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의 정석 - 한국인의 6가지 걱정에 답한다
최윤식.정우석 지음 / 지식노마드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지하 700m, 빛도 없으니 낮도 없다. 실온 35도, 습도 80%의 12평 지하 공간에 33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갇혔다. 구조대가 언제 올지, 아니 과연 오기는 할지조차 알 수 없다. 가지고 있는 비상식량은 단 3일치, 최소한의 식사량을 12시간마다 나누어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하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식사 간격을 24시간으로 늘려서 하루에 한 번씩만 먹었다.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남은 식량도 거의 떨어져간다"
![](http://image.yes24.com/goods/4601511/L)
매몰 69일 만에 구조된 33명의 칠레 광부들의 상황이다. 광부들의 리더 우르수아는 단기간에 구출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세계 최장 시간 지하 생존 기록을 만들어낸 그는 먼저 광산 내 지도를 만들어 객관적으로 사고의 상황을 파악한 다음 적절한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우리는 세가지 교훈을 배우게 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는 낙관(환상)과 부정(공포)을 모두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보라.
긍정의 힘은 미래를 볼 때가 아니라 미래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적용해야 한다.
저자 최윤식은 미래학자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성장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주도산업, 종신고용 붕괴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 경제성장률 저하,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버블 붕괴, 가계 부채의 위기, 사회적 갈등의 심화, 급격한 흡수통일의 위험,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의 문제로 피할 수 없는 장기적 정체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한국 국민들이 안게 될 6가지 걱정거리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http://image.yes24.com/goods/5843043/L)
이 6가지 걱정은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적인 위험이다. 칠레 광부들의 성공적인 생환에서 보듯이 '조금만 버티면 누군가 구조해 줄거야'란 막연한 희망을 버리고 보다 현실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여 하나씩 대책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내가 바뀌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지난 7년의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 그 동안 우리가 수없이 들었던 부동산 불패신화가 우리의 머리에서 완전히 잊혀질 정도로 향후 극심한 7년의 흉년이 시작될 것이다. 거품과 폭등의 시대는 거하고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 시대로 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금전적인 고통과 함께 국가 전반에 걸친 사회적 고통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다음과 같은 3단계를 거치며 전개될 듯하다.
1단계: 2010~2011년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이다. 급격한 경기침체를 두려워 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때문에 가격 하락을 일정한 수준에서 간신히 유지한다. 그러나, 잠재적인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매수를 늦춘다. 거래가 현저히 준다.
2단계: 2014~2016년 경에 발생 예상되는 부동산 디플레이션 단계이다. 2012년의 대규모 선거를 계기로 부동산 가격이 반짝 상승하지만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집 가진 가난뱅이'들의 매물이 출회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3단계: 2020년 경에 3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모두 인정하게 되며 부동산에 대한 뉴노멀New normal이 형성될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한꺼번에 모든 지역이 동시에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10~15년 동안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 후의 뉴노멀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20대 이하의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의 고통을 속절없이 함께 경험하면서 마음 속으로 다짐할 것이다. 집은 단지 사는 것(Living)이라는 상식이 지배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처럼 빚을 얻어 집을 사서 평생을 고생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자산가치 하락
35년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34배 올랐다.
시내버스 요금은 40원에서 1,000원으로 25배, 서울의 짜장면 값은 25배
영화 관람료는 22배, 대중목욕탕 요금은 28배가 올랐다.
- 한국은행 통계(1975~2010)
가계 부채는 점점 커지는 반면 개인들의 보유자산 가치는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모아 둔 예금, 주식, 부동산 등의 자신이 겉보기 숫자만 커보일지 몰라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적 가치가 형편없이 줄어들 수가 있다. 즉 소득은 복리로 늘지 않는데, 인플레이션은 복리로 늘어나고 있다. 실질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부채의 덫
1998년 183조 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가 전세대란이 발생한 2011년에는 900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의 저축률은 1998년 25.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02년 역사상 최악인 0.4%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 상승하더니 2011년 현재 3.5% 정도이다. 이는 소비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저축률 5.7%보다도 훨씬 낮아 정말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자치단체도 빚투성이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부자 도시 성남시가 5,200억 원을 갚을 능력이 안되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경제 정책전문가로 인정받는 국회의원 이한구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말 기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채무 총액이 1,848조 4,000억 원이라니 가히 충격적이다. 정부 발표는 2010년 기준 대략 400조 원 정도로 GDP 대비 40% 수준이다.
"외환위기가 한번 발생하면 2~3번 발생하는 것이 기본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외국 자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게 보지 않는 것이다"
- 최윤식,배동철의 <2020 부의 전쟁 in Asia>중에서
일자리 감소
일자리 걱정은 청년, 장년, 은퇴자들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연령층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2011년 7월 13일 정부가 공식 발표한 '6월 청년실업률'은 7.6%이다. 이는 전체 실업률 3.3%에 비해 2배가 넘는다. 통계상의 청년은 15~29세를 의미한다. 20대 중반까지의 인구 중 상당수가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에 소속되므로 청년의 실제 체감실업률은 훨씬 높다 하겠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대졸 청년의 체감실업률이 20%에 달한다고 한다.
가정을 책임져야 할 장년층과 은퇴자들도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장년층의 경우 40대 후반부터 조기 퇴직의 압력을 받는다. 이를 피할 유일한 방법은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일텐데, 이도 1% 미만의 확률이다. 직장생활의 대안이 자영업이다. 자영업자의 18%가 창업 후 1년 이내에 폐업하고 60%는 3년 이내에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우리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인구의 32%로 OECD 평균인 15.8%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전체 경제의 60~70%를 차지하지만 고용은 전체 근로자의 18.2%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저임금의 해외로 옮겨 글로벌화하기 때문이다. 30대 그룹만 본다면 이들의 경제 비중은 40%지만 고용은 3.88%에 불과한 현실이다. 조기 퇴직자의 경우 습득한 노하우를 펼치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원 등 단순 노동자로 전락하고, 젊은이들도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일자리를 겨우 찾게 된다. 2028년이면 은퇴자가 2,700만 명이 될 전망이라는데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퇴직연금 붕괴
일자리가 암울한 상태인데 국민연금 마저도 부실덩어리라면 심각하다 하겠다. 옛날처럼 부모가 땅 팔고 소 팔아서 자식들을 공부시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 부모를 봉양한다는 스토리가 이젠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2010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30.6%로 급감했다. 2001년엔 70.7%였다. 믿을 건 연금뿐이다. 우리의 연금은 안전한가?
국민연금보험료와 연금지급액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면 2047~2057년이면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고 한다. 고령화에 대비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고령화 때문에 우리의 연금이 다 사라지고 만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별하게도 적게 납부하고 많이 받는 방식이란다. 이미 적자 상태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받고 있다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추정에 의하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3년 2,465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2045년에는 오히려 18조 6,6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국민연금제도는 계속 수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연금 고갈을 늦추자면 수령액을 50%로 낮추고 16.2%의 보험료를, 40%로 낮추고 13%의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 폭탄
해를 거듭할수록 복지를 강화함에 따라 엄청난 복지비용과 연금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 이리 된다면 청년들은 OECD 평균 수준인 40%까지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이한구 의원이 발표한 국가채무 약 1,848조 원도 세금을 더 거두어 해결할 수 밖에 없으므로 세금 폭탄은 이미 떨어진 셈이다.
남북한의 통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2008년 보고서에서 북한의 소득을 남한의 60% 수준으로 전제할 경우 통일에 필요한 비용을 20년간 약 1,680조 원으로 추산했다. 인프라 구축비를 포함하면 매년 180~270조 원씩 통일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2010년 우리나라의 정부예산 292조 원과 비슷한 규모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유익할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비용의 증가, 세금의 문제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는 열려 있고,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밀려올 쓰나미를 살펴보았다. 앞으로 커다란 파도를 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하고 실행에 옮길 차례이다. 우리가 살펴본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은 있다. 하나는 '부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의 새로운 규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건강한 부자란 단순히 돈의 크기를 남과 비교하는 낮은 수준에서 탈피하여 높은 자존감으로 무장하고 부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여 근본적인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부에 대한 건강한 철학을 정립한 뒤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도 배양해야 한다.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이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 경주 최부자 집의 <육훈六訓>
진정한 부자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당한 부의 사이즈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행복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스스로 알고서 통제하는 사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자들은 돈이 많아 넉넉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들은 '넉넉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돈이 원하는 만큼 모인 것이다.
얼마전 노숙자가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해왔다. 자신의 가방에 일천여만 원이 들어있었는데, 술이 취해 잠든 사이에 누군가 가방을 훔쳐 갔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는 부모로부터 수십억 원의 재산을 물려받아 한 달에 이자만 1,400만 원을 수령한다고 했다. 황당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노숙자의 말이 진실이었다. 너무도 어이없어 왜 노숙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돈은 많지만 별다른 인생의 목적과 꿈이 없어서 노숙생활을 하게 되었다"
'부의 새로운 규칙'이란 뭘까?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아끼고 저축하라"라는 말은 오래된 격언이다. 저자는 오히려 이를 "현재를 위해,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쓰라!" 라고 충고한다. 돈을 아끼지말고 현재와 미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쓰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곳에 아낌없이 쓰라. 이것이 부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다.
이것은 부자와 보통 사람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차이이다. 부자는 확실한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갖고서 안 쓸 때는 구두쇠 소리를 들을 만큼 아끼지만, 쓸 때는 무모할 만큼 과감하게 쓴다. 반면에 보통 사람들은 이를 구별하지 않고 '남 따라' 또는 '체면 때문에' 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잘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옛말에 '가정삼성家庭三聲'이라는 말이 있다. 잘되는 집은 반드시 3가지 소리, '책 읽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 '베 짜는 소리' 가 들린다는 말이다. 또한 이 소리가 끊긴 집안이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와 비슷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저출산으로 아이 우는 소리가 줄었고, 일자리가 없어 일하는 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이라도 3가지 소리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