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다시 청춘
이성민 지음 / 씽크뱅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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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90,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되면서, 죽기 직전까지 하루라도 더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80, 90세 노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직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이니, 각자 자신의 일자리는 자기가 알아서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좋게 말하면 자영업 시대가 온 것이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60세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100세 장수 시대가 도래한다

 

저자 이성민 1995KBS 공채 21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6시 내 고향>, <역사 저널>, <여성 공감> 등의 TV 프로그램과 <KBS 정오뉴스>, <KBS 마감뉴스>, <KBS 2시 뉴스> 등의 주요 뉴스, 이산가족 상봉과 재해재난 관련 특별보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의 개표 방송을 진행했다.

일본 NHK 라디오의 한

 

 

 

 

 

 

"직장은 부업, 주업은 노후준비"

 

이 책은 '지금은 100세 시대'라는 인식 하에 퇴직 후 30년을 준비하자는 주제로 6부로 구성돼 있다. '100세 시대? 곧 나의 문제다', '직장 생활의 목표 퇴직후 준비이다', '퇴직 후 준비는 어떻게? 단순하게 시작하라', '퇴직 후 준비의 출발점? 생각부터 바꿔라',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력을 길러라', '인생의 궁극적 목표?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 순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이 주제에 맞춰 100세 시대의 다양한 현상들을 살핀다. TV나 영화 등의 미디어, 서양과 동양의 갖가지 사례,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퇴직 후 준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지 정리한다. 마치 에세이를 읽어나가듯이 책장을 넘기면서, 자신의 노후 문제를 성찰하는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꽃보다 할배

 

2013년 하반기부터 방송을 타면서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으로서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꽃보다 할배>는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착안한 할아버지 4총사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이다. 원로 연기자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네 사람의 할아버지 연기자들은 20대 대학생들이나 할 법한 해외 배낭여행을 떠난다. 해외 여행지는 프랑스와 스위스, 대만, 그리고 그리스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봐도 모두 다 알 만한 유명 연기자들이고, 누구라도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이다.

 


개성 강한 네 명의 출연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들 출연자를 돕는 또 한 명의 히든카드가 잇어서 더욱 재미를 유발했다. 바로 아들 또래의 연기자 이서진이었다. 사십대의 이서진은 칠십대 연기자들 사이를 오가며 시중과 안내를 맡아 시대감이 무뎌진 노인들의 현실 연착륙을 훌륭하게 도왔다.

 

체력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결코 사오십대에 뒤지지 않는 칠팔십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기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젊은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이 요즈음이다. 이젠 젊고 늙음의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 일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바뀌는 것 같다. 즉 비록 나이가 적어도 사회에서 도태되면 늙은이가 되는 셈이다. <꽃보다 할배>는 '나이는 숫자일 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노후준비를 잘하라'는 메세지를 우리들에게 전한 것이다.

 

 

두 번 맞는 정년퇴직

 

우리나라 노인과 관련된 기록 중에서 세 가지가 OECD 회원국 가운데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 빈곤율 상승 속도, 고령화 속도, 노인 자살률이 그것이다.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다. 빈곤율이란 말은 상대적 빈곤을 나타내는 지표로 같은 연령대의 평균소득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의 비율을 가르킨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인 1위이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는 노인 비중이 14%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의 통셰자료에 다르면 최근 5년 동안 자살한 노인은 2만 439명이다. 1년에 4천여명, 하루 평균 11명의 노인이 지친 삶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과거 평균 수명 65세 시대엔 58세에 정년퇴직하고, 10년쯤 더 살다가 68세쯤 사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10년, 20년씩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다. 이젠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3세이며, 조만간 100세가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00세 노인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58세에 정년퇴직한 후 10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도대체 몇십 년을 더 사는가 말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년의 직장생활로는 나머지 인생 40년의 생활을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60세에 또다시 신입사원이 되어, 90세에 두 번째 정년퇴직을 해야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죽음의 방식   

 

 

평균수명 80대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죽음의 방식이다. 가족도 없고 친구나 지인도 없는 경우, 외로워서 죽거나 굶어 죽는 것은 앞으로 흔한 일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고독사를 맞이할 수도 있고,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지 못해 기력이 떨어져 아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젊은 나이에 미래를 설계하는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방송국을 퇴직한 63세의 여성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는 집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에 문을열고 나갔더니 구청 사회복지사가 독거노인 건강실태를 파악하러 왔다면서 설문지 작성을 요청했다고 한다. 왕년에 방송국 PD를 했든, 외국 유학물을 먹었든 알 바 아니고 혼자 살고 있는 게 분명하므로 독거노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자고 하면서, 갑자기 외롭거나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면 곧바로 자신에게 연락해달라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남겼다고 한다. 맞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장도 없고, 따로 사람 만나는 모임을 갖기도 힘들다. 통장 잔액은 계속 줄어들고 건강은 점점 나빠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인 개를 기르는 노인들이 많다. 개를 기르던 독거노인이 사후 2주 만에 발견됐는데, 시신이 개에게 훼손되었다는 보도는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직장 생활 30년이 미래를 결정한다  

 

퇴직한 지 20년 이상 지난 직장 선배가 여전히 정정한 모습을 목격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자신의 현실로 비춰볼 줄 아는 지혜이다. 오래 도니 선배의 지금 모습이 바로 30년 후의 자신의 모습임을 말이다.

    
결론을 말하면, 요즘 직장 생활에 목을 매고 살아가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직장에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장인의 직업윤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 이후의 노후 생활을 위해서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입사가 늦어지는 요즘의 추세에 비춰 보면, 30세 전후까지의 취업 준비기를 제1기 인생, 직장 생활 30년 정도를 제2기 인생, 그리고 퇴직 이후 30년 정도를 제3기 인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2기 인생, 즉 직장 생활 30년 동안 받는 급여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준비가 마무리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시라도 서둘러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에 목을 매던 20세기 후반까지, 모든 자기계발서는 기업형 인간 양성이 목표였다.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에서부터 <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에 이르기까지, 직장의 성공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는 접근법이 대세였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뜨리는 여러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로 한국은 경제 성장 모델을 새롭게 구축해야 했고, IMF 금융위기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그리고 IT 붐, 문화 산업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산업 질서 조정이 발생했다.


일본식 종신고용은 깨져버렸고, 이직과 전직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 45세가 기업의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나, 56세에도 직장 다닐 생각을 하면 도둑놈 심보라는 '오륙도'라는 신생어들이 양산될 정도로 기업 근무 환경이 각박해졌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요즘의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비장함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퇴직 이후에도 일을 하라

 

직장인들은 가끔 착각을 한다. 공동운명체인 것으로 말이다. 아무리 회사가 좋아지고, 회사일이 즐거워져도 회사는 단지 회사일 뿐이다. 직장 상사와 동료, 후배들이 아무리 정이 많이 들었다해도 그들은 여전히 인생 경쟁자일 뿐이다. 상황이 매우 나빠지면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뻔뻔하게 궤변도 늘어놓을 사람들이다. 인정해라. 이는 엄염한 현실이다.    

 
퇴직은 사실 별것 아닐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대단한 별것이다. 직장인들 거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받는 급여로 호의호식할 수도 없지만 20년, 30년 쓸 노후자금을 충분히 저축할 수도 없다. 회사는 언제나 생활에 적정한 수준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직원은 대기업 직원대로, 중소기업 직원은 중소기업 직원대로, 급여에 맞게 생활을 하다 보니 언제나 빠듯하다. 알뜰살뜰하게 아껴 쓰고 남겨서 저축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돈 쓸 구멍이 도처에서 뚫린다. 형제자매의 결혼, 부모님의 병환, 자녀들의 진학, 그리고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바로 자녀들의 결혼이 닥치고, 퇴직을 목전에 두게 된다. 그게 직장 생활이다. 폼 나는 직장 다닌다고 목에 힘을 주고 다녀도 퇴직하게 되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인 것이다.

 

 

 

은퇴 후의 제2의 직업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처절한 생존방식이다. 직장까지는 못 되어도, 일이라도 있어야 백수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일이 있는데 쉬는 것과 일리 없어서 쉬는 것은 정신적으러나 경제적으로나 천양지차다. 각설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퇴직 후의 제2의 업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가장 중요한 일이자 현명한 재테크임을 알아야 한다.

 

시간의 개념을 바꿔라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직장 생활은 하루에 열 시간 정도이다.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가정하면, 기껏해야 50시간이다. 그렇다고 하면, 1주일 168시간 중에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또한 생존에 꼭 필요한 수면 시간 50시간 정도를 더 빼더라도, 나머지 68시간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다. 일주일 중 무려 40%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물론 그 사이에 밥도 먹고, 가족과 어울리고, 여가 시간도 갖고, 출퇴근도 한다. 그렇다고 쳐도, 3분의 1도 못 되는 직장 생활이 1주일의 전부가 아닌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50시간 남짓한 직장 생활이 자기 인생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생존에 필요한 돈을 지급해주는 직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장 생활은 직장에서 제공하는 급여만큼만 중요하게 여기면 된다. 직장 생활은 급여 수준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10만 원짜리 운동화를 100만 원짜리처럼 귀중하게 여길 필요도 없고, 1만 원짜리처럼 함부로 대할 필요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월급 주는 만큼 노동하고, 월급 주는 만큼 가치를 느끼면 족할 것이다.

 

 

 

직장 생활에만 모든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마치 외바퀴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외바퀴 자전거는 중심을 잡기도 어렵고, 속도도 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이라는 외바퀴에만 의존하는 태도는 개인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숙한 직장인은 직장 생활이라는 바퀴와 인생이라는 또 다른 바퀴를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직장 생활은 8,90년 인생 중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퇴직 후를 준비하는 직장인이라면, 자동차 속에 혼자 앉아 교통체증에 시달리기보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리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현실을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지 말라는 게 아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몹시 피곤한 날은 그 정도 호사를 누려도 된다. 그래도 자동차 관리에 다른 비용만큼 들지는 않을 것이다.  

 
평균수명 80대 시대인 만큼, 대중교통 활용은 언젠가 맞이할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신경이 무디어져서, 아니면 하다 하다 돈에 쪼들려서 언젠가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놓게 될 바에야, 차라리 젊을 때부터 미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지 않을까. 그리고 미리미리 그 돈을 모아놓으면, 10년 뒤나 20년 뒤에는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될 것인가. 100세를 살지 모르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건강과 돈임을 잊지 말자.

 

 

현장에서 현실의 온도를 체감해라

 

자그마한 점포를 차리거나 식당을 열 생각이라도, 최소한 10년 이상 준비를 해야 한다. '그까짓 가게 하나 여는데, 무슨 10년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려고 하는 일은 대기업을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가게 하나 열어서 삼시 세끼 밥술이나 넘기려는 것이다'라고 쉽게 덧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대기업을 창업하든, 동네 입구에 열 평짜리 구멍가게 하나를 열든, 살아남기로 생각하면 둘 다 어렵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나 골목길의 구멍가게 주인이나 목숨 걸고 사업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이치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13년 3월에 퇴직한 김능환 대법관의 사례이다. 그는 퇴직 후 로펌으로 가지 않고 대신에 아내가 하고 싶다는 편의점 사업에 동참했다.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매장에 매일 출근해서 계산대를 지켰다. 그런데, 그는 1년도 못가서 편의점 문을 닫았다. 왜 그랬을까?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편의점 경영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험 없이 덤비면 성공은 고사하고 살아남기 힘든 것이다.

 

 

 

 

변화의 방향을 읽고 길목을 지켜라

 

인생도 낚시와 비슷하다. 포인트가 있고, 급소가 있다. 주먹을 수십 대 얻어맞아도 쓰러지지 않던 사람이 바늘로 한 군데를 꾹 찔렸을 뿐인데도 고꾸라지는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급소이다. 인생을 살면서, 포인트 모르고 급소 못 찾으면 말짱 헛일이다. 그래서 낚시를 할 때는 포인트를 항상 찾듯이, 시험을 볼 때는 급소를 외워야 하고,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실세를 찾아가서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하고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맞겠다는 결심을 한 이 순간이다. 20년 뒤, 30년 뒤의 세상을 짐작도 못하겠는데, 어떻게 포인트를 찾아서 공략을 하냐는 말이다. 속담에서처럼, 열 길 물속은 알고서 낚싯줄을 내리기는 하겠는데, 한 길 속모를 사람들 사이 어디에 목표를 두고 노후를 준비할지 감감하기만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온다. 물고기 잡는 포인트와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급소가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물고기 많이 모인다고 포인트가 될 수 없듯이, 사람들이 붐빈다고 노후 생활의 급소가 될 수는 없다. 모이되 미끼를 무는 곳이 포인트가 되듯이,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급소인 것이다.

 

 

습관이 운명을 결정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100살까지 사는 세상에는 사회 변화에 걸맞도록 새로운 버릇을 익혀야 한다. 그에 적당한 시점은 50살 전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속담이 생겨난다면, 아마도 '50살 버릇이 100살까지 간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하필 50살이라고 꼭 꼬집어서 이야기한 이유는 50살은 퇴직을 시작하는 나이이거나, 퇴직이 현실로 찾아온 나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50살이라는 나이는 평균수명 80대 시대에 자칫 100살까지 살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자각할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50살 전후로, 빠르면 40대 중반이나 30대 후반부터, 앞으로 익혀야 할 새로운 버릇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100세 시대를 살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습관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 정도이다.

 

 

내 인생의 경영자가 되어라

 

'퇴직 후 노후 준비'는 직장에 내맡겼던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즉, 직장형 인간에서 자립형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말한다. 저축을 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다. 돈을 많이 모으는 이유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돈이 없으면 돈에 끌려 다니거나 돈을 꿔주는 사람에게 끌려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약해지고, 의존적이 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매달 월급을 쥐어주는 직장에 코뚜레를 꿰인 황소처럼, 코 하나만 뚫렸는데도 큰 덩치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 '퇴직 후 노후 준비'는 이런 상황을 맞지 말자고 시작하는 자기 능력 계발이다.

 

저축왕 이야기를 들어보라. 2013년 10월 29일, 배우 현빈이 저축왕 표창을 수상했다. 대체로 연예인들은 이런 상을 회피한다.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이 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저축하고, 꼬박꼬박 세금 내고 모은 돈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저축을 한 이유는 어느날 갑자기 대중들이 등을 돌릴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퇴직 후 노후 준비도 마찬가지다. 설령 운이 좋아서 장년퇴직이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라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세월은 덧없이 지나가 버린다. 어제는 주요 거래처와 술 약속, 오늘은 동창회, 내일은 돌잔치 등등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무수히 날마다 생겨난다. 현빈의 저축처럼, 노후 준비 시간을 먼저 저축한 후 나머지 시간을 즐겨야 한다.

 

 

절대로 준비 없이 늙지 마라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 때는 원칙이 있다. 잘 하는 일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즐거운 일로 준비하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즐겼던 일들, 마음에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5~10년쯤 익히면서, 창업이나 비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겠다.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특용작물 재배나 하우스 농사를 모색해볼 수도 있고, 요리에 관심이 있으면 제빵사, 제과사나 한중일 요리를 배워볼 수도 있다. 손재간이 있으면서 패션 감각이 있으면 의상 관련 업무도 해볼 수 있으며 자동차 정비, 청소, 이사 용역, 아파트 세차와 같은 일들을 준비해볼 수도 있다.


창업도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 창업이라고 해서 거창한 회사를 차리자는 것이 아니다. 대졸 신입사원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조그마한 점포를 얻어서 취미 겸 업무로 접근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창업자의 겨우 7퍼센트만이 3년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도 사실은 벅찬 과제이다.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준비할 때 잘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밥벌이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이다

 

80대에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80대에는 직업이 아니라 생존이 문제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20대에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다만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마음의 귀천이 있을 뿐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늘어가는 이 시대는 귀한 직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직업이 귀한 줄을 모르는 천한 마음만 있기 때문이다.

 

제 몸을 움직여 삼시 세끼 밥벌이를 하고 가족을 부양하기가지 한다면, 결코 어떤 일이든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무엇이 창피하며, 무엇이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은 제 몸을 움직여서, 제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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