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폴 어빙 지음, 김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인구 고령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고령화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없다. 다행히 고정관념과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 '여는 글' 중에서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 질문은 2012년 세계경제포럼의 어젠다이다.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세계경제포럼을 비롯하여 유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세계보건기구WHO, G8,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은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다. 노년기는 인생의 종착역을 향한 불가피한 여정이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게 끝나지는 않는다. 즉 노년기는 단지 인생의 또 다른 경로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인생의 한 단계일 뿐이다.

 

장수長壽는 오랫동안 우리 인류의 꿈이자 염원이었다. 영생불사를 희망했던 통일제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방사方士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막상 장수 시대가 열리자 아이로니하게도 온갖 우울한 전망과 탄식 어린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독사', '노후 파산' 같은 끔찍한 용어들이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과연 고령화는 인류들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재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지비용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의 악화, 미래 세대의 노인 부양비용 부담 증가, 세대 갈등,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을 그 이유로 내세우면서 인구 고령화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반대로 축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의학 분야엔 치료 기술의 발전을, 자산 사업 분야에선 노인들의 풍부한 지혜를, 대학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노인 학생이라는 신수요의 창출 등을 거론하면서 인간의 노화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걷어낸다면 오히려 재앙이 아닌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밀켄 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고령화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밀켄 연구소는 1998년부터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켄 국제콘퍼런스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노화 과정에 주목하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연구를 폭넓게 진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연구소이다.

 

 

두 가지 시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전망에는 두 가지의 시선, 즉 비관론과 낙관론이 있다. 사실상 비관론자의 목소리가 더 큰데, 이들은 '성공의 이면' 또는 '잿빛 새벽'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비생산적 사회가 될 것을 심히 우려한다. 또한 고령자의 비중이 크지면 재정적 문제가 심각해짐은 물론이고 사회 갈등 내지는 세대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이리 되면 아동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낙관론자들은 고령화를 지혜로움과 연계한다. 아무튼 우리들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칠 수 없으므로 중간 스탠스를 취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70세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 골다 메이어, 전 이스라엘 수상

 

대체로 사람들은 오십세가 넘어서면 자신에게 변화가 왔음을 인지한다. 종종 친구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늘 사용하던 단어가 어렵게 기억나는 그런 경험을 겪게 된다. 이리 되면 대개는 가장 무서운 노화 증상인 치매를 걱정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인데, 이 병에 걸리면 기억력이 계속 약해지다가 나중엔 옷을 갈아입거나 걷는 것 같은 간단한 활동마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고령화가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워렌 버핏은 85세의 고령임에도 현직 투자가로서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십자말풀이 챔치언들을 관찰한 심리학자 팀 솔트하우스는 나이 든 참가자들이 젊은 참가자들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음악가든 체스 선수든 과학자든 모든 분야의 전문 지식은 노년기에 절정에 도달한다. 

 

노년, 이는 지금껏 인류가 사용해보지 못한 자원이다. 현재 많은 노인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번영을 지속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고령 노동자와 자원봉사자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 소비자들

 

 

 

9800만 명에 달하는 50대 이상 연령층이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부유한 소비 집단으로 등장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음식을 그냥 소비하지 않는다. 이들은 과자 산업, 식 당 산업, 슈퍼마켓 산업을 바꾼다. 이들은 단순히 나이를 먹지 않고 노년기의 의미와 관련 시장을 바꾼다.

 

베이비붐 세대 소비자들의 특징

 

노인 취급받는 것을 싫어한다

신체적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는다

특정 제품의 구매 보다는 어떤 상황을 경험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구매 결정 시 안전을 따진다

노인들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한 제품을 찾는다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고령화 렌즈로 본 새로운 세계경제

 

고령 인구가 젊은 인구보다 많은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이 새로운 현상은 건강, 노동, 교육을 비롯해 사회의 모든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사회에서 새로운 인구 형태가 등장하는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의 발표대로 고령화는 위기일 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사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희망인가'라는 글은 우리가 20세기의 고령화 모델을 뛰어넘는다면 고령화는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잠재적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화라는 인생 경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면, 즉 21세기 장수 사회와 조응하는 현상이자 사회참여와 경제 활동이 지속 가능한 시기로 본다면 고령화 현상은 경제성장과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건강하게 늙으면 노후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노후에 여행을 다녀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의 엔진인 관광업계에 굉장히 밝은 청신호다. 미국관광협회에 따르면 관광산업 한 부문에서 매년 내는 세금이 1240억 달러이고, 미국의 비농업 직종 9개 중 1개는 관광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80대나 90대까지 사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새로운 재정 설계 모델과 원리가 필요해졌다. 유럽에 본사를 둔 보험 및 자산 관리업체 아에혼Aegon'은퇴의 개념 바꾸기'를 모토로 내걸고 은퇴기 재정 설계에 앞장서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처럼 은퇴에 대비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에혼은 은퇴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와 전략을 만들 뿐 아니라 은퇴기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등 은퇴기 재정 문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여느 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고령 친화 도시에서 살고 싶다

 

어느 노쇠한 여성이 검버섯으로 얼룩진 손을 애절하게 내밀었다. 떨리는 한 손에는 의사의 처방전이, 다른 한 손에는 공과금 고지서 가 들려 있었다. 창백한 피부의 여성은 애원하듯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난 둘 다 낼 여유가 없어요" 이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고령 친화적 환경은 동시에 기업 성장의 기회다. 영국에서 가계 자산이 두 번째로 많은 연령대는 65~74세이며, 이보다 가계 자산이 많은 연령대는 55~64세뿐이다. 따라서 고령 친화적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에는 경제적 보상이 뒤따를 것이다. 결국 고령 친화적 환경의 확산은 노년층과 의료 제도, 기업 모두에게 유익한 윈-윈-윈 시나리오다.

 


따라서 모든 사회 영역에서 나이 차별을 없애는 것은 도덕적 선결 과제지만, 특히 직장에서의 나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주력해야 한다. 2011년까지 영국 정부는 단지 나이를 이유로 65세에 퇴직시키는 정년제를 제재 조치했다. 다행히 정년제는 사라졌다. 그렇지만 법적으로는 사라졌어도 직장에는 여전히 그런 관행이 남아 있다.

보스턴 대학교 은퇴연구소의 최근 연구를 보면 노년층은 매우 생산적인 인력임을 알 수 있다. 노년층 덕분에 업무 능력이 향상 된 기업들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의 경우 2017년 시범 사업으로 평균연령대보다 조립 라인 작업 속도가 빠른 노년층을 중심으로 작업 팀을 구성한 결과 불량률이 줄고 결근율이 낮아졌다.

 

 

거대한 흐름, 2차 노화 혁명 

 

 

1차 노화 혁명으로 은퇴기라는 새로운 생애 단계가 생겨났다면, 2차 노화 혁명은 중년과 노년 사이 '가능성의 시기'라고 부르는 새로운 생애 단계를 만들고 있다. 

 

 

노인층, 더 오래 인간답게 살고 싶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년기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단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본질적이고 총체적으로 성장하는 삶, 더 지혜롭고 충만해지며 유대감이 깊어지는 삶을 통해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독립적이고 품위 있게 목적을 추구하며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단지 수명을 몇 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인간답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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