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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경제학자 우석훈이 밝힌 잔혹한 "대한민국 연봉" 이야기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우리는 각자의 연봉에 대해 혹은 우리 모두의 임금에
대해 너무 이야기를 안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내놓고 말하기가 불편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말 형편없어 보이는
자신의 시급을 밝히는 게 싫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이미 정부에서 다 결정한 것이라서 말을 하나마나인
경우라 굳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셰프의 실력과 식당의 맛에 대해 이야기기를 하면 할수록 그쪽으로 자원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가 연봉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부당한 일들이 줄어들 고 결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연봉이 올라가게 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당신의 연봉은
적정합니까?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연봉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의 1/100 정도를 연봉과 관련된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당장 직장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랑이를 하면서 고민하는 시간과 전체의 연봉 수준이나 결정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생각해보자. 동료들과 자신의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단 1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많이
하면 약간이라도 음식 맛도 좋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위생과 청결 문제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치이다.
연봉과 임금에 관한 얘기를 우리들이 더 많이 더 자주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당한 일들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의 연봉이 올라가게
된다.
얼마 전에 신문 기사와 인터넷에
운전기사를 폭행한 기업주의 얘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렇다. 몽고간장 오너의 갑질 폭행 사건이었다. 땅콩
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탑승한 여객기를 제맘대로 회항시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 수면 아래로 잠기나싶더니 새로운 사건이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 '땅콩회항'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기에 관련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 그리 많지 않은 임금을 받고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심정으로 온갖 모욕과 수치감을 몸으로 받아들인 기사님의 처우에 대해 우린 떠들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들의 삶이 더 이상
초라하지 않도록 맛집이나 맛있는 음식에 관한 대화 시간만큼이나 부당하게 대접받고 있는 우리들의 연봉 얘기에 시간을 좀 할애보자. 옛말에도 '우는
아이 젖 물린다'고 했다. 치사하게 울진 않더라도 정확한 현실에 관한 대화와 수다들이 필요한 때이다.
책의 저자
우석훈은 이미 우리들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제법 알려진 자칭
C급 경제학자로 함께 잘사는 방법을 모색한다. 젊은 시절, '왜 사는가'라는 물음 앞에 돌보고 베풀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스스로 잘살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남들이 권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개척해왔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언할 수 있는 '가난한 자유'를 찾아 저잣거리로 나섰고,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의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시민의 경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연봉이 결정되는 방식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을 인력으로 보았을 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수요, 일을
하려고 하는 근로희망자를 공급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인 상품의 가격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틀 안에서 쉽게 설명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만
그렇다.
공산품 중 상당수는 특별한 규제 없이 시장 상황에 맡겨두면
독점 혹은 복점이나 과점 상태가 된다. 독점 이윤이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그렇고, 텔레비전이 그렇고, 심지어 라면도 그렇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라는 개념으로 사물의 모든 경제적 속성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노동시장을 살펴보자. 인간을 상품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로봇은 구입비를 제외하고 소모품과 연료비만 있으면 운용 가능하다. 전기로 구동된다면 다달이 납부하는 전기세만 있으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시키는 말이나 지시에 잘 따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만약 어떤 특정
분야에서 연봉이 많이 준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런 자리로 옮기려고 한다. 로봇이 스스로 원하는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법은 없다. 인간이 이와
다른 점은 스스로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요 측면의 조절도 가능한 것이다. 이에 사회적 조절이 등장하는데 늘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봉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
한국에서는 연봉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무얼까?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매년 임금 조정 실태조사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자신들이 연봉을 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한 것을 모은 것이다. 그해 연봉 조정에 관한 기업의 시각이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아래는 2015년 조사에서의
연봉 결정 변수이다.
1. 기업 지불 능력(30.2%)
2. 최저임금 인상률(20.1%)
3. 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15.2%)
4. 물가상승률(10.6%)
5. 경영계 임금 조정 권고(8.1%)
6. 노조의 요구(6.4%)
7. 통상임금 범위 조정(5.9%)
8. 60세 정년 의무화(3.4%)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노조의 요구'가 그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 하지는 않았고,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 100인 이상 기업이면 전부 대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중견기업 규모도
상당수 포함된 것인데, 그해에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었는가가 20퍼센트 넘게 주요 변수로 고려된다는 것은 진짜로 흥미로운
시사점이다.
조사 결과 전체를 해석해보자. 회사는 "돈 없으니까 배 째라"(기업 지불 능력)고
말한다. 그러면 노동자는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 정도는 올려주는 게 상식에 맞지 않느냐"(최저임금 인상률)며 "다른 곳도 이 정도는
주는데"(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라고 맞받아친다.
만약에 그해 최저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았고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별로 높이지 않았다면
회사 측에 유리한 임금 결정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연봉 결정 변수의 6위를 차지한 '노조의 요구'는 씨알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선 "꼼짝 말라"라고 말할 수 있다.
교과서에는 연봉을 결정하는 두 변수가 노동생산성과 물가상승률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회사의 이윤이 늘어났다고 임금도 올려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자. 물가가 상승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으니 회사가 이타심을 발휘해 임금을 올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2013년 기준으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미국(25%), 한국(24.7%)로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툰다. 참고로 2003년도 한국의 수치는 24.9%였다. 전형적인 저임금
노동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연봉과 규모의
상관관계
연봉의 기준이 300만 원 밑으로
내려오면 이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예술, 스포츠, 여가 분야도 다시 등장한다. 국악, 스포츠, 이런 분야들이 대표적인 박봉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사람들이 문화생활에 돈을 쓰지 않으니까 당연히 이런 쪽이 박봉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화행정은 제대로
되는가? 맨날 대통령 친구 아니면 누군가 챙겨주는 자리로 행정이 운영되니까,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직종도 규모가 작아지면 이 구간으로 들어온다. 30인 이하의 의료정밀
분야도 딱 여기다. 100인 이하의 숙박업도 여기에 속한다.
30인 이하의 소매업은 200만 원 중반대를 형성한다. 30인 이하의 육상 운송, 흔히
말하는 전세버스 회사들이나 소규모 택시회사가 여기에 해당 한다. 인쇄 및 기록업종, 흔히 말하는 인쇄소도 딱 이 가운데이다.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100인 이하의 보건업은 여기 딱 한가운데에 있다.
좀 더 밑으로 내려가 보자. 100인 이하의 가죽 및 신발 업체들이 여기 나온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모델로 하는 대표적인 '마에스트로' 업종인데, 한국에서는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100인
이하의 사회 복지서비스도 이 구간에 들어가 있다. 복지를 수행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복지의 대상인 상황, 딱
그렇다.
10인 이하의 건설업이라면 이제 200만 원 초반대로 내려온다. 교육 서비스업도 10인
이하라면 역시 이 구간에 있다.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보습학원들, 그런 사람들이 이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식료품 제조업도 10인 이하라면
이 구간으로 들어간다. 맨날 '영세사업'이라는 별칭을 받으면서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사형이야", 이런 얘기 듣는 업종이다. 그렇지만
마을기업이나 농촌기업이라고 할 때, 지역과 농촌에서 해볼 수 있는 지역경제의 주력 업종이 또 바로 이 분야이기도 하다. 시장과 사회,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영역이다.
주주 자본주의와 모럴
헤저드
1990년대까지 재벌 회사의 오너들은
자신의 월급을 1억 미만, 정말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으로 정했다. 회장이 그렇게 조금 받는다는데, 계열사 사장들이라고 더 많이 받을 수가 있나?
그렇게 하다 보니 임원이라고 해봐야 요즘 기준으로 하면 형편없는 월급들을 받았다. 물론 이렇게 저렇게 서로 조금씩 더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연봉이 수십억 원이 나 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 시절에 임원은 '임시 직원'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부장에서 임원으로 올라가봐야
갑자기 월급이 몇 배로 올라가 는 것도 아닌데, 이제 매년 해고의 위기를 맞는다. 그래서 과장이나 차장 말기부터 부장으로 어떻게 하면 천천히
올라갈 것인지 고민하는, 정말 옛날 얘기 같은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열심히 일하면 먼저 잘리고, 그냥 있으면 바로 잘린다', 이게 요즘
대기업에서 유행하는 얘기이다. 열심히 일해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정말 소수를 제외하면 정년 이전에 먼저 잘리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정년은커녕 부장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바로 잘린다.
주주 자본주의에 의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일순간에 폭발한 것은 2008년의 일이다.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주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겨우겨우 부도만을 면하고 있던
시기, 임원들이 보너스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2008년 대기업 임원들 연봉에 대한
불만이 결국 터져 나왔다. 미국, EU 등 각 국가에서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지나치게 많은 보너스를 받지 못하도록 제약하자는 제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가장 가시적이며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이 2013년의 스위스 국민투표까지 상정된 소위 '살찐
고양이법'이었다. 즉 최하 임금과 최고 임금을 12배가 초과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해 가을 67.9퍼센트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연봉공개주의, 우리도
좀 알자
한국에선 오랫동안
연공서열제를 월급의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연공서열제에서는 월급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의미가 없다.
입사연도와 직책만 알면 대체적인 월급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공무원들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표를 보면 쭉 나온다. 여기에 약간의 수당과 성과급
정도에 따라서 개인별로 좀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인 임금 규모는 다 공개되었다.
대통령과 장관 등 고위공무원은 연봉을 받게 되어있는데, 이것도
연봉표로 다 공개된다. 우리가 살았던 세상은 이런 세상이었다. IMF 경제 위기 이후 부분적으로 연봉제라는 것이
도입되면서 은근슬쩍 들어온 제도가 있다. 연봉 비밀주의! 다음의 연봉계약서를 한번
보자.
조항5는 비밀유지에 관한
조항이다. 연봉제 도입과 함께 비밀유지 조항 도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유리지갑이라는 표현은 월급에 대한 이중적 표현이다. 국세청도 월급을
정확히 알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안다. 2000년대 들어 연봉 비밀주의가 전면화되면서 이제 옆자리 동료의 연봉도 모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게 보편화된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곳이다. 원래 미국도 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지만 최근 연봉비밀주의 대신 연봉공개주의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은 EU 차원에서 근로 표준계약서를 권고한다. 국가별로도 표준계약서를 권고한다. 이 표준계약서에는 비밀유지에 관한 단서조항이
없다.
한국은 어떨까? 두 가지 흐름이 진행 중이다.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한 수 많은 근로계약서
방식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예를 들면 연예기획사와 스타들과의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것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기형적
계약이다. 사장이 당연히 갑이고 근로자는 을인데, 갑질도 보통 갑질이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영화 스태프들의 계약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표준계약서 방식으로 가는 중이다. 근로계약도 그중의 하나이다.
응답하라 2016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한국에 중산층 형성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응답하라 2016>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1988년보다 집의 외형이나 가구는
훨씬 더 좋아졌지만 마음 속 여유가 훨씬 더 팍팍해진 상태로 묘사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성덕선'의 남편이 누가 될지보다 오히려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더 궁금하다. 과연 그녀가 좋은 대학에 가서
결국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된다는 뻔한 레퍼토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얼리티를 높여 대입에는 실패하지만 밝고 인간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살려 기가
막힌 반전과 함께 고연봉 전문직이 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물론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높은 연봉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한국에서
연봉이 낮아지면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평균 연봉이 매우 낮은 저개발국가와 아주 높은 고소득국가, 양쪽 모두에서 연봉과 개인적 행복
간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 이 중간쯤에 위치한 한국의 경우는 연봉과 행복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을 것이다. 더 발전한다면 우리도 대부분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자면 한국은 더 발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