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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신공 - 손자병법에도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 생존비책
김용전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KBS 1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란 프로그램이 있다. 오전 출근시간대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엔 '직장인 성공학'이란 코너가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를 즐겨 듣는데, 2009년 9월 28일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해 이젠 100회를 훌쩍 넘긴 인기 코너이다.
이 코너를 진행한 재야고수 김용전은 이미 전파를 탔던 내용 중 주요한 사례들과 미처 방송에 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하여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에게 생존비책 5초식을 전하고 있다. 돈을 못벌던 사람이 '재테크로 돈 버는 법'이란 책을 저술하여 크게 돈 버는 시대라지만 저자 김용전은 그런 아류가 결코 아니다. 직장인으로서 몸소 체험했던 실전을 기반으로 한 비책을 고수답게 우리에게 펼치고 있다.
진심직설眞心直說
성공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얻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영화 <박하사탕>을 감상했다면 라스트 신에서 주인공(설경구 분)이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을 인상깊게 보았을 것이다.
직장인들 중 새벽 늦게까지 야근을 했거나 음주만취로 귀가한 다음 날 아침에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질러대서 아내의 간이 뚝 떨어지게 만든다. '나 회사 안 갈래!' 그 이유를 물어보면 뚜렷한 대답도 못한다. 그냥 회사에 가면 가슴이 답답해서 출근이 이젠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건 병이다. 바로 '직장인 우울증'이다. 왜 생길까?
첫째, 개인적인 측면인데 직장 생활을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수행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둘째, 회사 일보다 특정 상사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 탓에 자신을 죽이기 때문이다.
셋째, 변해야 산다는 변화 강박증 때문이다.
넷째,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을 목도하면서 중도 퇴직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적성이 맞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이유는 이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또한 쉽지 않아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장만의 <구절양장가>란 시 한 수를 음미해보자.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 도곤 어려웨라
이후란 배도 말고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 장만의 <구절양장가九折羊腸歌>
바다에만 풍파가 있으란 법이 없다. 인생살이란 살다보면 잔잔한 날도 있고,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날씨 좋은 날 고기잡이 하는 즐거움만을 원했다면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배 팔아 말을 샀더니 깨달음이 생긴거다. 육지가 바다보다 결코 편하지 않음을. 구절양장이 더 하면 더 했을 것이다.
'이 부서는 저에게 맞지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이미 패배자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먼저 이 자리에서 승리자가 되고 난 다음이어야 함을 명심하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중국 명나라 초에 주원장이 재상 호유용胡惟庸에게 '모든 정치를 너에게 맡긴다'란 말을 남기고 지방의 별궁으로 가버렸다. 이는 주원장이 처단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계책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원장의 의도를 눈치 못채고 마치 황제 같은 이인자의 권세를 마음껏 휘둘렀다. 결국 그는 황제의 동의 없이 장수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월권을 범하고 말았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처형당하고 만다. 이 참에 그에게 동조했던 수많은 개국공신들도 토사구팽 당하고 말았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상사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한나라 건국을 위해 유방을 도운 장자방 같은 이인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상사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실제론 드물다. 그래서 이런 불만사항을 토로한다. 왜 인정받지 못할까?
그것은 열심히 일만 했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라서이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촉수로 서로 교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상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붙잡아야만 한다. 상사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오른 팔이 되도록 하라. 그러나, 비공개된 오른 팔도 있음을 명심해라. 상사는 믿는 만큼 의심도 많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상사와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져도 않된다. 불가근불가원이 가장 현명한 처신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
부하는 그대 성공의 텃밭이다. 직장 생활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반대로 자신을 제대로 보좌해 줄 부하를 만나는 것도 이에 못잖은 행운이다. 이처럼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또한, 운동회 때의 이인삼각二人三脚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줏대 없는 부하를 원하는가? 아니다. 칼퇴근을 일삼고 상사에게 할 말 안 할 말 다하는 대찬 부하가 부담스럽긴 할지라도 나중을 생각한다면 이런 친구가 오히려 훨씬 좋다. 개성이 강한 적토마 같은 부하가 미완의 대기요, 청출어람의 재목인 것이다.
자, 청출어람의 가능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작고한 코메디언 이주일 씨의 대표 멘트인 '일단 한 번 맡겨보시라니까요' 를 활용하라. 만약 상대가 못한다고 반발하면 '내가 보기엔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란 말 정도면 충분하다.
믿고 맡기면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결국 해낸다. '역시 해낼 줄 알았다'라고 인정해주면, 이후 부터는 고고씽이다. 명령만 내리면 신명을 다해 척척 해낸다. 개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 따라서, 상사는 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통찰력과 포용력이다. 유비가 장비나 관우보다 칼을 잘 쓰는가? 유비가 제갈공명보다 머리가 똑똑해서 황제가 되었는가? 유방이 한신보다 더 출중해서 한나라를 건국했는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부하로 삼고 그와 더불어 일하는 길을 알고 있는 사람,
이곳에 잠자고 있다
- 강철왕 카네기의 묘비명
오월동주吳越同舟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함께 가야 한다. 인사 정책의 기본은 어차피 차별이다. 기회는 공평하게 부여하지만 그 결과는 차별되기 때문이다. 잘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직장인 이라면 가장 기쁠 때가 승진일 것이다. 특히, 동기보다 앞서 승진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더라도 불가피하게 경쟁을 해야하는 곳이 직장이다. 연공서열의 원칙이 무너지고 능력 위주의 인사 정책을 펼침에 따라 부하직원에게 밀려 승진 자리를 빼앗겨 사표를 내거나 연하의 상사 밑에서 근무하는 연상 부하라는 진풍경도 이젠 낯설지도 않다.
만약에 승진에 누락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평을 숨기고 내년을 기약하는 포석을 까는 것이 현명한 처세이다. 화김에 사표를 내는 것은 자신의 옹졸함만 드러낼 뿐이다. 어차피 인생은 마라톤이다. 잠시 앞설 수도 뒤쳐질 수도 있는 장거리 경기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다. 지난 번 승진 누락으로 맘 고생이 심해서 진짜로 회사에 물먹이고 싶다면 승진하고서 사표를 제출해라.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통쾌하게 정문을 박차고 나가라.
도광양회韜光養晦
은밀히 힘을 기르고 힘이 커졌을 때 움직여라. 즉 이직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 이직은 양면성을 가졌다. 직급 또는 연봉의 상승을 노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이미 쌓아온 공든 탑을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손실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비가 세력이 미약해 힘을 기르고 있을 때 조조의 객으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이 때 유비는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매사의 언행에 조심했다. 한번은 조조가 유비의 됨됨이를 알아볼 요량으로 술자리를 같이 한다. 이 때 천둥과 벼락이 내려치자 유비는 급히 상 밑으로 머리를 쳐박고 무서운 겁쟁이 흉내를 내며 자신을 위장했다.
이직시기는 '333 검법'을 쓰라. 한 직장에서 적어도 3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 두번 째 3은 이직에 대한 생각이 3개월 지속되는 가를 뜻한다. 지속된다면 이직을 실행할 때란 것이다. 마지막의 3은 이직 횟수를 말한다. 잦은 이직은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3번만 할 것을 권한다.
"직장도처유문제職場到處有問題"
어느 직장에도 반드시 문제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