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김세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나르시스적인 사람'이라면 우선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들은 배려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 우리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대표적인 예로, 권력 주변을 맴도는 정치인이나 성공만 지향하는 기업의 경영진이 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바보야, 문제는 나르시시즘이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여자의 심리학>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가이다. 그녀는 지난 34년 동안의 심리학 연구와 많은 상담치료를 통해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바로 나르시시즘, 즉 자기애自己愛라고 결론을 내린다.

 

나르시스적인 사람은 사회 최고위층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동료들,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우리들을 그저 박수부대 정도로 이용해먹는 동료들을 생각해보라. 또 우리들 자신은 어떤가? 타인으로부터 끈임없이 인정받고픈 욕구 때문에 스스로를 쉼 없이 다그치는 나르시스적인 모습을 띠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나르시시즘은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 그리고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어떻게 업무 관계가 달라질까? 저자는 직업적인 상황, 특정한 사람, 조직, 그리고 사회 등 어느 곳에 나르시스적인 구조가 숨어 있는지를 밝혀내려고 한다. 이에 우리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으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자기애自己愛는 자신의 내면에 나타나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용하므로 마음의 상처와 가치 상실감에 대한 일종의 보호 장치인 셈이다. 우리 내면의 진실된 모습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선 부정적이지만, 아무튼 그 효과가 매우 탁월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나르시시즘은 이해력, 창의력, 업무적 역량을 키워주고 화술과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타인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능력, 사랑을 주고받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 또한 나르시시즘 때문일 수도 있다. 자존감에 상처 입은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이 우리 삶을 황폐하게 만들 때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 책에서 배워보자.

 

 

 

긍정적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의 핵심 주제는 인격적인 가치 또는 무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온갖 노력에 있다. 나르시스적인 인물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기 위해 언제나 최고가 되려고 한다. 이들은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것은 자신에 대한 마음속 회의감을 감추려는 기만적인 행위일 뿐이다.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을 추켜세우지 않는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나르시스적인 부족함이 있어서 이를 자기과시를 통해 상쇄하려는 계산에 불과하다.

 

긍정적인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과도 훌륭하게 관계를 맺어 나간다. 즉 자신의 인격적 가치를 느기고, 또 "접근이 불가능한 자신만의 의식 세계를 높게 평가"할 줄도 안다. 실패하거나 비판받아도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다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장점은 물론 약점까지도 존중하기 때문에 남을 시기하거나 기만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자기애가 손상되거나 덜 발달된 경우에는 성공과 성과, 지위, 매력, 그리고 권력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외적인 모습이 긍정적인 자존감을 대체한다. 직업상의 맥락에서 볼 때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대개 크게 성공했고 매우 유능하다. 이들의 문제는 대개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다. 이들의 완벽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불안감과 자기 회의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가 다른 누군가가 감정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쉽게 탄로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의 두 얼굴

 

나르시시즘이 가진 야누스적인 얼굴에 대해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왔다. 이들은 나르시시즘을 가진 이들에게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경탄받고 싶은 욕구나르시스적인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경탄을 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동시에 남들이 함께 경탄받는 것을 막으려고 애쓴다.  

이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안정화하는 데 경탄과 경쟁 두 가지를 모두 필요로 한다. 이 둘은 완전히 상이한 결과를 낳는다. 경탄 받으려는 노력은 자기 확신과 사회적 성공과 인기를 낳고, 경쟁은 수많은 갈등과 거부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나르시스적 사회 구조

 

나르시시즘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인류의 주제이다. 다만 오늘날 이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는 나르시시즘으로 각인된 세상에서 더 좋은 것을 추구하고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녀를 원한다면 대리모나 정자를 구할 수도 있다.

 

"나르시시즘은 효과 빠른 마약이다. 나는 나의 자화상에 불쾌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을 나르시스적인 상황 속에 숨길 수 있다"

 

물론 나르시시즘이 전통적인 의미의 마약은 아니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불쾌한 현실을 가리고 미화한 다은 무언가로 이를 대체하려 한다는 점에서 마약이나 중독 물질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누린다. 이들은 자신의 부족하고 사랑스럽지 못한 측면을 감추려 든다. 좀 더 큰 성공과 돈, 인정, 권력, 소비에 대한 추구는 상처받은 자기 자신을 위한 수단이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쉽게 모욕감을 느낀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모욕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실수를 들킨다든가, 아니면 누군가가 다음번엔 약속시간에 맞춰 와달라고 부탁하기만 해도 이것을 처벌이자 개인적인 평가절하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곧바로 자신의 인격과 결부 짓게 되고, 그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고 억울해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자기가 뭔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수치심을 느끼지만, 결코 이를 시인하지 않는다. 대신 모욕당했다고 느끼면서, 자기에게 어떻게 그런 걸 요구할 수 있냐며 비난한다. 마치 해고 통보라도 받은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모욕 반응은 상당히 과장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모욕감을 느낀 사람은 상대방에게 며칠이고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의사표현을 최소한 하는 것으로 응대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건방지게 댕응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를 냉소적으로 비꼬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뭔가 아주 나쁜 일을 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이 가진 최고의 방어기제는 책임 전가경멸이다. 모욕을 받으면 이 두 가지 수단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모욕에 따른 분노는 너무나 격렬해서 정해진 다른 대응 방식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논거만 들릴 뿐이다. 생각과 행동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대상을 보게 된다. 동료가 자기의 생각을 말하면서 진정시키려고 하면, 그 말을 곡해하는 바람에 결국 그 동료는 죄인이나 멍청이가 되어버린다. 자신이 갈등 촉발에 기여한 부분은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낙인찍어버리는 것이다.

 

 

 

이상화와 폄하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대개 어렸을 적에 주변 환경에서 이상화경멸에 관련된 감정적 반응들을 체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자신의 행동에 반영시키되, 비현실적인 자기애와 자기 경멸, 심지어 자기 증오 사이를 오가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유년기의 이러한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바꿔놓는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에게 참된 사랑도, 진심 어린 보살핌과 지원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경탄 또는 비판, 통제 또는 무시를 기대한다. 그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상화하거나 폄하하거나 통제하고, 교감이라는 것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나르시스적인 사람이 성공과 매력, 권력이라는 자신의 이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는 스스로 더 중대하다고 느낀다. 이로써 계속해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나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현명하다" 반대로 실패하고, 비난받고, 거부를 당하면, 자신이 열등하고 가치 없다고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린다. "난 이 일을 하기엔 너무 어리석어. 내가 모든 걸 망쳐놓을 거야"

 

평가절상과 평가절하의 메커니즘은 자기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에도 적용된다. 즉 나르시스적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따라 '특별하다', '뛰어나다', '매우 이상적이다' 등으로 사람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자기 성찰과 자기 제어를 위한 최선의 전략은 감정의 배출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말을 경청하고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선의를 가진 사람과 직장 밖에서 만나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만 신중함을 잃지 않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그 해결책이란 문제를 놓고 직접 상사나 동료와 대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계속 충돌하지 않도록 아예 거리감을 두는 것일 수도 있다. 대화를 업무에 관한 것으로 제한해서 객관적인 대화만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체념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해주는 내면의 힘을 일깨우는 것이 좋다. 

 

 

나르시스적 갈등에서 벗어나는 방법

 

나르시스적인 상사나 동료들과의 업무적 만남에 있어서도 어떠한 전략으로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 반드시 숙고해봐야 한다. 부드럽게 진정시키기, 맞장구쳐주기, 화제 전환하기 같은 방법은 보통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행동은 권력쟁탈전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 상대방과 대적하길 원치 않는다는 신호이자 협력을 제안하는 신호다. 그러니까 '너 아니면 나'라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표현하되 다툼을 피하는 것이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이 전략이 항상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래서 늘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전략은 나르시시즘의 다양한 특징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폭력형~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

필요형~ 도움을 주고픈 본능을 억제하고 성인으로서 대화하고 책임을 촉구

충동적-불안정형~ 되도록 얽히지 말고 다른 길을 가라

말발형~ 치료나 코칭이 필요하다

적응형~ 우리는 알아서 자신을 챙겨야 한다

요구형~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도와줘라

 

 

나르시스적인 상사에 대응하는 법

 

너무 쉽게 유혹당하지 말라

공정함은 도움이 안 된다

함께 대항해도 결국엔 반란은 실패로 끝난다

칭찬받으려는 기대감을 버려라

공연한 희망으로 위로받지 말라

 

 

 

 

 

누구에게나 나르시시즘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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