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혼'을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태풍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들판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일혼은 잔지 남녀가 헤어지면서 감정적으로 다치는 일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육 문제, 경제적 문제,
법적인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모든 일들을 지혜롭게 풀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이혼은 숨기고 싶은 일이다
책의 저자 이병철은 12년 전 이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워 온 이혼남이다.
국내
1호 이혼 플래너이자 디보싱(이혼 컨설팅 회사)을 운영하면서 차가연(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 연합) 대표 및 한국이혼상담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금도 혹독한 이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혼은 행복 해지기 위한 선택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나 자신부터 추스르기)에서는 이혼 후 홀로 남겨진 남녀에게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후폭풍을 다룬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이들은 대체로 분노와 원망, 자책, 슬픔, 두려움, 외로움, 무기력감 등 수많은 감정에 휩쓸린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현재가 괴롭고 힘든 것은
기억 때문이 아니라 기억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의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야만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혼 후 '인생의 실패자'라는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댔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존감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있을 경우 남과 자신을 비교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의 존귀함을 믿을 때, 비로소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음을
강조한다.
2장(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기)에선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믿음'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 아이도 얼마간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겠지만 사랑으로 돌봐 주면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받을 상처가 염려되어 이혼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그래야만 아이가 달라진 현실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양부모가 있어야 '정상적인 가정'이라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탈피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들도 '비정상적인 가정'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음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양육자
본인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아이의 양육에만 집중하기 쉬운데,
아이는 이미 충분히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양육자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3장(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돌아보기)의 주제는
'관계'다. 주변에 '이혼 커밍아웃'을 고민하게 되고,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며, 모든 관계가
무겁게 느껴져 벗어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이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자 더없이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주변 사람들과도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기 내면에 살고 있는 세 명의 아이를 달래주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에게 상처 입을까 봐 두려워하는 '숨고 싶어 하는 아이', 남의 눈에 자기가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고 눈치를 보는 '기죽은 아이', 자신의
고통도 진정 원하는 것도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 '외면하는 아이'가 그것이다. 이 세 명의 아이를 달고서는 누구와도 동등한 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어떤 관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4장(나 자신으로 새로 서기)에선 "왜
이혼했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혼 후 겪게 될 상처, 고통, 외로움, 두려움을 알면서도 '차라리 혼자
산다'고 결심한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 답은 바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한
번뿐인 삶을 불행 속에서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은 자기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이혼한 것이고, 적어도 더 행복해지기를 바래서 용기를 낸
것이다.
저자는 3년 동안 극심한 이혼의 고통에 시달리며 '이혼은 사람 할 짓이 못 된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일이지만 어차피 일어난 일,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되 책임의 무게에 눌려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과거가 더 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TV 드라마의 한 모습이다. "3개월 후에 다시 만납시다" 이는 이혼
신청에 대한 조정관의 말이다.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접수하는 부부에게 마지막으로 부여하는 기간이다. 사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3개월이 지나면 이혼을 승인하겟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3개월 동안만이라도 서로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불륜이 원인이 되어 신청한 경우라면 결혼의 밑바탕인 '신뢰'가 무너진 이상, 이런 기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혼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주변의 여러 권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혼을 선택한 사람은 초기엔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유명한 경귀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름길을 택했는지,
아니면 이를 몰라서 한참 돌아가는 길을 택했는지이다. 이에 12년 전 이혼을 한 후 두 아이를 당당하게 키워 온 이혼남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지름길을 제시한다.
이혼이 불행의 이름은 아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 재스민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상위
1%의 경제력을 지닌 남편의 여성 편력이 그녀를 쓸쓸하고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이혼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이 그녀를 계속 괴롭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이나 이혼을 선택한 것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긴
의자에 쓸쓸히 앉은 여자가 반쯤 넋 나간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저자는 이혼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약 3년 걸렸다. 대체로 평균 2년 정도 걸린다는 데 그는 기간이
길었다. 그 이유는 '기억' 때문이었다. 흔히 세월이 약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나쁜 경험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희미해진다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 저자는 나부터 먼저 살고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무리하게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다 보면 그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지우기보다 과거를 실수로 삼아 현재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세상이 정해 놓은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탓이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를 '집단 무의식을 자의식으로 착각하는 페르소나'라고 설명했다. 이리되면 남의 생각과 시선이
곧 자신의 가치관이라는 착가에 빠지게 되므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존감을 가장 잘 표현한 부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은 천하에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존감을 가진다면 스스로 존귀함을 결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로 타인의 생각이나 시선을
의식하거나 비교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 철침대에 눕혀서 친대 길이보다 짧으면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리는 괴물
다마스테스에게 포로가 된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그 규격에 맞추려고 하는가 말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이혼의 분노와 고통 속에 더 이상 사로잡히지 말고 자기 자신과 화해를 하자. 미워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
미움을 제거하고, 과거에 부족했던 자신을 용서하자.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맘고생에 대해 "수고했다"고 말하고 하루에 세 번 이상 거울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해 주자.
"엄마는 열 밤 자고 올거야"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다. 이혼을 한 당사자는 이를
자녀들에게 감추려고 대부분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불행을 아이들에게까지 전가하지 않겠다는 심정이겠지만 이는 언제까지 속일 순 없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은 오히려 이를 더 불안하고 이상한 사건으로 여기게 된다.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가감없이 솔직하게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양육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또한 비록 양兩부모가 아닐지라도 결코 비정상적인
가정이 아님을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혼은 아이가 하는 게 아니라 어른이 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아이는 어른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아이는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그만하자
이혼했으므로 자신은 못난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지 말자. 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가치나 장점을 거부하고
단지 '이혼'이라는 상황에만 집착하는 바보이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대로 대접받는 법이다.
자존감이 높다면 타인도 자신을 그롷게 대할 것이고, 스스로를 비하시키면 남도 당연히 그렇게 대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비밀이다.
남자가 이혼을 '커밍아웃'하면 대체로 그 이유를 남자에게서 찾는다. 외도, 불륜, 가정폭력, 경제적
무능 등으로 말이다. 이에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자기자신을 변호하려는 강박감이 생긴다. 일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여주인공 유카는 갑자기 이혼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문자로 보낸다.
"아내의 안위보다 화분을 걱정하는 남편과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유카는 무심하고 배려없는 남편의 말에 무시로 상처를 입었던 일이 많았고, 그런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진 직후 남편이 보낸 "화분은 괜찮아?"라는 문자를 받고 이혼의 결심 이유를 이처럼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혼
사실의 '커밍아웃'에 대해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남편의 심각한 빚 때문이라면 왜 빚이 많으지, 어쩌다 빚을 지게
되엇는지가지 설명해야 한다. 심지어 실콧 듣고선 어던 이는 "웬만하면 좀 참지, 그럴 순 없었니?"라고 되묻는다.
웬만이 안 되니까 이혼을 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살 순 없다. 혼자 남거나 도망치거나 단절을 도모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이처럼 관계 속에 '자유'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이상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자신에게 무겁기만 하다면 자유롭기는커녕 얽매임을 당하기만 한다. 그렇다고 모두 떨쳐내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으므로 외로움의 공포 속으로
떠밀리게 된다. 이에 저자는 자신의 내면에 도사라고 있는 세명의 아이들을 잘 달래라고 말한다.
숨고 싶어 하는 아이~ 세상이 두렵고 사람이 무서워 깊숙이
몸을 숨긴다
기죽은 아이~ 숨지는않지만 남들의 눈치를
본다
외면하는 아이~ 자신의 고통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
이혼, 선택했다면 무조건 행복해져야
한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선택한다. 왜 이혼을 하게
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한 번뿐인 삶, 그 삶을 불행 속에서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결코 아니다. 이혼 후에 찾아 올 고통과 상실감 내지는 두려움을 몰라서도 아니다. 단지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또한 감당할 수 잇다는 각오인
셈이다.
이혼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용기를 내어 쟁취한 이 시간은 행복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차라리 혼자 사는 이유는 오직 행복하기 위해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