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떠나, 안도현처럼
안도현 지음 / 별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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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까지 72개국을 방문했고 앞으로 100개국을 방문하는 것이 목표다. 이 책을 통해 좋은 학벌과 유망한 미래가 있는 사람은 물론 힘들고 갑갑한 청춘에게 도전과 변화에 대한 메세지를 주고 싶다. 막막함에 갇힌 청춘에게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 세상, 시스템과 환경에 속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상을 다 보고 판단하자

 

책의 저자 안도현은 시인 안도현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인도에서 컴퓨터를,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동산, 교육학 등을 공부한 그는 돈 한 푼 없이 떠난 미국 유학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오른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그냥 돌아오기에는 아쉬워 50일 동안 자동차로 4만 km를 달리며 미국 48개 주를 횡단했다.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미국 경제와 비즈니스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얻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안도현 시인을 만났다는 그는 내신 꼴등으로 대학에 6번이나 떨어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강원도 무전횡단을 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72개국 320개 도시를 방문한 '지구별 개척자'가 되어 비행기만 300번을 넘게 탔고, 공무원, 대기업, 외국계 기업까지 열군데 회사를 다녔다. 경영, 컴퓨터, 중국어 등을 거쳐 교육학 박사 수료를 했고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프랑스 기업의 매장 오픈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CNN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매일 40명씩 자살하는 나라다. 낙오되거나 소외받은 이들이 더 이상 살아갈 이유와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의 경쟁 그리고 치열한 취업 후에는 더 열렬한 경쟁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저자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우리들에게 "죽지 마라. 절대로"를 외친다.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를 보거나, 미국 그랜드캐년에서 번지점프를 하거나, 팔라우 심해에서 만타가오리를 만져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 말라고 말이다.

 

 

 

 

 

 

 

 

산에서 잠들면 쉽게 죽을 수 있어

 

대학에 4번이나 실패한 저자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처럼 세상에 쓸모없는 벌레가 되어 있었다. 매번 실패만 하는 낙오자 인생,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미안하고 창피해서 누구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네 번째 도전하던 날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감기까지 걸려서 수능시험을 망쳐버렸다.

 

 

 

'나 같은 놈은 죽어버려야 해'

 

 

 

 끊임없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은 내 심장을 조이고, 계속되는 실패는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궤도에서 어긋나버린 기차가 되어 다시는 남들처럼 멋진 미래나 인생을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선홍색 피를 보니 세상이 하얘지고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면 으레 죽은 마누라를 부르며 울먹이던 고시원 주인아저씨가 보였다.

 

 

 

그래 죽더라도 불상한 고시원 할아버지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바깥에 나가서 죽자라는 생각이 들자 피가 가득한 세숫물을 화장실에 버리고 힘을 다해 바닥 청소를 깨긋하게 마치고 고시원 방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목>이란 가곡을 듣는 순간, 최적의 장소는 강원도 산골, 눈 덮인 산속에서 잠들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그길로 상봉역에서 신철원행 버스를 탔다.

 

 

 

 

 

 

Do not be afraid to learn

 

 

 

군대를 마치고 수능시험을 봤지만 또 실패했다. IMF 이후 아버지의 사업도 크게 기울어 집안에서 웃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주립대를 향해 한 달 생활비만 달랑 들고 용감하게 난생처음 외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칸소 주립대학 기숙사에 밤늦게 도착했다. 퀴퀴한 냄새, 알 수 없는 연기, 그리고 난잡한 낙서들.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스웨덴계 이민자 후손 댄을 만났다.  

 

 

 

"나는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고, 실력도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떻게 하면 그 모든 것을 개선할 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나는 "배우면 할 수 있지 않냐?"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왜 배우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모르는 분야를 배우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Do not be afraid to learn)!"

 

 

 

그는 영어는 방법만 알면 잘할 수 있고, 돈 버는 방법은 직접 벌어보면 되고, 지능은 꾸준히 계발하면 되고, 실력 또한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영어를 잘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책을 훑어보고 다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핵심을 파악하는, 일명 '사진촬영독서법'을 가르쳐주었다. 일단 명사를 색칠하면서 책 한 권을 끝낸다. 그리고 반복해서 눈으로 사진 찍듯 이미지를 기억하는 연습인데 차츰 영어 독서 속도가 빨라졌다.

 

 

 

 

 

 

나바호족과 함께 춤을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은 총기, 강간, 마약이 매우 성행해 강간당하는 여성들이 많고 심지어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미대륙의 원주민들을 집단사육하듯 이곳으로 몰아넣고 문명에서 멀어지게 한 미국의 인디언 레저베이션은 한마디로 인권사각지대였다.

 

 

 

모든 나바호 원주민들에게는 연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글을 읽지 못해 법과 사회시스템, 즉 운전면허와 각종 자격을 취득하지 않아 결국 범법자가 되어 연금이 정지되고 결국 생계를 위해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악순환이다. 또한 독립을 요구하며 강하게 저항하는 이들은 모두 자살이나 사고 등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이 전사의 후예들은 뿔테 안경을 쓰고 금발머리의 신을 경배하며 살거나 결국 술과 마약에 찌들어 눈에 초점을 잃고 무법천지의 마을을 헤매고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약한 민족이 어떻게 강자에게 지배당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지를 알게 됐다.

 

 

 

 

 

 

지갑을 도난당해도 당황하지 말 것

 

 

 

리시케시에서 강고트리로 이동했다. 갠지스 강의 원류인 신성한 곳에서 많은 인도인들이 회색빛 강물을 마시며 종교의식을 드리고 있는 게 보였다. 강고트리 빙하로 향할 때 엄청난 폭우로 길이 단절되어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다. 계곡물은 삽시간에 불어나고 산사태로 인해 그는 고립되고 말았다.

 

 

 

방수커버 없는 배낭은 완전군장 이상으로 무거워져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그는 비에 젖은 옷, 짐, 신발 등을 모조리 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며칠을 계속 하산해야만 했다. 피곤에 지쳐서 걷다 보니 어디에서 지갑이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추위에다 감기까지 정신이 혼미해짐에 따라 그는 신의 뜻에 몸을 맡겼다.

 

 

 

'어차피 죽으려 했던 목숨, 될 대로 되라'

 

 

 

우연히 만난 이스라엘 여행자와 동행하며 신세를 지고, 하르드와르에 도착해선 배낭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과 친해져 함께 이동했다. 길에서 모르는 인도인의 차를 얻어 타고 델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돈이 없을 때는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어서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린 일 안 해도 먹고 살아

 

 

 

그는 동남아시아 지도를 펼치고 싱가포르에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을 그렸다.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부르나이, 필리핀, 홍콩, 마카오, 중국 광저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다시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이렇게 13개국을 돌고 귀환하는 일정을 세웠다. 기간은 30일.

 

 

 

과거 여국의 지배를 받았던 말레이지아는 말레이 부족과 중국인, 인도인 등이 공존하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주요 상권은 화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마화공회馬華公會라는 끈끈한 화교 연합체를 결성해 말레이지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말레이지아 전통 민속촌을 방문해 원주민의 생활과 독침 쏘는 법을 배운 후 차를 타고 브루나이로 향했다.

 

 

 

막대한 석유자원으로 독립한 브루나이는 검문소의 공무원 복장부터 달랐다. 이슬람 사원과 궁전은 온통 황금으로 치장되었고 국민들은 의료, 연금, 교육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해변에서 낚시하던 청년과 친해져 그와 함께 테마파크에 가게 됐다. 관람객은 18명, 직원은 무려 100명이 넘었다.

 

 

 

"우리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아"

 

 

 

이 청년은 무직자였다. 경쟁이 적고 교육과 연금 등의 복지가 잘되어 있으니 낚시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저자는 브루나이에 취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보트를 타고 말레이지아로 넘어와 코타키나발루를 거쳐 필리핀 행 배를 탔다. 말레이지아의 끝인 산다칸에서 필리핀의 잠봉가까지 배로 꼬박 이틀이 걸렸다.

 

 

 

 

 

 

 

 

 

진짜 시장조사는 발품과 인터뷰

 

 

 

삼성물산 알제리 지점장을 통해 직원들을 소개받고 저자는 알제리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항상 바쁘게 미팅을 시작하는 한국인과는 달리 알제리에 대한 정치, 경제, 문화, 역사에 대한 네 시간의 강연을 요청하자 현지 직원은 몇 번이나 물었다.

 

 

 

"진짜 알제리를 알고 싶나요? 아니면 외국인이 알고 싶은 알제리를 말해줄까요?"

 

 

 

한국 역시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과 실제 한국의 역사가 지배세력과 그 후손들에 의해서 달라지는 것을 알기에 저자는 그에게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실을 요청했다. "그럼, 진짜 알제리를 말해줄게요"라고 말하곤 자신의 가족사부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알제리대학교 교수였으나 강의 중 테러로 학생들이 죽자 지방으로 이사가 조용히 지낸다고 했다. 장기 계엄령이 발령된 알제리는 침묵과 복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저자는 언젠가 100개국을 방문할 것이고 도전과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전을 향한 모든 과정을 즐기며 손자들에게 밤새도록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는 노년 또한 즐길 것이다. 떠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걷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다. 바로 눈앞에 있는 한 발자국을 가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내려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 걸어가는 당신의 모든 발걸음은 행복이고 축복이다.

 

지치고 힘들어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절대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서 희생당하지 마라. 세상을 향해 떠나고 도전하면서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생의 실패자였고 크게 나은 점은 없지만,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 남자가 당신에게 외친다. "그래 떠나, 안도현처럼!"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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