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문이원 엮음, 신연우 감수, 제갈량 / 동아일보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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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제갈량의 사상이나 전술만 담겨 잇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득하게 되는 일반 원리에 대한 통찰이 무수히 녹아들어 있다. 제갈량이라는 리더가 보여주는 마음가짐과 생각,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찰과 내용이 관념적 교훈이 아니라 실천적 조언으로 새겨져 있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 <장원>이 가치 있게 읽힐 수 있는 이유이다. 인간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야말로 살아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부인 것이다. - '추천사' 중에서

 

 

리더십의 정수精髓를 모았다

 

<장원>은 중국 고전 중에서도 특히 '장수의 길'을 논한 몇 안 되는 전문적인 군사 저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이 책은 삼국시대 최고의 군사전략가로 통하는 제갈량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남송南宋 이전의 문헌에는 기록이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후대에 누군가가 제갈량의 명성을 차용해 집대성한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이 책이 제갈량의 사상과 문풍文風을 여실히 반영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장원將苑은 '장수의 정원'이란 뜻이다. 그것도 일반인의 정원이 아니라 황실이나 왕가의 정원이다. 사실상 사냥터에 가깝다. 제왕들이 여흥 삼아 즐겼던 사냥터 말이다. 고대 중국의 제왕들은 특별한 절기마다 가까운 귀족과 문무백관을 소집, 뛰어난 정예병들이 황실의 정원에서 경쟁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몇몇 가문은 자신들의 세勢를 과시했다.

 

책은 모두 5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 25개 장은 장수가 장악해야 할 원리와 준수해야 할 원칙에 초점을 맞춘다. 후반부 25개 장은 좀 더 구체적인 전술과 용병의 세칙을 다루고 있다. 언뜻 보면 개별적으로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몇 개 키워드로 구분된다. 이 글들은 상호 보완하는 입체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1장(병권병권)은 지을 집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2~11장까지는 터를 닦고 ㄱ기단을 쌓은 뒤 주춧돌을 놓으며 사방에 둥을 세우는 데 필요한 설계도인 셈이다. 12장(출사출사)은 장수의 권한과 위세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13~25장까지는 장수의 역량에 따라 어떻게 군대가 조직되는지를 다룬다. 즉 군대 조직의 체계와 성공적인 조직의 요강을 언급한다.

 

26~46장까지는 집의 구체적인 꼴을 갖추는 데 필요한 각각의 단계에 해당한다. 즉 지붕을 얹고 천장을 만들어 벽을 세운 뒤 문과 창을 내며, 온돌이나 마루를 깔고 장판과 도배를 마치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 지휘관이 구사할 수 있는 다앵한 전투 전략과 세부 전술 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47~50장(동이, 남만, 서융, 북적)에서는 이민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말이 많으면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자신만 떠받들면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공이 없는 자에게 상을 내라면 사람들이 떠나고, 죄가 없는 자에게 벌을 내라면 원망을 듣는다" - '자면自勉' 중에서

 

 

지인성知人性

 

사람의 본성을 분별하는 일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 선과 악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사람의 겉과 속이 항상 동일하게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선량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거짓을 일삼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공손히 따르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기만하며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용감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비겁한 사람도 있고, 온 힘을 다해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충불충한 사람도 있다. 사람의 본성을 실필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시비를 물어 그의 뜻을 관찰한다.

둘째, 빈틈없는 언변으로 궁지에 몰아 대처 능력을 관찰한다.

셋째, 계책을 물어 그의 지식을 관찰한다.

넷째, 재난이 닥쳤음을 알려 그의 용기를 관찰한다.

다섯째, 술을 취하게 해 그 본성을 관찰한다.

여섯째, 재물로 유혹해 청렴함을 관찰한다.

알곱째, 일에 기한을 두어 신용을 관찰한다.

 

 

장지將志

 

군대는 사람을 해하는 흉기이다. 그러므로 장수는 매우 위험한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병기는 단단할수록 쉽게 부서지고 임무는 무거울수록 위험하다. 따라서 훌륭한 장수는 강하다고 과신하지 않고 세력을 떨친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총애를 받더라도 기뻐하지 않으며 굴욕을 당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물을 보더라도 이익을 탐하지 않고 미인을 보더라도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오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일념뿐이다.

 

어떻게 하면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을까? 여기서는 장수 자신을 먼저 다스리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군사훈련 방식이나 전쟁의 기술을 제시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장수의 품성을 요구한다. 장수는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자기가 이끄는 군대를 향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장수로 임명한 군주를 향해서도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장교린將驕恡

 

장수는 교만해서는 안 된다. 교만하면 무례를 범하게 되고, 무례를 범하면 인심이 떠난다. 장수는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인색하면 상을 주지 않게 되고, 상을 주지 않으면 부하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지 않는다. 부하들이 목숨 바쳐 싸우지 않으면 군대는 공을 세울 수 없고, 공을 세우지 못하면 나라가 힘을 잃는다. 나라가 힘을 잃으면 도적들이 창권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설령 주공周公과 같은 재능과 미덕을 지녔다 해도 교만하거나 인색하다면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다"

 

다산 정약용<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서 "교驕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인吝은 베풀기가 아까워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여기서 인吝은 바로 린恡의 동의어로 '아끼다', '인색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교교는 6척 높이의 말마을 가리키는 글자로 높은 말 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듯 사람을 대한다는 의미로 '교만하다', '경시하다', '제멋대로 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지용智用

 

장수의 도리란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주어진 때에 발맞추며 사람에 의지해 승리를 취하는 데 있다. 때가 허락하지 않는데 사람이 일을 이루려하는 것을 역시逆時라고 말하며, 비록 때거 허락했을지라도 하늘의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서 사람이 일을 이루려고 하는 것을 역천逆天이라고 말한다. 지혜로운 이는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또한 때를 거스르지 않으며 사람을 거스르지도 않는다.

 

 

기형機形

 

어리석음으로 지혜로움을 이기는 것을 역逆이라 하고, 지혜로움으로 어리석음을 이기는 것을 순順이라 하며, 지혜로움으로 지혜로움을 이기는 것을 기機라고 한다. 기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즉 사건을 이용하는 것, 형세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뛰어난 장수는 반드시 이런 계기를 장악해 지혜로 승리를 거둔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의 첫 패자인 제나라 환공이 죽자, 치열한 후계다툼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다. 송나라 양공은 이때를 틈타 패자에 오르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작은 나라가 맹주를 꿈꾸는 일은 위험하다고 이복형이 충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공은 제나라를 공격했다. 거사가 성공해 제나라의 공자 소를 임금에 앉히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정나라와 초나라가 맹약을 맺고 화친하자 맹주인 송나라를 무시한 일이라 여기고 양공은 정나라를 치려고 나섰다. 이에 초나라는 정나라를 지원코자 군대를 파견했다. 마침내 송나라와 초나라는 홍수泓水 강가에서 한 판을 벌이려고 대치하게 되었다. 송나라는 먼저 진을 치고 있었고, 초와 정은 제대로 진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복형이 적의 군대가 송나라보다 월등하므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급습을 감행하자고 간했지만, 양공은 패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며 적이 전열을 정비하도록 기다려주었다. 비로소 초나라가 전열을 갖춘 뒤 양공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승부가 어떻게 되었을까? 병력이 우세한 초나라가 전투에서 승리했다. 터무니없는 여유를 부리다가 송나라 군대는 참패를 당했고 이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은 양공은 이듬해 죽고 만다. 이 사건으로 송나라 사람들은 어리석은 자의 대명사로 통했다. 

 

 

후응後應

 

쉬울 때 도모해 어려운 때를 대비하고 작을 때 처리해 커질 때를 대비하며 먼저 준비해 나중을 대비하고 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형체를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용병의 지혜이다. 군대를 포진시키고 말을 내달려 교전하며 위세를 떨치고 치열한 접전을 벌여 아군에게 승리릐 확신을 심어주고 반대로 적에게는 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용병의 능력이다. 쏟아지는 화살과 포석에 맨몸으로 맞서며 승세를 잡고자 하나 승패가 판가름 나기도 전에 피차 숱한 사상자를 내니 이는 최악의 용병술이다.

 

여기서 말하는 용병의 지혜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하고 나서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고 난서 만화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함을 가르쳐준다. 아군의 진영에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미리 이에 대처해야 하고, 적의 진영에 틈새가 보이면 이를 전술에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거둔 것이야말로 뛰어난 용병술을 보여준 진면목이다.

 

 

자면自勉

 

성인은 하늘을 본받고 현자는 땅을 본받으며 지혜로운 이는 옛 가르침을 본받는다. 교만하면 비방을 자초하고 경망스러우면 재앙을 키운다. 말이 많으면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자신만 떠받들면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공이 없는 자에게 상을 내라면 사람이 떠나고, 죄가 없는 자에게 벌을 내리면 원망을 듣게 되며, 기쁨과 노여움의 표현이 타당하지 않으면 자멸한다. 여기서는 장수의 자기 수양법과 이를 게을리할 경우 발생하는 폐단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장수는 교만해선 안 된다.

둘째, 장수는 경망스러워선 안 된다.

셋째, 장수는 말이 많으면 안 된다.

넷째, 장수는 자기 자신을 높여선 안 된다.

다섯째, 장수는 공이 없는 자에게 상을 줘선 안 된다.

여섯째, 장수는 무죄한 사람에게 벌을 줘선 안 된다.

일곱째, 장수는 기쁨과 노여움을 부당하게 표현해선 안 된다.

 

 

<장원>은 심서心書이다

 

명나라 때에는 이 책을 심서心書라고 불렀다. 즉 마음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즉 리더십의 정수는 곧 리더의 마음가짐이란 의미이다. 50개 장의 서술 특징은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수라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어던 점을 따라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결국 장수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금기와 통제, 나아가 자기수양이 바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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