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는 서른의 경제학 - 불황의 시대 2535 경제 생존전략
강지연.이지현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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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사상 첫 '연 1%대 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더 이상 은행에 월급을 맡겨 돈을 불리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간 서민들의 주머니를 불려줬던 재테크 수단들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에 '무無재테크 시대'란 이름을 붙였고, 신인류가 당면한 무재테크 시대에 대해 취재했다. - '들어가면서' 중에서

 

 

2535 세대들의 생존전략

 

25살의 청년, 그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고등학교 3학년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부모님 가게 옆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음에도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다. 이런 삼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게는 폐업됐다. 아직 미상환된 초기 창업비용과 생활비 등으로 인해 집에 빚은 점점 쌓여만 갔다.

 

청년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토익 고득점, 대기업 인턴 경력 등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집에 경제적 보탬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야간 편의점 알바뿐이었다. 집의 빚을 상환하기는커녕 학비를 모으기에도 벅찼다. 그는 신학기가 개강되기 전 대학 전공교수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상속 포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고사하고 장남인 자신에게 빚이 대물림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인생 재테크는 바로 '상속 포기'였던 것이다. 이는 책의 공저자인 강지연, 이지현이 기자생활 중, 2015년 초 2535 청년들의 재테크 성향을 파악하려고 한 대학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들은 실제 상황이다.

 

유례없는 불황의 시대다. 누군가는 이를 정치 탓이라고 하지만, 누가 정치를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미 더 영글기도 전에 복지라는 이슈에 치중하면서 나라의 경제는 엉망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악성노조들은 회사야 어찌 되든 월급 인상만을 관철시키려고 파업과 태업에 나서고, 회사는 불경기와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늘어나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국가는 복지재정을 늘려야만 한다.

 

이와 같은 불황의 여파는 일차적으로 취업전선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청년 백수'와 '퇴직 백수'는 점점 늘어갈 뿐이다. 과거의 고성장 시대에는 취업은 물론이고 재테크도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지금은 둘 다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러니 앞서 소개한 청년처럼 인생 최초의 재테크가 '상속 포기'라는 아이로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덟 살, 초등학교 입학식 날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공저자는 이후 단짝으로 지내다가 20년 뒤 같은 언론사,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한경미디어그룹 신업, 증권, 금융부 기자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취재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알기 쉽게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청춘 경제학 프로젝트 '스물여덟, 명품백보다 명품통장'을 진행했는데, 당시 미처 하지 못햇던 많은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우리는 결핍의 시대를 산다

 

왜 결핍의 시대를 살아야 할까? 그 주범은 바로 '저성장' 때문이다. 청년들이 못나서 '포기'를 선택하겠는가? 아니다. 이는 나라의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단시일에 회복되지 않는 여러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정치적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연애, 결혼, 출산,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을 포기하는 소위 '칠포 세대'는 과거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현상이다.

 

잃어버린 10년이 계속 거듭되던 일본 경제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선포했다. 금융기관에 저축을 해도 이자가 붙지 않고 오히려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그런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2015년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앉더니 사상 처음으로 우리도 0%대 예적금이 등장했다. 이는 이젠 과거처럼 돈을 불리기가 어렵고 저성장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우리도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씨티은행 프리스타일 정기예금 상품의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기존 연 1.1%에서 0.9%로 떨어졌다. 라이프플랜적금 등 ㅈ주요 6개월 만기 정기적금 상품 금리도 1.1%에서 0.8%로 낮아졌다.

 

 

 

국내의 자산가 10명 중 8명은 향후에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6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 4백명을 대상으로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1.6%가 저성장, 저금리 추세를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사회에서의 술자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친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 여전히 그런 목적으로 술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음주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단골 가게에서 음주하던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잇는 추세이다.  

 

2015년 6월, 씁쓸한 조사가 또 하나 나왔다.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이 정작 어려울 때는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대상으로 '2015 더 나은 삶 지수'를 조사했다. 한국은 '사회적 연계'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또는 이웃이 있냐고 물었는데, 한국인은 72%만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 88%보다 16%포인트 낮은 수치다.                     

 

슬프게도 경제상황은 사회적 관계를 흔들어 놓는다.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과 7포 세대의 등장이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간다면 향후 경제상황이 더 악화됐을 때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답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삶이 더 외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청년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 사회

 

광고 속 한 점원이 계산대 앞에 선 남성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할인되는 카드 있으세요?, 마일리지 카드 있으세요?, 통신사 카드 있으세요?, 멤버십 카드 있으세요?, 엄마 카드 있으세요?, 아빠 카드 있으세요?" 이대 이 남성은 점원을 향해 멍한 표정을 짓고 마음속으로 독백한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니트족이란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15~34세 취업인구 중 미혼이며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직업도 없는 이들을 뜻한다. 199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일자리를 찾는 니트는 실업자로 분류된다. 한국의 경우,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은 니트족이며, 또 니트족의 절반 이상은 구직활동을 않는 비구직 니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의 교육, 지적 수준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OECD가 발표한 <OECD 직업역량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및 직업 교육을 이수한 25~34세 청년 비율은 한국이 67.1%로 조사 대상국 중에서 1위였다. OECD 평균인 42.7%보다 25% 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2위인 일본과도 1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입사 시험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많은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문제점이 있는지 고민하면서 자괴감에 빠진다. 이는 자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경제 탓 때문이다.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 김삼순은 자신의 약한 경력을 핀잔하는 면접자에게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 그래!"라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는 구직난으로 이어져 청년들에게는 취업 한파라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기업은 투자를 줄였고, 덩달아 일자리도 감소했다. 

 

 

이제 한탕주의 재테크는 끝났다

 

최근 주식으로 대박 난 종목은 한미약품이다. 신약 수출 효과로 거액의 로얄티 수입이 발생했기 때문에 주가는 급상승했다. 30만원대 시세가 최고 86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 고성장 시대엔 이처럼 주가가 2배 이상 상승하는 종목들이 많았다. 종목에 잘 올라타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엇다. 그래서 너나나나 모두 재테크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부동산, 주식, 펀드로 '한 탕'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테크 투자서에는 언제나 주식, 펀드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도서들을 읽다보면 주식이나 펀드에 도전해서 자신도 쉽게 성공할 것같은 그런 환상에 빠진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주식식과 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10년 전 그대로다. 사실 이는 중대한 착각이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들이 은행 적금 다음으로 가장 쉽게 떠올리는 재테크 상품이 주식과 펀드가 되어 버렸다. 포털사이트에 '펀드'를 검색하면 총 3,396건의 결과가 나올 정도다. 꽤나 만만한 재테크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지금의 흙수저 세대는 주식과 펀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펀드는 장기투자라는 생각을 버려라, 짧게 보는 게 낫다

주식으로 '한탕'을 꿈꾸지 말라

여윳돈으로 투자하고, 자신의 투자성향을 먼저 파악해라

저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잡아라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주식에 집중하라

 

 

청년들에게 빚 권하는 사회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6년 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 10명 중 7명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고, 대출액은 평균 1,471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들은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한 달 평균 24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전한다. 더구나 학자금 대출로 인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청년들이 2015년 천 명을 훌쩍 넘어섯다는 보도이다. 이들이 이 족쇄에서 풀려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3.5년이란다.

 

보통 금융전문가들은 빚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좋은 빚'과 '나쁜 빚'이 그것이다. 좋은 빚이란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소위 교육, 부동산 등을 위한 대출이다. 반면에 나쁜 빚은 옷, 가방 등 단기적인 소비에 초점을 맞춘 대출을 가르킨다. 좋은 빚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높아지지만, 나쁜 빚은 추후 손실이 되어 자신에게 큰 짐이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빚이란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30대 은행원의 말을 들어보자.

 

"말이 좋은 빚이죠. 다 부담이죠. 대학을 장기적인 가치가 높아지는 교육의 장으로 생각한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요. 또 청년들이 사는 월세방이 오늘 몸 누일 곳이지 무슨 투자입니까. 청년들에게 좋은 빚이란 없습니다. 하루 빨리 갚는 게 좋은 '빛'보는 길입니다"

 

 

노후준비도 만만하지 않다

 

2015년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중, 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최소 월 생활비는 부부 기준 159만 9,100원, 개인 기준 98만 8,700원으로 나타났다. 적정 노후생활비는 이보다 많다. 부부 기준 약 225만원, 개인 기준 약 142만원이다. 은퇴 후 수입이 없다면 이같은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노후를 위한 안전장치는 소위 3층 연금이다. 즉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말한다. 젊을 때부터 마치 공든 탑을 쌓듯 연금을 적립해나가야 한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다 보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덩달아 불입이 된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소득이 노후 준비에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리 저축하는 케이스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프니까, 보험이다. 보험 시장에서 나이는 곧 돈이다. 젊고 건강할수록 유리한 것이 보험의 세계다. 나이가 많을수록 질병의 위험이 커지므로 보험료도 올라간다. 보험은 젊고 건강한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지만 이 손을 잡는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나이 들어 몸이 안 좋아서 보험을 찾게 되지만 그때는 젊은 시절 자신에게 내밀었던 손이 사라진 후다. 따라서, 노후에 찾아오는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 미리 보험에 가입하면 노년에 큰 힘을 발휘한다.

 

 

급중하는 가계부채, 갚는 게 효자다

 

2015년 12월 기준 가계부채는 1,207조 원에 이르렀다. 국민 1인당 약 2,376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07조 원의 가계부채는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이자, 전년도 대비 11.2%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가계 평균소득은 전년 대비 1.6%에 그쳤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이 0.9%였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왜 우리가 돈을 모으지 못한 채 빚을 질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이제 더 이상 빚 없이는 무언가를 이뤄내기가 힘들어졌을 정도로 우리가 모으는 돈의 속도가 세상에서 돈이 흐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소비항목으로 꼽는 것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부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2015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날이 갈수록 치솟기 시작하는 주거비 부담에 사람들은 은행을 찾기 시작했고 대출을 받자마자 시작된 상환금 납입과 1%대의 최저금리로 인해 일반 서민들의 통장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요즈음엔 '빚테크'란 신조어가지 탄생했다. 즉 빚으로 호화 혼수비용,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고 심지어 주식투자자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빚에는 자비가 없다. 불쌍하다고 깎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상환시기도 늦춰주는 법이 없다. 사용하기 쉽다고 마이너스 대출을 습관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빚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도 있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 목돈을 모으기보다 먼저 빚을 상환하는 것이 진정한 재테크이다. 

 

 

 

문제는 당신이 아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청춘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메세지를 던졌다. 실제로 많은 청춘들이 아프다. 하지만 저자들은 아프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원인과 결과가 잘못되엇다고 말한다. 즉 이 시대의 2535세대는 청춘이라서 아픈 것이 아니라, 저성장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그늘이 청춘들을 우울하고 아프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됐는데, 각 장의 첫머리에 '탈출구'를 그려놓은 게 무척 인상적이다. 2535 청춘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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