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거울, 영웅전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로마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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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번째 책은 전작에서 소개한 그리스의 군주의 거울에 이어 로마의 군주의 거울을 탐구한다. 그리스의 군주의 거울 목록 이 철학적인 면과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성찰하는 삶(Vita contemplativa)'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로마 시대의 군주의 거울은 현장 과 현실의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로마적인 가치는 '행동하는 삶(Vita activa)'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시대 의 군주의 거울이 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었다면, 로마 시대 의 군주의 거울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상 세계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 그래서 훨씬 리얼하고 훨씬 재미있으며 교훈도 실제적이다. - '서문' 중에서

 

 

영웅전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배운다

 

플루타르코스<영웅전>, 이는 전 세계 리더들에게 2천 년 동안 사랑받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에 저자 김상근 교수는 <영웅전>에 등장하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의 삶을 비교, 살펴봄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즉 '행동하는 삶'으로 현실을 극복한 영웅들의 생애를 통해 과연 우리는 누구와 닮았고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로마 사회의 공직에 나설 청년들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중세 유럽인들은 차세대 리더를 위한 인문학 독서 장르를 '군주의 거울'이라 부르며, 가장 교과적인 책을 이 책으로 꼽았다. 그래서 이 책은 로마 제국 번영을 위한 필독서이자, 이후 인류에게 읽혀온 위대한 고전이다.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에선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성찰하는 삶'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행동하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시련과 좌절을 극복한 영웅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배우도록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이유에서 우리 삶에 훨씬 더 가깝고 실질적인 교훈과 재미를 부여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동양의 <사기史記>에 견줄 수 있는 방대한 사료이며, 마키아벨리나 몽테뉴와 같은 사상가들에게는 가치 선택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고,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학가들에게는 문학적 영감을 제공했다. 나폴레옹도 평생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선 플루타르코스가 다룬 총 50명의 인물 중 절반인 25명만 추려냈다. 알렉산드로스와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게실라오스와 폼페이우스, 테세우스와 로물루스 등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핵심적인 인물들이자, 군주의 거울로서 손색 없는 교훈을 남긴 인물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타고난 리더십뿐만 아니라 부하를 감동하게 만드는 성품으로 세계를 정복해나갔지만, 로마의 정치인 카이사르는 주도면밀하고 탁월한 전략을 가졌음에도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파멸하고 만다.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는 검소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반면, '전쟁의 신'이라 불린 폼페이우스는 오히려 자신을 스스로 높임으로써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어간다.

 

 

 

"<영웅전>은 감히 성서에 버금가는 책이다"

- 에라스무스

 

영웅들의 치열한 생애를 소개함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본성을 변화시키고 운명을 개척하게 한 결정적 요인을 분석한다. 또한 그리스의 '철학'에 로마의 '전략'을 융합, 살펴봄으로써 풍부한 인문 지식과 통찰을 선사한다. 그리스 로마 시대처럼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영웅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삶을 배울 것인가?

 

플루타르코스는 로마제국의 지도자가 될 현재와 미래의 인재들에게 플라톤, 에파메이논다스, 리쿠르고스, 아게실라오스라는 탁월한 군주의 거울을 제시한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철학자로, 에파메이논다스는 테바이의 유능한 장군이자 정치가로, 리쿠르고스는 전설적인 스파르타의 입법자로, 그리고 아게실라오스는 그리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왕으로 칭송받은 인물이다.

 

철학자 플라톤을 제외하면 모두 <비교 영웅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군주의 거울로 <비교 영웅전>을 소개하는 것은 적절하고 정당한 일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위인들을 후대의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거울이라고 직접 표현함으로써 최초로 군주의 거울이 지향하는 인문 교육의 목적을 밝혔다. 다시 말해 그의 <비교 영웅전>은 군주의 거울로 집필된 것이다.

 

 

 

 

로마 시대를 위한 그리스 정신의 가치

 

아테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걸출한 철학자를 배출한 곳이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는 <비교 영웅전>의 긴 목록에 이 철학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테네는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크세노폰과 같은 현자들의 지혜가 살아 숨쉬던 곳이다. 또한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오던 문학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는 이런 현자나 문학가들의 아테네를 소개한 게 아니라 결단의 행동력과 지혜의 혜안을 가진 영웅의 모습을 제시한다. 앎보다는 삶을, 차가운 이성적 판단보다는 격정의 숨결이 느껴지는 감정을, 숙고하는 삶보다는 행동하는 삶을 더 중시했던 것이다.

 

 

 

명예와 절제의 교육

 

플루타르코스는 <비교 영웅전>의 '리쿠르고스와 누마' 편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예와 절제에 대한 철저한 교육만이 그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 많은 물질적 소유나 제국의 확장에 눈이 멀었던 로마 사회는 누마 왕의 입법 이후에도 고질적인 갈등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명예와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더 많은 물질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게 더 명예로운 삶이라고 가르쳤던 리쿠르고스의 방식이 더 훌륭하고 탁월하다는 것이다. 행복은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타인을 위한 삶의 자세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델포이의 사제 플루타르코스는 리쿠르고스를 로마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플루타르코스와 리쿠르코스는 모두 델포이에서 죽었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꿈구었던 이상적인 사회는 명예와 절제를 추구하는 곳이었다. 두 사람이 가슴 벅찬 이상 사회를 꿈꾸며 불면의 밤을 보낼 때, 지금처럼 밤 부엉이가 구슬피 울었을 것이다. 미네르바의 밤 부엉이는 어둠이 내려왔을 때 비로소 날개를 펼친다.

 

 

 

테미스토클레스가 주는 오늘의 의미 

대한민국에는 이런 유교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선량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들과 상대적으로 고생한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불태운 아들들이 아주 많았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테미스토클레스와 같은 인물들이 자생하기에 최적의 공간을 제공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공과功過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그리고 플라톤의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숙고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본성을 돌아봐야 할 때다. 이번 기회에 테미스토클레스와 우리 자신의 본성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사실 그런 비교가 플루타르코스가 <비교 영웅전>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카밀루스를 14년 동안 지켜본 사람

 

마키아벨리는 14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카밀루스 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리비우스의 <로마사>와 플루타르코스의 <비교 영웅전>을 읽으면서, 카밀루스가 어떤 인물이었고 그가 어떻게 위기에 처한 로마를 구했는지를 분석했다. 마키아벨리는 카밀루스의 생애를 통해 참된 군주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악덕을 버리고 미덕을 소중하게 여기던 탁월한 지도자였다. 로마 시민들의 끊임없는 질투와 경계를 받으면서도 그는 늘 관대했고, 적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백성들에게는 사랑받는 존재였다. 그는 적 앞에서는 당당했지만 백성들 앞에서는 겸손했다. 마키아벨리는 ㅈ잘 알고 있었다. 카밀루스가 진짜 군주라는 것을.

 

 

 

페리클레스의 등장

 

만약 <비교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가 보통 수준의 작가였다면 이런 식의 영웅담을 계속해서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는 아테네의 영웅 페리클레스와 로마의 영웅 파비우스 막시무스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인간은 과연 변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과연 개선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원래 타고난 본성대로 행동하는가? 인간은 개선될 수 있는가? 아니면 개악될 뿐인가?

 

'페리클레스 vs 파비우스 막시무스' 편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비교 영웅전>의 최고 사례일 것이다. 플루타르고스는 '페리클래스' 편 15절에서 영웅 페리클레스도 변했다고 기록한다.

 

 

코리올라누스와 오만한 성격

 

우리 주변에 코리올라누스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우리가 매우 빈번하게 목격하는 인간형이다.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 엘리트들이 "위엄과 관용"을 갖추는 것은 고사하고 라면 한 그릇, 땅콩 한 봉지 때문에 힘없는 사람을 쥐 잡듯 하니 말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좌지우지하며 심지어 모욕을 주는 것도 자신의 의무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협치協治가 아니라 통치統治의 힘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든다.

 

 

아게실라오스와 폼페이우스의 비교

 

플루타르코스와 마키아벨리는 왜 아게실라오스를 군주의 거울로 강력하게 추천한 것일까? 이들 후대의 평가자들은 아게실라오스가 페르시아 원정을 거의 끝마칠 무렵, 고국에서 날아온 소환장을 받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군대를 철수시킨 사례를 높이 평가한다. 한마디로 아게실라오스는 사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이해득실에 초연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누렸던 영광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깨끗이 포기할 수 있었다. 반면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의 반란을 개인적인 이해득실로 따지다가 결국 로마를 잃고 자신의 목숨도 잃었다. 폼페이우스의 몰락은 단순한 작전 실패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타고난 영웅의 DNA

 

사막을 횡단할 때 마지막 남은 물을 알렉산드로스에게 바치자 그 귀한 물을 바닥에 쏟아버리면서 차라리 부하들과 함께 갈증을 견디겠다고 말했던 에피소드는 그의 이런 품성을 잘 보여준다. 알렉산드로스의 자제력과 숭고한 모습을 지켜보던 부하들은 이렇게 말했다. "왕에게 과감한 전진 명령을 내려달라고 외쳐댔고 알렉산드로스가 왕으로 있는 한 피곤하다는 생각도 목마르다는 생각도 인간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말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비교 영웅전>에서 최고의 군주의 거울로 소개되는 알렉산드로스의 리더십니다. 감동을 받은 부하들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찰 각오가 되어 있었고,그 어떤 군대도 그들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알렉산드로스는 다리우스왕을 제거하고 페르시아 전역을 차지하게 된다. 마침내 헬레니즘제국을 완성시킨 것이다. 

 

 

카이사르의 흠결

 

카이사르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없는 사실도 꾸며대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카이사르는 카틸리나의 반란 음모를 질타하며 목숨을 바쳐 공화국의 전통을 지키려 했던 소 카토에 대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정적을 공격했다. 평소 근검했고 뇌물 받기를 죽기보다 싫어 했던 소 카토가 자기 형의 시신을 화장한 뒤 채로 걸러 금 부스러기가 남아 있는지 살폈다는 헛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포키온과 소 카토' 편에서 이런 카이사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카이사르는 칼이 아니라 펜을 휘두를 때도, 책임과 처벌로부터 자유로운 듯 당당했다" 

 

이어지는 플루타르코스의 증언에 의하면 카이사르는 황제가 되기 위해 사악할 정도로 주도면밀한 술책을 부렸다. 최대 적국이었단 페르시아의 파르티아 왕조를 정벌하기 위해서는 로마가 왕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예언을 퍼트리는 계략을 세우기도 했다. 페르시아 원정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는가?

 

<비교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특출한 인물 50명을 분석한 뒤 이렇게 마지막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의 본성 자체는 잘 드러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지만 삶의 위기 상황 속에서 경험하는 충격을 통해 원래의 본성이 마침내 분출된다고. 선한 사람은 이성의 통제로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악한 사람은 주변의 경계심과 본인의 이익을 위한 자제력으로 자신의 본성을 숨길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선하든 악하든 삶의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최상의 성공일 수도 있고, 최악의 실패일 수도 있다. 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에서부터 그 사람의 숨어 있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웅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생애 패턴

 

1. 조상과 가문, 배경 소개, 인물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임

2. 어릴 적 일화를 통해 주인공의 본성 일부분이 드러남

3. 소년 시절에 경험하는 작은 사건들의 소개

4. 특정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함

5. 성공, 실패로 초래되는 첫 번째 충격적인 경험

6. 첫 번째 충격의 극복을 통한 경험과 지혜의 축적

7. 두 번째 극단적 경험을 통해 숨어 있던 인격의 본성이 완전하 드러남

8. 드러난 본성을 통해 초래된 역사적 결과의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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