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갈 곳 잃은 민심, 표류 중인 국가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지난 2년간 발생한 주요
정치 현안 및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소견과 대책을 모은 칼럼집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병리와 적폐를 아프게 지적하고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진정 누구인가를 준엄하게 물으며 참된 리더십의 핵심을 파고든다. 집단 이기주의의 덫에 빠진 줄도 모른 채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에게 마치 각성제를 처방하는 듯하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 우리들
자신이다
2016년 4월을 시점으로 3년 연속 전국 규모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2016), 대통령 선거(2017), 전국 동시 지방선거(2018년), 그리고 보궐선거들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볍게
내던지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과 당선만이 지상과제인 선거 과열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국이 요동칠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책의 저자 김형오는 1947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나와 기자, 공무원, 정치인을 거쳐 오래 유보해 두었던 제3의 길을 걷기 위해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글을 쓰는 작가로, 역사에 대한
탐구자로 본격적인 방향 전환을 했다. 2012년에 발표한 <술탄과 황제>는 작가가 4년 남짓한 산고 끝에 완성한
집념과 열정의 산물이다.
그는 전쟁의 무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다섯 번 다녀왔고, 특히 지난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47일간 현지에 머물면서 막바지 취재 및 연구 활동을 했다. 이스탄불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 틀어박혀 수백 권의 책들과 씨름했으며, 수십 명의 학자,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했다. 집필에는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이 책은 명예로운 정계 은퇴의 본보기를 보인 그가 최근 2년간의 주요 사안에 대한 정론직필이다. 각종 매체에 발표한
기고문과 강연 원고, 새로 슨 글들을 묶은 정치, 시사 칼럼집이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와 가야 할 미래를 오랜 경험과 연륜을 토대로 차갑고도
따뜻하게 성찰했다. 전국적인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어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책은 총 4장과 부록으로 구성됐는데, 1장에서는 메르스, 세월호 등 국가적 재난이 끊이지
않는 본질적 이유를 살펴보고, 심각한 불감증·건망증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한 지도자의 조건과 자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2장에는 국회선진화법, 개헌, 비례대표제, 세종시, 국정교과서, 폭력 시위, 규제 개혁, 관피아 척결 문제 등 최근 2년간 일어난 중대 사안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3장에서는 '기러기 아빠'를 만들어내는 한국 교육, '땅콩 회항' 사건, 반구대 암각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사색을 엿볼 수 있다. 4장에서는 하버드대학 등의 강연과 국제 포럼 기조연설 등을 통해 차기(19대)
대통령 선거, 한반도 국제전쟁과 동북아 정세 등 급변하는 세계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부록에는 편지 형식으로 전한
메시지와 각종 언론 매체에 수록된 인터뷰, 대담 등을 실어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선거 때만 되면 국가와 사회와 지역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며 비분강개하던 분들도 선거만 끝나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리더는 많은데 리더십은 없는 나라,
그것이 오늘 우리의 우울한 현주소이고 자화상이다. 미래가 걱정이다. - '서문' 증에서
독선적이고 이분법적인
정치 문화
권위주의적 정당정치와 굼뜨고 책임
안지는 국회로는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 정치 구도와 본질은 그냥 둔 채 사람만 바군다고 정치가 바귀겠는가? 독선적인 정치 문화와 기득권에
둘러싸인 정치 관행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획일주의를 통일성, 정체성으로 혼동하고, 끊임없는 분열과 갈등 유발을 다양성이나 다원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포용의 정치는 어디에도 없다. 진보, 보수, 개혁, 통합, 정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신뢰나 호응을 못 얻는 것도 양보와 자기희생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는 지도자의 목소리는 사방에서 들리는데 내가 먼저 포기하고 희생하겠다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16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20세기의 미몽에 젖어 있다. 민주적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개헌의 중심은
국민이어야 한다
현행 헌법 유지론자들은 운영을
잘못해서지 헌법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현재와 같이 갈등이 심하고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의 개헌론은 자칫 국론의 분열에 기름을 붓는 격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뭐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5년 단임제 직선 대통령 다섯 분 모두 말로末路가 좋지
않았다. 본인 아니면 혈육이 곤욕을 치렀다. 이는바로 '권력 비대화'가 부른 비극이다.
개헌의 가장 큰 장벽은 아이로니하게도
헌법 조항에 있다. 내각제든, 이원정부든, 4년 중임제든, 어떤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은 현재의 국회의원(4년), 대통령(5년) 임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 없도록 명시해놓았다. 현직 대통령 재출마 역시 불가능하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있는 '20년 주기설'이 개헌의 키포인트인 것이다. 그 절호의 기회였던 2012년은 안타깝게도 지나갔고,
2032년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있는 제복은 없나?
세월호 참사 때 우리는 용기도,
설득력도 보지 못했다. 제복을 입고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보여줘야 할 용기는커녕 제복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마저 그들은 지키지
못했다. 한마디로 모든 제복 입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학생, 교사, 일반인, 임시직 승무원들이 순결한 자기희생으로 제복의
역할을 대신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두 달밖에 안 된 장관 바꾼다고
사고가 안 난다면 얼마나 좋겠는다.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를 바꿔야 한다. 근원으로 들어가 차분히 안을 들여다보자. 진정한 용기로 속속들이
자기무장을 하고 진심으로 남이 공감할 수 있는 설득의 논리를 개발할 때까지 거듭 고민하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세상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헌신할까를 먼저 생각하자. 언제까지나 봄이 오지 않는 나라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지도자는 어떤 자질과
덕목을 가져야 할까?
한 기업인이 자살하면서 던진 리스트가
재임한 지 63일밖에 안 된 총리를 사임으로 몰고 갈 만큼 파문이 컸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엄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 정치와 경제 사이에 놓인 부패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비록 진통이야 겪겠지만 투명 사회로 가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미션을 감당하기 위해선
지도자가 어떤 자질과 덕목을 가져야 할까? 지도자는 첫째, 도덕적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약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도덕성의 흠결이 있는 지도자는 국민을 통합할 수 없고 정치 불신만 높게 만든다. 둘째는 정치력, 진정한 의미의 정치 복원이
필요하다.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이슈와 갈등 덩어리들을 타협과 소통으로 아우르고 풀어내는 리더십의 출현을 국민은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퍼스트 펭귄 리더십이
필요하다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수천
무리의 생명을 이끄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가 지금 우리 정당 지도자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무리를 이끄는
데 뒤에서 호령하기보다는 찬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용기가 바로 이 시대의 리더십입니다. 나라가 위기일수록 포용과 개방과 자기희생의 정치인이
그리워집니다.
이는 2016년 1월 31일 저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수신인은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었다. 명분과 사명보다는 대놓고 계파 싸움을 하고 계파 이익을 챙기니 국민의 실망이
크다. 이건 집권당도 여당의 모습도 아니다. 이 글의 반향은 컸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렷고 SNS를 통해 폭넓게
전파되었다.
행동하라, 하수도가
막히지 않도록
김형오는 '상하수도론'도 후배 정치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종교는 맑을수록
좋은 상수도지만, 정치는 하수도다. 먹으면 반드시 배설해야 하는 게 사람이라면, 하수도가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정치다. 때로는 오물에
손도 집어넣고, 또 오물이 얼굴에 튀는 것도 각오하는, 말로 시키는 것이 아닌 직접 행동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 <헤럴드경제>,
<와이드> 인터뷰: '가지 않는 길' 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2013년 12월
26일) 중에서
소신 있는 정치인의 고언에 귀
기울이자
지금은 선민의식, 엘리트 리더십이
아닌 시민의식, 대중 리더십의 시대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과 리더로서의 주권의식이 부족한 국민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중우 정치, 선동 정치의
표적이 될 뿐이다. 거대 정당의 횡포, 당정청黨政靑의 불화와 엇박자 등 성역을 두지 않고 소신과 용기로 써내려간 이 글은 우리 정치의 갈 길과
미래 찾기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책 속에는 동서고금의 역사와 인문학적 지식이 녹아 있어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일독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