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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ㅣ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공자가 주역을 만난 것은 50세에 이르러서였다. 그동안 공자는 세상의 수많은 것을 이미 터득했지만 천지의 이치를 찾으며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알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삶의 목적이 오로지 깨달음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역은 만물의 근원을 밝힘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또한 깨달음을 응용해 인생에 적용함으로써 깨달음 이후에 살아가는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공자가 그토록 주역을 좋아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첫걸음
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좋아할 정도로 주역은 오랫동안 최고의 경전으로 칭송되며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다. 보통 사람들에게 주역은 운세를 보는 책이라거나 읽기 어려운 한문으로 가득한 경전이라고 생각될 뿐이지만 공자는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으며, 노자 역시 주요한 사상을 주역에서 빌려왔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힘든 유배 생활 중에도 수년에 걸쳐 주역에 대한 저서를 남겼다. 서양의 아인슈타인은 주역이 에센스 중의 에센스라고 극찬했으며 정신분석학의 대가 칼 융도 주역을 통해 세상의 거대한 섭리를 찾고자 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공자와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해 50년 동안 연구에 매진하며 '주역과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정립했다.
저자 김승호에 따르면 주역은 세상과 변화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알려주는 지혜의 보고寶庫이므로 우리는 이를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한자와 괘상으로 가득한 주역의 공부는 결코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역을 풀어낸다. 이 책은 가장 쉽고 명확하게 주역의 기본을 소개하고, 주역 속에 담긴 세상 만물의 변화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지혜란 온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온 세상의 구조가 이미 범주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천지의 운행을 알 수 있다. 대자연은 우연히 마구잡이로 운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섭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선각자들은 최고의 범주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완벽한 범주가 있다면 그것은 지혜의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만물의 뜻을 알고자 함이다. 인생의 뜻을 알아야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역이란 무엇인가?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만물의 뜻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물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해간다. 주역은 바로 이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공자는 만물의 뜻을 알고자 오랜 세월을 노력했다. 그러다가 주역을 발견하여 크게 기뻐했다. 주역에 바로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공자는 평생을 주역에 매달리며 수명이 짧음을 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늘이 내게 몇 년 더 수명을 빌려준다면 주역을 다 배워 큰 허물을 면할 텐데"
인간이 주역을 공부하면 크게 발전하게 된다. 만물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 주역 공부이니 당연히 발전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만물의 뜻을 공부해 커다란 뜻을 갖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역을 공부하려면 주역 64괘 괘상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그 이름이 붙은 연유를 아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주역 괘상의 이름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고 많은 성인(聖人)이 관여해 붙였지만, 그 이름에는 반드시 그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4괘는 만물을 표상한 것으로 이를 다 알면 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은 바로 그릇과 같다. 즉 경험과 느낌을 담아놓는 그릇인 것이다. 이 그릇을 좀 더 파고 들어가 보자. 덤벙대는 사람과 침착한 사람이 있다면 이중 어떤 사람이 연못과 닮아 있을까? 연못은 물을 담아놓고 이 물이 밖으로 넘쳐나지 않게 한다. 침착한 사람도 이와 같다. 비록 혼란한 상태에 처하더라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평정을 유지한다. 침착, 평정은 오랜 수련을 통해 얻어질수 있는 위대한 덕목이다.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김연아 선수를 떠올려보자. 캐나다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에서 그녀 앞에서 먼저 연기를 펼친 일본의 마오 선수는 시즌 최고의 경기력에다 최고 점수를 얻었다. 이후 등장한 연아 선수는 놀라울 정도로 흔들림 없이 자신의 최고 기술을 보이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녀의 스케이팅 기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단순히 기술 수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를 익히더라도 시합에서 흔들림 없이 펼쳐내야만 한다. 더구나 수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모아지는 가운데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담겨 있다는 것'의 작용은 매우 놀랍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품속에 담겨 있을 때 그 마음도 평안해진다. 무술의 달인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평정이다. 그들은 많은 기술을 연마하지만 가장 갖기 힘든 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인들이 벽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이유도 바로 평정을 기르기 위해서인데, 평정이 없다면 생각도 얕아지는 법이다. 도인은 평정을 수련함으로써 세상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들떠서 살고 있는데, 이것이 심하면 병을 초래하고 나쁜 운명을 끌어들이게 된다. 넘치지 않는 법,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의 태평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는 유연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당황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태평하고 행동을 하는 데는 정밀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한마디로 침착한 동물인 것이다.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옛 사람이 호랑이에 대해 연못의 성질을 가졌다고 말한 것은 정밀하고 탁월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나 자신부터 침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곤란한 일을 당했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는가? 참 어려운 일이다. 뛰어난 싸움꾼이었던 김두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싸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적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흔들려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은 힘이 넘친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원초적인 힘인데, 나이가 들면서 그 기운이 점점 빠져나간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의기소침해지고 생명력이 빠져 처져 있게 된다. 이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우리 영혼은 늙었다고 변하는 존재가 아닌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몸이 늙으니 영혼이 그것에 속아서 마음마저 늙게 된 결과다. 우리는 젊을 때조차 병이 나면 의욕이 떨어지는 등 생명력이 감소한다. 주변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에 따라 생명력의 부침浮沈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고 부덕不德하다 아니할 수 없다. 어두움을 보면 어두워지고 밝음을 보면 밝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본연의 마음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으니 외부 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것을 깨우쳐주는 것이 바로 주역의 하늘을 상징하는 괘상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항상 하늘의 무한한 생명력을 깊게 확인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군자는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君子以自强不息"
- 공자
주역 공부를 통해 천지의 뜻을 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을 스스로 크게 일으키는 것이다. 공자는 주역의 이 괘상을 설명하면서 군자의 길을 가르쳤다. 이는 스스로 보강하면서 영원히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은 반드시 크게 성취할 것이며 남도 사랑할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스로 일으키면 크게 통하고 크게 성취할 수 있다.
공자가 주역을 처음 접하고 크게 좋아했던 이유는 주역이 만물의 유형類型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이는 만물의 존재형식이 유한하고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뜻인데, 이로써 공자는 만물의 뜻에 통달할 수 있었다. 공자는 아직 오지 않은 세상조차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역은 영원하나 사람의 삶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택풍대과澤風大過를 살펴보자. 이 괘상은 지나친 행위를 뜻한다. 과도한 욕심, 지나친 행동, 과도한 소유 등을 나타낸다. 옛말에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는데 같은 뜻이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거나, 당치도 않은 여자를 탐내거나, 술을 많이 마셔 위장에 탈이 나는 것이 바로 이 괘상이다.
사람은 해서 안 될 일이 분명히 있다. 아무리 궁색해도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훔쳐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람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살펴보면 그 모두 분수를 모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처럼 욕심이 너무 적으면 의지박약, 너무 많으면 과욕이다.
진시황은 영원히 살고자 했는데, 이는 분명 과욕이다. 어떤 대통령은 법을 고쳐서라도 그 직위에 더 있고자 했는데, 이것도 과욕이었다. 인생은 열심히 목표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일에 대해 과감히 체념하는 것도 도전 못지않게 필요하다. 체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한번 하고 싶으면 누가 말려도 고집을 꺾지 못하고 무리한 행동을 한다. 과감한 체념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충심으로 타일러 선한 길로 이끌되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어 스스로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毋自辱焉)"
즉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둔다는 것이다. 불굴의 신념이란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고 덤비라는 것이지 무작정 마음만 앞서면 이는 시작부터가 옹졸한 것이다. 공자는 맨몸으로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것,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겠다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체념을 잘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과욕은 반드시 후회를 낳는 법이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자
우리 모두는 보편적이고 끝없는 저 하늘로부터 각자 태어났다. 그러고는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이란 하늘이 만들어낸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일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저 아무렇게나 본능을 따라 즐거운 대로 살면 이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으므로 인생이 너무 아깝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으므로 그에 걸맞은 삶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에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하늘의 섭리와 함께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된다. 큰 도리와 합치고, 세상에 참여하여 남을 돕고, 그러고 나서라면 마음껏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