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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모두가
비난했지만 책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글쓰기는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눈만 뜨면 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읽은 뒤엔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읽고 쓰기를 수년 간 반복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고통을 잊을 수 있었고, 희망을 떠올리기도 했다"
- '본문' 중에서
어느 인문학자가 유독
책을 고집하는 이유
저자
최준용은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교수', 심지어 '노숙인 인문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인문학 실천가이다.
2005년 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강좌(성 프란시스 대학)에서 강의한 이래, 점차 대상을 넓혀 2014년에는 삼성그룹의 연구원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했다.
2015년 현재,
전국 지자체의 인재개발원과 평생 학습관, 각 대학, 의 특수대학원, 도서관, 기업 등에서 초청 1순위로 꼽는 대중 강연가이다.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시나리오 부문)를
통해 등단한 이후 늘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으며,
2004년 SBS라디오와 YTN 등에서 책 소개 코너와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그는 "왜 책만
고집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책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몇 가지 든다. 첫째, 책읽기는 그의 오랜 습관이며, 둘째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야 인용이 가능하고, 셋째 책을 읽는 시간은 곧 사색과 상상의 시간이 되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서른 편의
글들은 지난 1년 간 공부로서의 책읽기를 실천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 안내서이거나 서평집이 아니다.
그는 '책고집'을 통해 자신이 살았음을 확인해 왔던 것이다. 책을 집필하느라 잠시 중단했지만 곧 읽고 쓰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한다.
'공부하는 50대'를 표방한 이상, 자신에게 시간은 충분하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함께 읽기를 시도하면서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싶은
것이다.
책은 1부(나를 찾는 책읽기),
2부(앎을 찾는 책 읽기), 3부(일상의 책 읽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색과 천천히
읽기
지금은 글로써 소통하는 시대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매체가 일상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글쓰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들이 흔히 이용하는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또한 글쓰기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문화가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적 글쓰기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실 글쓰기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생각처럼 잘 쓰여지지도 않고 막상 고민해서 써놓고 보면 곳곳에 오류 투성이에다 어색한 표현이 눈에 띈다. 혼자만의 일기장에 쓴 사색의
글이라면 모를까 블로그나 페이스북처럼 공개된 공간에 올린 글이라면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글쓰기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면서 오히려
글쓰기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심지어 수업료를 받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기관까지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갑자기 글 실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꾸준히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감각이 생긴다. 그렇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좋은 글이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첫째,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둘째, 올바른 독서가 중요하다.
셋째, 꾸준히 써야 한다.
공부하는 오십대를
위하여
장정일은 <장정일의
공부>에서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무지를 참늘 수 없을 뿐더러 앎에 대한 욕구에 이끌려서 '공부로서의 독서와 글쓰기'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마침내
공부로서의 끌쓰기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우게 된다. 기대되는 건 그의 공부, 즉 글쓰기가 얼마나 발전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어질
것인가이다.
"진짜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길러 주는
것이다"
- 장정일
모든 책은 공부재료이다. 공부가 아닌
독서가 있을 수 없다. 학습서나 이론서를 읽어야만 공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풀이한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는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실천적 연구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해설할 수 있는 수준을 갖췄기 때문에 그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기상학氣象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을 풀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명품 바이올린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생전에 1116대 정도의 악기를
만들었는데 현존하는 것은 바이올린 540대, 비올라 12대, 첼로 50대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소리와 희소성 때문에 바이올린의 가격은 족히
4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한다. 그가 죽자 수많은 음악가와 과학자들이 이 제품의 비밀을 캐려고 연구했다.
풍부하고 은은한 소리를 내는 비결이
동체의 칠이 특별해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고 있었고, 이탈리아 장인의 특별한 기술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충분한 설득력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비밀은 푼 사람은 기후학자였다. 미국의 기후학자 로이드
버클박사는 나무 나이테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본격 제작됐던 18세기 초는 1645년부터 시작된 소빙하기에 속한 시기이며, 이 시기의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나이테가 촘촘하고 밀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결국 훌륭한 목재가 명품 악기로 탄생한 셈이다.
'한국 팩션', 영화
<명량>을 탄생시키다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는 영웅 이미지에 고착됐던 이순신을
해체하고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을 21세기의 한국 사회로 소환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걸출한 이 소설이 없었다면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진 약 1시간의 해전 장면이 완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화 <명량>의 흥행에는 바로
'한국형 팩션'이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팩션은 팩트와 픽션의 합성어이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재미를 보탠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다. 경기대학교 김기봉
교수의 <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에서 근래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들의 공통점이 대체로 팩션이었음을 주목하고, '팩션 시대'의 의미를 정리한다.
"역사는 문자화되어 텍스트로만 접해야
한다는 낡은 관념 그리고 권력과 이념의 충돌만이 역사라는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 - 김기봉
'천천히, 거듭해서, 항상 질문을
던져라'
저자는 삼백권의 책과 서른 개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들에게 '천천히, 거듭해서, 항상
질문을 던져라'는 새로운 독서주의를 제시한다. 그는 책을 읽는 시간은 곧
사색과 상상의 시간이며, 글자와 글자 사이는 독자에게 주어진 상상의 공간이므로 그 공간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게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책을 고집을 가장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