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이란 어떤 감정이며, 그것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 행복이 내일도 지속될까.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의 상태다. 흔들림 없는 고요한 마음, 그것이 곧 행복이다. 그러니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환경이 나의 행복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책의 저자 배철현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동시에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그 종교들을 탄생시킨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헬레니즘 문명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진행하는 서울남부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 주임교수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등이 있다.

 

그는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수련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한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는 '생각'이다. 마치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처럼, 흰 띠에서 출발해 노란 띠, 파란 띠, 빨간 띠, 그리고 검정 띠에 도달하는 그런 생각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육체의 흔련과 마찬가지로 정신도 꾸준히 훈련하다 보면 점점 높은 단계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은 자신의 임무를 실천해나가는 긴 여정인데, 이 여정엔 늘 예상하지도 않은 '괴물'이 등장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너무 쉽게 타인의 평가와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곤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연深淵'으로 들어가 내면의 소리를 듣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려는 마음가짐이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는데,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 '관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자각,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 '용기, 자기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 순으로 총 28개의 주제어로 자기수련에 관한 글을 담고 있다. 이글은 지난 1년 동안 한 신문사에 연재되었던 '배철현의 심연'이다.

 

 

   

고독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 탈레스

 

천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자신의 욕망을 탐색하고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기며 삶을 통해 실현한다. 천재는 남다른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생각은 매일매일 변화를 거듭하며 나 자신을 아름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높은 차원의 시선이다. 그 시선은 어제까지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를 아낌없이 버리고, 그 한계를 선명하게 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이 있더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한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임무를 찾아냈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에게 인내를 선물한다. 그 인내는 내가 몰입한 임무를 더 깊이 사랑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기도란 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일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회개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틀과 규율을 어겨서 그것을 후회하고 다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아니다. 회개란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신의 미세한 소리에 반응하는 영적인 운동이다. 엘리야는 고대 북이스라엘의 왕 아합 시대에 활동한 예언자다. 그는 왕 주위에서 배금주의를 부추기며 아부하는 950명의 예언자들과 정면으로 대결한다.

 

하지만 아합과 그의 부인 이세벨은 자신들의 통치를 방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죽이려 하자,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걸어 황량한 불모의 땅에 들어선 그는 화산 분출로 아루어진 험준한 산속 동굴에서 새우잠을 청한다. 일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아온 그였지만 돌아온 것은 왕으로부터의 살해 위협뿐이었다.

 

그는 동굴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온전히 몰입할 때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는 '내면의 소리' 였다. 그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불평을 쏟아낸다. "일생을 올바르게 살아왔는데...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 그러자 마음의 소리가 말한다. "나는 네가 찾아다닌 바로 그 신이다.산 위에서 나를 찾아보아라!"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산이 쪼개지고, 지진이 일어나면서 화산이 분출하고 용암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 속에 신은 없었다. 불이 휩쓸고 지나간 한참 뒤에야 어떤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섬세한 침묵의 소리'였다. 마침내 엘리야는 섬세한 침묵의 소리가 바로 신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신이란 외부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소리, 온 마음을 집중할 때 들을 수 있는 침묵의 소리임을 깨닫는다.

 

 

관조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 소크라테스

 

이 우주에서 시간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돌이킬 수 없다. 오직 미래라 일컬어지는 미지의 경계로 만물을 강제 진입시킨다. 인간에게 남겨지는 것은 과거라는 기억뿐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어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그저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이라면 과감히 잘라내자. 그것만이 우리를 다시 '처음'의 순간으로 진입하게 해줄 것이다. 단절이란 과거의 나를 과감히 버리는 용기이다. 

사유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정과 망치를 통해 어제까지 내가 알게 모르게 습득한 구태의연함을 쪼아버리는 작업이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나의 생각을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낼 조각품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정을 부단히 움직이게 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몰입이란 자신을 새로운 시점, 높은 경지로 들어올려 그곳에서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연습이다. 몰입은 또한 군더더기를 버리는 행위다. 알게 모르게 편견과 고집으로 굳어버린 자신을 응시하면서 그것을 과감히 유기하는 용기다. '심연'은 이제껏 발을 들인 적 없는 미지의 땅이다. 이 심연의 존재를 알고 운명적인 여정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우리느 '영웅'이라고 한다.

 

 

자각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위하겠는가?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사람이 아니면,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 - 힐렐

 

우리는 독립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같이 철학적이고 영적인 질문들은 자립을 모색하는 첫 걸음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나와 상관없는 과거의 성인이나 철학자들이 남긴 이야기에 의지해 찾으려 한다. 그러나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과 그들의 사상을 숭배하는 학파의 이론, 창시자를 신격화한 종교의 교리 속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길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심연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발견해내는 것, 그것이 곧 내가 추구해야 할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용기

 

"인생은 두 가지 길뿐이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이다" - 아인슈타인

 

‘교육’이란 이 편안한 세계가 결국 나 자신을 질식시키는 ‘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유도하는 자극이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이 알을 깨도록 용기를 주는 멘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편협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탈출해 다른 여러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핵심이다.

 

열정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힘이다. 열정은 타인을 위한 보여주기가 아니다. 열정은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는 정신적인 콤플렉스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그 민낯을 드러낸다. 자신의 약점을 응시하다 보면 우리릐 뇌는 자동 저정 상태로 진입한다. 이것을 '몰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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