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 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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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로 뻗어 나갈 채비를 해나가고 있고, 수명은 30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진화하면서 인공지능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인류의 노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정치, 경제, 기술 등 모든 영역이 새로운 개념들로 재구성되어 우리는 이제껏 인류 역사에 전례 없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바야흐로 변화무쌍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넘친다. - '프롤로그' 중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는 개인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절실한 시대, 불안과 두려움에 빠진 개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절박감과 위기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변화 속에서 내일을 꿰뚫어보기 위한 질문과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명견만리明見萬里>가 KBS1 TV를 통해 방송되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난 당대의 지성인들이 매주 출연하여 이 사회가 당면한 미래의 이슈들을 강연을 통해 청중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감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은 제작진은 강연+다큐, 지식+공감, 전문가+대중이 융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김난도, 김영란, 서태지, 성석제, 장진, 최재천 등 우리 사회 주요 인사들이 출연하여 진정성 있는 강론을 펼쳐왔으며, 여기에 일반인 청중으로 구성된 '미래참여단'의 역할이 더해져 집단지성의 힘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를 모색해왔다.

 

책은 윤리, 기술, 중국, 교육 등 4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윤리 파트에서는 자본주의 사회가 정글화 되면서 생겨난 의외의 결과물로서 '착한소비'에 주목하였고, 앞으로 '김영란법'이 만들어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보고 세계적 트렌드로서의 '반부패'를 조명하였다. 기술 파트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 혁명 등 변혁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우리에게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다. 중국 파트에서는 전 세계의 가장 큰 소비자였던 중국의 영향이 우리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향후 중국 경제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우리 사회의 대응책을 고민해보았다. 교육 파트에서는 지식의 폭발 이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융합교육을 살펴보고 그에 반해 아직 과거의 교육 방식에 묶여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짚어보았다.

 

 

국가 부도 위기를 경험한 그리스

 

그리스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종종 자신이 마신 커피값 외에 한 잔 값을 더 지불하곤 한다. 이른바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다. 커피를 사 마실 돈이 없는 노숙자나 실직자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누군가를 위해 '힘내세요'라는 응원 쪽지와 함께 커피값을 지불한 것이다. 쪽지가 말하자면 구매 쿠폰인 셈이다. 처음에 4곳에서 시작한 이 카페가 현재는 그리스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카페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알레판티스다. 그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카페가 자리잡을 것이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삶에는 생존을 위한 빵뿐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장미도 필요하다. 힘든 누군가가 생존을 위한 투쟁 속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착한소비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스에서뿐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만날 수 있으며, 불가리아에서는 150개 이상의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의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다소 생소한 나라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아래와 같다.

 

안녕, 안녕, 부패여! 너에게 작별인사를 전해.

우리는 보츠와나에서 태어났어요.

보츠와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청렴함을 바탕으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보츠와나의 1인당 명목 GDP는 5897달러로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더불어 주변국 가운데 국제신용등급 1위를 유지하는 것도 깨끗한 사회가 이룩한 큰 성과다. 부패 없는 사회를 바탕으로 이룬 경제발전은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국가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다 보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종족 간의 갈등도 없고 정치도 안정되어 있다. 깨끗해야 강해질까, 강해져야 깨끗해질까?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적용할 김영란법의 의미다.

 

 

 

전기차 기술을 무료로 공개한 이유

 

2014년 6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 과열 방지 기술과 급속충전 기술인 슈퍼차저 기술을 포함해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기술 1400여 개를 무료로 공개했다. 토요타 또한 2015년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수소차 특허 5680개를 전면 공개했다. 이들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자사의 독점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점적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의 CEO 

 

공유와 개방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는 문화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인 <렛잇고>의 엄청난 인기에는 '공유'의 힘이 작용했다. 월트디즈니는 기존의 저작권 개념에서 벗어나 <렛잇고>의 리메이크를 이례적으로 허용했던 것이다. 즉 팬들이 음악을 리메이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퍼지면서 <겨울왕국>의 인기로 선순환되었다.

 

 

 

주문량이 하나라도 만든다

 

독일의 주방가구 1위 업체인 노빌리아는 지금까지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왔지만, 이제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주방가구도 생산하고 있다. 과연 대량생산에 적합한 컨베이어벨트식 공장에서 어떻게 개인 하나하나에 맞는 맞춤형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

 

노빌리아는 2년 전 공장시스템을 고객 맞춤형으로 바꿨다. 가구는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한다. 이 과정은 직원이 필요한 부품에 고객 정보가 적힌 바코드를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미 제조라인의 기계에는 고객의 상품정보와 조립방법이 입력되어 있다. 기계는 바코드의 정보에 따라 부품을 선별하고 조립하므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다양한 부품이 섞여 있어도 오류 없이 작업할 수 있다.

 

이렇게 시스템을 변경한 덕분에 노빌리아는 2700명의 직원이 하루에 2700개의 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과 기계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협ㅈ업하는 것이다. 2016년, 노빌리아는 총 74종의 부엌가구를 출시했으며, 나아가 각각의 부엌가구를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조할 수 있다. 가구의 색을 바꾸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손잡이 위치를 바꾸거나, 아예 다른 제품의 부품을 결합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 대해 노빌리아는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셈이다.

 

 
  

 

중국,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의 보고서에 따르면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그리고 이 창업 열풍의 핵심에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가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에서 이들의 창업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꿈이 시작되는 차고카페는 주머니 사정이 좋을 리 없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작은 사무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전기, 인터넷 사용뿐 아니라 회의실 이용 등 다양한 장소가 제공된다. 이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이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다. 예비 창업 청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공동 창업을 이뤄가기도 한다. 또 이곳에서 투자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는 등 2011년부터 현재까지 130여 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는 2억 명의 중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는 무엇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새로운 교육 혁신

 

프랑스가 지적 전통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 시스템을 가졌다면 핀란드에서는 다른 방향의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핀란드는 이미 전세계가 인정하는 교육 강국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세계 최초로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과목의 교사들이 하나의 주제를 전해 과목을 통합해서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핀란드에서 진행되는 교육의 화두다.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를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와 같은 주제도 훌륭한 융합 수업의 콘텐츠가 된다. 교사들은 이 주제를 위해 생물, 역사, 수학 등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융합 수업은 이론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바다를 만들어 보고,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도 실험한다.

 

수업의 내용을 예로 들면 이렇다. 물은 남겨놓고 어떻게 기름만 제거할 것인지, 기름 유출량에 따라 필요한 오일펜스의 길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과거에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들은 어땠는지 등. 하나의 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여러 과목이 녹아 있다. 심지어 실제로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노를 저어보는 체육 활동도 하고, 물고기로 요리하는 가사 활동까지 겸한다.

 

이러한 융합 교육을 통해 실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은 예습이라는 걸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건 사전에 책에서 미리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집중해서 생각하고 즐겁게 몰두하는 사고력이다. 이미 교육제도가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핀란드가 왜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할까? 이는 바로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즉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어떠한가? 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밝은 지혜로 만 리를 내다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밝은 눈들은 한결같이 기본을 강조합니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는 지금, 변화의 장단에 맞춰 그때그때 헐레벌떡 새로운 스펙을 쌓는 것은 실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변화의 고비마다 버티고 서 있을 모든 문을 다 열려면 마스터키를 깎아야 합니다. 이 책이 마스터키를 깍을 모든 이들에게 밝은 눈을 선사할 것입니다.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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