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詩적 생각법'
황인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양자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원이 1998년에 이중슬릿 실험을 했다. 미립자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었다. 야구공을 생각하면 야구공 모양으로, 물결을 생각하면 물결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립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의 의식 또는 생각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다. 생각은 사람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때문에 이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는 법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섭씨 19도나 되는 컨테이너 안에서 한 선원이 얼어 죽었다. 선원이 갇힌 냉동 컨테이너 안에는 먹을 식량도 충분했다. 왜 죽었을까? 작동도 않는 냉동 컨테이너였지만 냉동이라는 선입견을 가졌기에 그는 곧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그는 추위를 느끼며 서서히 죽어 갔던 것이다.  이와같이 나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생각'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인 것이다.

 

듣다(문聞)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 ~ 1967)의 작품 중 '이미지의 배반'이란 그림이 있다. 캔버스에 파이프를 그려 놓고, 그 아래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림 속의 파이프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파이프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며 헷갈려한다. 이 화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실존하는 진실 알기'였다.

 

이미지의 배반 (1929년作) 

                                                                         

 

초현실주의의 미술 기법은 시詩에서의 '아이러니'와 유사하다. 대표적인 아이러니 기법이 '척'이다. 실상과 진실을 숨기고 가짜 모습을 진짜인 척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즉, 아이러니는 실체를 뒤로 하고 가짜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영업전략에 활용한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감동 사례들을 살펴보자. 그들의 고객만족 서비스는 입이 좍 벌어진다.
 
노드스트롬은 알래스카에 있는 백화점을 인수한 후, 타이어 매장을 정리했더니 예전 매장에서 타이어를 구매한 고객이 환불을 요구해와 두 말 않고 환불해 주었다. 한 번은 젊은 여성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두를 사러 왔다. 이 구두가 동이나 인근 백화점을 훑으며 2시간이나 걸려 구해와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이를 선물로 주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에서 옷을 쇼핑한 고객이 항공권을 매장에 두고 가버렸다. 이에 백화점 직원이 공항까지 직접 가서 전달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영업의 진실은 서비스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장석주의 <대추 한 알>
 
대추가 붉어지고 둥글어지는 이유는 속으로 숱한 고통을 견딘 까닭이다. 주변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자. 어느 시골 길가 벤치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차 한 대가 다가와 이사할 곳을 찾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떠냐고 물어왔다. 그러자 노인은 당신이 살던 동네는 어땠나고 물었다. '하나같이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고 답하자 여기도 그렇다고 하니 그 남자는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서 떠나갔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찾아와 똑같은 질문을 하니 노인은 또 물었다. 이번엔 '친절하고 착했던 분들'이라고 답하자 노인은 여기도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거울효과'란 말이 있다.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 상태가 타인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게 보이고, 내가 부정적이고 나쁜 성격을 하고 있으면 타인도 이를 나쁘게 본다는 겻이다. 사기꾼은 자신의 사기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진실한 말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듣는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졌냐에 따라 세상을 향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못 듣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조직의 리더는 이 울림소리를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야후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실리콘벨리의 신화적인 여성 CEO 캐롤 바츠를 구원투수로 스카우트했다. 그녀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오토데스크'의 CEO로 부임하여 회사를 부활시킨 경력의 소유자였다. 야후에 부임하자 그녀는 예상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부에서 올라오는 건의를 묵살하면서 경영을 더 악화시키고 몸값을 못하는 연봉 1위 CEO란 불명예를 안고 전격 해고됐다. 페이스북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부의 직언을 무시하면서 사이트 방문객이 33%나 감소했던 것이다. 노키아 또한 그랬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3년 전인 2004년 노키아 개발팀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폰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경영진은 이를 거부했다.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로 현재 최대 위기에 빠져있다.
 
또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시는 하찮은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시인의 눈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주먹 김두한이 일본 경찰에 쫓기면 화류계의 여성들이 그를 숨겼다고 한다. 위험을 감수하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가치와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바퀴는 정직하다
어느 바퀴살 하나 꾀부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제 길을 간다
진창은 있어도
두려워 않고 간다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
주춤거린 나의 세월도
용서된다
바퀴처럼 향할 용기가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맹문재의 <바퀴> 
 
이 시에 등장하는 바퀴는 용기를 상징한다. 용기 있는 그리고 가치 있는 존재로 시인은 바라보았던 것이다. 시에서 상대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심리학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하다. 여자 조각상을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는 피그말리온을 위해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준다는 내용이다. 강한 염원이나 기대가 실제로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는 많다. 지금도 학업성취, 무병장수, 사업성공을 기원하는 기도가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늘고 긴 손을 보니 놀랍게도 넌 뉴욕주지사가 되겠구나"
 
1961년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 위치한 노비타초등학교에 피어 폴 선생이 부임했다. 문제 학생이 많은 학교였다. 그는 수업을 하다 말고 학생들의 손금을 일일히 보며 너는 사업가, 너는 백만장자, 너는 뛰어난 스포츠 선수 등등이 되겠다며 미리 축하인사까지 해줬다. 무단결석에 폭력학생으로 유명한 한 학생이 뒤에 남아 쭈뼜거리며 서 있었다. 폴 선생은 이 학생에게도 충격적인 칭찬을 했다. 이 학생은 이 말을 굳게 믿었고, 자신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하며 노력했다. 40년이 지나 정말로 뉴욕의 초대 흑인 주지사가 되었다. 로저 롤스의 이야기다.
 
시인이 하찮은 바퀴에 용기와 가치를 부여했던 것 처럼, 사소한 사물일지라도 자세히 관찰하고,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뉴욕주지사라는 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을 우리는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다. 이와같이 시 한 편에서의 통찰은 시작되는 것이다.
 
 
보다(견見)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의 <갈대>
 
갈대처럼 불안한 존재도 드물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갈대는 흔들린다. 뭐가 그리 불안할까? 혹 바람 때문일까? 시인은 갈대의 흔들림이 바람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시의 배경인 밤에 드는 달빛 때문도 아니란다. 그렇다면 왜 흔들릴까? 자신의 울음 때문이란다. 겉으론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척해도 사실은 제 울음 때문에 흔들렸던 것이다. 갈대의 삶은 우리들의 삶이고 갈대의 흔들리는 불안도 우리들의 불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어느 학생의 '심리상태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했다. 학생들은 뱀으로 가득 찬 연못을 보는 순간 불안감에 사로 잡혀 연못 위의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3불 전략'으로 유명한 베트남의 지압 장군이 이끈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늘 불안에 떨었다. 이처럼 눈에 보여서 불안하고, 보이지 않아도 불안하다.
 
왜 일까? 그건 지식 때문이다. 뱀은 맹독을 지녔기에 물리면 죽을 수 있다는 지식 때문에 불안에 떨게 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과거의 모든 전략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압 장군의 군대는 갑지기 출몰했다가 사라지는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미군의 두려움은 더욱 컸다.
 
사야여이여위다학이지지자여賜也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사(자공의 이름)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대왈, 연, 비여 對曰, 然, 非與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비야,여일이관지 非也, 予一以貫之
아니다. 나는 하나로써 꿰고 있다.
 
 - 논어 <위령공편> 중에서
 
지식은  곧 기억이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기억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기억이 지식을 낳는 것이다. 그런데, 함정이 숨어 있다. 지식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속성을 지녔다. 한자어 식識자를 파자破字하면 '言 + 音 + 戈'이다. 즉 누군가 말 소리를 밖으로 뱉으면 이 말은 창이 되어 남에게 꽂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융통성이 없는 얼치기 지식인은 외골수가 되어 흑백 논리의 포로가 되고 만다.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만 크게 낸다. 따라서, 앞서 공자 말씀처럼 '모든 것을 하나로 꿰고 있는 사람'이 정답이 되는 것이다. 지식에서 지성을 이루려면 아는 것을 깨드려야 한다. 이것이 지각知覺이다. 覺은 깨는 것이다. 기존의 앎을 조각조각 깬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지식을 조각내어 선악을 분별하다 보면 지혜가 생긴다. 지식을 통해 지혜를 익혀야 지성인이 되는 것이다.
 

 지식 ⇒ 지각 ⇒ 지혜 ⇒ 지성

 

 

깨다 (각覺)

 

유기농을 시작한 전씨 농장에 갔다

배추는 포기마다 배추벌레를

들깨나무는 잎사귀마다 무당벌레를

콩나무는 사마귀나 노린재를

고추나무는 고추벌레를 키우고 있었다

 

그 푸성귀들

그 너른 품들

나도

 

食口나 客食口에게

복장이든 꿈이든

기꺼이 파먹혀야 하는데

 

 - 양선희의 <전씨 농장에서>

 

시인은 식물이 일부러 벌레를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새로운 관점이다. 푸성귀들이 벌레들을 품어 키운다. 시선은 말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런 의도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시선에 의도를 더하면 관점이 된다. 절寺에서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 까? 실제로 쿵푸의 본 고장 소림사에서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스융스님이 이 절에 주지로 부임하면서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1980년 소림사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중국 쿵푸 대회를 개최했다. 우승자는 TV 드라마와 쿵푸 영화에 캐스팅된다. 또한, 소림사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의학 비법을 활용하여 병원 사업을 시작했다. 쿵푸 교본, 쿵푸 신발, 쿵푸 티셔츠 등 쿵푸 관련 상품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코카 콜라와 제휴하여 기능성 건강 음료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젠 스융스님은 '소림사 CEO'란 별칭이 생겼다. 소림사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스융스님에게 있다. 그는 해외 유학파로 MBA 출신이다. 기존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결코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시선에 의도라는 옷을 입히면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가 성공을 거둔 사례를 살펴보자. 195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10여 년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타개책으로 회사는 광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광고가 매우 흥미롭다. 그들은 바로 '2등 전략'을 사용했다.

 

"에이비스는 2등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에이비스를 이용할까요?"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왕 차를 빌리실 거면 당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서 빌리세요"

 

실제로 에이비스는 업계 2위보다 훨신 더 쳐진 회사였다. 그러나, 2등이라고 광고하니 소비자들이 이를 믿게 되었다. 정말로 에이비스는 2위로 올라섰다. 에이비스는 1등 회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를 2등이라는 한 묶음으로 생각했지만 소비자들은 이 단어의 이중성을 생각 못하고 보이는 대로 판단했기에 에이비스를 진짜 2등으로 여겼던 것이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엮다(편編)

 

"엄마는 신발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잇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갔는지"

-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사람의 태도나 습관만 슬쩍 보고 검프의 엄마처럼 혜안적인 통찰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청이나 관찰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의미있게 끼워 맞춰야만 한다. 검프의 엄마는 구두의 뒷 굽이 닳은 모습에서 성격을 잡아내고, 청나라 때의 증국번은 몸짓이나 눈의 움직임을 보고 사람의 가치를 발견했다. 이처럼 행동이나 모습 등을 통해 '의미를 잡아내는'행위를 편집이라고 한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황지우의 <겨울산>

 

사람치고 고통 없는 사람은 없다. 시인은  이 고통을 월세라고 표현한다. 삶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고통이라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은 인간 모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목적이 시로 세상을 아파하고, 그 아픔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관찰의 달인,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에 갔을때 유독 수레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다. 그는 조선에도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수레는 지방간 교류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가 있었기에 그는 농사용, 소방용, 전쟁용 등 다양한 형태의 수레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그는 조선에서의 사용을 건의했지만 당시의 권력층은 조선의 지형에 알맞지 않다며 불가하다는 반응이었다. 실제 이유는 이게 아니라 청나라를 오랑캐로 얕보아서였다. 즉 하찮은 오랑캐에게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연암은 청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선비를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상등 선비는 '되놈은 개돼지 같은 짐승이니 그들에게 무슨 볼만한 것이 있겠는가'라고 외쳤고, 중등 선비는 '십만 대군을 얻을 수 있다면 산해관으로 쳐들어가 중국 천하를 말끔히 씻어내고 싶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자 하등 선비를 자처한 그는 '오랑캐를 물리치려면 중국의 법제를 모조리 배워 우리의 고루하고 거친 풍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행하다(동動)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황인숙의 <말의 힘>

 

이 시는 '생각 - 연습 - 실행'의 과정이 잘 담겨져 있다. 시인이 먼저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서 형용사를 물 흐르듯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연습했던 것을 직접 실행하며 기분 좋음을 체득케 한다.

 

2011년 11월 11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슈퍼스타K3'에서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한 4명의 리더는 위암 4기를 판정받은 사람이다. 1년 전만 해도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슈퍼스타K3'에 도전한 이후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수상 당일엔 암세포가 현저히 죽어서 담당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이는 바로 '긍정의 힘' 때문이었다. 그는 긍정을 실천으로 행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CEO다. 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자신의 삶에 이를 활용하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각이 자신을 지배한다.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영상 19도의 컨테이너에서 얼어 죽는 비극을 당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시인의 시선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상상하자. 시 한 줄에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시인의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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