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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메이커 - 세상을 전복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변화의 창조자들
이나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평점 :
더 이상 평생 직장이라는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부몬님 세대의 성공 방정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리드 호드먼의 말마따나 나 자신이라는
스타트업을 경영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합리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한 번쯤 남만의
승부를 걸어볼 만한 때가 된 것이다. 단, 체인지 메이커여야 한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창업가 정신을 찾아가는 여행
'기회를 포착해, 난관과 역경을 뚫고,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새 가치를
창출하는 것'
책의 저자 이나리가 정의한 '창업가 정신'이다.
그녀는 창업 생태계 구축의 전문가로,
제일기획의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서 관련 전략 수립 및 실행, 투자를 리딩한다. 2012~2014년에는 국내 최대 창업지원 민간기구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초대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
활약했다.
한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플랫폼인
D.CAMP를 만들었고, 이를 국내외 창업자와 투자자, 지원기관 등이 집결하는 아시아의 대표적 스타트업 허브 중
하나로 키워냈다. 또한 수천억 원 규모의 재단
자금을 모험적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토록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재단 합류 전에는 언론계에 몸담았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서 기업가정신과 창업,
IT혁명, 문화적 다양성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주목을 끄는 칼럼을 썼다. 중앙일보 산업부 차장과 주말섹션 <위크앤> 팀장, 동아일보
<주간동아> <신동아> 기자 등으로 일했다. 기자 시절 내내 창업가 등 국내외 체인지 메이커들을 집중 인터뷰하며 그
스토리와 성공 법칙에
천착했다.
그녀는 2013년부터 2년간 중앙
선데이에 연재했던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를 토대로 이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마흔세 명의
체인지 메이커가 소개된다. 그들은 새로운 변화에 호기심과 사명감을 느끼고 평범한 사람들이 무심코 넘겨 버리는 것들에서 반드시 해결하고픈 문제를
찾아낸다.
그들은 '무엇을 아느냐' 보다는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때로는 엄청난 비난과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변화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며 가끔 '미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합리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읽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 그렇게 남다른 아이디어로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용기와
실행력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드롭박스의 드루
휴스턴
드롭박스의 젊은 창업자 드루
휴스턴은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록 스타'로
인정받는다. 이 회사는 2014년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골드먼삭스, 세쿼이어캐피털 등 유수 투자자들로부터 총 2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무려 100억 달러. 최대 주주인 그의 자산도 1조3000억원대로 불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회사가 기업공개를
할 경우 트위터의 가치를 가뿐히 제압하는 '잭팟'을 터뜨리라 예상한다.
무엇보다 드롭박스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세일즈포스닷컴처럼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파트너를 제안으로 끌어들여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 중인
것이다. 꿈이 큰 휴스턴은 이미 수 차례의 강력한 M&A 유혹을 이겨냈다. 제안자 중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있었다.
도대체 드롭박스가 뭐길래? 이는 쉽게 말해 각종 파일을 PC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온갖 기기에서 자유롭게 넣고 빼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어떤 기기에서든 사진이나 문서를 '드롭박스' 폴더에 집어넣으면 연결된 모든 기기로 순식간에 업로드 된다. 여러 사람이 한
계정에 접속해 실시간 공동작업을 할 수도 있다.
USB 메모리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이메일이나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해 파일을 올리고
내리는 수고도 할 필요 없다. 2기가바이트의 저장 공간을 무료 제공하고, 윈도부터 안드로이드까지 거의 모든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현재 2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의 파일 공유 서비스다.
그가 밟아온 길은
21세기 성공 창업자의 교과서만 같다. 하버드대 출신 엔지니어 아버지와 도서관 사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보스턴 근교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5살 때 어린이용 IBM
컴퓨터를 선물받은 것을 계기로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고, 열두 살 때 게임을 하던 중 발견한 버그를 제작사에 알려 임시 직원에 발탁되기도 했다.
공부를 잘해 SAT 1600점 만점으로 MIT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도 오직 관심은 프로그래밍과 창업이었다. 주말이면 관련 서적을 수북이 쌓아놓고 읽는 것은 물론 저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창업에 도전했지만 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몇몇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자기만의 비전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을 찾은 그는 작업 내용이 담긴 USB메모리를 가져오지 않은 걸 깨달았다. 낭패감에 휩싸인 중 갑자기 '각종 파일을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드롭박스 홈페이지를 보면 그가 '보스턴 기차역에서 (드롭박스 소프트웨어의)
코드 첫 줄을 썼다'고 설명한다.
드디어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은 그는 2007년 실리콘밸리로 이주한다. 이어 세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YC)에 도전한다. 당시 그가 YC의
액셀러레이팅(보육) 대상이 되기 위해 제출한 지원서 내용은 그 패기와 통찰력, 간결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인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지원서를 살펴보면 그가 당시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기기가 우리 일상은 물론 업무 영역 전반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여러 파일 공유 서비스가 출시됐으나 일반인도 쉽게 접근하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과 해법은
YC의 인정을 받아 철저한 멘토링은 물론 적지 않은 투자까지 받게 된다. 대신
YC의 요구와 그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동 창업자를 물색한다. 이란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MIT 후배 아라시 페르도시였다. 이 후배는 고작 6개월 남겨놓은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실리콘
밸리로 달려온다. 그는 현재도 드롭박스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드롭박스가 처음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초기 고객 물색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일껏 투자받은 돈을 온라인 광고비로 허비하던 중 휴스턴은 색다른 방식을 고안한다. 유머러스한 코멘트와 함께 시제품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찍어 얼리어답터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이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한 뒤 또 후속 비디오를 올렸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해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 이른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이후 드롭박스는 뛰어난 기능과 편리한
사용자환경 디자인, 무료와 유료로 이원화된 요금 설계, 빠른 동기화 속도와 안정성,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를 추천하면 양측에 무료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는 마케팅, 외부 개발자나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 정책 등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2013년 휴스턴은 MIT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였다. 첫째, 테니스 공을 쫓아 목줄이 끊길 지경으로 달려가는 강아지처럼 꿈에 집중하라. 둘째,
삶을 완벽하게 만들려 하지 말고 재미있게 만들어라. 셋째, "1분만 생각해 보라. 당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5명의
사람(circle of
5)은 누구인가?" 이 중 세 번째 메세지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재능 또는 노력만큼이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이냐가 중요하며, 그것이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곁에 함께 있진 않더라도 꿈꾸며 닮고 싶어하는 사람 또한 '당신의 인맥'이라고 강조했다. 나의 서클은 누구이며,
누구를 롤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인가. 이번 주말을 바쳐서라도 고민해 볼 만한 주제인 듯하다.
창업자의 스승, 폴
그레이엄
스타트업은 신생기업을 뜻한다. 엑셀러레이터는 초기 자금, 멘토링,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이다. 이 단계를 잘
마치면 벤처캐피털, 즉 창업투자사의 본격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이후 성공적인 기업 경영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되거나 높은 가치로 인수합병이 될 때
이를 엑시트라고 부른다.
와이컴비네이터YC는 세계 최초의 엑셀러레이터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역사는 YC를 중심으로 전후前後가
나뉜다. 2005년에 설입된 YC는 30개국, 7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이중에서 생존한 성공 기업들의 평균 기업가치는 이미 약
580억 원(2012년 초 기준)을 넘어섰다. 앞서 살펴본 드롭박스의 기업가치는 2015년 6월 기준 약 1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세계적인
IT잡지 <와이어드>는 YC를 '스타트업 신병
훈련소'라고
명명했다.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학창 시절 학교 공부를 경멸하고
또래들과 어울리길 거부했던 전형적인 '너드nerd'였다. 그는 코넬대학교 철학과에 입학, 작가의 꿈을 가졌지만 이후 방향을 바꿔 하버드
대학원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명문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에서 정식으로 미술 교육까지
받았다.
1995년, 그는 친구와
비아웹이라는 세계 최초의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회사를 설립했다. 3년 뒤 야후는 이 회사를
4,960만 달러에 인수했다. 지금의 '야후 스토어'다. 이후 그는 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창안, 스팸 필터링 원천 기술의 개발 등
전설적인 해커의 반열에 올랐다.
"창업에 대한 일장 연설을 하고 난 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 '나도 엔젤이 없었다면
스타트업을 못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YC를 시작했다" - 폴 그레이엄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다. '성공적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좋은 사람들과 시작하고,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며, 돈을 최대한 아껴 쓰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실상 그리 중요치
않으며, 강박적이리 만큼 무섭게 일하는 파트너를 구하고, 첫 번째 서비스를 무조건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공동창업자 간 지분
분배엔 '모두가 약간씩 박한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 정도가 적당하다' 식의 현실적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은 '40년 할 일을
4년에 몰아 하는 만큼의' 엄청난 노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세상의 부富를 창출하는 데 이보다 더 빠르고 좋은 길은 없음을
강조한다.
이런 생각에 따라 그해
여름 그레이엄은 비아웹의 옛 동료, 훗날 아내가 된 제시카 리빙스턴과 함께 YC를
설립한다. 비아웹 매각 등을 통해 번 돈을 재투자한 것이다. 이어 액셀러레이팅의 표준이 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될성부른 예비창업자를 뽑아 한
팀(1~4명)당 1만4000~2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자원하고, 3개월간 집중적인 멘토링과 기술·경영 조언을 제공한다. 대가로 약 6%의 지분을
받는다. 13주 차에는 유력 투자자들을 초대해 데모 데이를 갖는다. 이런 스타트업 스쿨을 매년 두 차례
진행한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게 매주 화요일 저녁 열리는 '만찬Dinner'이다. 지난 3월 미국 출장 중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YC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YC
멤버는 "실리콘밸리의 유력 투자자와 멘토들이 참여하는 만찬이야말로 YC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해도 YC
특유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 초대받을 수 없다. 만찬에서의 대화를 밖으로 전하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저녁 늦도록 새 아이디어와 투자에 대해 토론하고 조언을 주고받는다. 그야말로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의
결정판이다.
미국의 벤처투자자이자 블로거인 프레드 윌슨은 "그레이엄은 아이들(창업자들)에게 돈만 주는
게 아니라 방법론과 가치체계까지 알려 준다. YC는
그저 투자회사가 아니라 컬트이며, 그레이엄은 그 교주"라고 평한다. 한국에서도 요즘 액셀러레이팅, 멘토링 붐이 일고 있다. 무늬만 그럴싸할 뿐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들이 많다. 결국 답은 그레이엄처럼 성공한 창업 선배가 자신이 일군 부富로 후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것이다.
본엔젤스, K큐브, 프라이머, K스타트업, 패스트트랙아시아 같은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들의 활약을 고대한다.
실리콘밸리 생태계
디자이너, 마이클 모리츠
'2014년 세계 산업계 최고의 사건'을 꼽는다면 아마도 알리바바그룹의 뉴욕 증시 상장일 것이다. 그해 9월 상장 이후 50여 일 만에 알리바바의 주가는
50퍼센트 가량 올랐다. 연말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310조 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일생일대의 성취를 이루었다. 이 가운데 뒤에서 가만히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
벤처투자사 세쿼이아 캐피털의 마이클
모리츠 회장이다.
모리츠는 알리바바가 상장되기 전에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조용히
이 회사에 투자했다. 알리바바의 기업공개는 인터넷 산업의 전 지구적 진화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세쿼이아)는 십이삼 년 전부터 중국에 거대한 기술 기업 가치가 형성되리라는 것을 예견했다. 향후 30여 년간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ICT(정보통 신기술) 업계 리더 중 그의 이야기를 흘려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리츠는
199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를 사실상 디자인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투자한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자. 구글, 야후, 페이팔, 시스코, 유튜브, 링크드인,
자포스, 왓츠앱,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등. 그는 이 회사들의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였고, 강력한 후견인이자 헌신적인 멘토였다. 그가 직접
투자하지 않았지만 세쿼이아의 주요 포트폴리오에는 애플, 오라클, 에어비앤비 등의 회사들에도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2015년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버블이 붕괴될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로 쿠팡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세쿼이아로부터 2014년 1억 달러를 유치한
적이 있다.
풀뿌리
소비자운동, 브루스 크라우더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의
랭커셔 주는 산업사나 노동운동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산업혁명의 진원지이자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 운동)으로 대표되는 근대 노동운동의 발원지이며, 세계 최초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조합' 탄생지이자 임기 내내 노동집단과
격렬히 대립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랭커셔에는 2000년대 이후 다른 듯 같은 또
하나의 의미가 덧붙여졌다. '공정무역의 메카'다.
공정무역이란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같은
개발도상국 생산자들과의 공정한 거래를 통해 해당 지역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도모함을 말한다. 대개 환경친화적
농산물이나 제품을 직거래하는 소비자운동의 형태를 띤다. 핵심 정신은 '자선이 아니라 정의'라는 홍보 문구로
요약된다. 일상생활에서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부여된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제3세계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이 공정무역 운동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랭커셔 주의 소읍
가스탕이다. 2001년 이 곳은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마을'이 됐다. 이를 계기로
세계 30여 개국 총 2,224개(2015년 8월 기준)의 공정무역 마을이 생겨났다. 영국은 공정무역의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마을의 창시자는 브루스
크라우더다. 가스탕이 공정무역운동의 상징이자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이름 없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특별한 점 하나 없다는 바로 그 평범함이 오히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의지와 헌신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의 어떤 공동체도
공정무역 마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크라우더 공저 <공정무역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중에서).
실제 공정무역 마을 운동은 '풀뿌리 소비자운동'
혹은 '풀뿌리 시민혁명'의 세계적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창의적 활동가들의 끈질긴 헌신이 지역민들의 열정을 끌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역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인류의 공동선共同善 실현에
기여한다.
크라우더는 리버풀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수의사다. 그는 대학 졸업 직전인 1984년, 영국의 세계적 구호단체인
옥스팜 활동가가 된다. 92년 결혼과 함께 가스탕에 정착해 동물병원을 여는 한편, 옥스팜 가스탕 지부를 설립한다.
이어 가스탕에 공정무역을 정착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는 가스탕이 공정무역의 진원지가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봤다.
랭커셔 주처럼 산업화와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역사적 분투를 해온 영국 공업지역 사람들에게 '공정한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가'라는 공정무역의 모토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시의회나 종교단체들 또한 시큰둥했다. 크라우더는 극심한 좌절과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돌파구는 꿈결에 찾아왔다. 어느 날 밤
크라우더는 잠을 자다 불현듯 공정무역 마을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혹 잊을세라 펜과 종이를 찾아 이를 기록했다. 핵심은 개발도상국 생산자들과
가스탕 농민들 간의 공감대 형성이었다.
2000년 3월 '공정무역을 위한 2주간' 행사 때 크라우더와 옥스팜 동료들은 지역사회 각
분야 대표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테이블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공정무역 상품과 가스탕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는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에게 공정 가격을 지불하자는 공정무역 운동이 정당한 가격을 받고자 애쓰는 가스탕 농민들의 노력과 같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이벤트를 기획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참석자들은 공정무역 운동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가정 또는 직장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가스탕 시는 2011년 마을 중심부에
공정무역마을국제센터(FIG)를 열었다. 세계 각지로부터 몰려오는 사회활동가와
관광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크라우더를 비롯한 몇몇 활동가들의 지칠 줄 모르는 의지와 행동력이 지역민 전체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다.
크라우더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에도 여전히 가스탕에 살며 지역 봉사자이자 파트타임 수의사로 활동 중이다.
흔히 정부는 물론 각종 단체에서는 변화의 동력을
조직 정비나 예산 확보에서 찾는다. 하지만 가스탕의 성공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결국 진정한 힘은 사람, 그리고 연대에서 나온다. 사회 변화를
주도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열정과 창의성, 네트워킹 능력인 이유다.
세상은 누가 바꾸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이 질문에 대해 "사업가"라고
답한다. 책에 등장하는 43명의 체인지 메이커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놀라운 혁신으로 이전에는 없던 뭔가를 창조해낸 사람들이다. 창업가도 있고,
엔지니어나 과학자, 그리고 사회혁신가도 있다. 이들 모두에겐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기업가정신의 주요 요소 혹은 성공 창업의 필수 덕목이라해도
무방할 것 같다.
책을 통해
자신의 체인지 메이킹 역량을 가늠해 보자. 특히 창업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 중인 사람, 오랜 직장생활 끝에 독립을 꿈꾸는 사람, 비록
작지만 자신의 일을 시작해 보려는 사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사람 등이라면 유익한 팁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