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영국 북부 요크셔의 스카보로 시 인근
자그마한 바닷가 마을인 스테인턴데일의 목가적인 경관을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증오심,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무지와 질시, 무관심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명품스릴러라 할 수
있다.
끔찍한 비극과 놀라운
반전
인간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토대로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변화와 움직임들에 대한 정확한 포착과 탁월한 심리묘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샤를로테 링크의 장기는 <다른
아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 소설은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막판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범죄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은 출간 직후 <슈피겔>지 집계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샤를로테 링크는 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85년<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녀의 소설은 현재까지 독일 내에서만 2,4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국민작가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다수의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인간에 대한
예리하고 깊이 있는 통찰로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변화와 움직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게 특징이다.
런던에서
의사로 일하는 레슬리는 어린 시절 친구 그웬 베켓의 약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북부의 자그마한 항구도시 스카보로를 찾는다. 고향에는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를 대신해 그녀를 키워준 외할머니 피오나
반즈가 살고 있다. 요크셔 주 스카보로 외곽 스테인턴데일의 해안가 베켓농장에서 그웬 베켓의 약혼식이 열린다. 뜻밖에도 함께
참석했던 피오나 할머니와 신랑 데이브 탠너 사이에서 설전이 펼쳐지면서 약혼식 행사는 파국을 맞이한다.
밤늦게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피오나는
다음 날 둔기에 피살된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점차 인물들 간에 얽혀 있는 관계들이 드러나고 자연스레 그날 약혼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웬의 아버지 채드는 피오나와 평생 친구관계로, 어린 시절에 어두운 비밀을 공유한 사이이다.
경찰은 그웬 베켓의 약혼식에 참석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알리바이와 범행동기를 찾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춘다.
한편, 경찰은 몇 달 전 발생한 에밀리 밀즈 살인사건에
주목한다. 현재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에밀리 밀즈 살인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에이미 밀즈 살인사건은 젊은 여대생
에이미가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한밤중에 귀가하던 중 인적이 끊긴 공원에서 둔기에 맞아 피살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비록 두 사건의 피해자들인 두 사람의
나이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범행 수법, 범행 시각, 범행 장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두 사건의 유사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과연 이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아니면 모방범죄일까?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두 피해자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경찰은 명백해
보이는 두 사건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두 피해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
피오나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피해자인 피오나 역시 평생 어두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오나가 일종의
참회록처럼 이메일을 통해 채드에게 보낸 과거사에서 비로소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다른 아이'의 정체가 밝혀진다.
피오나의 참회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종전 직후의 혼란스런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전쟁이 장기화되고 런던까지 공습에 노출되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아이들을 시골로
피난 보낸 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참회록을 통해 어쩌면 피오나의 죽음이 당시 그녀가 저지른 악행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대두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친구 그웬 베켓이
결혼하다
"결혼한다고?"
전형적인 시골 처녀, 외딴 농장에서 은둔자처럼 살아가고 있는 여자, 시간이 멈춰 선 듯
언제나 변함없이 촌스러운 여자, 누군가 기적처럼 나타나 청혼하러 오기 전에는 평생 혼자 살 수밖에 없을 듯했던 전형적인 19세기 스타일 여자
그웬 베켓이 결혼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쇼킹한 소식이라 미처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레슬리는 이미 그동안 그웬이 평소 탐독하는 연애소설에서처럼
멋진 왕지님 같은 남자가 나타나 꿈같은 사랑이 실현되기를 꿈꿔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결혼식은 12월 초쯤에 할 생각이야"
"축하해! 도대체 너에게 행운을 안겨준 남자가 누구야?"
레슬리는 2년의 별거 끝에 최근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고 마침내 돌싱이 된 신세였다. 새 인생을 출발하고자 새 집을 구한 뒤 살던 집을 세놓으려고 세입자들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그때
어린 시절의 친구인 그웬의 전화를 받고 반가웠다. 일년 전에 한 번 만났고, 작년 크리스마스 때 잠깐 통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의사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웬의 남편감 데이브
텐너는 올해 마흔세 살로 그웬을 무척 사랑해주는 남자란다. 그러면서 토요일에 약혼식이 있다고 참석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레슬리는 이혼문제로 인한 심란한 기분을 전환할 겸 요크셔에 한 번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더구나 현재 그녀는 휴가 중이라 주말을 고향에서
보낸다면 피오나 할머니도 매우 기뻐할 것이란 생각까지 들어 기꺼이 약혼식 참석을 약속했다.
그웬의 아버지 채드
베켓과 피오나 할머니는 오랜 연인 사이
피오나 반즈, 싸움닭 기질이 농후하고 베켓
부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사람이었다. 베켓농장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계속 채드 베켓 옆에
앉아 질긴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고 있었다. 콜린은 매년 여름 베켓농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냈기 때문에
피오나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피오나는 수시로 베켓농장에 들러 채드와 함께 마당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초원으로 함께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두 사람이 자주 벌이는 입씨름은 마치 수십 년 동안 함께 산 부부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일종의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피오나와
채드는 오랜 친구 사이였다. 그들의 우정이 언제 시작되었고,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엠마 베켓의 농장으로
가다
1940년 여름, 당시 피오나는 열한 살이엇고, 엄마와 함께 런던
이스트앤드에 있는 작은 다락방에서 살았다. 그해 여름은 지독하게 더웠고, 특히 다락방은 찜통 안이나 다름없었다. 독일의 나치정권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2주 만에 프랑스를 점령햇다. 영국정부는 결사항전을 외치며 국민들의 투쟁의지를 고취했지만 날이 갈수록 나치에
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9월 초가 되면서 런던은 수시로 독일군의 공습을 받았다. 밤마다 섬광이
번쩍거렸고 사이렌소리가 울려 퍼졋다. 사람들은 방공호로 모여들었고, 곳곳의 건물들이 큰 굉음을 내며 무녀져 내렸다. 런던에는 이미 소개령疏開令이
발령돼 있었다. 그래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시골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11월 4일 아침 9시 정각에 패딩턴 역에서 요크셔로 떠나는 열차가
출반하기로 되어 있었다. 시골의 에디트 고모집으로 갈 예정이다. 전 가족이 폭격으로 죽고 졸지에 고아가 된 브라이언 소머빌이 매달리는 통에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 독일군의 공습으로 선로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쓰러져 있는 바람에 계획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요크셔에 도착했다. 인솔해온
간호사가 명단에 적힌 이름을 차례대고 부르기 시작했다. 호명된 아이들은 앞으로 나갔고, 대기하고 있던 위탁가정으로 넘겨졌다. 아이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호명되지 않은 아이들 쪽으로 왔다. 위탁가정은 정부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가 피오나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상체를 기울였다. 엄마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였고, 세련되고 다정한 얼굴이었다. 그
여자는 옷깃에 붙은 식별표를 보고 "아, 피오나 스웨일즈구나. 1929년 7월 29일 생이면 열한 살이겠네?"라고
말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목소리가
밖으로 새나오지 않았다.
"나는 엠마 베켓이라고 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농장에 살고 있어. 라디오에서 아이들을 시골로 내려 보낸다는 뉴스를 들었지. 나도 돕고 싶은 마음에 나왔단다.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친절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었다. 그때까지 농장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엠마 베켓이 브라이언을 쳐다보며 "이 아이는 네 남동생이니?"
라고 묻자 계속 양말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브라이언이 도움을 청하듯 급히 팔을
붙잡았다.
"내 동생이 아니라 옆집에 살던 아이에요. 그제 밤에 이 아이가 살던 아파트가 독일군의
폭격을 당했어요. 그때 이 아이의 부모와 형제들이 다 죽었다고 들었어요"
엠마 베켓은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혀를 끌끌 찼다. 명단에 없는
아이들은 다시 런던으로 되돌아가 고아원으로 넘길 계획이었다. 이에 엠마 베켓은 간호사에게 브라이언의 상황을 설명하고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브라이언도 농장으로 함께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피오나에게 브라이언의
존재는 떼어내야만 하는 혹이다
피오나는 브라이언과 남매로 오해 받는 게 죽기보다 싫었고, 마음속으로
그를 늘 '꼬맹이 바보'라고 불렀다. 물론 엠마 아줌마가 있는 자리에서는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호칭이었다. 몹시 매정한 아이라고 비난할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아이를 수시로 따돌렸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은 없었다. 다만 1940년과 1941년 사이에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당시 나는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고, 연애소설을 즐기며 열다섯 살짜리
소년을 향해 혼란스러운 사랑을 키워가던 사춘기소녀였다. 갑자기 런던을 떠나 요크셔의 농장에서 살게 된 소녀, 아빠는 죽고 엄마와는 생이별한
소녀, 독일군의 공습 때 내가 살던 아파트가 무너진 모습을 본 소녀. 지금 생각해도 어린 소녀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들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 그녀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고, 브라이언의 억척스런
집착에 부담을 느꼈다.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다 가족을 모두 잃은 브라이언을 보듬어줄 수 있을 만큼의 포용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떼어내야만 하는 혹이었다. 브라이언과 남매로 오인받는 것에 대해 과격하고 거칠게 반응했던 이유였다. 당시의 나이를 고려하자면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피오나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살인범의 추적
약혼식 참석자들 중에서 레슬리가 아는 사람은 친구 그웬과 채드 베켓 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본 제니퍼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콜린은 약간 고지식한 은행원처럼 보였지만 내면엔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듯 여겨졌다. 어떤 사람이나 밖으로 드러나는
면모가 전부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자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레슬리는 문득 알몬드 경감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절망과 고독에 시달리는 여자,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가정적으로는 실패한 여자, 남자들과 인생에 실망한
여자, 약물 중독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 때문에 힘겨운 유년기를 보낸 여자, 엄마 역할을 대신해주었던 할머니를 잃은 여자
등등.
누구나 눈이 확 뒤집힐 만큼 분노할 경우 나이 든 할머니쯤 쉽게
때려죽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느낌으로 기억하는
엄마는 마음이 따뜻하고 유쾌한 분이었다. 언제나 나를 품에 안아주었고, 밤에는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자면 엄마는 자주 남자를 갈아치웠다. 지금도 엄마가 집으로 데려왔던
남자들 중 서너 명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가 섹스를 하기 위해 침대로 오지 못하게 했던 것도 기억났다. 거실 구석에서 훌쩍이며
울다가 혼자 잠들어야 했던, 엄마와 관련해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드는 기억이었다.
데이브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아직 당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단순한 아이디어와 실천은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껏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면서 거창한 계획부터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미심쩍은 생각이 들긴 해요.
당신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가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죠? 정말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어요? 그들
역시 대부분 빈손으로 시작해 성공을 이루었어요"
"당신은 굉장히 직설적인 사람이군요. 당신은 혹시 그웬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을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웬은 현재 아버지 몫으로 나오는 연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요.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별세할 경우 그웬은 하루아침에 수입이
사라지게 됩니다. 일 년에 두어 번 농장을 찾는 브랭클리 부부한테서 받는 돈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때가 되면 농장을 정리하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죠", 데이브의 속셈을 알아차리게 하는 말이었다. 더구나 그는 레슬리에게 "어젯밤 그웬과 함께 있었지만
잠을 같이 자지는 않았어요"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레슬리는 데이브와 그웬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에이미
밀즈 사건과 유사성을 찾아 나서다
"며칠 전, 스탠이 직접 망원경으로
에이미 밀즈를 관찰했다고 말했어요. 망원경으로 보면 가드너 부인의 집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저에게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어요. 가드너 부인이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을 때인데 정말이지 명확하게 보이더군요"
"스탠이 당신에게 에이미 밀즈를 은밀히 관찰했다는 말을 왜
했을까요?"
채드
베켓, 그웬의 아버지는 늘 그랬듯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데이브 탠너와 딸의 약혼에 대해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역시 절대로 속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딸과 둘이서만 있는 자리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는 딸이 원하는 일을 가로막은 적이 없었다. 설령 결혼을 말리는 게 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나서지 않을 사람이었다.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스탠은 지난 몇 달 동안 에이미 밀즈를 관찰했다며 자랑삼아
털어놓았죠. 본인 입으로 '내가 살해당한 그 여자에 대해 잘 알아' 라고 말하더니 망원경을 여기로 가져왔어요. 내심 저는 기절할 만큼 놀랐는데
스탠은 성능 좋은 망원경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심지어 에이미 밀즈의 속옷 색깔까지 안다고 자랑했죠. 결국 욕실까지
들여다봤다는 뜻이잖아요"
제니퍼는 갈수록 기분이 오싹해져 자꾸만
현관문을 돌아보았다. 에나는 서랍장에서 서랍을 빼냈다. 사진들이 가득했다. 다양한 사이즈의 사진들이었다.
하나같이 젊은 여자들을 찍은 사진으로 대부분 망원렌즈로 포착한 게 특징이었다. 여자가 해변을 거니는 모습, 수퍼마켓에서 나오는 모습,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 아파트에서 아이를 봐주는 모습,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 등이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에이미 밀즈였다. 스탠은
건축현장에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나 휴가, 퇴근 후에 계속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그웬의 약혼식날, 레슬리의 할머니 피오나와 신랑 데이브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다음날 피오나 할머니는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에이미 밀즈 살인사건. 과연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아니면 모방범죄일까? 신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모인 약혼식이라 잠재적인 살인범은 이 무리에 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경찰의 수사는
진행된다. 누가 살인범일까?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의 반전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