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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 영혼의 마지막 베일에 숨겨진 진실에 관하여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10월
평점 :
촉망 받는 야구 선수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갔지만 6년 4개월 동안 마이너리그를 전전해야 해야 했던 구강타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통해서 내면의 중심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바로 세워야 하는지 알려준다. 마이너리그의 늪에서 빠져나오려 애써던 어느 날, 드림 센텐스를 활용해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된 그는 잠시 성공을 맛보더니 팀에서 전격 방출되고 만다. 강타의 역전 드라마를 따라가 본다.
"나는 1년 안에
풀타임 빅리거가 되어
날마다 최고의 플레이를 즐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 정신세계의 단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90%는 무의식으로 남겨져 있는 셈이다. 그 무의식의 맨 밑바닥, 겹겹이 싸인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중심中心이다. 사람들이 갖는 꿈이나 소망은 그 밑바닥에 감추고 있는 중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아주 간절히 원하는 소망을 중심으로 내려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 구강타는 현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를 모델로 삼았다. 팀 매니저의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 바로 LA로 오라는 '콜업'이었다. 콜업은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리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한국 프로야구의 2군 선수가 1군 엔트리에 들어간다는 얘기이다.
미국 프로야구 시스템에 따르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빅리거들에게 모든 혜택을 쏟아붓고 중하부에 있는 나머지 마이너리거들에게는 지독하게 인색하다. 이겨내지 못하는 약자들은 모두 나가 떨어지는 철저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기도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거가되면 다른 스포츠 스타 처럼 승자독식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강타는 로치이 선수와 포지션이 겹쳐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생활을 했다. 그는 통산 타율 3할2푼2리, 매 시즌 홈런 20개 이상, 타점은 4년 연속 100타점을 올리고 있는 마이너리그의 미친 존재감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안되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MLB 마니아 윤 박사가 강타의 통역 도우미이자 매니저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실패한 이치로>
강타가 소속된 LA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인터리그 경기를 벌이고 있다. 지구 선두 경쟁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요 며칠 간 4만 5천석이 연일 매진 상태였다. 에인절스는 상대팀 투수의 호투에 눌려 2안타의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고민스러운 마이크 무사시 감독이 강타를 손짓으로 불렀다. 0대2로 뒤진 8회말 공격, 1사후 7번 타자가 포볼로 출루하고 8번 타자가 안타를 쳐 주자 1, 3루의 찬스다. 대타 강타의 타격이 병살로 처리되자 관중석에선 '우~'하는 함성이 들려왔다.
윤 박사가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 오후 3시, 구장 내 클럽 하우스 콘퍼런스 룸에서 미팅'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된 선수가 실력 발휘를 못하고 헤맬 때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관행이다. 닥터 홀랜드는 뉴욕 메츠에 스카우트 된 신조 츠요시의 데뷔전 안타 장면을 보여주면서 배트의 중심에 관해 얘기했다.
"배트에는 분명히 중심이 있지. 타자가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나 스윙의 궤적에 따라
그 중심이란 것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추게 되면 고통이 없을뿐더러 그 결과가 기막히지" (65 쪽)
닥터 홀랜드는 소망이 중심에 닿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드림 센텐스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열 개의 어절로 된 문장을 만들라고 했다. 말에는 창조력이 있어서 소망을 중심에 새기고 집중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내면의 중심에 간절한 소망이 뚜렷하게 각인되지 많으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하여 마침내 중심을 오염시키고 만다.
"나는 1년 안에
풀타임 빅리거가 되어
날마다 최고의 플레이를 즐긴다"
에인절스 스타디움, 오늘 밤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선두를 탈환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현재 스코어 7대8, 한 점 뒤지고 있다. 9회 말, 디트로이트는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켰다. 일본인 선수 로치이가 짧은 안타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6번 타자도 포볼로 출루 이젠 무사 1, 2루 찬스이다. 강타의 타석이다. 관중석에선 '쿠~쿠~'를 외친다. 초구를 풀스윙했다. 역전 끝내기 홈런이다. 관중의 함성은 극에 달하고 중계 캐스터의 흥분한 목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한편, 평소 시력이 약한 일곱 살짜리 아들 필승은 야구시합 중 사고로 오른쪽 렌즈가 깨져서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다. 아내 미혜는 강타의 시합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사고 소식을 일부러 감춘다. 필승은 한쪽 눈을 잃을 위기에 처해 악몽에 시달리면서 예언을 하기 시작한다. 전에도 카트리나를 예언하고 맞춘 적이 있기에 미혜는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마이클 조셉이 떠나요, 아빠도 떠나요.
마이클 조셉은 무서운 곳으로 가요.
괜찮아요, 우리 아빠는 좋은 곳으로 떠나요" (104 쪽)
아들의 예언처럼 강타는 전격적으로 팀에서 방출되어 클리브랜드에 새 둥지를 튼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클럽 하우스 분위기는 LA 에인절스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에인절스는 엘리트의 집합소로 거먼하고 느릿느릿한 풍경이라면 이곳은 젊고 활기차며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독서광인 헥토르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인디언스는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뛰어넘어 현재 지구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와는 불과 2게임 반 차이다.
가운데 중中, 마음 심心, 中心. 가로로 읽으면 중심인데, 이를 세로로 읽으면 충성 충忠이된다. 인간은 자신의 중심에 놓인 것에 충성을 다하는 존재이다. 마치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듯 우리는 자신의 중심에 놓인 그것을 축으로 맴돌며 충성을 바치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내면의 중심을 축으로 영위되고 있다. 중심을 방치하거나 단기 욕망을 이루려는 목적으로만 이용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지배적인 생각들이 중심을 오염시키게 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충성을 바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중심은 가장 완전한 것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다.
요컨데 우리 인생엔 중심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면의 마지막 베일 속에 감춰진 신비로운 것으로 무슨 소망이든지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인 경우, 중심에 닿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런데 중심에 도달하기까지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면을 겹겹이 싸고 있는 베일을 하나씩 벗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험으로 굳어진 부정적인 자아와 싸워야 한다. 마침내 중심에 닿으면 확신을 갖게 된다. 이를 확신의 단계라 한다. 확신의 단계에 들어가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소망이 이루어진다. 확신의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지레 포기하고 마니까 드림 센텐스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내 삶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중심의 자력에 이끌린 모든 것들의 집합체다. 뚜렷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지 않을 때, 우리의 중심에는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스며들게 되고 그 결과 중심은 심하게 오염되고 부패된다. 변화를 원한다면 중심에 흘러드는 부정적 에너지를 차단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중심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정해야 한다.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날이다. 아들 필승이의 예언대로 로치이의 머리를 넘기는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필승이가 나흘째 깨어나지 못하자 주치의는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 관찰하겠다고 한다. 드림 센텐스를 오십 번이고 백 번이고 반복할수록 미혜는 우울한 마음이 편안하고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클리블랜드의 팀 닥터 그레그 마스터슨 박사는 카이로프랙터이기도 하다. '마법의 손'이란 별명답게 그가 강타의 척추 아래쪽을 지긋이 누르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박사는 다 고쳤다며 홈런 한 방을 어서 날리라고 강타에게 조크를 날린다.
저녁 7시 10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인 US 셀룰러필드는 관객들로 초만원이다. 오늘도 강타는 3번 타순이다. 최근 10경기에서 42타수 17안타로 타율은 0.404를 기록하고 있다. 첫 타석부터 그는 초대형 솔로포를 터뜨렸다.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7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미혜는 필승이의 상태를 살핀다. 모든 바이털 신호가 정상이다. 단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게 문제다. 3회 초에 강타는 두 번째 솔로포를 날렸다.
사랑은 명사가 아닙니다.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깊다 할지라도
사랑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생명이 떠난 것입니다.
엘살바도로 홍의 사망 소식 때문에 온통 그에 관한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에 도배되어 있다. 미혜는 이 시를 보는 순간 시험문제의 정답을 확인한 기분이 들었다. 중심에 채워야 할 것은 소망도 확신도 아니었다. 이들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중심을 채우는 사랑 없이 그저 드림 센텐스만 외우고, 소망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중심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 번째 타석에서 강타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6타점을 혼자서 올렸다. 경기는 8회 초 투아웃, 스코어는 8대6으로 인디언스가 리드하고 있다. 2루타를 친 강타는 4번 타자의 안타 때 홈인, 결국 9대7로 이기고 중부 지구 선두에 올라섰다. 한편, 긴급 연락을 받고 미혜는 세인트존스종합병원으로 갔다. 다행스럽게 필승이가 고비를 넘겼다.
9월 11일. 필승이의 생일이다. LA 에인절스와 두 차례 경기에서 1승 1패로 팽팽했다. 강타는 필승이에게 홈런 약속을 다짐했다. 최근의 경기력이 너무 나빠 헥토르 감독이 하루 쉬라고 할 정도였다. 오늘도 3번 고정 타순이다. 미혜와 필승은 노트북 앞에서 강타의 경기를 보고 있다. 강타의 타격은 시원찮다. 1루 땅볼, 파울 플라이로 두번 모두 아웃 당했다.
7회 초, 양 팀 무득점인 상태에서 2번 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강타의 마지막 타석일 수도 있다. 강타는 타석에 들어서서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필승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TV화면에 강타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가 놀란 얼굴로 서로 마주본다. 하지만 강타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초구, 눈을 감은 채 공이 빠르게 날아옴을 느꼈다. 스트라이크. 비록 눈을 감았지만 강타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투수가 지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강타가 무릎을 살짝 굽히며 배팅할 준비를 한다. 슬라이더가 날라온다. 강타는 밀어치기 타법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필승의 예언대로 우익수 로치이가 펜스로 뛰어가다가 포기하고 멈추었다. 투런포다. 홈 플레이트를 밟고 강타는 고꾸라졌다. 팀 닥터가 급히 뛰어나왔다. 오른쪽 눈 각막이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추신수,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치고 홈인하는 장면>
중심의 강력한 에너지를 활용해 소망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망을 이루는 것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그 결과 소망의 성취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우리의 삶을 시시때때로 불안으로 뒤덮는다. 중심에서 가장 완전한 것, 즉 사랑이 임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