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29통의 편지 - 스물아홉, 이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마지막 인생 조언
후쿠시마 마사노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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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자마자 목차를 살펴보았다. 책 제목을 보고 목차엔 분명 29통의 편지글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은 틀리고 말았다. 29통의 편지는 과연 뭘까?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스물아홉 살의 영업사원 토오 츠요시에게 보내온 편지 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일본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 후쿠시마 마사노부는 지금까지 5000회에 걸쳐 20만 명이 넘는 청중들에게 강연회를 진행했고 또한 수년 간 지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2200통의 격려 엽서를 보냈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스물아홉 살이라는 특별한 시기를 지나며 겪는 성장통을 그는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어느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이다. 주인공 토오 츠요시는 입사 7년차 사원으로 현재 영업부에서 근무 중이다. 어릴 적 미니카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던 29살의 총각이다. 건성으로 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수립한 연간 목표를 한번도 달성한 적이 없다. 영업부장 하토리는 츠요시보다 12살이나 더 많다. 몸집이 작고 둥근 얼굴을 가졌는데, 본디 쾌활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무척이나 까칠하고 부하들을 엄하게 다룬다.

 

츠요시가 근무하는 영업부서의 주요 멤버를 살펴보자. 입사 4년차의 부하직원 니시가와는 츠요시가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으며 칼퇴근하는 타입이다. 28살의 다무라는 자주 안경을 매만지는 여사원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려고 영업부로 자원했다. 오니지마는 츠요시의 입사동기생으로 영업부서에 근무하다가 4년 전에 다른 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퇴근후 술자리에서 츠요시에게 말동무를 해주면서 스트레스를 같이 푼다.

 

 

오늘도 늘 그렇듯 괴로운 하루였다. 요즘은 야근까지 줄었는데도 피로감은 평소보다 더 했다. 각종 청구서가 날아오는 날이다. 츠요시는 귀가하면서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냈다.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표시가 없고 우체국 소인도 안 찍힌 흰 봉투가 눈에 띄었다. 봉투 속에는 삼등분으로 접힌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어떤 일이든

자기답게 하면 꿈이 된다" 

 

츠요시의 아버지는 작은 공장에 다니셨다. 무늬가 없는 골판지에 회사명, 상품명, 또는 메시지들을 인쇄하는 일을 주로 하셨다. 중요한 것은 그의 아버지께서는 항상 즐겁게 일하셨다. 츠요시는 아버지의 이런 비결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처럼 일하기 싫어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머리 한 구석엔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니시가와의 행동이 너무도 화나고 같이 일하려니 우울하기만 하다. 귀가해서 우편함을 열었다. 지난 번 처럼 흰 봉투가 있었다. 두 통이었다.

 

"버럭 화가 날 때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다"

 

선배로서 위엄을 보이면서 니시가와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니시가와는 츠요시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하던 복사만 계속하더니 알아들었다는 듯 '네'하고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고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마침 복사하러 왔던 다무라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츠요시에게 화내지 말고 그 원인이 자신 탓인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던 흰 봉투가 또 왔다. 참지 못하고 봉투를 개봉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하라"

 

꼬치구이집에서 한 잔 하고있다. 보통 때에는 츠요시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던 오니지마가 츠요시의 고민 정도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움직여보라고 츠요시에게 충고했다. 오니지마가 좀 변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적잖이 놀랐지만 츠요시는 하고 싶은 말 실컷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에 위안을 삼고 귀가했다. 우편함에 또 봉투가 있었다.

 

"보려고 하는 대로만 보인다"

 

츠요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지만 얼마전 꼬치구이집에서 오니지마가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먼저 움직여 보라', 이 말 때문에 그간 서스럼없이 지냈던 오니지마가 왠지 멀어진 듯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해야 할 정당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잘못 한 사람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동안 편지는 오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흰 봉투를 발견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고민 끝에 하토리 부장을 찾아가 니시가와를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부장은 며칠 전에 니시가와가 와서 츠요시와 한 팀인게 싫다고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젠 해산이라고 말하며 차라리 그에게 개량된 신제품 발표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보라고 권했다. 엉겁결에 동의하고 나니 퇴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우편함에 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어려운 일이 즐겁다"

 

하토리 부장은 요구가 많은 까다로운 상관이었다. 번번히 퇴짜를 맞는 통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여덟 번이나 새로 만들었다. 모조리 불합격이었다. 츠요시는 제대로 된 자료를 만들 능력이 사실 없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동안 부장은 몇번이나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뒤에서 훔쳐보면서 비웃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니 흰 봉투가 반겼다.

 

"자신의 한계까지 완전히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고객들에게 프레젠이션 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일 야근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 다무라가 그의 지원에 나섰다. 그녀는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이후 지원자가 늘었다. 다무라 팀의 후배 1명과 츠요시의 동기 1명이 참여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열심히 도와주는 다무라와 동료들을 보면서 츠요시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그 뿐이야, 이런 건 누구라도 만들어" (75 쪽)

 

드디어 동료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완성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퇴짜였다. 귀가해서 우편함을 열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모든 일에는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다"

 

백 가지도 생각해내기 힘든 판에 수만 가지라니 비현실적인 얘기였다. 이미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츠요시는 더 이상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계속 추진할 에너지도 없고 또한 도와준 동료들에게 면목도 없었다. 결국 이날 밤, 그는 사표를 썼다. 머리가 몹시 아파 오후에 출근했다. 회의실로 가니 다무라를 포함 다섯 명의 아는 얼굴이 보였다. 신입 시절 2년 정도 자신을 가르친 키무라 과장도 있었다. 사직 결심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고 있었다. 우편함에 봉투를 찾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만든 사람의 생각이 표현된 것이다"

 

기술개발부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신제품을 만들었는지 생각해 본 적 없던 츠요시는 제품이 고객에게 가져다 주는 최고의 가치를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다. 열심히 준비하여 하토리 부장에게 프레젠테이션 영상과 자료를 보여 주엇다. 마침내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프레젠테이션은 생각 이상으로 호평 받았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후, 실적이 점점 쌓여갔다. '호사다마'란 말처럼, 곧 계약을 체결하려는 홋코 자동차 측에서 이의제기가 접수되었다. 하토리 부장은 홋코의 후루야 과장을 만나서 문제를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후루야 과장은 책임을 지지않는 츠요시의 자세를 못마땅하다며 계약을 재검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날도 우편함에 흰 봉투가 놓여 있었다.

 

"다른 사람을 탓하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이후 후루야 과장을 만나러 세 번이나 갔지만 헛걸음했다. 약속없이 또 갔더니 불쌍해 보였던지 현관 리셉션이 대기실로 안내해주었다. 고릴라 같이 생긴 후루야 과장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란 자세를 갖추지 못한 츠요시의 여전한 책임 전가 행동을 심하게 나무라며 한 마디 던졌다.

 

"자네가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은 뭐요?" (107 쪽) 

 

오니지마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간관계가 잘 안 풀리니까 피곤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오니지마는 다른 사람을 바꿀 방법을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먼저 변하라고 충고한다. 이 말을 듣고 다시는 같이 술 안 마신다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 우편함에는 흰 봉투가 츠요시에게 인사를 했다.

 

"직장은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하토리 부장은 오사카 본사로 인사 발령이 났다. 발신자도 수신자도 표지 없이 보낸 흰 봉투의 편지는 하토리 부장의 아내가 한 일임이 밝혀졌다. 하토리 부장은 고교시절 츠요시의 아버지로부터 리더의 자질에 대하여 많은 지도를 받았고 또한 직장을 구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후루야 과장은 하토리 부장의 친구였다. 흰 봉투의 편지글은 츠요시의 아버지가 하토리 부장에게 건네준 파일 속에 있었던 글들의 일부였다. 그간의 감사를 전하러 오사카로 갔다. 하토리 부장은 한 통의 편지를 츠요시에게 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츠요시에게 남긴 것이었다.

 

"하토리 군은 내 사고방식을 이해해주었던 후배로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사람에겐 누구나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가 있단다. 인생에서 무의미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렴" (198 쪽)

 

하토리 부장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니 행복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편함에는 친구 오니지마와 동료 다무라의 결혼 첩정장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결코 사람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20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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