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발견 - 인문학, '시민 교과서' 헌법을 발견하다!
박홍순 지음 / 비아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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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소수 전문가의 독점물일 수 없고, 그렇게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법규범의 기준인 헌법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헌법이 사회계약 원리를 담고 잇는 이상, 주권을 가진 계약 당사자로서 각 개인이 누구보다도 계약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현실의 법률과 정책의 계약 위반 여부는 물론이고, 과거의 계약이 갖는 한계와 새로운 계약의 필요 여부에 대해서도 주권자로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겠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니들이 헌법을 알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의 중요성쯤은 이미 안다. 헌법이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으며, 법률을 비롯해 모든 법적 규범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원리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법을 전공하거나 법을 직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이처럼 중요한 헌법 전문을 꼼꼼하게 읽어본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법이 헌법인데, 왜 이렇게 이를 등한시할까? 이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대상이라는 강박감이 작용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들은 대개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 뭔가 따분한 느낌이 드는 법에 대해 이해보다는 시험보기용 외우기에 주력해왔다. 이런 교육의 일환으로 우리들의 머리에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관념만이 가득 들어차있는 것이다.

 

법을 단지 구속이라는 굴레로 받아들인다면 사실 자유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이는 필요하지 않는 존재일 것이다. 우리들의 이런 심각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은 결국 우리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된다. 즉 특정 정부나 권력이 헌법 해석을 독점하면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의 권리를 훼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법치주의자 몽테스키외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백성이 계몽되었는가, 되지 못했는가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위정자가 갖는 편견은 국민이 갖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무지몽매한 시대에는 가장 큰 악을 행할 때도 사람들이 아무런 의혹을 품지 않았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중에서

 

책의 저자 박홍순청년 시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헌법의 현실을 목격하고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하였다. 6년여 수형 생활 중에 만난 [장자]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여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생각의 힘, 지식을 넘어서는

 

 

저자 박홍순

 

 

헌법 조항 속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뿌리를 탐색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밝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헌법 제1조 1항과 2항

 

민주주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에서 시작됐다. 로마시대에 이르면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되기 시작하고, 사적 영역인 종교와 공적 영역인 국가 통치가 하나로 들러붙어 있던 중세를 지나 정교분리를 선언한 근대에는 이 두 영역의 공존이 통치의 화두가 된다. 대한민국은 다수에 의한 공적 결정에 의존하는 나라(공화국), 그 결정 방식이 국민이 선출한 의원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체제(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많은 관중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로 열연한 배우 송강호는 "국가란 국민입니다!" 라고 외친다. 이는 한 변호사의 거창한 주장이 아니라 엄연히 헌법에 실려있는 객관적인 팩트이다.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다. 헌법 1조에 따르면 당연히 '국가=국민'이 된다.

 

이 영화는 80년대 초 부산에서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그리고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감금하고 기소했던 부산의 학림사건(부림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알려지면서 관중몰이를 했다. 영화이기에 실화에다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

 

공화국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공共'을 살펴봐야 한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한 활동과 국가의 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플라톤도 "공적인 것은 국가를 함께 묶지만, 사적인 것은 국가를 분열"시킨다고 말했다. 공화제의 핵심 원리인 공公과 사私의 영역 구분은 주권자의 권리 차원 문제이다. 근대 헌법은 국가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국가 권력에 의한 횡포나 기본권 침해를 어떻게 제한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즉 국가 운영에 사적 영역이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주권자의 권한 행사를 왜곡하거나 무력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회, 결사의 자유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경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헌법 제21조 1항과 2항

 

먼저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조문에 따르면 집회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 가능하다. 많은 국가의 헌법에서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신고'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허가제'다. 허가 여부의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다. 이에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 내지 경찰공무원은 자신들의 편의 때문에 가급적 거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옥외 집회 때는 사전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전에 신고 내용을 검토해 법적으로 금지되는 요건에 해당하면 사전에 금지하거나 해산을 명령하는 시스템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헌 시비가 있었는데, 1991년 대법원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신고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러나 신고제가 금지 통고제를 통하여 허가제처럼 운영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집회를 하는 데 필요한 도로, 공원 등 공물의 사용 허가는 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김철수, <한국헌법> 중에서

 

이에 저자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허가제가 민주화를 거치며 헌법 개정과 함께 신고제로 변화했지만, 한국은 시위의 규모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옥외 집회를 같이 취급하며 소수가 모이는 집회나 간단한 성명 발표 정도의 작은 시위조차 경찰의 구미에 따라 언제든 금지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또한 한국의 '집시법'에 따르면 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않거나 금지 통고된 집회의 자진 해산에 불응할 때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신고 의무는 구체적 위험의 회피를 위한 것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신고 의무 위반이 곧바로 해산 사유가 되지 않는다. 즉 신고 없는 집회라도 공중의 안전 혹은 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해산이 정당화된다. 지난 1차 민중총궐기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고, 대회를 주관했던 한상균은 조계사로 숨어들었다. 과연 이런 궐기대회는 '공公인가, 사私인가?'

 

3차 민중궐기대회(12월 19일, 광화문) 

 

 

영국의 권리장전(1689년)에 의하면 의회에서의 토의와 함께 언론의 자유는 "어떤 법정이나 장소에서도 탄핵하거나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인권선언에서도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양심의 자유와 긴밀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에선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에서도 제한 기준을 두고 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작년 8월 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7시간가량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정윤회(60)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사에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 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그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었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12월 17일 1심에서 "해당 기사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있고, 사인私人으로서의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일본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소수 의견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현대는 미디어 홍수 시대다. 미디어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처럼 문자에 기초한 매체는 전문화된 성격이 강하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선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경쟁하긴 어렵다.

 

한국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된 처벌이 매우 많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다니엘 튜더는 자신의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는 수년 동안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했었다. 

 

 

 

헌법대로 살자

 

헌법에는 역사와 철학을 비롯해 인류의 정신과 삶이 모두 응축되어 있는 인문학 종합선물상자와도 같다. 이에 대한 이해가 먼저 수반되어야만 제대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헌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한 저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플라톤의 <법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루소의 <사회계약론>, 구스타브 라드브루흐의 <법철학>, 존 롤스의 <만민법>, 미셸린 이샤이의 <세계인권사상사>, 김철수의 <한국헌법> 등이 그것이다. 

 

오로지 공공복리에만 봉사하려 하고, 개인 이익에 대해서는 일체의 권리를 부인하려는 질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라드브루흐의 <법 지혜에의 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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