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숨어 버린 내 안의 열정과 창의성을 찾아가는 혁신 이야기
송인혁 지음 / 아이앤유(inu)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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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우리의 천장에 바나나를 줄로 매달아두었다. 바나나를 본 원숭이들은 이를 먹겠다고 줄을 타고 올라간다. 이 때 물호스로 원숭이들에게 찬물을 마구 뿌리자 원숭이들은 모두 바닥으로 떨어진다. 먹거리의 유혹 때문에 원숭이들은 또 바나나로 접근하지만 물폭탄을 얻어 맞는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원숭이들은 아예 바나나를 따 먹으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이번에는 우리 안의 원숭이 중 한 마리를 새로운 원숭이로 교체했다. 이 신참은 바나나에 눈독을 들이고 줄을 타려고 한다. 그러자, 우리 안의 고참 원숭이들이 버럭 화를 내며 신참의 행동을 제지한다. 자기들이 찬물을 뒤집어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참들의 성화에 위축되어 신참도 더 이상 줄을 타려고 하지 않는다.

 

이후 우리 안의 원숭이를 신참으로 한 마리씩 교체하자 이젠 찬물 세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원숭이가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따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어느 사이에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먹으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바로 게리 하멜 교수의 논문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 실험'이다.

 



 

 

이처럼 한번 자리잡은 조직문화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조직의 만성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리 하멜 교수의 실험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수많은 조직들의 상황과 너무도 닮아 있다. 조직 구성원 중 누군가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여지없이 기존의 구성원들은 이 시도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촌평을 내린다.

 

'그거, 해봤는데 안 돼', '소용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매일 아침 회사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이 속에서 생활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상대적은 매우 짧다. 이런 가운데 개인의 입장이나 개성은 무시된 채 자신의 역할에 따른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고구마를 씻는 고지마 섬의 원숭이

 

1953년 9월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에서 미야자키 현 고지마 섬에 살고있는 한 살 반 된 '이모imo'라는 암컷 짧은꼬리원숭이가 모래가 묻은 고구마를 시냇물에 담가 이리저리 흔들어 모래를 씻어낸 후 먹는 모습을 봤다. 먹을 때 모래가 씹히지 않으니 좋다는 발견은 석 달 후 놀이 친구 두 명과 이모의 어미에게도 전해져서 이들도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5년 후에는 이 지역의 대부분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문화가 정착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린 이모의 행동이 돌발적인 시도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이를 목격한 친구와 가족이 동참하면서 사회의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모가 조직의 리더가 아니고 경험이 풍부한 나이 많은 원숭이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이든 원숭이는 끝까지 고구마를 씻어 먹지 않았지만 이모의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개체가 100마리를 넘으면서 이 변화는 혁신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를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라고 한다.

 

변화의 핵심은 회의에서 큰 소리를 치는 리더가 아니라 추종자들이 묵묵히 따라줄 때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자율적으로 동참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적 동기'를 기반으로 한다. 첫 번째 원숭이처럼 도전 의식을 갖자고 아무리 떠들어 봐도 내적 동기가 없다면 스스로 고구마를 씻어 먹겠는가? 나이든 원숭이의 경우처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내적 동기는 인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바야흐로 현대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우리에겐 화난 원숭이가 아니라 내적 동기를 지닌 혁신적인 원숭이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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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 흩어진 빨간 풍선 열 개의 정확한 위치를 가장 먼저 찾아라! 상금은 4만 달러!"

 

2009년 12월 1일, 미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빨간 풍선 찾기 공모전을 내걸었다. 미국 전역의 어딘가에 10개의 대형 풍선을 띄워놓고 이를 가장 빨리 모두 찾는 게임이다. 이는 인터넷상에서의 정보 확산 속도와 정확도를 실험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전역에 폭탄 테러 위협이 가해진다면 어떻게 숨겨진 폭탄을 최단시간에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응모한 팀은 4,000팀에 이르렀다. 미 국방성은 약 9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MIT에서 참가한 학생팀이 불과 9시간 만에 풍선을 모두 찾아냈다. 이들은 아이디어가 가히 획기적이다. 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풍선을 찾는 사람에게 2,000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공지했던 것이다. 이것이 SNS를 이용한 소통이다.

 

미 국방성의 실험은 당초 의도를 넘어 전혀 새로운 차원의 관점을 제공한 것이다. 이를 회사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회사의 한 부서의 힘만으로는 풍선을 찾을 수 없다. 부서와 부서, 크게는 사업부와 사업부가 협력해야 가능하다. 회사의 경영진은 조직 간의 협력을 신신당부하지만 현실적으로 협조가 안된다. 풍선을 발견해도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함을 인지하게 된다.

 

"닿아 있지 않은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

 

세렌디피티란 우연으로부터 증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핵심은 우연한 행운이 아니다. 준비된 자에게만 나타나는 일이다. 로또 당첨도 매주 구입하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행운 아닌가? 진화론을 펼친 찰스 다윈은 탐사선 비글호의 여정 경험보다는 맬더스의 <인구론>에서 영감을 얻어 <종의 기원>이라는 불후의 명저를 남겼다. 페니실린도 플레밍이 배양실험 도중 실수로 혼입시킨 푸른곰팡이에 의해 발견된 항생물질이다. 지식은 연결이며 세렌디피티도 연결이다.

 

'지구상의 어떤 사람이라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정말 가능할까? 그 비밀은 연결자 또는 커넥터라고 불리는 사람 때문이다. 인맥은 사실상 그 안에 핵이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연결자는 누구일까? 이는 바로 미디어다. 미디어는 방송 한 번으로 전 국민에게 소식을 전파할 수 있다.

 



 
 

열 명의 친구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가 나에게 '무료 영화표가 생겼는데 줄까?'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 때 나머지 8명은 이를 모른다. 만약에 나머지 친구들도 이 문자를 수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에게도 표를 달라고 문자를 보낼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바로 SNS이다.  더 쉽게 더 널리 효과적으로 사람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만들고, 리액션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시는 사람들이 내버리는 쓰레기 봉투가 도시의 미관을 해질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악인 쓰레기 봉투의 개선안을 시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아름다운 쓰레기Beautiful Rubbish'이다. 또한, 수거 차량을 비롯하여 처리와 관련된 모든 환경도 아름답게 변모시켰다.

 



오클랜드의 아름다운 쓰레기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지식과 재능이 서로 다르지만 이를 연결시킨다면 생각치도 못했던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창의성은 끊임없는 호기심의 열정이다. 창의성은 호기심을 가진 가진 사람들의 연결에서 발생한다.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천재성은 뛰어난 능력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의적인 영감은 순간적인 느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는 하루의 일과가 꽉 짜여 있어 기계적으로 맡은 일을 해야 하기에 순간적인 영감을 잡아 두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연결'이다.

 

"창의성은 연결하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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