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몇 년간 대학에서 '음식의 정치학'이라는 흥미로운 강의를 해온 저자는 세계의 음식공급시스템에 의해 공급되는 음식 재료의 숨겨진 진실과 그 안에 담긴 경제학적 의미를 해석해준다. 음식은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특정 국가의 권력적 수단이 되기도 하고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위기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국제 통화시스템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정 음식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 경제적인 연관성, 정치적 이슈 등은 우리들을 재미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음식 정치학의 세계로 초대하다

 

저자 킴벌리 A. 위어는 노던켄터키대학의 정치학 교수이다. 개인과 세계 음식공급시스템의 관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그는 음식 정치학 외에도 교육학, 성별 문제, 공정무역운동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음식 관련 이슈를 발굴해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는데, 1~2장은 음식정치학과 세계 정치경제학의 핵심 개념과 배경을 소개한다. 3~7장에서는 특정 음식을 중심으로 세계 정치경제학의 특정 부분을 살펴본다. 여기선 음식들에 대한 소개와 간략한 역사, 생산과 관련된 문제, 세계 공급시스템 내의 음식을 둘러싼 문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8장에선 음식과 세계경제의 연관성을 요약하고 결론을 내린다.

 

모든 장에는 두 가지의 특별한 박스가 포함되어 있다. '생소한 음식'은 전 세계에서 음식 섭취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특이한 음식들을 살펴본다. 또 '레시피 박스'는 우리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음식과 관련된 일반적인 관습이나 가정에 대한 도전 과제를 설명한다.

 

 

 

 

식민지 건설, 모든 음식에 영향을 끼쳐

 

인류의 이주와 더불어 지구촌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이주자와 탐험가는 미지의 땅을 찾아 다니며 씨앗, 향신료, 가축, 요리법 등을 가져갔다. 유럽은 서로 앞다투어 머나먼 곳에 위치한 땅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말뚝박고 소위 식민지를 건설해나갔다. 이는 바로 약탈이고 수탈이었다.

 

대부분의 유럽은 말린 후추 열매와 정향, 시나몬, 육두구 등 향신료를 찾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탐험을 시작했다. 이미 자신들의 입맛에 향신료는 필수품이었고, 값비싼 수입품에 의존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을 확보하는 것은 당시 유럽 각국의 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유럽은 식민정책을 통해 미개인을 문명화시키는 순기능을 했다고 항변한다.

 

식민지를 건설하는 동안 역학관계가 생김으로써 경제적 세계분할의 발판이 되었다. 이후 이는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착취를 통해 이득을 챙긴 것이다. 식민지는 유럽에 가공되지 않은 원료나 농산품을 공급할 목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젠 세계화로 세계인들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연관성이 더 커졌다. 이는 음식 레시피에도 영향을 미쳤다.

 

레시피 박스

 

맥도날드는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서 빅맥에 소고기 패티 대신에 치킨을 이용한 치킨 마하라자맥을 판매한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인을 위해선 슈림프 사우전드아일랜드 랩이나 슈림프 필레오가 판매된다. 미국인의 비만을 부추긴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이집트에서는 더블 필레오피시로 크게 호평받고 있다. 이처럼 음식공급시스템은 상호의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페인은 카카오 음료로 유럽을 지배하려 했다

 

스페인의 정복자가 멕시코 원주민 아즈텍족의 음료 초콜라틀을 통해 카카오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곧 카카오가 원주민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주며 상품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카오 콩 한 알로 토끼 두 마리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스페인은 카카오에 설탕을 더해 만든 코코아 음료로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카카오 거래를 지배하려 했다.

 

그들은 중앙아메리카를 정복하고 그 지역의 자원을 고갈시킨 후, 남미와 카리브 해 지역으로 옮겨 갔으나 그곳에서는 더 이상 카카오 공급을 독점하지 못했다. 현재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전 세계 카카오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유는 유럽이 카카오나무를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에 전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재배작물을 향신료로 갈아타다

 

특정 수출품의 가치를 인식하고 나면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가능하다면 그들도 생산을 늘린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후추 열매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국제후추공동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문제로 2010년 생산량이 줄었지만 후추 열매 판매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베트남은 커피보다 후추 열매를 수출하면 투자 대비 소득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재배 작물을 바꾸었다. 베트남이 재배하는 다른 수익작물과 달리 후추 열매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은 훨씬 덜했다. 게다가 후추 열매 생산은 많은 농지와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비도 적게 들며 수익성이 아주 높은 사업이었다.

 

베트남은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어 정부가 직접 이 계획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당장 수익이 필요한 소규모 농민보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생산량이 세계 후추 열매 공급량의 10%에 불과했던 베트남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공급량의 거의 35%를 차지했으며 인도를 앞질러 세계 최대 공급 국가로 올라섰다.

 

 

 세계 20대 건강식품에 선정된 히카마(멕시코 감자)

 

 

토마토의 원산지는 유럽이 아니다

 

우리들은 대개 토마토를 보면 피자나 파스타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토마토에 대해서  슬픈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집마당에서 키워 열매를 따먹었으므로 당연히 과일로만 알고 있던 나는 학교를 대표해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하던 퀴즈대회에 출전했다가 탈락하고 말았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다. 하지만 성인인 지금도 여전히 의심한다. 열매를 맺었는데, 어찌 과일이 아니란 말인가? 

 

또 이미지가 워낙 이탈리아와 연결되어 있어서 원산지를 유럽으로 착각하지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토마토의 기원은 남미 안데스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00년대 유럽 탐험가들이 멕시코에서 이를 발견했을 때 아즈텍족이 토마틀이라고 불렀고, 이에 영향을 받은 스페인이 토마티라고 명명했다. 16세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흔히 먹는 음식이었다.  

토마토산업을 둘러싸고 일어난 문제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발단을 알아야 한다. 토마토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거의 모든 요리의 재료가 되는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거의 대부분은 국내 소비용이지만 토마토 거래, 특히 온실재배용 품종에 대한 거래는 예상하지 못했던 네덜란드를 토마토의 최대 수출국 자리에 올려놓았다. 통조림과 가공식품을 위한 토마토 생산을 통해 이탈리아와 중국의 관계처럼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토마토산업과 관련해서도 몇몇 핵심 문제가 드러나는데, 특히 가격 문제는 생산자를 압박한다. 토마토가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자아내는 뜨거운 주제는 이 음식과 관련된 몇몇 운동을 불러왔다. 그리고 토마토산업에서 가장 감추고 싶은 비밀은 아마 노동자 대우 문제일 것이다. 참고로 현재 세계에서 토마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는 점점 더 의존한다

 

지구촌은 점점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바뀌고 있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카카오에 관한 문제는 커피와 바나나, 설탕이 모두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슷하다. 고래잡이와 참치 어업의 어획, 소비, 보존 노력에 관한 문제는 동일하며 콩의 수요와 소비방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옥수수산업에 관련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음식과 세계경제의 기본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음식정치학에 궁금한 사람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들이 모르는 음식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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