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웨어 -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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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매체가 과학적 발견이라면서 많은 사실을 쏟아놓지만 그중 상당수가 한마디로 엉터리다. 서로 상충하는 과학적 주장이 나올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전문가라는 사람을 언제 신뢰해야 하고, 언제 의심해야 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어떤 선택에 직면했을 때, 애초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면서도 나와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선택을 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책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동서양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세계 지성계에 생각의 대지진을 일으킨 <생각의 지도>의 저자이다. 사회심리학적 도구를 통해 과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말콤 글래드웰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내 세계관의 원천이다"라는 찬사를 받는 등 세계적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합리적인 추론의 법칙을 밝힌 <마인드웨어>로 돌아왔다. 이 책은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완전한 허점을 파헤치고 합리적 추론을 이끌어내는 생각의 작동 원리를 심도 있게 밝힌 수작이다. 마인드웨어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생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정리한 것으로, 그가 고안한 과학적 '추론 규칙'의 총체라 할 수 있다.

 

"과연 합리적인 판단은 학습할 수 있는가?", 이는 26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의 행동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하나의 물음이다. 이에 관해 지난 40년 동안 그가 몰두했던 사회심리학 연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통찰을 책에 담고 있다.

 

그의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섭식과 비만 등 개체의 속성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1단계, 사람들의 행동을 개인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이라는 소프트웨어 관점으로 바라본 2단계, 마지막으로 인간 의식의 흐름과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두루 고찰한 마인드웨어가 그것이다. 1, 2단계 연구가 주변 환경에 따른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다면, 이 책의 핵심 주제인 3단계 연구는 행위의 주체를 다시 개인으로 옮겨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끄는 사회적 요소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를 역으로 되짚는 놀라운 과학적,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추론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 내용만 실천해도 우리는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지각, 판단, 믿음은 추론일 뿐, 현실을 그대로 읽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기보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겸손할 줄 알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틀리다'는 느낌이 들어도 사실은 오히려 더 타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도식이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도식과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함정을 피하려면 지나치게 그것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즉 타인의 판단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도 고정관념에서 나온 게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무관하고 우연한 지각과 인식도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무관하고 우연한 요소인지 모를 때조차 그런 요소는 우리 생각과 행동에 생각보다 훨신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때 어떤 대상을 두고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여러 환경에서 그 대상을 마주해야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근본적 귀인 오류

 

한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한국인들은 그 상황의 어떤 요소가 그 사람의 행동을 촉발했으리라는 꽤 합리적인 추론을 내린다.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질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동양인도 서양인만큼은 아니지만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빅터 해리스의 1960년대 연구에서, 사람들은 주어진 과제에 따라 수필을 쓴 사람이 그 수필과 똑같은 의견을 가졌으려니 단정하는 성향을 보였듯이, 최인철이 동료들과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도 미국인과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수필을 읽기 전에 글쓴이가 자기 견해와 별개로 그런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황을 이해하고 글쓴이의 진짜 견해는 글의 논지와 일치한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은 빤히 조작된 상황에서도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글쓴이의 진짜 생각을 알았다고 단정한다.

 

맥락에 주목하면 나와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요소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상황요소는 나와 타인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기질요소는 적은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는 자신의 상황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합리적인 무의식 

우리는 보통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생각은 어떤 절차로 작동하는가를 비롯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 부분 작동하고 있다.

 

머릿속에 노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걸음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치채지 못한다. 이번 투표에서 학교를 투표소로 이용한 까닭에 우리는 평소 투표 성향과 반대로 지역의 교육세 인상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우리가 빌의 진정서가 아니라 밥의 진정서에 서명한 이유는 밥의 진정서가 더 깔끔한 서체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마사보다 메리언이 더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는 메리언과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마사와는 아이스티를 마셨다는 이유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머릿속 작동 원리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때가 태반이다. 자각과 의식을 둘러싼 이런 진실에는 우리가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가득함을 깨닫게 한다.

 

 

손실회피, 현재 상황 바꾸기 

코카콜라 회사는 미국인이 다양한 선택을 좋아한다고 믿는 게 분명하다. 다음 코카콜라 중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코카콜라, 카페인 없는 코카콜라, 카페인 없는 다이어트 코카콜라, 체리 코카콜라, 코카콜라 제로, 바닐라 코카콜라, 다이어트 체리 코카콜라, 다이어트 코카콜라, 라임이 들어간 다이어트 코카콜라, (무려 녹색 캔에 담긴) 스테비아가 들어간 다이어트 코카콜라 등, 차라리 닥터페퍼나 마시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선택이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건 비단 콜라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도시 멘로파크에 있는 어느 고급 식료품점에는 올리브유 75가지, 겨자소스 250가지, 잼이 300가지다. 그런데 선택할 가짓수가 많으면 적은 것보다 항상 더 좋을까? 적어야 더 좋다고 말할 경제학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업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선택의 수가 많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는 멘로파크의 식료품점에 임시 판매대를 놓고 다양한 잼을 전시했다. 그날의 절반은 판매대에 6가지 잼을 두었고, 절반은 24가지를 두었다. 판매대 앞에 발걸음을 멈춘 고객들에게 잼을 살 수 있는 1달러 할인쿠폰을 주었다. 어찌 되었을까? 판매대에 24가지 잼을 두었을 때 더 많은 고객들이 들렀다. 하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6가지 잼을 두었을 때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고객들은 많은 대상을 살펴야 하는 기회비용을 인식해 지나치게 많으면 외면하고 만다는 것이다. 

 

 

생활 속의 다양한 확률~ 참값 찾기 

조는 Y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일을 한다. 그는 고등학교 연습 기간에 전국을 돌며, 현지 코치가 강력히 추천한 학생들을 살펴본다. 어느 날 오후, 그는 스프링필드고등학교를 찾아간다. 승률이 좋고 터치다운이 인상적이며 포워드패스 성공률이 높아 코치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쿼터백 선수를 보기 위해서다. 이 선수는 연습 중에 패스 실수를 연발하고, 스크리미지라인 뒤에서 태클을 당하기도 여러 번, 야드 수도 전반적으로 적었다. 조는 대학 팀에, 이 선수가 과대평가되었고 보고하면서 영입하려던 계획을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은 현명한가, 그렇지 않은가?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은 조가 옳고 그 쿼터백 선수는 재주가 썩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를 아는 사람은 조의 판단이 너무 성급하다고 말할 확률이 높다. 스포츠를 아는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쿼타백의 행동에서 조가 본 포본은 극단적인 경우이고 그 선수의 능력은 조의 평가보다 추천한 코치의 평가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의 성적은 용병 농사라고 말한다. 어느 팀이 알짜 외인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팀의 한 해 성적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연결된다. 스카우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참고할까? 다른 조건이 같다면, 주어진 분야를 잘 알수록 통계적 개념을 이용항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에 중요한 개념은 대수법칙이다.

 

 

변증법 추론

 

젊은 미국인은 변증법 원칙이나 갈등을 다루는 법을 일본인만큼 많이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이 갈등을 겪다 보니 갈등을 인식하고 다루는 더 나은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일본인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더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갈등과 관련한 원칙을 차츰 익혀간다기보다 그 원칙을 일찌감치 배워 적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인보다 일상에서 겪는 갈등이 훨씬 적고, 따라서 갈등을 다루는 더 좋은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기회도 적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논리적 사고가 더 좋을까, 변증법적 사고가 더 좋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어떤 주장을 추상화해서 그 주장의 논리적 구조를 따지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내용에서 애써 형식을 분리하다 보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모순을 해결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되는 생각 사이에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두 생각이 모순을 초월해 모두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본다면 더욱 생산적일 수 있다.

 

 

선택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저자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들이 추론 규칙을 일상과 비즈니스 문제에 폭넓게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선택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우리 삶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부터 흔히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여 추론의 오류를 찾아내는 법, 의식과 무의식을 적절히 활용한 효율적인 행동 법칙, 동서양 사상가들의 논리적 판단의 유형과 변증법적 사고체계 분석까지 과학, 수학, 철학, 경제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연구와 사회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인간과 현대사회가 처한 문제의 본질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모두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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