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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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게 나쁜 소식은 '21세기 세계경제 대전환의 역풍'이 갈수록 더 세차게 불어올 것이라는 사실이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대한민국은 눈을 감고 거의 지난 10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좋은 소식은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은 냄비를 탈출할 시간과 새로운 도약에 쓸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조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 역사적 골든타임과 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것은 정부가 어떤 리더십과 정책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정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몫이다. 아직도 과거 좋았던 시절의 냄비 속에서 국민 행복의 헛된 꿈속을 계속 헤맬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절박감으로 냄비를 박차고 나올 것인지 우리 모두는 시대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성장과 고령화의 트랩에 빠진 한국경제

 

정치권 인사들은 현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한국경제가 현재 위기라고 비난한다. 물론 일부는 옳은 얘기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비판은 쓸데없는 지적이며 말장난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우리 경제를 단기간에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다. 그리고 오만이다.

 

저성장에 빠진 세계경제가 대전환의 국면에 놓여있다. 한국만이 뭔가 정치적으로 잘못해서 경제가 어려운 게 아니다. 길게 봐야 한다. 그래서 단기적인 극약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혁신방안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고통이 대물림되지 않고 미래의 세대들은 더 역동적인 한국경제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위기는 '냄비 속의 개구리'로 비유하고 있다. 냄비 속의 개구리는 오직 눈앞의 안일을 유지하는 것이 관심 사항일 뿐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이 되고 어쩌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것처럼,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저성장에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덩달아 나라의 경제는 활력을 잃게 마련이다. 소비주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002년 당시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비난받던 나라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후, 독일경제는 오히려 경제동력이 쇠퇴하고 있었다. 이때 슈뢰더 총리는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역사적 책임감과 절박감을 통감하고 '어젠다 2010'으로 냄비를 박차고 뛰어나왔던 것이다.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한 슈뢰더는 정권을 잃었고 반사이익을 누린 메르켈 총리가 대연정을 통해 '어젠다 2010'을 계속 추진했다. 그 결과 독일은 2008년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유럽의 패자覇者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초 엔고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기 침체, 세계경제의 뉴 노멀

 

2008년 금융 위기의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긴 7년간의 장기 침체 국면을 겪고 이제 간신히 선진국들이 회복 국면에 진입한 반면에,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 경제위기 극복 과정이 남긴 유산으로 인해 장기 침체의 늪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그다음으로 2015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흥국들의 불안정하고 불확실성 높은 금융 상황은 신흥국들의 경제 회복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 국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해답이 없는 장기 침체, 이는 바로 세계경제의 뉴 노멀이다.

 

 

구조 개혁, 어렵고 또 어렵다

 

구조 개혁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혁 조치로 말마암아 기득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득권층은 당연히 정치적으로 반발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국가적 대의명분을 앞세워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대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진정한 과제이며, 이때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스웨덴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아네르스 보리는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구조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그 이유로 첫째 연금이나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민들이 현재보다 더부담하고 적게 보상받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하므로 계층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이를 설득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둘째 구조 개혁이란 본질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한 비대칭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과 문제점들은 단기간에 나타나는 반면 그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하고 또 불확실하며, 셋째 비대칭성으로 인해 기득권자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계층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네르스 보리의 충고

 

집권 초기에 추진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구조 개혁의 내용은 단순하고 확고해야 한다

개혁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고 금융 측면에서 총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을 병행하라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개혁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래야 국정 지도자가 '절호의 정치적 시점'에 지체 없이 결단하고 실행함으로써 추진 동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구조 개혁에 대한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 개혁 조치 추진을 위한 정부의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 개혁은 경제 운영의 틀을 바꾼다는 점에서 광범위하고 다수의 이해 당사자들에게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정책 추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가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당면한 최대의 난관은 '경제를 구하자'는 국민적 합의를 통한 개혁 에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나 홀로 개혁'으로는 개혁을 제대로 이행하기도 어렵거니와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구조 개혁의 성공은 개혁안 내용 자체보다도 '이렇게 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고 하는 확신을 국민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에 달려 있다.

 

IMF와 OECD 등 국제경제기구들은 구조 개혁을 강조한다. 이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세계경제의 장기 한파에 대비하는 최선책이 바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모든 국가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성장 엔진을 구축하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틀 속에서 공동의 성장을 추구하지 못하고 각국이 사정에 맞게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바야흐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력을 이용하여 수요 촉진을 주도하고 있고, 영국은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복지 개혁으로, 중국은 위안화의 SDR(IMF의 특별인출권) 편입을 계기로 기축통화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만큼 출산율 변화가 극적으로 변한 사례는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없다"

- 한스 로슬링, <연합뉴스> 인터뷰(2015년 10월 4일) 

 

우리나라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쉬지 못하는 고단한 노동, 부족한 노후 소득, 과다한 부채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보장 체계는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하여 2025년에 고갈되고, 사학연금은 2027년부터 적자로 전환하여 2042년에 고갈되며,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로 전환하여 2060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이미 거의 10년 세월을 국가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경기 대책과 부채로 국민 생활을 유지하는 '냄비 속 개구리' 상태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산업구조 혁신을 미루고 경쟁력 저하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가? 그 해답은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본처럼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을 회피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쫓아 구조 개혁과 경기 대책 두 가지 목표 사이를 우왕좌왕한다면 일본이 앞서 갔던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길을 걷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진한다면 한국경제는 새로운 성장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젠다 2010의 핵심 내용

 

 

 

독일경제가 위기에 직면하자 슈뢰더 총리는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안위를 떠나서 단호하게 개혁을 단행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여 고용을 촉진하고, 연금과 교육 및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했으며, 경제 활성화 조치로 독일을 탈출했던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특히 2011년 유럽 재정 위기가 발생하자 독일경제는 유럽의 패자覇者로서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장의 역동성,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국경제가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절실한 선결 과제는 개발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반反기업 정서, 신뢰성이 부족한 정부 규제, 강성 노조, 불합리한 노사 관행, 호봉제 임금 체계, 대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등은 모두 개발 시대의 유산들이다. 대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산업 정책적 특혜를 받았던 것은 물론, 그 반작용으로 반기업 정서가 사회에 팽배해 있는 현상도 개발 시대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구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한국은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3.5% 내지 4%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서울대 특별강연회(2013년 12월 5일)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2015년 8월 6일 대국민 담화)

 

1. 노동개혁~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2. 공공개혁~ 공공기관 기능조정

3. 교육개혁~ 일, 학습 병행제

4. 금융개혁~ 핀테크

 

4대 개혁과 달리 총체적 구조 개혁은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의 개별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의 생태계 자체를 새로운 틀로 바꾸는 개혁을 말한다. 따라서 더 오래 걸리고 힘든 개혁인 만큼 강력한 정치적 지원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나 총선과 같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타당성을 검증받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의 미래분석

 

 

현재 세계경제는 대불황의 시대를 지나고 있지만 장기 침체 국면을 통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신흥 국가들도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할 때가 올 것이고, 이 국면에서 한국은 다시 한 번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문제는 신흥국들이 성장 궤도에 진입할 시점에 한국경제가 여전히 선진국 수준의 신흥국으로서 매력적인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경제는 긴 겨울 동안 끈기 있게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p.222)

 

 

한국경제의 희망만들기

 

3포 세대의 문제는 취업의 문제이자 소득의 문제다. 자신들의 태도에도 책임이 있고,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제도와 관행에도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의 소재를 떠나 3포 세대는 자신들이 직면한 시대의 큰 흐름을 직시하고 대응해야만 한다. 당연히 기성세대는 더욱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3포 세대에게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사느라고 고생할 만큼 했으니 너희 시대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포기밖에 없게 되므로 나라의 희망은 암울해진다. 따라서 기성세대와 3포 세대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 이것만이 다시 한 번 한국경제가 도약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3포 세대는 포기 대신 도전으로, 기성세대는 외면 대신 수습으로 일대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헬조선 신드롬도 그렇다.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으로 표출된 행동이다. 기성세대가 온 힘을 다해 제대로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려는 시대적 소명과 역할을 다 했다면, 이런 표현이 나올리 없다. 한마디로 헬조선은 기성세대의 미흡한 시대적 역할에 대한 청년 세대의 시대적 항의인 셈이다.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모두가 시대 탓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세계경제가 혼미한 가운데서도 각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각자도생을 준비하고 있다. 낮은 에너지 비용과 세금 부담으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더 이상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영국은 경제 구조를 높은 소득과 낮은 세금, 그리고 저비용 복지라는 새로운 구조로 국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더 이상 비겁한 변명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정녕 우리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외면한 채 기득권을 챙기거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전략적 전환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불황의 시대, 구조 개혁은 나라의 운명이 걸린 시대적 소명임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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