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 1 : 신과 인간의 공존 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 1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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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는 여러 고전을 토대로 그리스 신화를 균형 있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명화의 등장인물이 말을 하게 하여 본문의 내용을 뒷받침하였다. 명작과 말풍선을 활용하면 내용을 쉽고 재미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지 독서'를 몇 번 반복하면 복잡해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흐름을 쉽게 꿸 수 있다. - '머리말' 중에서

 

 

불핀치, 호메로스, 오비디우스를 만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불핀치의 신화를 완독하지 못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고 그 내용 또한 참으로 다양해서 읽다 보면 먼저 읽은 내용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지금 막 읽는 스토리와 뒤죽박죽되어 내가 들어간 신화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메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의 인문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화를 알아야 된다는 조언을 자주 접했던 터라 이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또 다시 신화를 읽기를 반복했지만 중도하차 하기를 거듭해 왔다. 그리스로마신화에 관한 책들은 정말 자주 그리고 많이 출간된다. 그때마다 그 책을 입수해 읽다보니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자리를 잡는 신화의 스토리들도 생겼다.

 

서양의 미술작품이나 문학에는 그리스로마신화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감상하고 음미하려면 신화 속에 담긴 스토리와 그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명화 속의 신화를 이해하려면 그 주인공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명화 스토리텔링'으로 신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책의 저자 박찬영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의 편집부장을 지냈다. 현재 ㈜리베르스쿨, 리베르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여행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여행, 알고 떠나자>는 겉모습만 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속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문 지리 여행서다.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인 <세계지리를 보다>(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는 두 차례의 세계 답사 여행에서 확인한 역사와 지리의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우

 

 

 

 

책은 모두 2권으로 구성되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것은 1권(신과 인간의 공존)이다. 책에는 총 18가지 코드와 관련 명화들이 등장한다. 복잡한 신화를 다양한 미술 작품과 말풍선으로 쉽고 생생하게 풀어냈다. 말풍선이라는 형식을 빌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직접 말을 하게 했다. 이제는 우리가 명화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말풍선을 채울 차례다.

 

 

프로메테우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치다

 

티탄족의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눠주는 바람에 프로메테우스는 인간 남자들을 만들었을 때 이들에게 줄 선물이 없었다. 화물차 이름에도 등장하는 '타이탄'이 바로 티탄족에서 인용한 것이다. 인간이 생기기 전에는 이들 거인 신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땅 위에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어 번성하게 하라"

 

어느 날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를 땅으로 내려보내며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겨주었다. 형인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신들의 형상을 본뜬 인간 남자들을 만들어 똑바로 설 수 있게 했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인간에게 불을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왜냐하면불은 신들만의 것이기에 인간들에게 결코 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궁전에 있는 화로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로 주고 말았다. 인간은 불을 갖게 됨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도구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다른 동물들을 굴복시킬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인간의 친구인 프로메테우스는 혹독한 대가를 피할 수 없었다. 제우스는 그를 카우카소스 산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독수리를 보내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 그런데, 그의 간은 먹히자마자 다시 생겨났다. 끔찍하고도 가혹한 형벌은 이렇게 계속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프로메테우스는 권위와 압제에 저항한 최초의 영웅적 인물인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앞일을 내다보는 자'를 의미한다. 그는 무엇을 내다보았을까? 그는 제우스의 앞일을 알고 있었다. 바로 이런 비밀이었다.

 

"아름다운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하면 테티스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훌륭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신들의 놀이터

 

그리스로마신화는 알 듯 모를 듯하다. 신들의 수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다. 신과 인간이 엮어내는 숱한 사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올림포스 12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12신은 제우스 가족이다.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져 생긴 거품 속에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를 제외하면 모두 제우스의 형제자매이거나 자녀들이다. 헤스티아가 디오니소스에게 12신의 황금 의자를 내주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12신에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여신이나 인간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 제우스의 자식 중에서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사랑의 본질은 뭘까?

 

사랑은 맹목적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사랑은 대부분 일방적이기 때문에 안타깝게 끝난다. 한쪽은 애태우지만 다른 한쪽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다프네를 쫓아가는 아폴론이 그러하다. 사랑은 깊다. 하지만 깊은 사랑은 대부분 의심 때문에 허무하게 끝난다.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가 그러하다.

 

사랑은 순수하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은 대부분 오해 때문에 비극으로 끝난다. 피라모스와 티스베가 그러하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사랑에서 사랑의 기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먼저 아폴론다프네의 사랑이다. 다프네는 강江의 신 페네이소스의 딸인데, 그녀에게 구혼을 청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녀는 아르테미스 여신처럼 평생 처녀로 살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제우스의 아들이자 음악의 신인 아폴론은 결코 그녀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아폴론은 스토커였다. 이에 도망치다 힘이 빠진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예쁜 모습이 문제라며 자신의 모습을 바꿔달라고 급히 요청한다. 그러자 그녀의 몸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리는 뻣뻣하게 굳고, 젖가슴은 연한 껍질로 뒤덮혔으며, 머리카락은 수북한 이파리로 변했다. 팔을 가지로, 발은 뿌리로 변해 땅에 박혔다. 월계수로 변한 것이다. 나중에 아폴론은 자신의 교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을 깨달았다. 무작정 밀어붙이면 사랑을 쟁취한다고 믿는 어리석은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미다스의 황금손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디오니소스란 '어머니가 두 명'이란 뜻이다. 그 사유는 이러하다. 디오니소스의 어머니 세멜레는 헤라의 질투로 인해 참혹하게 타 죽은 여신이다. 헤라가 유모로 변신해 세멜라에게 "제우스가 헤라를 찾을 때 천둥소리와 번갯불에 싸여 나타난다"고 얘기하자 질투심과 경쟁심이 동한 세멜라는 제우스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우스가 신의 제왕으로 그 모습이 변하자 세멜레는 그 광채를 견디지 못하고 타 죽고 말았다. 당시 세멜레는 6개월째 임신 중이었고, 제우스는 태내의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웠다고 신화는 말한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를 깍듯이 대접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를 기특하게 여겨 미다스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게 해주었다. 하지만 판과 아폴론의 피리 시합에서 판의 손을 드는 바람에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서 귀가 당나귀 귀로 바뀌었다. 미다스는 소원을 이뤘지만 욕심을 부려 도리어 화를 불렀다.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욕심이 채워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배가 살짝 고플 때 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다.

 

노부부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나그네 행색의 제우스를 정성을 다해 대접했지만 노부부의 소원은 고작 제우스 신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신전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어느 날 실레노스가 갑자기 사라졌다. 술에 취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자 농부들이 붙잡아 그를 미다스 왕에게 데려갔다. 미다스는 감짝 놀랐다. 이 노인이 바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인 실레노스였기 때문이다. 미다스는 이 노인을 위해 열흘 밤낮으로 슥진히 잔치를 열어주었다. 이후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돌봐 준 은혜를 갚는다고 미다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미다스의 손이 닿기만 하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는 능력을 갖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 소원을 취소해달라고 애원한다. 황금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실레노스: 생긴 것은 이래도 나는 산야를 떠도는 지혜의 요정이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애당초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죽는 것이 상책이야. 아니면 술이나 마시는 게지.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화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상아 여인상을 무척 사랑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조각상에 진주 장신구를 치장하며 소파에 눕혀 아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키프로스 섬의 축제일에 제물을 바치며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제게 정숙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보내주세요"

 

마침 이 축제에 와 있던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소원을 듣고 이를 들어주기로 맘 먹었다. 한편, 귀가한 피그말리온은 평소처럼 조각상을 어루만지는데,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고,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아 입맞춤을 하자 부끄러워하며 낯빛을 붉혔다. 조각상이 마침내 진짜 여인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는 여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이 여인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여기에서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가 생겨났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보여준 경우다. 숲의 님프 포모나는 과수원 돌보기에만 열중하고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다.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가 노파로 변장해 포모나에게 접근해서 충고한다. "포도나무가 느릅나무를 휘감아주지 않으면 느릅나무는 홀로 서 있겠죠. 포도나무도 느릅나무를 휘감고 있지 않으면 땅바닥을 기고 있을 테고요. 포모나 아가씨도 느릅나무와 포도나무에서 교훈을 얻어 배필을 만나는 게 어떨까요?"

 

포모나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다. 그녀는 농사짓는 땅과 과일나무를 애지중지했고, 자신이 아기는 나무에 물주기나 가지치기를 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녀에게 연애는 그저 사치픔이었다. 과일을 훔쳐갈까 봐 그녀는 과수원의 문을 꼭꼭 닫았다. 그러자 숲과 들의 신 사티로스와 들판과 목동의 신 파우누스는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이는 베르툼누스였다. 베르툼누스의 뜻은 '변화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변신해 포모나에 접근할 수 있었다.   

 

결국 포모나는 베르툼누스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는 좋은 계절이 다 지나가기 전에 사랑이 다가오면 그 품에 안기라고 말한다. 결국 세상을 떠날 때는 후회보다 사랑한 기억만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열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샘의 영혼이 세상을 떠나면서 연인 몰리에게 말한다. "참 놀랍군. 마음속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야"

 

포모나여, 나를 그대의 유자나무 숲으로 데려가 주오.

상큼한 레몬과 시큼한 라임이 자라는 곳으로

푸른잎 그늘에서 진한 오렌지가 빛나는 곳으로

이 모든 경쾌한 빛갈이 뒤섞인 곳으로

가지를 펼친 타마린드 나무 그늘에 앉게 해주오.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면

더위를 식하는 열매가 살랑대는 것으로 데려가 주오.

 

- <포모나의 과수원>/톰슨,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

 

 

 

죽음도 초월한 사랑

 

제우스는 세상이 생긴 후의 일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당시에는 글이 없어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에게 그 일을 맡기기로 했다. 그는 므네모시네와 9일 동안 사랑을 나누어 열 달 후에 아홉 명의 딸을 낳았다. 므네모시네는 딸들에게 세상이 생긴 후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딸들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억하려고 시와 노래로 옮겼다. 노래는 리듬을 활용한 일종의 기억법인 셈이다.

 
딸들은 처녀로 성장하여 신들의 잔치에서 아폴론의 리라 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췄다. 아홉 명의 딸들은 무사라고 불렀는데 영어로는 뮤즈Muse라고 한다. 뮤즈에서 뮤지컬musical, 뮤지엄museum이란 말이 나왔다. 아홉 여신은 시, 연극, 음악, 미술 등 예술과 역사, 철학, 천문 등의 학문을 나누어서 맡았다.

 

아홉 뮤즈 중 서사시를 맡은 칼리오페는 트라키아의 왕 오이아크로스와 결혼해 오르페우스를 낳았다. 아폴론은 오르페우스에게 리라를 선물하고 연주법을 가르쳐주었다. 누구든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들으면 황홀감에 빠져들어 헤어나질 못했다. 또한 그는 음악 여신의 아들답게 노래도 기가 막히게 잘 불렀다. 그런 그도 아름다운 처녀 앞에선 약할 뿐이다. 에우리디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나중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식 날, 에우리디케가 님프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런데, 양치기는 에우리디케의 미모에 반해 치근덕거렸고 에우리디케는 이를 피해 달아나다가 풀밭에서 독사에게 물려 급사하고 만다. 동서고금으로 미인박명이라 했다. 신랑 오르페우스는 신부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하세계로 가서 다시 신부를 이승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지하세계에서도 그의 연주와 노래솜씨에 탄복하고 마침내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고 승락한다.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오르페우스가 앞장서고 에우리디케가 뒤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컼컴하 통로를 벗어나 비로소 밝은 땅 위로 올라오자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궁금했다. 조바심이 난 그는 고개를 돌려 에우리디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 정도 땅 위로 빠져나왔을 뿐이었다. 갑자기 신부의 몸이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지하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오르페우스도 재차 지하세계로 내려갔지만 반응은 차거웠다. "두 번은 안 되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스토리가 연상된다. 이후 오르페우스는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은 채 저승의 신을 탓하며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불운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여자들을 멀리했다. 그러자 트라키아의 처녀들이 그에게 온갖 애교를 떨었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고 앙심을 품어 오르페우스를 죽여 머리와 리라를 강에 던졌다. 제우스는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를 마들어주었다. 바로 거문고자리다. 저승으로 간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만나 행복을 얻는다. 

 

      

 

 

에로스와 프시케

 

프시케는 어느 왕국의 세 공중 중 막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아들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사람의 품에 안기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에로스는 프시케의 미모에 반해 결혼했다.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어둠 속에서만 만날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동생을 시기한 두 언니가 남편의 정체를 확인하라고 프시케를 부추겼다. 프시케가 밤에 등불을 밝혀 에로스를 살펴보았다.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떠나며 말했다.

 

 

 

 

 

"사랑은 의심과 함께할 수 없어요"

 

 

이렇게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말까? 아니다. 프시케는 에로스 찾아나서 결국 아프로디테에게 애걸한다.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숙제를 내주고 이를 해결하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이 숙제는 바로 <콩쥐 팥쥐>, <신데렐라>와 비슷하다. 아무튼 숙제는 에로스의 도움으로 해결되다가 지하세계에서 아름다움이 담긴 화장품을 구해오라는 아프로디테의 지시에 따라 가까스로 지하 궁전에 도착해 화장품 상자를 전달받은 뒤 이를 몰래 열어보는 통에 지옥의 영원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한편,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 만나러 나섰다가 그녀를 발견하고선 영원한 잠을 다시 끌어 모아 상자에 담고 잠에서 깨우는데 성공한다. 이후 에로스는 제우스 신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부탁한다. 이에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의 동의를 얻어 올림포스에서 살도록 해준다. 불사의 존재가 된 프시케는 에로스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응답 없는 사랑의 메아리

 

단풍이 지는 가을은 바야흐로 등산의 계절이다. 우리들이 무슨 말을 외치던 산은 메아리를 돌려준다. 이를 에코라고 한다.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동성과 이성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과 님프로부터 구애를 받았는데, 그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자기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로부터 무시당한 숲의 님프 에코는 소위 상사병에 걸려 서서히 야위워가다 형체는 사라지고 메아리만 남았다. 그런데, 사랑을 거절당한 또 다른 님프는 나르키소스도 똑같은 고통을 받게해 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이에 분노의 여신이 응답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마침내 탈진하여 죽고 말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 수선화가 피어났다.

 

            

 

그리스로마신화는 많은 화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어 왔고 최고의 화가들이 경쟁적으로 신화를 그려왔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그리스로마신화를 화폭에 담아 냈다. 명화 속에는 신화가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우리는 작품을 통해 살아서 숨쉬는 신화를 만날 수 있다. 명작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방대한 그리스로마신화의 흐름을 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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