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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드리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같았다. 하나같이 길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하얀 장갑을 끼고 목에 착 달라붙는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반면에 아빠들은 모두 말년의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경의를 표하기로 한 게 분명했다. 하나같이 반짝이는 흰색 점프슈트를 입고
화려한 보석을 달고 옷깃을 잔뜩 세우고 있었으니까. 엄마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아빠들은 모두 완벽하게
바보처럼 보였다. - '본문' 중에서
거짓말, 침소봉대針小棒大의 대표적 유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며 각자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세 여인이 만나 친구가 된 날, 아이들의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예상치 못한 불미스러운 폭력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인의 아들 지기가 한 여자 아이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과연 어떤 사건이 벌어지게 될까?
호주의 여류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을 통해 40대 여성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발한 발상, 톡톡 튀는 문체, 유려한 필력으로 영미 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여류작가이자 로맨틱 코미디계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2010년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2013년
<허즈번드 시크릿>까지 독자들의 찬사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했다.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는 독서 후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도 오랫동안 관심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다. 단순히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가 주는 재미를 넘어 가족의
소중함, 나아가 결혼과 인생의 의미까지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처지가 각자 다른 세 여자가 있다. 싱글맘 제인은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반년이 멀다 하고 이사를 다니고, 매들린은 재혼했지만 전남편과 한동네에 살며, 셀레스트는 겉으론 완벽한 가정을 꾸린 것 같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 셋은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만나, 제인의 아들 지기가 여자애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지만 매들린과 셀레스트가 지기를 믿어주면서
가까워진다.
소설은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날 밤으로부터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건을 되짚어보는 내용과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주변 인물들이 진술하는 내용이 교차되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시작된 사소한 갈등이 점점 어른들 싸움으로 번져가고, 속삭이듯
퍼져나가던 은밀한 말들은 점차 오해와 악의로 가득 찬 소문이 된다. 진실이 온통 거짓으로 물들고 만다. 세 여인과 다른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다. 그리고 폭력사건에 대한 거짓 소문이 확대되면서 초등학교에서 살인 사건까지 일어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살인까지 벌어지리라고는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과연 이들 중 누가 누구를, 어떻게, 무슨 이유로 살해하게 된
것일까?
스물네 살 싱글맘 제인은 5년 전 아들을 낳고 같은
곳에서 6개월 이상을 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해 현실에서 계속 도망치고 싶어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피리위 해변에 이끌려 이곳에 자리 잡은 그녀는 언니뻘인 상냥한 매들린과 셀레스트를 만난다.
초혼初婚에서 실패하고 재혼해 가정을 꾸려가는 매들린은
씩씩하게 살다가 인생의 복병을 만난다. 전남편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와 같은 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행복해 보이는 전남편의 가족을 보며 매들린은
자신과 전남편 사이에 낳은 첫 아이까지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셀레스트는 아름다운 부잣집 안주인으로 주위의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 멋진 남편 페리와 쌍둥이 아이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그녀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다. 즉 남편의
우발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셋이 만나 친구가 된 날, 아이들의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불상사가
일어난다. 제인의 아들 지기가 어떤 여자아이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폭행 당한 아이의 어머니는 제인과 지기를 몰아붙이고 당황한
제인은 아들을 변호하면서도 불안감에 휩싸인다. 때마침 매들린과 셀레스트가 제인을 두둔하자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다.
학교가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니까요. 아시죠? 왜, 남북전쟁처럼요. 누구든지 매들린 팀이 되거나 레나타 팀이 되어야 했던
거예요.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된 갈등은 점점 어른
싸움으로 번져간다. 여기에 학부모 사이에 퍼지던 은밀한 말들이 악의로 가득 찬 소문으로 변한다. 이 갈등은 학교 퀴즈대회 때 급작스럽게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폭발한다. 사소한 거짓말이 살인이라는 비극을 불렀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소설은 사건 발생 6개월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세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 뒤 사고 뒤 주변
인물들의 진술이 교차된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알기 위해선 사건을 수사하듯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교차 서술 방식으로 상상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비밀을 지녔다는 작가의 주요 창작 방식이 잘
표현됐다.
"난 남편을 달래려고 노력해요. 꼭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살금살금 걷는 거예요. 하지만 그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해요. 왜 조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조심하지
않아요. 살얼음판 위에서 발을 쾅쾅 굴러요. 내가 일부러 남편 화를 돋우는 거예요. 그 남자한테 화가 나서, 조심해야 하는 나한테 화가 나서요.
그럼 또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297쪽)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
세 명의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은 매우 드라마틱하지만,
한편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저자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자아낸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을 "재미있고 소름 끼치는 한
편의 누아르"라고 호평했다. 2014년 아마존 '최고의 책', 뉴욕 타임스 소설 판매 1위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다.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아마존에서 1만건 넘는 독자 리뷰가 쏟아졌다. 미국 케이블채널 HBO에서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주연으로 미니시리즈를 곧 방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