비자들은 잘못 선택했을 때 생길 부담 때문에 대개 장점을 찾는 프레임으로
접근한다. '그 물건을 살만한 장점이 있는지', '그 물건을 지금 꼭 사야 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급적 꼼꼼하게 따져보는 신중한 쇼핑을
한다. 그러나 후불제로 주문한 경우는 '이 물건이 반환할 정도로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가?'의 프레임, 즉 단점을 찾는 프레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따라서 심각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반환을 요구하는 행동은 잘 실행하지 않게 된다.
이런 후불제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물건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 물건을 꼭 사야 할 만한 뚜렷한 장점이 있는가?'라는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굳이 반환할
만큼 명백한 흠결이 있는가?'라는 프레임으로 쉽게 이동한다면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는 금물임을 명심해라. 이것이 지혜로운 구매
패턴이다.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프레임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긍장의 언어로 말하라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져라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인생의 부사副詞를 최소화하라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요즘 우리 사회에는 '어디서 살 것인가?'의 프레임이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어디서 살고, 어디서 쇼핑하고, 어디서 식사할 것인가라는 장소의 프레임이 현대 한국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행복은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프레임을 바꾸라. 그러면 인생이 바뀐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 경험하는 절대 겸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미래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 그리고 돈에 대한 잘못된 심리로부터의 기분 좋은 해방.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꼭꼭 채워주고 싶었던 지혜의 요소들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